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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55
앙리 바르뷔스 지음 | 김웅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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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6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2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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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7.57MB)
ISBN 9791141608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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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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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세계대전 당시 앙리 바르뷔스의 참전 경험에서 탄생한 장편소설. 바르뷔스가 최전방에서 복무하며 틈틈이 쓴 메모를 바탕으로, 낭만적이고 영웅적인 서사가 아니라 평범한 병사들이 견디고 있는 비참한 현실을 담아냈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1916년 발표되어 그해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어느 분대의 일기’라는 부제에 걸맞게, 작가 자신이 투영된 화자는 굵직굵직한 사건들 외에도 분대의 일상이나 분대원들의 대화를 꼼꼼히 기록한다. 출신 지역도 직업도 제각각인 분대원들은 민중 그 자체다. 바르뷔스는 민중이 겪는 생생한 고통과 함께, 전쟁의 비인간성을 목도한 민중의 오롯한 각성 그리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마치 눈앞에서 보는 듯 현장감 넘치는 문체로 그려냈다. ★ 1916년 공쿠르상
1장 전망 9
2장 땅속에서 15
3장 하강 71
4장 볼파트와 푸야드 77
5장 피난처 88
6장 습관 122
7장 승차 130
8장 휴가 141
9장 진노 153
10장 아르고발 180
11장 개 184
12장 문주門柱 203
13장 욕설 235
14장 소지품 238
15장 달걀 262
16장 목가 266
17장 대호對壕 273
18장 성냥 278
19장 포격 286
20장 포화 308
21장 구호소 383
22장 산책 408
23장 사역 419
24장 새벽 445

해설 | 민중에 대한 희망의 전쟁 미학 483
앙리 바르뷔스 연보 507

코콩과 티레트는 과거 병영 생활을 추억한다. 복무 기간은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기는데다 언제라도 떠올릴 수 있는 확고하면서도 풍요로운 추억의 자산이기에 우리는 십 년, 십오 년 혹은 이십 년이 지나도 거기서 대화의 주제들을 길어올리는 것이다…… 따라서, 일 년 반 동안 온갖 형태로 전쟁을 해온 그들 역시 그런 대화를 계속한다. (58쪽)

이들은 인간이고, 느닷없이 각자의 삶에서 뜯겨져나온 평범한 자들이다. 수많은 대중 가운데 선택된 보통 사람들이라, 이들은 무식하고, 그다지 열정도 없으며, 시야가 좁고, 때로는 상궤를 벗어나는 저속한 상식으로 가득하다. 인도하는 대로 자신을 맡기고, 명받은 대로 행하며, 힘든 일에 버티고, 오랫동안 고통을 참고 견딜 줄 안다. (69쪽)

“나라가, 정의와 자유가 위험에 처할 때, 피난을 가면서 그것들을 방어할 수는 없잖아. 전쟁은 모두에게 죽음의 위험과 생명의 희생을 뜻하지. 모두에게 말이야.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속한 사람은 없으니까. 그러니 끝까지 똑바로 나아가야지, 남들과 다른 군복을 입고서 하는 척만 해서는 안 돼. 후방부대도 필요하지만 진짜 병약한 자들과 진짜 나이든 자들에게만 확실히 자리가 주어져야지.” (177쪽)

“그러니까, 자네에게 명령할 생각은 없고……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바로 이런 거야. 자네가 자네 책에 병사들의 말을 쓴다면, 그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쓸 것인지, 그들의 말을 슬쩍 수정할 것인지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들의 욕설 말이야. 절친한 동지 사이라도 아무 소용 없이 욕지거리를 주고받고, 병사 둘이 입을 열었다 하면 일 분도 못 되어 서로 욕을 해대는데 인쇄업자들은 우리가 걸핏하면 내뱉는 그런 말들을 별로 책으로 내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그러니 어떻게 할 거야? 자네가 그걸 그대로 쓰지 않으면, 자네의 묘사는 진짜가 아닌 거야. 이를테면 그들을 그려내면서도 어디서나 가장 눈에 띄는 그들의 색깔을 담아내지 못하는 거지. 하지만 책에 욕설이 실리는 법은 없지.”
“이 사람아, 난 필요한 순간에 욕설을 그대로 쓸 거야. 그게 진실이니까.” (236쪽)

