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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코인 세탁소

서사원 일본 소설 3
이즈미 유타카 지음 | 이은미 옮김
서사원

2024년 12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2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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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6.35MB)
ISBN 9791168223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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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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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네’는 대학 졸업 후 3년간 일하며 영혼까지 탈탈 털린 악덕 부동산 회사를 그만두고 집 안에 틀어박혀 아무렇게나 쌓인 빨랫감처럼 무기력하게 지낸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빨래를 하기로 마음먹지만, 공교롭게도 세탁기가 고장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망연자실해진 아카네는 고민하다 집 근처에 있는 요코하마 코인 세탁소를 찾아가고, 우연한 기회로 그곳에서 일하게 된다. 정갈하게 다림질한 옷처럼 늘 보드랍고 단정한 분위기의 점장 ‘마나’와 각자의 상처와 아픔을 지닌 채 세탁소를 방문하는 사람들. 옷의 묵은 때를 지워내는 것처럼 오래된 마음의 얼룩까지 지워낼 수 있을까?

제11회 소설현대장편 신인상을 수상하며 혜성같이 등장한 작가, 이즈미 유타카. 유망한 신진 작가로 관심을 모은 그가 야심 차게 선보인 『요코하마 코인 세탁소』는 출간되자마자 서점 MD들의 주목을 받으며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요코하마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독자에게 익숙한 ‘힐링 소설’의 문법에 따르면서도, 생생한 현장감과 전달력을 빛내며 독자들을 요코하마의 해변 도로에 데려다 놓는다. 소금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 탓에 외부에 빨래 널기가 힘들어 세탁업이 발달했다는 항구 도시 요코하마. 이곳 세탁소를 찾는 사람들의 내밀한 일상에 다가갈수록 짠 내 가득한 요코하마의 바람처럼 인생의 또 다른 맛을 알게 될 것이다.
“보육원에서 처음 빨래라는 걸 해봤어요. 끈적끈적하고 더럽고 냄새나던 제 옷이 뽀송뽀송해져서 은은한 세제 향을 풍기며 세탁건조기 안에서 나왔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어요. 이 옷을 입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언젠가 많은 사람에게 이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어요.”
제1장 바다 냄새가 나는 세탁소
제2장 돈키호테 청년
제3장 면 100프로의 인생
제4장 덜 마른 당신
제5장 메탈리카 티셔츠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는 하던 일이 신경 쓰여서 휴일에도 사무실에 얼굴을 내밀었다. 드물게 아무 일도 없는 날이면 학창 시절 친구와 점심을 먹고 밤에 또 다른 친구와 만나 술 마시러 가는 등 무언가에 홀린 듯 하루 종일 약속을 만들어 밖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물론 그러고 나서는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오기 일쑤였지만. 그때는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별다른 목적 없이 혼자서 집 주변을 산책한다는 것이 어쩌면 굉장히 사치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아카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_44p.

“제가 아는 요코하마는 언제나 이래요. 꿀꿀한 기분을 싹 날려주는 것 같은 기운 넘치는 바람이 불지요.”_46p.

“뭘 도와드릴까요?”
여자의 말은 특별할 게 없었다. 가게에서 손님을 맞이할 때 흔히 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 한마디가 아카네의 마음속에 들어와 훅 꽂혔다.
‘도와주었으면 하는 일? 내 인생.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이 인생.’
아카네는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 누군가 손을 잡고 같이 걸어주었으면 했다. 다시 한번, 이 세상을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었으면 했다. 여자가 그런 깊은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는 것쯤은 물론 알고 있었다. 그저 “어서 오세요”를 대신한 인사일 뿐이었다. 분명 그걸 모르지 않는데도 콧속에서 눈물 맛이 느껴졌다. _99p.

