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2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1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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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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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보좌관의 낮 / 국회의원 보좌관의 밤 / 국회의원 보좌관의 새벽
변호사 정지우 ㆍ 사회적인 생명을 찾아내고 지키는 일
변호사의 낮 / 변호사의 밤 / 변호사의 새벽
사회복지사 김재용 ㆍ 개인과 사회의 가치를 일치시키는 일
사회복지사의 낮 / 사회복지사의 밤 / 사회복지사의 새벽
보건교사 이명옥 ㆍ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일
보건교사의 낮 / 보건교사의 밤 / 보건교사의 새벽
책방지기 강동훈 ㆍ 책을 매개로 이야기와 관계성을 만드는 일
책방지기의 낮 / 책방지기의 밤 / 책방지기의 새벽
말 수의사 김아람 ㆍ 말이 좋아 말의 쓰임을 돕는 일
말 수의사의 낮 / 말 수의사의 밤 / 말 수의사의 새벽
보드게임 개발자 정희권 ㆍ 논리적인 재미와 모험을 만들고 즐기는 일
보드게임 개발자의 낮 / 보드게임 개발자의 밤 / 보드게임 개발자의 새벽
비디오게임 개발자 지민웅 ㆍ 모니터 너머 환상의 놀이동산을 짓는 일
비디오게임 개발자의 낮 / 비디오게임 개발자의 밤 / 비디오게임 개발자의 새벽
메디컬라이터 김주화 ㆍ 건강한 삶이 절실한 사람들을 위해 정확하게 쓰는 일
메디컬라이터의 낮 / 메디컬라이터의 밤 / 메디컬라이터의 새벽
인공지능 리서치 엔지니어 선영 ㆍ 사람에게 필요한 기술과 서비스를 만드는 일
인공지능 리서치 엔지니어의 낮 / 인공지능 리서치 엔지니어의 밤 / 인공지능 리서치 엔지니어의 새벽
유튜브 크리에이터 서산 ㆍ 타인이 원하는 것과 관심을 콘텐츠로 만드는 일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낮 /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밤 /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새벽
미술대학 입시 컨설턴트 구경희 ㆍ 어린 예술가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실현시키는 일
미술대학 입시 컨설턴트의 낮 / 미술대학 입시 컨설턴트의 밤 / 미술대학 입시 컨설턴트의 새벽
전시 기획자 김영란 ㆍ 제품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시장을 만드는 일
전시 기획자의 낮 / 전시 기획자의 밤 / 전시 기획자의 새벽
투자 상담가 안은경 ㆍ 자산을 모으고 관리하도록 돕는 일
투자 상담가의 낮 / 투자 상담가의 밤 / 투자 상담가의 새벽
인사 담당자 정연 ㆍ 갈등과 보완의 관계를 고민하고 돕는 일
인사 담당자의 낮 / 인사 담당자의 밤 / 인사 담당자의 새벽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하며 살아간다. 당신이 무슨 일을 하거나 하게 되든 그 일에서 당신만의 의미를 찾아내길 바란다. 아무 의미도 없이 어떤 일을 하며 평생을 보내기엔, 이 한 번뿐인 인생이 너무도 아깝다. 이 책이 당신에게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 7쪽 〈프롤로그〉 중에서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줬을 때, 우리 사회의 부정의와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완화했을 때, 그리고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구할 수 있을 때 나는 보좌관이라는 직업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비록 국민들은 국회의원의 이름만 기억할지라도 말이다. 보좌관은 국회의원을 위해 일하지만 보좌관이 느끼는 자부심과 만족감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런 점에서 보좌관은 국회의원을 위해 일하는 직업인 동시에 국민을 위해 일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 40쪽 〈국회의원 보좌관 - 세상을 움직일 수는 없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일〉 중에서
변호사의 일에는 벗겨낼 수 없는 책임감이라는 게 있다. 타인의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순간에 내가 서 있음을 거의 항상 자각하고 있다. 그러면 나는 그 검은 태양이 지고 다음 날 다시 온전한 태양이 뜰 것을 상상하고 기다리며 희망해야 한다. 변호사에게 온 일들은 바로 그 변호사가 희망을 찾지 못하면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일들이다. 언제나 승소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도록 없는 곳에서 희망의 조각이라도 찾아내야 한다.
