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리더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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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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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모식 템킨은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전 세계의 미래 지도자들을 가르치며 리더십에 관한 핵심적이고 보편적인 질문들을 탐구해왔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20세기 여성참정권 운동가, 프랑스 레지스탕스,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서 킹과 맬컴 X, 로버트 맥나마라, 마거릿 대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리더들이 시대적 소명에 부응한 방식과 그 파급력을 살피면서, 리더가 처한 구체적인 맥락을 알아야만 그 사람의 태도와 행동, 판단과 결단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음을 일깨운다.
《다시, 리더란 무엇인가》는 모식 템킨의 하버드 케네디스쿨 강의 ‘역사 속 리더들과 리더십’을 기반으로 쓴 책이다. 암울하고 절망적인 시절에 투사처럼 정면으로 맞서고 반란자처럼 낡은 시스템을 뒤엎고 성자처럼 공공선에 헌신했던 리더들의 이야기는 진정한 리더란 무엇이며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것인지 교훈을 건넨다.
1장 [리더십] 리더가 시대를 만드는가, 시대가 리더를 만드는가
마키아벨리의 군주가 마르크스식 역사의 강물을 만날 때
2장 [공황] 누가 위기에 정면으로 맞설 것인가
대공황의 영웅과 역적,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허버트 후버
3장 [개혁] 목표를 위해 협상할 것인가, 투쟁할 것인가
여성참정권 운동의 쌍두마차, 캐리 채프먼 캣과 앨리스 폴
4장 [폭정] 부당한 권력 앞에 신념을 지킬 수 있는가
어둠 속에서 불꽃을 지킨 자들, 레지스탕스와 미라발 자매
5장 [체제] 죽음의 기계를 막아설 의지가 있는가
제2차 세계대전을 부른 보이지 않는 손
6장 [오판] 권력자의 실수는 어떻게 실패가 되는가
베트남전쟁의 일그러진 얼굴들, 린든 존슨과 로버트 맥나마라
7장 [대적] 무엇을 적으로 규정하고 싸울 것인가
해방의 동상이몽, 마하트마 간디와 B. R. 암베드카르
8장 [유산] 리더의 이상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확신과 원칙의 리더십, 마거릿 대처, 마틴 루서 킹, 맬컴 X
에필로그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
감사의 말
주
찾아보기
다윗왕부터 20세기 여성참정권론자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맬컴 X, 마거릿 대처, 마하트마 간디, 펠라 쿠티까지. 우리는 리더들이 당대의 제약 안에서 혹은 그 제약들에 맞서 어떻게 체제를 운영해갔는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틀에 갇힌 의사 결정이 어떻게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 결과로 이어지는지도 함께 지켜보았다. 수강생 중에는 각각의 사건을 자기 일처럼 공감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 이들은 자신이 역사의 일부라는 것, 세상은 역사를 통해 만들어져간다는 것, 현재의 사건들 속에서 과거 사건들의 잔향이 되울린다는 것, 역사 속 한 인물로서 자신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미래를 만들어갈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 수업을 통해 깨달았다.
-15~16쪽, 〈프롤로그 | 과거의 리더에게 미래의 리더가 묻다〉
후버는 정치인으로서 번듯하고 품위도 있었으나, 대공황이 한창이던 그의 임기 시절을 떠올리면 경고 징후들은 분명 있었다. 우선 후버는 대중 앞에서 차가운 사람처럼 보였다. 대중과의 피상적 접촉도, 다른 정치인과의 교류도 절대 좋아하는 법이 없었다. 연설할 때도 무표정한 얼굴로 거의 웃는 법이 없었다. (……) 무엇보다도 최악은, 다들 어마어마한 고통을 느끼고 사회 자체가 푹 꺼져 사라질 것만 같던 그때 후버는 사람들의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다. 그는 딱할 만큼 공감을 표하는 능력이 없었고, 그런 척 위장하지도 못했다.
-58쪽, 〈2장 공황-누가 위기에 정면으로 맞설 것인가〉
루스벨트는 파시즘이 유럽을 휩쓸고 러시아의 볼셰비키 당원들이 배후에 도사리고 있던 모습을 실시간으로 봤던 만큼 이 역학을 너무도 잘 알았다. 1938년 4월의 노변정담에서 루스벨트는 이렇게 말했다. “민주주의가 자취를 감춘 위대한 나라들도 이제는 몇몇 있습니다. 그 나라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실직과 불안정, 아이들이 배를 곯는데도 리더십 없이 갈팡질팡 헤매며 무력한 정부 탓에 그저 손 놓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 진력이 났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결국엔 절망감 속에서 뭐라도 먹을 걸 손에 쥐길 바라며 자유를 희생하기로 선택한 겁니다.”
