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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 지음
서교책방

2024년 12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1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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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9.05MB)
ISBN 979119894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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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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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일흔에 시작한 번역일이 책으로 200권이 넘는다. 그 사이 몇 권의 에세이도 썼다. 인생에 큰 위로가 되어주었던 철학자 쇼펜하우어와 니체 책들을 엮어 편역한 책은 1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사람들은 구십 살이 되어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그를 노재(老才)의 시대를 연 문인이라 칭한다. 한 줄의 글이라도 더 쓰기 위해 매일 땅콩버터를 녹인 커피를 마시고 아흔다섯까지 쓸 글을 계획해놓았다는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고고한 문인처럼 보이는 그이지만,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함께한 백 살에 가까운 삶이 평탄하기만 할 리 없었다.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변화하는 세상과 타협하며 가장의 무게를 견뎌야 했다. 퇴직 후에는 퇴직금과 주택을 담보로 한 투자에 실패해서 살 곳까지 잃었다. 그 끝자락에서 포기하지 않고 글쓰기를 시작해 건져 올린 것이 지금의 삶이고 희망이었다. 그의 삶을 담은 이야기가 때로는 어둡고 암울하지만 끝내는 ‘긍정’과 ‘사랑’으로 귀결되는 이유다.

작가는 나이가 드니 좋은 점으로 솔직해져도 부끄럼을 타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보니 가감 없이 풀어낸 그의 고민과 생각에서 우리네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나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영원할 것처럼 사는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삶은 다를 수밖에 없다.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나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이 글에 어떤 가르침도 담아내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저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뼈저리게 깨달은 것, 이제야 알게 된 것, 그리고 ‘오늘’을 사는 즐거움을 담았다. 이 책을 집어 든다면 ‘나이 든 사람의 글이라는 게 뻔하지’라는 편견은 이제 내려두게 될 것이다. 이 책에는 누구보다 충실히 ‘오늘을 살아가는 고민’과 ‘삶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프롤로그
오래된 육신의 낡은 생각들을 정리하며

1장. 삶의 끝이 오니 보이는 것들
모든 것을 잃은 후에야 다시 꿈을 꾸게 되었다
살아 있어도 되는 이유
나이가 들어서도 인생은 두려움의 연속이다
내 목숨에 남겨진 최후의 자신감
오직 시간만이 내 편이 되어주었다
쓸모 있는 사람을 주변에 두려면 내가 먼저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2장. 흔들리고, 방황하고, 실패할지라도
나는 쇼펜하우어를 포기할 수 없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지치지 않는다는 거짓말
너는 왜 그곳에서 내게 말을 걸어오나
극이 끝날 때까지 가면을 벗지 아니하리라
모두가 포기하라는 시점에 전력을 다하는 힘
인생의 순간들을 고귀하게 만들어주는 것들
“아들아, 너는 나보다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3장.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풍파와 고비를 버텨낸 사랑만이 결혼생활을 유지시킬 수 있다
“할 수 있다.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된다. 버텨보자”
최악의 악몽은 더 이상 꿈꾸지 않는 나를 발견했을 때였다
타인을 용서하는 것, 다름을 포용해주는 것
세월은 여전히 흐르고 사람은 여전히 그립다

4장. 쇼펜하우어처럼 살다가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
여든 살 소년의 표류기
부모는 나약하고 위태로운 존재다
나는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
아프리카 노인들은 나이 듦에 대한 보상을 부끄럽게 여겼다
“누구도 너의 생애에 너 이상의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게 하라”
수십 년을 투덕거리며 살아온 부부의 지혜

5장. 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은 열린다
오늘 실패했기에 내일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다
나는 너무 많은 불안에 시달렸다
죽음이 좋은 까닭은 바깥으로 돌아간 시선을 내 안으로 돌려준다는 점이다
호상에도 자격이 있다면
망한 이야기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으면 나는 아주 기고만장한 얼굴이 된다
바닥까지 떨어지고 나서야 내가 용감한 사람임을 깨달았다
마지막 소원

에필로그
세상과의 마지막 작별 모습

삶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다. 누구의 삶이든 어느 위인보다 거창하고, 그 어느 유명인만큼이나 잠재력을 타고났다. 꿈을 잃고 살아온 나는 모든 것을 상실한 일흔 살이 넘어서야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내 손으로 쌓아 올린 재산과 명예와 사회인으로서의 자격마저 상실했을 때, 그런 내 곁에 남아 있었던 것은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꿈, 그것 하나였다. 어리석게도 나는 모든 것을 잃은 후에야 다시 꿈을 꾸게 되었다.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스무 살 시절로부터 반백 년의 세월이 더 흐른 뒤였다. p.21

