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디자인 탐사

김상규 지음

아키타입 2024년 04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4월 10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스크랩 시리즈의 창간호 «베를린 디자인 탐사»는 ‘베를린’이라는 유럽의 한 도시에서의 일상을 스크랩한다. 디자이너, 기획자, 디자인문화연구자인 저자가 반은 여행자로, 반은 거주자로 지낸 베를린에서의 탐사 기록을 담았다. 80년대부터 매일 신문 스크랩을 해 온 저자는 인쇄물을 수집해 자르고 붙인 방식과 같이 베를린에서 관찰한 여러 장면과 이야기를 스크랩했다.

타인의 시선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다 보면, 생소한 장면이 주는 새로운 삶의 감각, 혹은 생경한 이야기가 전달하는 익숙한 삶의 감각을 마주칠 수 있다. 어쩌면 낯선 도시인 ‘베를린’을 다른 이의 기록을 빌려 탐사한 후 지금 자리로 시선을 옮겨볼 때, 일상의 장면을 특별하게 스크랩하는 자신의 감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도시의 일상을 스크랩하기
MAP
1 바우하우스들
베를린에서 만난 바우하우스들 ㆍ 베를린 바우하우스 ㆍ 데사우 바우하우스 ㆍ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ㆍ 임시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ㆍ 50 Jahre nach 50 Jahre Bauhaus 1968 ㆍ Original Bauhaus ㆍ BAUHAUS

2 혁명의 유령
마르크스 ㆍ 로자 룩셈부르크 ㆍ Der Tod des Demonstranten ㆍ Underground und Improvisation ㆍ GRAPUS - A French Collective of Graphic Designers

3 동베를린-분단과 통일
타인의 삶 ㆍ 세계시계탑 ㆍ Plakat politisch machen ㆍ 트라반트 ㆍ Platz des Volksaufstandes von 1953 ㆍ 통독기념일 ㆍ 경계, 흔적

4 제3제국의 기억과 추모
올림픽 스타디움 ㆍ 베벨광장 ㆍ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추모비 ㆍ Topographie des Terrors ㆍ 그로써 슈테른 ㆍ 폴크

5 이민자들
목소리 ㆍ CUCULA ㆍ 크로이츠베르그 ㆍ AfD

6 책방
Do you read me?! ㆍ Pro qm thematische ㆍ Buchhandlung ㆍ MODERN GRAPHICS ㆍ Bücherbogen am Savignyplatz ㆍ Ocelot ㆍ Kleine buchladen ㆍ Bücherwald ㆍ Miss Read - The Berlin Art Book Festival ㆍ 책의 거처

7 모빌리티
자전거 ㆍ S+U ㆍ 버스+트램 ㆍ 역 ㆍ 기계 ㆍ 디스플레이 ㆍ 시그널 ㆍ BMW

8 장소
아에게 공장 ㆍ 한자피어텔 ㆍ 동화 분수 ㆍ 에른스트 텔만 기념비 ㆍ 미스 반 데어 로에 하우스 ㆍ 노이에바헤 ㆍ 에곤 아이어만 예배당 ㆍ 성마태교회 ㆍ 삶으로 가는 기차, 죽음으로 가는 기차 ㆍ 템펠호프 ㆍ 베를린 식물원 ㆍ 하케셔 회페 ㆍ 사물박물관 ㆍ 신국립미술관 ㆍ 쿨투어포룸/장식예술박물관 ㆍ 함부르거반호프 ㆍ 카베 ㆍ 씨오베를린 ㆍ 민중극장 ㆍ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 ㆍ 쿤스트라움 크로이츠베르크 ㆍ 베타니엔 ㆍ 세계문화의 집 ㆍ 유럽문화박물관

9 오브젝트
요기스 ㆍ 커리부어스트 ㆍ 딸기 가판대 ㆍ 즉석사진부스 ㆍ 슈톨퍼슈타인 ㆍ 반지 ㆍ 말발굽 ㆍ 쓰레기통 ㆍ 사인 ㆍ 벼룩시장의 물건들