-94~95쪽, 〈2장 공황-누가 위기에 정면으로 맞설 것인가〉
그렇다면 둘 중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일까? 어느 쪽이 더 가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맞닥뜨린 게 여성참정권론자들이 처음은 아니었고, 그들 이후에도 이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여성참정권 투쟁이 리더십과 관련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성공(혹은 실패)에 이르는 길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며, 힘이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을 이끌 때 어떤 투쟁 방식을 선택할지는 사람들이 대의를 위해 어떤 식으로 싸우고 싶어 하는가에 좌우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 승리를 위해, 여성참정권론자들은 대의에 헌신하는 투사여야 했고, 그들에게 정치적 힘과 대의권을 주지 않으려 하는 사회질서에 결연하게 맞서는 반란자여야 했으며, 자기 희생이 요구될 때에는 도통 물러설 줄 모르는 성자가 돼야 했다. 이 셋이 결합할 때 그걸 막을 수 있는 것이 없음은 역사가 증명한다.
-143~144쪽, 〈3장 개혁-목표를 위해 협상할 것인가, 투쟁할 것인가〉
발라게르를 통해 알게 되는 슬프고도 냉혹한 아이러니는, 그가 독재 종식의 주된 수혜자이긴 하지만 만일 당시에 모든 이가 그처럼 행동했다면 트루히요의 독재는 결코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 비시 정권에서 일어난 프랑스 저항운동 사례와 마찬가지로 미라발 자매를 비롯한 도미니카공화국의 저항운동가들 손에 트루히요 정권이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일이 어딘가에서는,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서든 반드시 시작돼야 한다는 걸 알았다. 누군가가 그 일을 맡아주기를 모두가 마냥 기다리기만 하면 결과적으로 나설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는 것도. 저항운동의 핵심은 때로 무척 단순하다. 그저 행동으로 저항하는 것.
-194~195쪽, 〈4장 폭정-부당한 권력 앞에 신념을 지킬 수 있는가〉
맥나마라는 재능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났지만, 공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잘못된 (세간에는 아주 흔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가 세계에 대해 가졌던 믿음과는 정반대로, 훌륭한 공직자란 권력자에게 봉사하거나 권력자의 변덕에 쉽게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다. 훌륭한 공직자는 언제나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다. 훌륭한 공직자는 그 자신이 세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지 않는다. 공직자는 그게 국민을 위하는 길일 때만 영향력을 행사하며, 그러지 않을 바엔 공직자의 힘은 아무 가치가 없다. 이것이 바로 공직자가 훌륭한 리더가 되는 길이다. 진정으로 공직에 임하는 것이 곧 리더십이다. 훌륭한 리더십이란 곧 제대로 공직을 수행하는 것이다.
-302쪽, 〈6장 오판-권력자의 실수는 어떻게 실패가 되는가〉
카스트제도를 둘러싼 논쟁을 들여다보면 간디와 암베드카르가 반식민주의 맥락에서 어떤 식의 정쟁을 벌였는지를 넘어서서, 리더들은 어떻게 적을 찾아내는가에 관한 질문이 고개를 든다. 우리가 간디를 그렇게까지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이유는 간디 하면 비폭력, 채식주의, 겸손이 떠오를 만큼 그의 이미지가 너무도 생생하고 강력하게 와닿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그가 역사에서 중요한 리더로 자리매김한 건 지극히 벅찬 것들을 적으로 삼아 싸움을 벌인 데 있다. 간디는 영제국 및 식민주의뿐만 아니라 인도 내부의 분열, 충돌, 위계와도 치열하게 싸움을 벌였다.
-364쪽, 〈7장 대적-무엇을 적으로 규정하고 싸울 것인가〉
지금도 변화에 대한 요구가 일 때면 늘 나오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거나 미래가 두려운 젊은이들은 참을성 있게 기다리면서 기성세대가 계속 권력의 고삐를 쥐게 해야 한다는 고전적인 옹색한 주장에 대해서 킹은 이렇게 썼다. “역사는 특권을 가진 자들이 좀처럼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법이 없다는 사실을 담은 길고 비극적인 이야기다.” 이 말들은 사회의 맨 꼭대기에 앉아 있는 자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들은 자기들 밑에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기다려라’, 시위에서는 ‘예의’를 지켜라, ‘범법 행위를 하지 말라’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각종 제도와 체제를 떠받들며 사람들에게 더 밝은 미래가 찾아올 것이라고 끝없이 (거짓으로) 약속하고 있었다. 킹에게는 그것이야말로 “너무 오래 미뤄지는 정의는 부정되는 정의다”라는 금언의 실제 모습으로 보였다.