55쪽 〈변호사 - 사회적인 생명을 찾아내고 지키는 일〉 중에서
물론 변화는 언제나 번거롭고, 불편하고, 이제까지 해왔던 익숙한 방식보다 힘든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간절히 바라는 삶의 가치를 직장인으로서도, 생활인으로서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음에 행복함을 느낀다. 아마 사회복지사라면 ‘행복한 사회복지사가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라는 슬로건을 알 것이다. 사회복지사가 불행하다면 일에도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다. 우리가 관계하는 주민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사회복지사는 행복해야 한다.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87~88쪽 〈사회복지사 - 개인과 사회의 가치를 일치시키는 일〉 중에서
내가 마주하는 아이들의 고통은 내가 보고 있는 것보다 더 크고 깊었다. 아이가 호소하는 불편이 아이를 책임지는 부모와 그보다 더 큰 사회적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때 나는 자주 절망했다. 아이의 불편함이 부모로 인한 것이라 해서 함부로 부모를 탓할 수 없고, 아이의 불편함으로 인해 고단한 부모의 문제도 내가 해결할 수 없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이것밖에 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고 질문했다.
- 98쪽 〈보건교사 -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일〉 중에서
책을 파는 것을 넘어, 책을 읽고 싶게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했다. 나의 해답은 ‘책에 관한 이야기’였다. 손님에게 책값만 받고 마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책을 서점에 입고했는지,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연결해서 읽으면 좋은 책은 무엇이며 이 책에서 꼭 질문해야 하는 내용은 무엇인지 등 책의 안과 밖에 걸쳐 있는 이야기 꼭 한 가지씩은 손님에게 전하려 노력했다.
- 127~128쪽 〈책방지기 - 책을 매개로 이야기와 관계성을 만드는 일〉 중에서
어쩌면 나는 앞으로도 매번 새롭기만 한 질환과 싸우며 배우기를 반복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답보할지라도 극소수 인력의 전문성을 이어나가며 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손이 닿고, 더 오래 쓰이고 싶다. 더 노련한 말 수의사로서 다양한 상황의 말에게 꼭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더 시간이 흘러 회색 머리의 할머니 수의사가 되더라도 여전히 말 옆에서 무엇이라도 해주는 존재로 남고 싶은 게 소박하지 않은 나의 희망이다.
- 151쪽 〈말 수의사 - 말이 좋아 말의 쓰임을 돕는 일〉 중에서
보드게임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을 규정하는 외적인 배경에서 벗어나 일상과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경험은 역설적으로 사회적인 가면과 규범 뒤에 숨겨두고 있던 그 사람 자체를 드러나게 만들고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도록, 공감하도록, 어쩌면 덜 미워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오랜 시간 해온 이 허튼짓에 의미가 있다고 하면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한다.
- 172쪽 〈보드게임 개발자 - 논리적인 재미와 모험을 만들고 즐기는 일〉 중에서
게임 제작이 다른 복잡한 제품을 만드는 일에 비해 무엇이 특별한지 수도 없이 생각해왔다.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하는 작업들은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에 비해 크게 특별하지는 않았다. 게임이 완성되고 신비가 걷히고 나니 그 답이 비로소 선명히 보였다. 게임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 바로 그것이 게임 제작을 특별한 일로 만든다. 그리고 얼마간은 더 내가 그 일의 적임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 193쪽 〈비디오게임 개발자 - 모니터 너머 환상의 놀이동산을 짓는 일〉 중에서
내가 계획서나 보고서에 쓰는 문장 하나로 관련된 모든 사람이 움직이기 때문에 그 책임은 막중하기만 하다. 하루라도 빨리 효과가 좋은 신약이 개발되어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수백 장의 서류를 보고 또 보고, 단어를 고치고 문장을 새로 쓰는 일을 반복한다. 일이 힘들어 지치고 스스로 작아지는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모든 임상시험 종사자들이 그러하듯이 조금이라도 획기적이고 이전보다도 더 과학적인 디자인의 임상시험으로 아픈 사람이 덜 생겼으면 하는 마음, 아픈 사람을 돕고 싶은 ‘착한 마음’을 떠올린다.