미쓰루의 손에 들린 다리미가 셔츠의 표면 위로 미끄러졌다. 다리미가 지나간 뒤의 하늘색 천은 마치 거울처럼 매끄러운 광택이 흘렀다. 집에서 다림질할 때처럼 다리미의 열과 무게를 이용해 불도저가 황무지를 고르듯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과는 전혀 달랐다. 미쓰루의 다리미는 날개 달린 듯 가볍게 셔츠의 뒷면과 앞면, 복잡한 바느질선을 따라 똑바로 나아갔다. 왠지 촌스러워 보였던 하늘색 목면 셔츠는 고작 몇 분 만에 실크처럼 광택을 발했다. 꼭 마법 같았다. _131p.

마나는 무슨 일이든 아주 성심성의껏 했다. 어떤 일을 하든 모든 과정마다 가만히 멈춰 서서 다음에 뭘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옆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잠깐 멈추어 선다고 해도 수 초에 불과했다. 세탁기능사 실기 시험의 제한 시간인 10분에 맞춰 스톱워치를 설정해놓았지만, 마나가 모든 작업을 마쳤을 때는 2분 가까이 남아 있었다. 마나가 다림질한 와이셔츠는 복사 용지처럼 매끄럽고 반듯했다. 틀림없이 이 와이셔츠를 입으면 짜릿할 만큼 의욕이 샘솟을 것이다. 딱 마나다운 다림질이었다. _134p.

어쩌면 지금과 같은 순간들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편안한 곳에서 좋은 사람과 함께 일하고 새롭게 알게 된 사람과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러 가는 이런 시간들이. 불과 몇 개월 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시간이었다. _166p.

서점 MD 강력 추천!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설!
독자들의 열렬한 요청으로 후속작 출간
제11회 소설현대장편 신인상 수상 작가가 선보이는
첫 번째 힐링 소설

“마음까지 말끔해지는 기분입니다!”
“요코하마에 실제 이런 세탁소가 있다면 꼭 한번 가서 위로받고 싶어요!”
“요코하마 코인 세탁소의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요!”
“왠지 요코하마에 이런 세탁소가 있을 것만 같아요. 진짜 생생한 이야기!”

“오래 걸려도, 품이 많이 들어도 괜찮아요.”
천천히 다림질하듯 구깃구깃한 인생을
조금씩 펴는 단순한 방법

주인공 아카네는 퇴사 후 집에 틀어박혀 무언가를 할 의지도, 의욕도 없는 상태로 자신을 방치하며 살아간다. 좁은 원룸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사람처럼 두문불출하며, 끼니는 배달 음식으로 때우고 침대 위에 누워 핸드폰만 들여다본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코인 세탁소에서 일하게 되면서 조금씩 일상의 감각을 회복한다. 오늘 입은 옷을 세탁하는 아주 단순한 행위를 통해서.
마음이 괴로울 때는 씻고, 밥을 먹고, 빨래를 하는 일상마저 버겁게 느껴진다. 결국 자신을 돌보는 모든 일에 무감각해진다. 이 소설의 미덕은 그런 사람들에게 인생의 조언을 늘어놓거나 힘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코인 세탁소의 점장 ‘마나’는 끼니를 거르는 대학생 청년에게 학교 구내식당을 가더라도 꼭 밥은 챙기라고 하고(제2장 돈키호테 청년), 오랜 반려자를 잃고 생활 감각을 잃어버린 노인에게 빨래는 꼭 제때, 제대로 말려야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제4장 덜 마른 당신). 가정폭력에 시달린 가출 청소년에게는 아끼던 새 티셔츠를 내어주며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힌다(제5장 메탈리카 티셔츠). 아이에게 늘 ‘면 100프로’의 옷만 입히던 워킹맘에게는 합성섬유가 조금 섞인 옷이 관리도 수월하고 더 튼튼하다고 조언한다(제3장 면 100프로의 인생). 빨래든, 뭐든 모든 일에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상처로 가득한 우리 인생도 100프로 완벽하지 않지만, 그 불완전함으로 인해 더 강해지는 것처럼.
마나의 담백한 태도처럼 소설은 딱 거기까지만 나아간다. 쉽게 위로하지 않고 서둘러 웃지 않아도 일상의 감각을 조금씩 회복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바퀴는 다시 돌아간다는 믿음. 그런 단순하고 담백한 태도가 때로는 다시 살아갈 힘을 준다는 걸 넌지시 알려준다.
“구깃구깃해진 인생을 조금씩 펴고 싶었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품이 많이 들어도 괜찮으니, 손바닥을 펼쳐서 쓰다듬듯이 살살 천천히.”