-417쪽, 〈8장 유산-리더의 이상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 하버드 케네디스쿨 역사학 교수 모식 템킨의 역작
◆ 프레드리크 로예발, 래너 미터, 엘런 피츠패트릭… 세계적 석학들의 찬사
분열하는 세상, 추락하는 경제, 후퇴하는 민주주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리더를 찾아야 하는가
투사처럼 반란자처럼 성자처럼 시대의 제약에 맞선
역사 속 리더들에게 리더의 자격과 조건을 묻다
역사에 길이 남을 어려운 시절이다. 공고해 보였던 민주주의의 기틀이 무참히 흔들리고 사회는 갈등과 혐오, 분열로 나날이 점철되어간다. 세계를 덮친 장기 불황과 끝나지 않는 전쟁은 불안과 공포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전례 없는 리더십 공백 사태까지 맞은 지금, 우리는 되물을 수밖에 없다. 국민을 위한 리더는 어떠해야 하는가. 지금 우리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리더십은 어떤 것인가. 그런 리더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하버드 케네디스쿨 역사학 교수 모식 템킨은 그 실마리를 역사 속 리더들과 결단에서 찾는다. 경제 효과가 미비한 뉴딜 정책을 편법을 쓰면서까지 사수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라파엘 트루히요의 서슬 퍼런 폭정 앞에 결연히 반기를 든 미라발 자매, 민간인 대량 살상의 결과를 예상하고도 공격을 감행했던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의 설계자들. 이 책에서 다룬 리더들은 좁게는 대통령, 총리, 정부 요인 같은 제도권의 권력자와 넓게는 사회개혁, 저항운동, 반식민지운동을 이끈 재야의 지도자까지 아우른다.
역사가 부여한 제약 앞에서 투사처럼 싸우고 반란자처럼 도전하고 성자처럼 헌신했던 리더들의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명료하다. 리더가 성공(또는 실패)에 이르는 길이 하나가 아닌 여럿이고, 상황에 따라 같은 선택도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권력과 공공의 이익은 모순되지 않으며, 공공의 이익을 걸고 싸움을 벌이는 것이야말로 리더가 지닌 가장 강력한 권한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피상적인 공식이나 지침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 속에서 리더의 결단과 리더십의 본질을 심층 탐구하는 이 책은 리더에게나 리더를 선별해야 하는 사람에게나 귀중한 지혜의 보고가 되어줄 것이다.
10년 연속 하버드 케네디스쿨 명강의
결국, 선택도 책임도 리더의 몫이다
최선의 결단을 만드는 리더십 사고실험
90여 년의 전통을 지닌 하버드 케네디스쿨은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전 총리,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등을 배출한 최고의 공공정책대학원으로 손꼽힌다. 전 세계 미래 지도자들의 산실 같은 이곳에서 모식 템킨은 ‘역사 속 리더들과 리더십’을 강의하며 10년 동안 수천 명의 수강생들과 만났다. 이 강좌는 한마디로 리더를 위한 ‘사고실험’이었다. 템킨 교수는 소설과 연설, 영화, 음악, 사진 등 방대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역사 속 리더들이 처한 절체절명의 상황과 고뇌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수강생들은, 장피에르 멜빌의 영화 〈그림자 군단〉을 보면서 나치 점령기에 프랑스 소시민들이 얼마나 냉엄한 선택의 기로에 섰는지를 떠올렸고, 1941년 말 진주만공격 직전 히로히토 천황과 일본 고위 관료들의 어전 회의록을 읽으면서 제국의 뒤틀린 인식이 어떻게 합리적인 논의와 절차를 무력하게 만드는지 이해했다.
템킨 교수의 강의 ‘역사 속 리더들과 리더십’을 발전시킨 이 책은 더욱 풍성해진 사고실험과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오늘날 리더들이 더 나은 선택, 최선의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와 더불어 리더가 마주할 만한 다양한 위기 상황을 공황, 개혁, 폭정, 체제, 오판, 대적, 오판 등으로 분류하여 보다 구체적인 교훈을 건넨다.
경제가 무너지면 루스벨트 같은 ‘해결사’가 부상한다
난세의 민심을 정확히 짚어내는 신(新) 군주론
극심한 경제난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리더의 정치적 이념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중요한 것은 누가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가다. 저자는 대공황 시절 미국을 이끈 두 대통령에 주목한다. 한 명은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4선에 성공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다른 한 명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꼽히는 허버트 후버다.