- 224~225쪽 〈메디컬라이터 - 건강한 삶이 절실한 사람들을 위해 정확하게 쓰는 일〉 중에서
연구와 개발은 더 나은 것을 만들기 위함이지만, 더 나은 것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은 놀라운 발전 이면의 불완전성을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은 그것이 내놓는 오류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요즘, 나의 업을 스스로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결코 완벽에 다다를 수는 없지만 이전보다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일이라고 말이다.
- 239쪽 〈인공지능 리서치 엔지니어 - 사람에게 필요한 기술과 서비스를 만드는 일〉 중에서
나는 유튜브를 하는 것은 창업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남들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내 만족이 아니라 남의 만족에 집중한다. 그 이유는 유튜브가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며 돈도 많이 버는 모습을 그린다.
- 261쪽 〈유튜브 크리에이터 - 타인이 원하는 것과 관심을 콘텐츠로 만드는 일〉 중에서
나를 계속 지지해주는 힘이 있다. 자부심이다. 어린 예술가들이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나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교육은 길들이는 과정이 아니다. 매가 가지고 있는 야생성 따위는 무시하고 양순한 참새가 되길 기대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특히 예술가로 성장하겠다는 학생들을 길들인다는 생각은 정말 위험한 생각이다. 학생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처럼 거침이 없기를 바란다. 아직은 현실과 타협하지 말고 대범하기를 바란다.
- 291~292쪽 〈미술대학 입시 컨설턴트 - 어린 예술가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실현시키는 일〉 중에서
한 개의 전시회에 만족시켜야 하는 고객이 참가사뿐만 아니라 참관객까지 몇 백 명부터 몇 만 명이 되기도 한다. 전시장 내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도 누군가는 춥다고 하고 누군가는 덥다고 한다. 각자 다른 요구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고 원칙을 가지고 합리적인 논리로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일, 또 적절한 균형을 찾는 일이 녹록하지 않지만 그것 역시 전시 기획에 모두 포함되는 것이며 그것을 해결해냈을 때의 성취감 역시 매우 크다.
- 308쪽 〈전시 기획자 - 제품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시장을 만드는 일〉 중에서
이 고객과의 상담은, 매달 적은 액수의 돈이 긴 시간이라는 터널을 지나오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배우게 되는 경험이었다. 책과 컴퓨터 투자 프로그램으로만 테스트해보던 30년이란 시간을 현실에서 만난 것이었다. 30년의 시간 동안 모든 변수를 뚫고 투자해온 사람을 실제로 만난다는 건 상상했던 것보다 반가운 선물에 가까웠다. ‘나도 이렇게 시간의 힘을 믿고 투자를 해나가도 되겠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333쪽 〈투자 상담가 - 자산을 모으고 관리하도록 돕는 일〉 중에서
인사 담당자는 조직과 구성원, 리더와 구성원, 일과 사람, 성장과 성과,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식과 같은 상충적이고 상보적인 관계의 ‘사이’에서 늘 고민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조직이 처한 상황과 걸어온 역사, 현재의 맥락 안에서 ‘최적의 해(解)’가 달라지는 N차 함수를 풀어가는 역할을 하는 이라고 생각한다. 딱 떨어지는 답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사 담당자의 가치관, 삶에 대한 철학, 사람과 조직에 대한 인식이 다른 직무에 비해 더욱 중요해진다.
360쪽 〈인사 담당자 - 갈등과 보완의 관계를 고민하고 돕는 일〉 중에서
“무슨 일 하세요?”
평범하지만 특별한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진심 어린 성찰과 대답
많은 사람들은 지금 하고 있는 일 중심으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규정한다. 그만큼 우리 삶의 중심은 ‘일’ 또는 ‘업(業)’에 있다. 학교 공부와 청년 시절은 앞으로 하게 될 일과 직업을 준비하는 데 대부분 할애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일 그리고 직업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임하고 있을까. 에세이 모음집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는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신을 존중하고 사회적인 관계에서 바라보는 마음을 담은 책이다.