열 권이 넘는 책을 쓰는 동안 ‘퇴짜’ 맞은 원고들이 상당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쉬움이 남는 원고는 쇼펜하우어의 일생을 다룬 것이었다.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일찌감치 죽어버리는 편이 낫다.’라던 쇼펜하우어의 막무가내식 부정론이 내 눈에는 마냥 철없는 어리광으로 비치지 않았던 이유를 모르겠다. 인생은 그 자체로 비극이라는 쇼펜하우어의 글에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제대로 살아남고 싶다는 한 인간의 갈망이 내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세상의 뻔하디뻔한 통속적 시선들에 부딪혀 몸부림치는 쇼펜하우어의 고뇌가 새삼 절절하게 느껴져서, 삶의 비극을 저주하는 그의 입술이야말로 가증 섞이지 않은 진실한 생명에의 경의라고 멋대로 판단하게 되었다. p.67

그리하여 나는 새벽에 일어나 땅콩버터 한 숟갈을 뜨거운 블랙커피에 녹여낸다. 벌써 이십 년 가까이 이어져온 나만의 반복적인 일상, 글쓰기에 앞서 벌이는 의식이다. 그깟 버터에 들어간 땅콩 몇 알이 뭐라고, 부디 내 머릿속 늙은 세포에 힘과 용기를 북돋워주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스탠드를 켠다. 엉성하게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는 짓은 하지 않는다. 이 순간만큼은 나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손이 따라가지 못하는 뇌리는 불행하다. 나는 손에 쥔 세월이 삼십 년은 족히 넘은 파카 만년필에 사르트르가 생전에 사랑했다는 소문만 듣고 반해버린 블루블랙 잉크를 채워 흰 여백에 누군가에게 읽히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글자들을 하나씩 늘려나간다. p.79

나는 ‘미완성’이라는 낱말을 지나칠 정도로 좋아한다. 게으르고 치졸하여 매사를 매듭짓지 못한 변명으로 ‘미완의 아름다움’을 들먹이는 추임도 없지 않아 있으나, 완성되지 못하여 아직 포기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체험들이 황홀해서 못 견디겠다. 그래서 미완성의 작품, 미완성의 인생을 떠올릴 때마다 한없는 자유로움과 자신감을 쟁취한다. p.107

내가 죽은 후 화장터 가마에서 한 줌 뼛가루로 회귀한 아버지를 품에 안고 외로이 호국원 언덕길을 오르며 난생처음 죽음과 마주하게 될 아들에게 아비로서의 가르침은 단 하나, 누구도 너의 생애에 너를 대신해 변명과 이유를 부연하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누구도 너의 생애에 너 이상의 영향력과 지시를 내리지 못하도록 당당하게 살아가라. 아무도 돌아봐주지 않는 너의 세계가 비록 누추하고 보잘것없어 너 자신 말고는 그 누구에게도 내보여줄 수 없을 만큼 비참하더라도 책임과 연유를 너 자신 외에서는 찾지 말기를…….
이 가르침이 비록 아들의 귀에는 무능력하고 무책임했던 아비로서의 기억을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늙은 남자의 씁쓸한 자책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반드시 기억해주기를 나는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p.204~205

삶이란 관점이다. 관점이 삶을 따라가진 않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바라보는가. 왜 그곳을 바라보는가. 나는 지금 나의 실패를 돌아보고 있다. 정확히는 세상의 잣대로 그어봤을 때 명확히 실패의 안쪽에 있는 나의 지나간 시간을 바라보고 있다. 그 실패를 고백하고 있다. 내가 실패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실패하지 않았다면 나는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고백할 기회를 영원히 얻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실패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떻게 망했냐고 자꾸만 묻는다. 그 나이 먹고 그런 일을 겪었는데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 있을 수 있냐고 묻는다. 나는 실패한 이야기를 써서 빚을 갚았고, 작게나마 이름을 알렸고, 얼굴을 알지 못하는 독자들로부터 위로가 되었다며 감사인사를 전해 들었다. p.256~257

★★★ 쇼펜하우어, 니체 열풍의 주역!
★★★ 200여 권을 번역한 문장의 달인!