전통적 보수주의자였던 허버트 후버는 대공황이 닥쳤을 때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인지하거나 인정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그저 원칙을 내세우며 재정 건전성을 지키고자 정부 지출을 대폭 줄이고, 굶주린 참전용사들의 시위에 무력 진압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후버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루스벨트는 그와 정반대였다. 루스벨트는 취임 100일 만에 뉴딜을 비롯한 76건의 법안을 통과시킬 만큼 엄청난 추진력을 발휘했다. 그의 관심사는 이데올로기적 신념이 아니라 실질적인 삶의 개선에 있었고, 이를 위해 초고소득층에게 최대 75%의 세금을 부과하는 부유세를 도입하는 등 급진적인 행보를 보였다. 사람들은 “저 모퉁이만 돌면 번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후버의 말은 한없이 차갑고 무심하다 생각했지만, “우리가 두려워할 건 두려움 그 자체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라는 루스벨트의 말에는 감격 어린 눈물과 환호성을 보냈다.
저자는 리더로서 후버와 루스벨트의 성패를 가른 가장 결정적인 차이를 이러한 위기 대응 방식과 공감 능력에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적 어려움과 절망감에 시달리는 민심 앞에 얼마나 진정성 있게 화답할지, 이들의 생계에 얼마나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시행할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리더의 이상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우리는 어떤 사명을 지닌 리더를 선출할 것인가
짐승은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그리고 리더는 유산을 남긴다. 어떤 사람이 리더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문제가 아니다. 리더의 이상, 소명, 세계관은 한 사회, 때로는 한 시대의 향방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전 총리였던 마거릿 대처는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만큼이나 대처주의(Thatcherism)로 유명하다. 대처주의는 정치적 노선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세계관에 가깝다. 대처는 ‘사회 같은 것’은 없으며 오직 개인과 가족만 존재한다고 여겼다. 대처와 그 행적에 대한 평가는 양극단으로 갈리지만 그녀의 유산이 지금의 세상을 지배하는 담론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한마디로 대처는 개인의 시대, 경쟁을 인간의 본성이자 동기부여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한편, 이렇다 할 대의나 사명감 없이 리더의 자리에 오른 로버트 맥나마라 같은 사람도 있다. 젊은 시절 시스템 분석(systems analysis)이라는 분야를 창안했을 만큼 그는 똑똑하고 합리적인 인재였다. 그가 존슨 행정부의 국방부 장관으로 있을 때 베트남전 확전을 둘러싼 내각 회의가 열렸다. 맥나마라는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는 자신의 장기인 데이터를 앞세워 확전을 밀어붙였다. 머지않아 그 데이터가 틀렸음을 깨닫고도 그는 정권 유지와 명성을 지키고자 임기 내내 전황이 순조롭다는 거짓을 일삼았다. 그렇게 권력을 위한 권력을 좇은 대가는 참혹했다. 베트남전쟁으로 5만 8000명의 미군과 300만 명 이상의 베트남인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 책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역사 속 리더들의 유산을 면밀하게 탐구한다. 이들 중에는 자유나 민족 해방처럼 공공을 위한 대의를 품고 분투한 사람도 있던 반면, 단순히 자신의 영달이나 출세, 권력을 위해 중요한 결정을 내린 사람도 있다. 이들이 남긴 유산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판가름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각자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려면 어떠한 사명을 가진 리더가 필요한지 분별하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다.
작가정보
Moshik Temkin
칭화대학교 슈워츠먼칼리지의 리더십 및 역사학 초빙 석좌교수이자 하버드 케네디스쿨 벨퍼과학및국제관계센터 겸임교수다.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역사학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고, 컬럼비아대학교와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가르쳤다.
2009년부터 하버드 케네디스쿨 부교수로 있으면서 공공정책학과 역사학을 결합한 여러 강의를 이끌어왔으며, 그중 ‘역사 속 리더들과 리더십(Leaders and Leadership in History)’은 지난 10여 년간 누적 수강생 수가 수천 명에 이를 만큼 높은 명성을 얻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6년 연속 하버드 케네디스쿨 학장교수상(Dean’s Teaching Award)을 받았다. 그 밖에 한국, 인도, 스페인, 멕시코, 프랑스,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사코반제티 사건(The Sacco-Vanzetti Affair)》이 있으며, 이 책으로 컨딜역사상(Cundill History Prize) 최종 후보에 올랐다.
서강대학교에서 역사와 철학을 전공했다. 주로 인문 및 교양 분야의 도서를 맡아 번역을 진행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바른 마음》, 《문명 이야기 1, 4》(공역), 《더 타임스 세계사》(공역), 《나쁜 교육》, 《클라이브 폰팅의 세계사 1》,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 《유럽: 하나의 역사》, 《폭염 살인》, 《운동하는 사피엔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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