국회의원 보좌관, 변호사, 사회복지사, 보건교사, 책방지기, 말 수의사, 보드게임 개발자, 비디오게임 개발자, 메디컬라이터, 인공지능 리서치 엔지니어, 유튜브 크리에이터, 미술대학 입시 컨설턴트, 전시 기획자, 투자 상담가, 인사 담당자 등 이 책에 참여한 열다섯 명의 직업인들 면면은 다채로우며 경력도, 일하는 현장이나 일의 성격도 모두 다르다. 다만 그 일이 무엇이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나름대로의 가치를 찾고 있다는 점만은 같다. 수입이나 사회적인 지위 같은 기준이 아닌,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만이 느끼고 알 수 있는 기쁨과 슬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그 일의 의미를 진솔하게 펼쳐 보인 글들을 통해 우리의 하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하는 시간과 마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일에 대해 더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놀고 즐기고 소비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너무 많이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 한 번 사는 인생에서 무엇을 내 평생의 ‘직업’으로 삼아야 할지, 나는 어떤 ‘일’에서 진정으로 가치를 얻을 수 있을지는 그리 많이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직업이나 일은 그냥 돈벌이 도구로 전락했다. 우리 사회에서 돈만이 최고의 가치가 된 이래, 일이 주는 기쁨과 슬픔, 가치와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은 사라지고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열다섯 명의 작가들은 자신의 일과 직업에 대해 글을 쓰고 함께 살펴보고 합평한 후 수정하는 과정을 수개월 동안 거쳐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를 함께 만들었다. 그런 만큼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일하는 사람의 속내와 직업의 이면까지 깊이 있고 정확하게 다룬 글들이다.
또 각각의 직업과 일을 낮, 밤, 새벽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는데, 우선 ‘낮’ 부분에서는 그 직업의 현실적인 면과 고충, 성격, 고민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밤’ 부분에서는 일의 가치와 보람, 꿈과 목표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새벽’ 부분에서는 해당 직업인이 되기 위해서 어떤 자격과 과정이 필요한지, 어떤 사람에게 그 직업을 권하는지, 10년 후에도 그 일을 하고 있을지 또 앞으로의 어떤 변화가 있을지, 그 일을 잘하려면 어떤 능력과 노력이 필요한지 등 사람들이 궁금해야 할 지점들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한다.
사회적인 관계와 돌봄, 공동체의 성장을 꿈꾸며
국회, 정당, 선거 캠프 등에서 20여 년간 일해온 정필 작가는 국회의원 보좌관의 일을 ‘세상을 움직일 수는 없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말한다.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지원하고 사회적인 이슈들을 살펴보기 위해 “수십 장의 질의서를 작성하고 수백 명의 기자들을 상대하며 온라인상에서 수천 명의 국민들을 모니터링”하며 변화를 꿈꾸지만 세상은 쉽게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좌절하는 일이 반복된다. 하지만 그러한 무력감을 이기는 것은 곧 보좌관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직업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 때문일 것이다.
변호사로서의 자신의 일이 대체로 ‘미움받는 일’이라고 고백하는 정지우 작가는, 그럼에도 주관적인 감정이나 이익이 아닌 객관적인 정의에 따라 ‘사회적인 생명을 찾아내고 지키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누군가의 절망적인 상황을 함께 살펴봐주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동행하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통해 정의와 삶과 인간에 대해 배워가는 것이 많다고 설명한다.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거의 대부분의 직업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 삶의 방식도 크게 바꾸어놓았지만 무엇보다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존재 이유와 사회적인 돌봄 서비스의 역할을 고민해볼 숙제도 던졌다. 사회복지사 김재용 작가는 이 시기 복지 사각지대와 공백을 찾아내고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경험을 구체적으로 털어놓는다. 그저 ‘좋은 일’이 아니라 전문성과 책임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곧 개인과 사회의 가치를 일치시키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행복한 사회복지사’를 꿈꾸기 때문이다.
돌봄과 관심이 가장 필요한 곳 중 하나가 학교이기에 보건교사 이명옥 작가는 몸과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치유하고 보살피며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시도를 해나가고 있다. 단지 학생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학교 구성원, 학부모, 지역사회로까지 관심과 실천의 영역을 넓혀 건강과 행복을 관리하는 보건교사라는 정체성을 제시한다.
