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 4학년
2024년 12월 23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3월 1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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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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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이 되면
우주 브로콜리는 지구를 정복하지 않아
우리는 둥글게 둥글게
너는 나의 우렁
작가의 말
“박채이, 그거 알아? 육하원칙.”
유겸이 내게 물었다.
육하원칙이면, 여섯 개의 질문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하나가 더 있었는데? 미처 생각해 내기 전에 유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떻게 꺼냈을까?”
그렇군. ‘누가’를 찾기 전에 다른 질문부터 해 보자는 거다. 무엇을? 가방을. 어디서? 화단에서. 도대체 어떻게? 저 아찔한 화단에 들어갔다니, 진짜 간도 큰 5학년이다. 선생님에게 들키면 혼자 혼나고 마는 게 아니라 고학년 전체의 출입이 금지될 수도 있다. 그럼 우리 4학년들만 또 억울해지는 거다……. 어? 뭘 놓친 기분이 들었다.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언제! 내 생각은 순식간에 ‘언제’로 뻗어 나갔다. 왜 이걸 까먹고 있었지? _「사람을 찾습니다」 26~27쪽
어플을 켜자마자 한 일은 바로 ‘사랑 제한 모드’를 해제하는 거였다. 아빠는 나 같은 어린아이에게 사랑은 필요 없는 감정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가끔 아이들의 연애 소식을 접할 때면 아빠는 눈살을 찌푸렸다. 한번은 ‘나도 연애하고 싶다’라고 말했는데 아빠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크면 다 할 수 있는데 뭘 벌써부터 하려고?”
그러고는 사랑 제한 모드를 켜 놓은 거다. 다른 건 다 참을 수 있는데 그것만은 참고 싶지 않았다. 더욱이 하진이가 탈옥을 하고 사랑 모드를 제대로 즐기는 걸 본 이상, 결코 가만있을 수 없다. 툭하면 남친 자랑을 하는 하진이에게 나도 제대로 보여 주고 싶었다. _「4학년이 되면」 58~59쪽
우주 브로콜리가 덩굴을 뻗어 내 오른손을 살포시 잡았다. 간질간질, 보드라운 이파리가 나를 둥그렇게 감쌌다. 내 주위로 넓고 깊은 어둠과 작고 환한 빛 덩어리들이 천천히 흘러갔다. 우……주, 우주다! 어둠은 점점 더 커졌고 빛 덩어리들은 빠르게 멀어져 갔다. 멋지고 아름답지만 어쩐지 쓸쓸했다. 간질간질, 다시 손바닥이 간지럽더니 천천히 우주가 사라졌다. 나는 거실 바닥에 앉아 우주 브로콜리를 마주 보고 있었다.
“세상에, 진짜 우주에 있는 것 같았어! 뭘 어떻게 한 거야?” _「우주 브로콜리는 지구를 정복하지 않아」 93~94쪽
“지금부터 음파 호흡법을 배울 거예요.”
선생님이 다음 수업을 안내했다. 물속에 얼굴을 집어넣고 숨을 쉬는 것이다. 수영의 기본이었다. 호흡쯤이야 내겐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불안해지면서 물속에 있는데도 등줄기로 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너무 오랜만에 수영을 해서 그런가? 나는 물안경을 고쳐 쓰고 숨을 최대한 들이마셨다. 이제 음파를 하면 된다. 그런데…….
‘켁!’
얼굴을 물에 넣자마자 고개를 들었다. 저절로 기침이 쏟아졌다. 이럴 리가 없는데……. 당황스러웠다.
“괜찮아?”
놀란 유민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어. 물안경을 잘못 썼나 봐.”
나는 대충 둘러대며 물안경을 벗어 탈탈 털었다.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가슴은 정신없이 뛰었다. _「우리는 둥글게 둥글게」 134~135쪽
“이것 참 큰일이네. 나는 누구랑 마니토를 한담.”
“나랑 하면 되지.”
등 뒤에서 맑은 소리가 났다. 나는 화들짝 놀라 사물함에서 몸을 뗐다. 그 소리와 비슷했다. 선생님이 우렁각시 이야기를 해 줄 때 들었던 소리. 휘파람을 부는 듯, 유리잔이 울리듯 영롱한 소리. 이번에는 잘못 들은 게 아니다. 내 뒤에 있는 건 사물함과 벽, 그리고 우렁이가 있는 채집통뿐이었다. 나는 우렁이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우렁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바닥에 붙어 있기만 했다. 나는 주위를 살피다 우렁이에게 다가섰다.
“혹시 방금 네가 말한 거니?”
나는 누가 들을까 봐 최대한 작게 속삭였다. 우렁각시 이야기가 퍼뜩 머릿속에서 되살아났다. 우렁각시도 혼잣말에 대답부터 했는데. 눈이 따끔따끔하도록 우렁이를 빤히 들여다봤지만, 우렁이는 그대로였다. 나는 미심쩍게 다시 물었다.
