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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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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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선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선물이 되레 상처가 되는 건 아닐까, 짧은 문장 한 줄에도 마음을 기울였다. 이 책을 펼치는 동안 잠시나마 따뜻한 순간이 머물기 바라며.”_이은용(작가의 말)
너라면 좋겠어
온음표가 필요해
어떤 이유
산타클로스를 만나
나는 앞으로의 오늘을 전혀 그리지 못하고 있었다.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취직은 될까, 결혼은 가능할까. 그보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는 있나. 꿈을 꾸고 그걸 이루며 살아가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_「일 년 전 오늘」, 26쪽
내가 두려운 건 어둠 속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인데, 최근의 나는 어둠이 아닌 곳에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일을 스스로 만들고 있었던 건 아닐까.
_「일 년 전 오늘」, 30쪽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고 마주 보며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너라면…… 좋겠어.
_「너라면 좋겠어」, 65쪽
나는 퇴근하고 피아노를 치러 갈 거거든. 곧 피아노를 가진 사람이 될 거야. 이제 하고 싶은 일을 실컷 할 수 있어. 김샘은 속으로 말했다. 좋아하는 일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김샘은 특별한 걸 이루어 낸 듯했다.
_「온음표가 필요해」, 96쪽
이 순간 형이 혼자라는 사실이 견딜 수가 없었다. 형이 보고 싶었다. 형도 마찬가지일 게 분명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연우는 알고 있다. 형이 어떤 사람인지. 형이 이렇게 된 이유가 무엇이든, 연우가 가야 할 길은 하나였다.
_「어떤 이유」, 144-145쪽
언제부터인가 실패한 느낌이 들었다. 그 대상이 뭔지 몰라도 내가 진 기분에 사로잡혀 어디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했다.
_「산타클로스를 만나」, 159쪽
하고 싶은 말도, 꺼내고 싶은 마음도 덮어 두었다. 사실은 잘 몰랐다. 내 마음이 향하는 방향이 어디인지,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도. 지금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이대로 혼자 나아가는 게 정답이 아닌 건 확실했다.
_「산타클로스를 만나」, 174쪽
그늘진 삶에 밝은 빛이 비끼는 순간
각자의 마음이 향하는 대로 용기를 뻗는 이들의 이야기
어두운 그날은 결코 확실하지 않으니까,
어쩌면 이렇게 두근거리는 세상을 계속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일 년 전 오늘」
일 년 전 오늘, 예정대로라면 가을은 중3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고은정에게 달려가 고백하려고 했다. 그러니까 기념일이 될 수도 있었던 거다. 하지만 가을에게 찾아온 건 설레는 연애가 아닌,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희귀병 진단이었다. ‘일 년 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가을은 불행이 내려앉은 뒤부터 작년과 오늘을 비교하며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절망에 갇혀 어둠이 아닌 곳에서조차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가을에게 일 년 후 오늘을 그려 보는 일이 축복처럼 다가온다.
조금씩 스며든 것 같기도, 성큼 들어온 것 같기도 해. 「너라면 좋겠어」
민서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좋아했던 수호와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났다. 민서의 마음속에 수호가 다시 들어왔지만 수호는 자신의 존재조차 모르는 것 같아 속상하기만 하다. 서로 마주 보며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수호였으면 좋겠는데. 민서는 같이 방송반 면접을 본 일을 계기로 수호와 동아리를 만들지만, 좁혀지지 않는 거리에 또다시 좌절한다. 이제 민서는 혼자 좋았다가 실망하고 슬퍼하는 일은 그만둬야겠다고 다짐한다. 한수호 따위. 그런데 수호가 느닷없이 먼저 연락을 해 오는데…. 쿵쿵, 다시 민서의 심장이 뛴다.
삐걱거리는 날들 속에서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나가는 김샘. 「온음표가 필요해」
‘최악의 월요일이야.’ 시도 때도 없이 수업을 방해하는 송유찬과 사람을 무안하게 하는 교무실 옆자리 임구슬 샘까지. 모든 게 김샘의 영역 밖이었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했던 예전의 포부는 사라지고, 자책과 고민만 남았다. 김샘은 지친 하루를 뒤로하고 우연히 들어선 분식집에서 옆 반 은서와 합석하게 된다. “선생님은 원래 꿈이 샘이었어요?” 하고 묻는 은서. ‘내가 무엇을 놓치며 살았을까.’ 김샘은 꾹 눌러 놓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어린 시절 피아노 앞에서 눈을 초롱초롱 빛내던 자신을 떠올린다. 그리고 굳게 결심한다. 잃어버린 걸 되찾아 제자리에 돌려놓자고.
그 어떤 진실 앞에서도 연우가 절대 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어떤 이유」
연우는 병실에 누워 있는 사람이 형 진우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도대체 누가 형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어머니가 메모 한 장만 남기고 형제를 떠난 날에도, 아버지가 폭력을 휘두르던 때에도 형은 묵묵히 연우의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이번에는 연우가 무너진 형을 지켜 주려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형이 피해자이기 이전에 가해자라고 말하고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연우의 불안은 점점 증폭된다. ‘아니야, 형이 그럴 리 없어.’
내 마음이 향하는 대로 발길을 돌리는 법. 「산타클로스를 만나」
푸름은 언젠가부터 아무 이유 없이 진 기분에 사로잡혀 어디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했다. 공부에 집중하지 못해 성적은 계속 떨어졌고 어떤 것에도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혼자 놀이터에서 놀던 여섯 살 아이 소원의 아빠가 소방관이라는 걸 알고 나서, 푸름은 소방관을 꿈꾸던 중학교 친구 유정을 떠올린다. 어느 날부터 유정의 책상 위에는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고, 다른 아이들은 은근히 유정을 피했다. 푸름은 그 일의 시작이 자신이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 때문은 아닐지 생각한다. 일상에 불쑥 끼어든 소원의 등장과 함께 푸름은 자신이 외면했던 유정의 간절함을 돌아본다.
쉽지 않은 오늘 속에서 끝내 발견하게 되는 것
섬세하고 다정한 시선으로 뭉근한 위로를 건네는 소설
『그게 너라면』은 주저앉은 이들이 다시 일어서려는 과정과 용기에 대해 그린다. 난생처음 겪어 보는 절망과 싸워야 하는 상황, 어둠 속에 있을 것만 같은 미래, 외면하고 지나쳐 버린 누군가의 간절함, 좋아하는 아이의 사소한 행동에 출렁이는 마음…. 쉽지 않은 오늘 속에서 이들이 끝내 발견하게 되는 것은 다른 곳에 있는 축복이나 엄청난 행운이 아니라 자신 안에 있는 내일을 향한 기대와 용기이다. 각기 다른 문제가 이들을 짓누르지만 아픔을 치열하게 견디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기로 한다. 그들의 곁을 지켜 주는 사람, 어린 시절 꾸었던 꿈, 이제야 헤아려 보는 진심, 누군가를 돌아보기 시작한 마음은 다시 앞으로 걸어 나갈 힘이 되어 준다. 단정하고 섬세한 문장 속에 녹아 있는 이들의 모습은 각자의 아픔을 돌보고 있을 독자들에게 가만히 위로를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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