대학 입시와 관련된 사교육 중에서도 미술대학 입시 컨설턴트의 이야기에 접할 기회는 드물 것이다. ‘어린 예술가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실현시키는 일’에 매료되어 학생들 하나하나에 관심을 두고 대학 합격 그 이상의 더 나은 목표로 안내하려는 구경희 작가의 글을 통해서 교육자로서의 자부심과 예술 교육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길에 대하여
반려동물 가구가 늘어나면서 동물병원 역시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고 현업 수의사 수는 1만 4,000여 명에 이르지만 그중 말 전문 수의사는 약 80명 정도, 거기에 여성 말 수의사는 현재 열 명 남짓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저 ‘말이 좋아 말의 쓰임을 돕는’ 말 수의사의 길을 선택한 김아람 작가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스스로 치료법과 기술을 찾아내야 하는 어려움 그리고 오로지 말을 위해 노련한 수의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독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이라는 업의 본질을 지켜나가려 고군분투하는 2년 차 책방지기 강동훈 작가의 이야기는 다분히 현실적이다. 어쩌면 막연하게 갖고 있는 환상이나 그럴싸해 보이는 비즈니즈 모델로 포장하기보다는 나의 일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어떤 마인드로 노력해야 하는지 그 과정을 함께 고민하게 한다.
고대로부터 그 역사를 찾아볼 수 있는 보드게임 그리고 그 역사는 짧지만 급속도로 성장한 비디오게임 개발자들의 일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두 직업 모두 재미를 기반으로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게임 개발을 글을 쓰거나 책을 만드는 일과 비슷하다고 설명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일하는 보드게임 개발자 정희권 작가는 ‘논리적인 재미와 모험을 만들고 즐기는’ 단순명료한 일의 목적을 지키는 한편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적응하려는 노력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건넨다. 미국에서 비디오게임 개발자로 일하는 지민웅 작가는 ‘모니터 너머 환상의 놀이동산을 짓기’ 위해 지난하고 외롭게 일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의 특별함을 강조한다.
낯설게 느껴질 메디컬라이터라는 직업은, 의료를 뜻하는 메디컬(medical)과 작가를 뜻하는 라이터(writer)를 합친 단어로 보통 MW라는 약자로 칭하며, 주로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필요한 자료를 정리하고 임상시험 계획서와 결과보고서 등을 작성한다. 메디컬라이터 김주화 작가는, ‘건강한 삶이 절실한 사람들을 위해 정확히 쓰는’ 자신의 일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며 작은 실수나 오류가 용납되지 않는 직업적인 사명감과 그에 수반되는 큰 보람을 전해준다.
일과 삶이 서로 닮아가고 함께 나아지는 방법을 고민하며
이제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언급하지 않기가 어려울 정도로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9년 차 인공지능 리서치 엔지니어 선영 작가의 직업 이야기를 통해 인공지능을 연구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함께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선영 작가는 거센 기술 발전의 파도에 휩쓸리기보다는 결국 ‘사람에게 필요한 기술과 서비스를 만드는’ 목적과 본질을 깊이 고찰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야말로 어쩐지 이제는 너무 흔한 직업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도 유튜브 한번 해볼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서산 작가의 이야기가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일과 삶의 구분이 없고 조회수나 댓글에 일희일비하며 반드시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나온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반대로 누구나 할 수 있고 가능성도 무궁무진하기에 ‘타인이 원하는 것과 관심을 콘텐츠로 만드는’ 것에 흥미가 있다면 분명히 몰입해서 즐길 수 있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일을 ‘제품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전시 기획자 김영란 작가의 글 역시 흔히 접하기 어려운 일의 면모를 소개하고 있다. ‘산업 전시’ 기획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려는 기업과 바이어가 만나는 장(場)을 만들어 실제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수백 명에서 수만 명까지 참여하는 하나의 전시를 성사시키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하고 풍성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비즈니스 연출자’의 노력을 전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투자 상담가로 일하는 안은경 작가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황에 따라 투자를 권유하고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의 흐름에 영향 받는 일의 특성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고객들의 사례를 통해 단지 금액과 수치로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의 가치와 장기적인 투자의 중요성을 경험한 이야기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조언이기도 하다.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 때로는 공무원, 때로는 경찰, 때로는 재판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인사 담당자라는 직업은 ‘조직과 구성원, 리더와 구성원, 제도와 현실, 말하지 못하는 시간과 말해야 하는 시간 사이’ 그러니까 갈등과 이해관계 충돌을 첨예하게 느끼게 된다. 20년 이상 인사 업무를 해온 정연 작가는 갈등과 보완의 관계를 고민하고 돕는 자신의 일을 더 잘하기 위해 가치관과 삶에 대한 철학, 사람과 조직에 대한 인식을 더욱 예리하게 벼리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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