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이라는 말

안애정 지음

시산맥사 2024년 12월 0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안애정의 시는 어떤 여백 위에서 그려진다. 여백은 비어 있음이지만 어쩐지 ‘텅 비어 있음’이라든지, 혹은 ‘길을 가다 멈춤’이라든지, ‘무심결에 돌아봄’이라는 의미로 번져가는 듯하다. 비가 내리는 순간도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며 반응하는 순간도 그의 시에서는 소리가 나기 이전과 이후의 비어 있는 시간 혹은 물방울이 닿기 이전과 이후의 비어 있는 공간의 발견으로 점묘하고 있다. 삶은 무엇인가, 가득 차 있으면서도 비어 있고 모두인 듯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듯하고 의미 있는 듯하지만, 부질없는 일들로 이어져 왔다는 시각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사물과 일상의 일들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흔히 마음을 비운다는 것, 과도한 집착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반드시 출가인들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시를 쓰는 일도 결국은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는 일일 테고 모든 사라져가는 것들을 다시 바라보는 것이고 일상의 텅 빈 지점을 찾아서 스스로 위로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다. 안애정의 두 번째 시집에서는 ‘무심’하고자 하지만 그 무념이 만들어내는 무게감조차 지우려는 내면의 고투가 조용히 이루어지고 있다. 작은 물방울 하나가 적지 않은 물결을 일으키듯이 그가 던지는 언어의 파문(波紋) 역시 만만치 않다.
_ 한원균(문학평론가)

안애정 시인은 어떤 환경에 처해도 평정을 유지하는 항심(恒心)이 굳건한 작가다. 그는 몇 년째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어머니를 섬기는 딸로서의 자리와. 아내의 자리, 삼 남매 어미의 자리는 매우 견고하다. 견고하게 정체된 일상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시어(詩語)를 저글링하는 행위이다. 손에 든 시어의 공을 돌릴 때만이 존재감을 느낀다. 공을 돌리면서 철새들 이름을 찾아내고, 비의 종류와 바람의 종류 수십 개를 찾아 그들과 말을 섞으며 한글의 아름다움에 반한다. 이제 그는 노모를 위한 원적외선치료기와 공기압력마사지기가 놓인 공간의 무료함에 지배당하지 않는다. 기억 저편에 내재된 추억을 소환하고, 직시하는 사물들이 시상을 물어다 주면 저글링 속도에 탄력이 붙는다. 하여 안애정 시에는 잉여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 시적정서와 그가 지닌 고유한 언어가 건강하게 빛난다. 삶이 지친 이들이 시집 『그냥이란 말』에 안겨 거친 호흡을 가다듬고 비와 바람과 철새들 이름 하나하나를 호명하며 ‘쉼’을 누릴 수 있었으면 더 바랄 바 없겠다. 아울러 시인의 건강한 정진을 빈다.
_ 김애자(수필가)

작가정보

저자(글) 안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