책 속으로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떤 도시에서 살고 싶으세요?” 누군가 당신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이런 저런 도시를 떠올리면서 마음에 간직해 두었던 곳을 입에 올릴게다.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그냥 생각만 해도 설레게 하는 질문이다.
이 책은 베를린에서 디자인 문화의 관점으로 도시의 일상을 기록하여 크게 네 가지의 속성을 염두에 두고 주제별로 묶어낸 결과물이다. 베를린 디자인 안내서라기엔 다소 포괄적이며 그다지 충실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특정한 목적을 갖고 단기간에 베를린을 둘러보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발견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사전 지식을 얻을 만한 소박한 지도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천천히 걸으면서 생각하고 발견하기를 마음먹은 이들이라면, 이 책의 여정을 참조하면서 관광명소의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곳에서 자신이 고민하는 주제와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3p, 도시의 일상을 스크랩하기)

몇 년 전에 베를린에 처음 왔을 때 길에서 바우하우스를 물어보면 전혀 엉뚱한 곳을 알려주었다. 디자인 전공자라면 당연히 바우하우스 아카이브나 베를린 바우하우스 건물을 떠올리겠지만 베를린 시민에게는 다른 것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현재도 베를린에서 ‘바우하우스’로 구글 검색을 하면 몇 군데 정보가 나온다. 바로 바우하우스 매장이다. 또 신문과 잡지를 판매하는 곳에 가면 ‘바우(Bau)’, ‘바우하우스’라는 이름의 잡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베를린에서 ‘바우하우스’는 건축 자재와 DIY 재료를 판매하는 대형 매장이자 이와 관련된 잡지의 이름으로 더 친숙하기 때문이다. (15p, 베를린에서 만난 바우하우스들)

글자가 아닌 여러 나라 출신들의 얼굴 이미지도 이민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런 글귀와 이미지가 눈에 잘 들어오고 또 거부감이 적은 것은 거리에 홍보용 현수막이나 간판이 많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람들이 얼마나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지는 모르지만 내게는 당당한 목소리로 들렸다. (118p, 목소리)

이 내용은 그동안 겪어온 서울의 디자인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시민을 위한 디자인인지, 시민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위한 디자인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또 통일 후에 이런 비슷한 연구가 한국에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읽게 되었다. 북한의 디자이너들은 무엇을 위해 디자인하고 있을까. 그저 프로파간다를 떠올리지만 동독의 인더스트리얼 디자이너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갖는 디자인 접근(socially responsible design approach)’을 했다고 하니 북한 디자인을 다룰 기회가 된다면 염두에 둘 지점이다. (72p, 세계시계탑)

어떻게 건축가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는지, 아니 왜 그런대 규모 프로젝트를 그곳에 실현했는지 궁금했다. (…) 장벽을 사이에 두고 사회주의 모더니즘의 상징이던 카를 마르크스 대로는 통독 후에도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왠지 쓸쓸한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베를린 시가 이 두 공간을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다니 멋진 일이다. (214p, 한자피어텔)

그런데 표지판 위에 종종 무엇인가 덧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곤 했다. 알고 보니 ‘요기스(Yogis)’라고 불리는 작은 인형이었다. 콜크맨(Korkmännchen)이라고도 불리는 이 인형은 요가 자세를 취하는 것이라고 한다. 베를린 요가 트레이너 요제프 푸스(Josef Foos)가 요가를 알리는 의미에서 장난삼아 만들기 시작한 것인데 사실 그 아이디어도 런던의 거리 예술가 슬링카추(Slinkachu)의 프로젝트 “작은 사람들(Little People)”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266p, 요기스)

출판사 서평

아키타입 디자인문화연구서 시리즈 «스크랩»
«스크랩»은 한 사람의 주관적 감각으로 편집한 장소, 사물, 인물, 사건, 시간에 대한 느슨한 아카이브다.
개인적 경험과 기억들과 연결된 관심사에 대한 관찰기이자 여행기 또는 특별하지 않은 하루를 기념하는 일기이자 사회·문화적 사건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상규

대학과 대학원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하고 퍼시스에서 의자 디자이너로,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했으며 한국디자인문화재단 설립부터 폐지까지 정책연구팀과 사무국장을 겸직했고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로 있다. 『디자인 아카이브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디자인뮤지엄과 디자인아카이브 관련 연구를 지속해 왔으나 현재는 생태 전환 디자인과 사변적 디자인을 아우르는 사물 연구, 20세기 사회주의 체제의 디자인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의 디자인 전시에 대한 애정과 절망을 담아 『관내분실: 1999년 이후의 디자인전시』 를 썼고 그 밖에도 『디자인과 도덕』 『의자의 재발견』 등을 쓰고 『뉴 큐레이터』 『사회를 위한 디자인』 『파워 오브 디스플레이』 등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