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2024년 12월 26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2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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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25527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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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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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을 주제로 작가들만의 필치를 살려 재해석한 점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이 글을 토대로 가사를 짓고 곡을 만들어낸 요아소비의 작업물도 빼놓을 수 없다. ‘NOVELS IN MUSIC’이라는 모토로 〈미스터〉, 〈바다가 이끄는 대로〉, 〈세븐틴〉, 〈좋아해〉까지 곡당 1천만 회가 넘게 재생된 명곡이 탄생했다. 이 프로젝트는 반복되는 짧은 영상에 길들어 독서가 어려운 세대를 위해 기획되어 출간 즉시 아마존 재팬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화제가 되었다.
유령-츠지무라 미즈키
색이 다른 트럼프 카드-미야베 미유키
빛의 씨앗-모리 에토
당신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몰라요. 저는 어차피 기계니까요, 하고. 밤중에 혼자 오두막에서 쉴 때는 가슴에 손을 대고 인간이 기도하는 흉내를 내봤습니다. 내일은 미스터 나루 세의 마음을 좀 더 알 수 있게 해주세요. 그렇게 소원을 빌면 허무함이라고나 해야 할 감정이 회로를 천천히 흐르고 나 자신이 기계라는 사실에 대한 무력감과 소유자에게 더욱 헌신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휩싸이며 기능이 정지됐습니다. _26쪽, 나만의 소유자
미스터 나루세를 돌아봤을 때 옆얼굴이 분노로 가득 찬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명령도 하지 않았는데 제가 멋대로 온도를 조절해 화가 난 줄 알았죠. 하지만 그 눈에는 살짝 빛나는 뭔가가 맺혀 있었습니다. 저는 눈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사고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평소처럼 머릿속이 흐리멍덩해져서 저항하듯 미스터 나루세를 쳐다봤어요. 화내면서 눈물을 글썽거리는 그 의 기분을 파악하고 그 마음에 공감한다면 제가 인간을 이해하게 됐다고 미스터 나루세가 기뻐할지도 모르니까요.
선생님, 안드로이드에게 행복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바로 소유자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지 못하면 존재할 가치가 없는 셈이에요. _43~44쪽, 나만의 소유자
타거나 내리는 사람 없이 전철이 출발하기 직전, 차장이 호루라기를 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뀔 무렵 특유의 투명도 높은 밤공기를 들이마시자 가슴이 뭉클했다.
전철이 출발했다. 나 말고 차량에 있는 사람은 회사원 인지 양복을 입은 남자와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옆에 놓아둔 할머니뿐이었다. 두 사람 모두 꽤 멀리서부터 함께 오는 동안 내게 관심을 보이는 낌새는 전혀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한심해서 뺨에 힘을 주었다. _79쪽, 유령
그토록 단단히 결심했건만 이제 와서 알아차린 자기 자신의 마음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몸이 굳어버렸다. 소녀가 말했다.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그만둬.”
깜빡이지 않는 두 눈이 촛불 너머에서 나를 진지하게 쳐다봤다.
“몹시 고통스러워.”
“하지만, 하지만…….”
목구멍이 떨렸다. 어깨가 뜨거워졌다. _97쪽, 유령
“나 지금 거울세계 식별 관리국에 있어. 아오야마 3번 지에 있는 건물. 중앙 섹터. 나쓰호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이곳 관할이래.”
거기까지 듣고 소이치는 드디어 알아차렸다. 아내의 목소리가 가녀렸던 건 겁먹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일이야?”
묻고 나서 대답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 외동딸의 얼굴이 소이치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열일곱 하고 7개월. 지난 2년쯤 집에서는 웃는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대개 화를 내거나 말없이 퉁명스러운 표정이다. 별 볼 일 없는 발굴 현장 감독관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 ‘매달려서’ 살아가는 방법밖에 모르는 어머니에게 모멸감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한다. _133쪽, 색이 다른 트럼프 카드
판박이같이 똑같은 두 세계에 내포된 시장과 자원에 군침을 흘리는 자본가도, 호기심 왕성한 보도 관계자와 모험가도, 사회가 어떤 상황이든 꼭 필요한 물자와 노하우를 매매하는 암시장의 판매자들도 차원의 균열 양쪽에 수많이 존재한다. 그 결과 ‘롬블렌’ 터에 열몇 군데나 뚫려 있다는 ‘차원 홀’을 이용해 협정 외 차원 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양쪽 세계의 각국 정부와 국제단체도 그 사실을 잘 알기에 ‘식별 관리국’이라는 조직을 만들어서 운용하고 있다. 어떤 인물이 제1거울세계와 제2거울세계 중 어느 세계의 원조인지 판단하기 위한 기관이다. 하지만 소이치가 알기로 이쪽 세계의 일반 시민이 차원 홀을 통해 비밀리에 제2거울세계로 건너가려 하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므로 역시 자신의 분신을 만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나쓰호는 참으로 희귀한 일에 휘말린 셈이다. _141쪽, 색이 다른 트럼프 카드
시이타에게 언제까지고 집착하는 나.