“너 말할 수 있어?” _「너는 나의 우렁」 175~176쪽
반짝이는 호기심과 첫 발짝의 두려움
막 고학년이 된 아이들의 고민을 담다
‘학교’라는 사회에 발을 들인 지 꼭 3년. 이제 어느 정도 학교에 적응한 4학년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바깥으로 눈을 돌린다. 다른 사람의 세계와 만나는 경험을 하기 시작하며 단짝 친구가 생기고, 교우 관계가 넓어지니 자연스럽게 그로 인한 고민도 늘어난다. 그런 4학년을 응원하고 다독이기 위해 김혜진, 이재문, 문이소, 이나영, 채은하 작가가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 다섯 편을 준비했다.
『라이징 4학년』의 주인공들은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넓은 세상으로 한 발짝 내디뎌야 하는 두려움을 품고 있다. 「사람을 찾습니다」의 박채이는 별로 친하지 않은 유겸과 둘이서만 수수께끼 풀이를 하게 된다. 「4학년이 되면」의 강솔은 자신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아빠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고, 「우주 브로콜리는 지구를 정복하지 않아」의 하이랑은 사소한 일로 멀어진 친구 때문에 고민이다. 「우리는 둥글게 둥글게」의 리안이는 어쩐 일인지 잘하던 수영을 할 수 없게 되고, 「너는 나의 우렁」의 여울이는 또다시 따돌림을 당할까 봐 두렵다.
다섯 아이는 이처럼 풀어야 할 자신만의 숙제를 안고 있지만, 결코 혼자는 아니다.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정하게 손을 내밀어 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함께 어려움에 부딪히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4학년 친구들의 여정에 함께하고 싶다면, 『라이징 4학년』을 펼쳐 보자.
오직 ‘천사 학년’을 위해 뭉친
다섯 작가가 선사하는 다채로운 이야기
라이징 4학년은 기획 단계부터 오로지 4학년만을 위한 맞춤 동화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전국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많은 선생님이 “4학년은 호응도가 높고 성실한 ‘천사 학년’.” “본격적으로 단짝이 생기고 친구 관계에 고민이 많아지는 학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 “자신만의 가치 판단 기준이 생긴다.” 같은 답변을 주었고, 이를 통해 4학년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빚어 낼 수 있었다. 여기에 메 작가만의 감성을 담은 발랄한 그림으로 ‘천사’ 같은 4학년만의 매력을 한껏 살렸다.
김혜진 작가의 「사람을 찾습니다」에서는 『레벨 업 5학년』에도 등장한 친구들의 4학년 때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박채이는 서한결에게서 동생 한빛이의 잃어버린 가방을 찾아 준 사람을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런데 하필 함께 수수께끼를 풀게 된 친구가 왠지 어색한 사이인 유겸이다. 별로 친하지 않은 아이와 단 둘이 ‘범인’을 찾아야 한다니, 채이는 어쩐지 걱정이 되지만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유겸이 어떤 아이인지 알아 간다.
이재문 작가의 「4학년이 되면」은 몸에 인공 뇌를 이식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인공 뇌는 무척 편리하지만, 강솔은 ‘키즈록’ 모드 때문에 불편하기만 하다. 그런 솔에게 한 가지 희망은 바로 해킹 어플. 솔이는 첫 업데이트 때 해킹 어플을 깐 뒤 ‘사랑 제한 모드’를 해제하고 첫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솔이 몰랐던 게 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솔이는 첫사랑을 겪으며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법을 배우게 된다.
문이소 작가의 작품 「우주 브로콜리는 지구를 정복하지 않아」의 하이랑은 사소한 일로 단짝인 영혜와 멀어지게 되었다. 이랑은 문제의 원인을 알고 있지만 영혜와의 의견 차를 좁히기가 어렵다. 그런 이랑 앞에 제멋대로인 외계 생명체, ‘콜리’가 나타난다. 콜리 때문에 영혜, 준수와 한바탕 소동을 겪으며 이랑은 깨닫게 된다. 우리는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이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친구가 되는 첫 걸음이라는 사실을.
이나영 작가의 「우리는 둥글게 둥글게」에서는 생존 수영 수업 시간을 엿볼 수 있다. 수영을 무척 잘하는 리안은 어쩐 일인지 수영 수업이 내키지 않는다. 물에 들어가도 수영을 할 수 없어서 마음이 자꾸만 쪼그라드는 데다, 자신을 칭찬하고 응원하는 친구 유민이마저 자꾸만 거슬린다. 리안은 왜 수영을 할 수 없는 걸까? 두려움을 극복하고 친구의 손을 잡는 리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채은하 작가의 「너는 나의 우렁」은 우렁이와의 우정을 그린 판타지 동화다. 지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던 기억 때문에 괴로운 여울이는 친구 관계가 조심스럽기만 하다. 마니토 게임이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이마저도 자기 이름을 뽑는 바람에 쓸쓸하다. 그런 여울이에게 아무도 모르는 아주 특별한 마니토가 나타난다. 과연 여울이는 상처받은 마음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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