“언제든 또 찾아주세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일상 판타지

특정 장소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인연을 맺고 인생의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된다는, 소위 힐링 소설은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 잡았다. 이런 소설에서는 흔히 ‘장소성’이 생략되거나 탈색되는 것과 달리 『요코하마 코인 세탁소』는 실제로 요코하마에 이런 세탁소가 있지 않을까 착각할 만큼 그 정취를 절묘하게 붙들어놓는다.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고 맛볼 수 있는 경험적 세계가 소설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셀 수 없이 많은 중화요리점이 자리 잡은 탓에, 차이나타운은 언제나 볶음 요리 특유의 기름진 냄새가 공기 중에 떠돌았다. 다닥다닥 붙여서 증축해 요새처럼 변한 개성적인 아파트. 진한 향냄새가 물씬 풍기는, 왠지 모르게 인도 분위기가 나는 기념품 가게. 그런 곳이 잡다하게 모인 거리에서 중화풍의 화려한 문을 빠져나가 바다를 향해 5분 정도 걸으면, 다이쇼 시대를 연상케 하는 호화스러운 석조 건물과 전후에 맥아더 장군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뉴그랜드 호텔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해안가에는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야마시타 공원이 있었다. 요코하마 코인 세탁소는 딱 그 세 지역이 겹치는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공간적 특성이 도드라지는 반면, 소설 속 인물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정서를 지닌다. 그러면서도 개성적인 캐릭터 설정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상처와 아픔으로 일면 자기방어적이고, 괴팍하고, 때때로 위악적이기까지 하다. 그런 이들이 세탁소에 모여 숨겨진 안감을 들춰보듯 내면의 아픔과 연약해진 마음을 서로에게 내보이고 위로받는다. 뭉근해진 마음으로 일상을 회복하는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읽는 이의 마음까지 둥글어진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만나 위로와 우정을 나누는 소설이 꾸준히 사랑받는 데는 타인과의 연결성, 느슨한 연대감이 주는 특별한 정서 때문일 것이다. 가까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아닌, 오히려 낯선 공간에서 타인과 교감하며 의외의 따뜻한 순간을 마주하게 되는 것. 우리에게 이런 책이 필요한 이유는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예상하지 못한 누군가가 건네는 위로의 순간이, 그래도 우리 인생에 남아 있는 어떤 희망의 증거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순간에 위로를 얻게 되므로, 그래도 살아볼 만하지 않냐고. 그러니 지금 우리의 삶이 힘들더라도 가만히 웅크리고 있지 말고 언제나 마음을 열고 있으라고, 그리고 그런 순간을 놓치지 말라고. 인간에 대한 담백한 애정과 섬세한 문장으로 우리 곁을 찾아온 『요코하마 코인 세탁소』가 당신을 기다리는 이유다.

작가정보

泉ゆたか
1982년, 일본 가나가와현 출생. 와세다대학 졸업 후동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2016년 『스승님, 준비 다
됐습니다!お師匠さま、整いました!』로 제11회 소설현대장편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고, 2019년 『수모백화髪結百花』로 제8회 일본역사시대작가협회상 신인상과 제2회 호소야마사미츠상을 수상했다. 그 외의 저서로는 『에도시대 이별 중개사의 수첩お江戸縁切り帖』 『잠을 잘 자게 해드립니다眠り医者ぐっすり庵』
『여자 목수 오미네おんな大工お峰』 시리즈와 『너를 보낸다君をおくる』 『아줌마에게 말해보렴おばちゃんに言うてみ?』 등이 있다.

도착어의 말맛을 살리는 번역가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는 『아이의 뇌에 상처 입히는 부모들』 『이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엄마의 말센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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