시이타만 보고 시이타의 시선만 신경 쓰는 나.
시이타 말고는 시선을 주지 않아서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를 좁히는 나.
그런 나 자신에게 진절머리가 나서 세 번째로 격침된 후, 그 일을 전환점 삼아 다시 태어나기로 다짐했다. 시이타에게서 벗어나겠다고 히구치에게도 선언하고 넘쳐 나는 정열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여자 배구부에 가입했다. 교실과 SNS에서도 적극적으로 친구를 늘려서 시이타 일색이었던 나날을 다른 색깔로 칠하려 애썼다. 시이타에게 시선을 보내면 벌금 10엔이라는 규칙을 만들어서 잔돈도 제법 모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시이타와 다른 고등학교에 갈 수는 없었다. _203쪽, 빛의 씨앗
영상에 길든 시기, 색다른 시도로 소생하는 텍스트의 힘
소설가와 그룹 요아소비의 협업으로 탄생한 두 번째 소설집.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최정상의 자리에 있는 창작자들이 구축한 세계를 한 권의 책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호화롭기 이를 데 없다. 게다가 이야기를 읽고 난 뒤 이어지는 가사를 곱씹어 보면 창작자의 의도는 물론이고, 주인공들의 마음까지 밀려와 저절로 아련해진다.
만화 〈최애의 아이〉 OST 작업과 2023년, 2024년 내한 공연이 잇달아 흥행하면서 이제 국내에도 상당한 팬덤을 구축한 요아소비는 이번 ‘처음으로’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각기 다른 곳을 향해 펼쳐지는 이야기를 읽고 두근거림을 멈출 수 없었다”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처음 인간을 좋아하게 된 안드로이드 로봇의 관점에서 쓰인 〈나만의 소유자〉는 〈미스터〉의 소재로, 처음 집에서 나와 겪는 하룻밤을 다룬 〈유령〉은 〈바다가 이끄는 대로〉, 처음 용의자가 되어 도망치는 평행세계의 소녀들은 〈색이 다른 트럼프 카드〉를 통해 인기곡 〈세븐틴〉으로 재탄생했다. 시간 여행을 떠나 좋아하는 상대에게 고백하던 순간을 지우고 싶은 소녀의 마음은 〈빛의 씨앗〉과 〈좋아해〉를 통해 확인해보자. 글의 힘이 옅어진 시대에 우리의 감각을 다시금 깨어보고 싶은 섬세한 의도가 그대로 전해져 온다.
작가정보
2001년 발표한 「실루엣」으로 군조신인문학상 우수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리틀 바이 리틀』을 통해 최연소 노마문예신인상 수상자가 되었으며, 같은 작품이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주요 문학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퍼스트 러브』로 제159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2004년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로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2011년 『츠나구』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2012년 『열쇠 없는 꿈을 꾸다』로 제147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2018년 『거울 속 외딴 성』이 서점대상 1위에 뽑히며 대중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은 작가로 거듭났다.
1987년 「우리들 이웃의 범죄」로 올 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마술은 속삭인다』, 『용은 잠들다』를 비롯해 『화차』, 『가모 저택 사건』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독자를 사로잡았다. 『이유』를 발표하며 제120회 나오키상을 수상해 다시 한번 작가로서 저력을 입증했다. 시대물부터 괴담, 미스터리까지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며 이 시대 최고의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일본어를 공부하던 중 일본 미스터리의 깊은 바다에 빠져 전문 번역가의 길에 들어섰다.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는 미쓰다 신조의 『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유키 하루오의 『십계』 『교수상회』, 나가이 사야코의 『고비키초의 복수』, 이가라시 리쓰토의 『법정유희』, 아단 미오의 『라부카를 위한 소나타』, 아시자와 요의 『나쁜 것이 오지 않기를』 『죄의 여백』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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