“끝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언제나 끝이 아니었다.”
‘90세 현역 작가, 김욱의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인생 고찰

나는 내 인생과 꿈을 사랑한다.
그런 내 모습이 사랑스럽다.
나는 이런 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생물이다.
나마저 나를 미워하면 그땐 정말 모든 게 끝난다는 걸,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걸, 뼈저리게 배웠다.
-저자의 말

소설가를 꿈꾸던 소년은 어느새 아흔의 노인이 되었다. 그사이 남들처럼 직장에서 일도 해봤고, 집도 가져봤고, 전 재산을 잃어도 봤다. 가난을 대물림하기 싫어 자식도 낳지 않으려 했는데 어디 세상일이 뜻대로 되는가. 나이 쉰에 아들도 얻었다. 담담하게 자신의 지나온 삶을 반추하는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과연 그가 백 살에 가까운 ‘노인’이 맞는가 싶다. 그의 고민과 생각이 요즘 우리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그가 읽고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톨스토이, 쇼펜하우어, 디자이 오사무의 글들은 작금에도 많이 읽히는 책이다. 아흔 노인의 글이 지금에도 낡지 않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일 것이다.

김욱 작가는 흔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임이 확실하다. 남들은 손에서 일을 놓는 일흔에 번역자로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잘나가는 중앙지 기자에서 한 번의 투자 실패로 남의 집 제사를 지내주는 묘지기로 추락했을 때, 저자는 남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 사람들은 이제 ‘끝’이라고 그를 ‘실패한 인생’이라고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저자는 하늘을 날지는 못해도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펭귄처럼 자신의 새로운 하늘로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스스로 출판사 문을 두드려 번역일을 찾고,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약간의 거리를 둔다〉 등 지금까지 200여 권이 넘는 책을 번역하는 동시에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니체 아포리즘: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등의 책을 썼다. 일흔에 맞이한 시련을 그동안 돌아보지 않았던 ‘글을 쓰겠다’는 꿈을 찾는 기회로 삼았다. 과연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잘 살았다’라는 평가는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다

남다른 행보를 보인 저자의 곁에는 언제나 문학과 철학이 있었다. 저자가 ‘인생은 그 자체로 비극이라는 쇼펜하우어의 글에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제대로 살아남고 싶다는 한 인간의 갈망이 내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고 한 말에는 세상사에 흔들릴지언정 한 사람의 주체로서 당당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 했던 삶의 자세가 담겨 있다. ‘남들 눈치 보느라 인생을 허비하지 마라’, ‘인생은 원래 외로운 것이다’, ‘실패에서 배우는 길밖에 없다’와 같은 메시지는 굳이 철학에서 찾지 않더라도 저자의 삶 그 자체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말한다. 누군가 자신에게 망한 이야기를 써달라고 하면 기고만장한 얼굴로 책상 앞에 앉는다고. 실패가 결국 실패가 아니었고, 실패가 있었기에 지금의 행복이 있다는 것을 삶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익히 아는 말이지만, 우리는 늘 실패를 두려워하고 인생이 왜 이렇게 힘드냐고 한탄한다. 그래서 그것밖에 실패하지 못한 나 자신이 분하고 억울해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투정을 부리는 작가의 진심이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사람들은 인생의 시기를 나누고 각각의 시기마다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백세시대가 되면서 우리는 긴 시간 이어져온 많은 관습과 관념들을 바꾸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저자는 아들, 남편, 직장인, 아버지가 아니라 ‘나’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노년의 모습을 제시했다. 또, 저자는 ‘죽음’마저도 달라지지 않으리라 법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톨스톨이의 죽음에서 해답을 찾았지만, 그것이 모두의 해답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그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저절로 삶과 자신을 사랑하는 자세를 배우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아흔의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잘 살았다’는 평가는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욱

서울대학교 신문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서울신문, 경향신문, 중앙일보 등 언론계 최일선에서 일했다. 안정된 노후가 보장된 그였지만, 퇴직 후 잘못된 투자로 전 재산을 잃었다. 오로지 먹고살기 위해 번역 일을 시작했고, 이참에 평생 한으로 남았던 꿈까지 이뤄보자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다 끝난 것 같은 그때 인생 2막이 시작되었다. 남들은 손에서 일을 놓는 나이 일흔에 시작한 번역본이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인도에 살 수도 없고』, 『약간의 거리를 둔다』, 『황홀한 사람』, 『지적 생활의 즐거움』, 『지식생산의 기술』 등 200여 권이 넘는다.
늘 문학과 철학을 가까이했던 그는 일생에 큰 영향을 준 철학자를 깊이 있게 공부했다. 그 결과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니체 아포리즘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를 집필했다. 번역의 영역을 넘어서 기획하고, 전문 영역을 넘어서 폭넓게 글을 썼기에, 아흔의 나이에도 현역 작가로서 활동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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