포탄 하나가 지면에서 폭발해 부채꼴의 거뭇한 연기 속에 흙더미와 파편을 사방으로 튀긴다. 마치 지구의 저 깊숙한 곳에 웅크리고 있던 화산이 들판을 가르고 무섭게 분출되는 것 같다.
악마 같은 소리가 우리를 에워싼다. 온 우주의 맹렬한 분노가 계속해서 커지고 끊임없이 배가되는 느낌이다. 우리가 흙속에 턱까지 파묻힌 가운데, 대지는 바람 따라 너울거리는 누더기 같은 포탄 연기로 뒤덮이고, 거칠고 둔탁하게 부딪치는 소리들, 격노한 아우성, 짐승들의 날카로운 외침들이 폭풍처럼 이 대지에 억척스레 몰아친다. (292쪽)

우리는 예상되는 비극으로부터 초연하다. 이 일 전체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우리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결정들을 알려고 해보았자 낙담만 하게 되며, 아예 체념하고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아니면 이번에도 위험에 빠지게 되리라 강하게 믿기 때문일까? 어쨌든 전조들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대로 실현될 예언의 목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은 기계적으로 당장의 관심사에 빠져 전념한다. 배고픔, 목마름, 들끓는 이를 잡아 손톱이 죄다 피로 물들 정도로 짓이기는 일, 우리 모두를 쇠약하게 만드는 피로 같은 것 말이다. (322쪽)

이들은 병사가 아니다. 이들은 인간이다. 이들은 모험가도 전사도, 인간 도살장으로 보내지기 위해 태어난 도살업자도 가축도 아니다. 군복 차림이어도 이들은 농민이고 노동자다. 이들은 실향민들이다. 이들은 준비되어 있다. 죽음과 살인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총검이 반사하는 빛줄기들 사이로 이들을 주시하면, 이들은 그저 인간일 뿐이다. (336쪽)

“전쟁 전만 해도 나는 올바른 사람이었어.”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한다. “대가족을 부양하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했지. 그러다가 독일인들을 죽이려고 이곳에 온 거야. 이제는 내가 죽는 거지…… 내 말 좀 들어봐, 들어봐, 들어보라고. 가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봐……” (377쪽)

“하나의 나라만 있는 게 아니야. 그건 거짓말이지.” 갑자기 볼파트가 이상할 정도로 확신에 차 말한다. “두 개의 나라가 있는 거야. 내 말은, 사람들이 낯선 두 개의 나라로 분리되어 있다고. 전방인 저쪽에는 불행한 자들이 너무 많고 후방인 이곳에는 행복한 자들이 너무 많다는 거야.” (418쪽)

“이 전쟁 다음엔 더이상 전쟁이 벌어져서는 안 돼!”
흙투성이 몸으로 대지에 묶여 있는 이 인간들의 음울하고 격분에 찬 외침들은 날갯짓처럼 바람을 타고 떠올랐다.
“더이상 전쟁은 안 돼, 더이상은 안 된다고!”
“그래, 진절머리가 난다고!” (459-460쪽)

“결국 전쟁의 위대함과 끔찍함을 만들어내는 건 무얼까?”
“민중의 위대함이지.”
“하지만 우리가 바로 민중인걸!”
이 말을 한 자가 질문을 던지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그래, 이 친구야, 맞는 말이야!” 나는 그에게 말했다. “오로지 우리가 있기에 전투가 이루어지는 거지. 전쟁의 재료는 바로 우리야. 전쟁은 순진한 병사들의 육신과 영혼으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시체의 벌판과 피의 강을 이루는 것은 바로 우리, 우리 모두야 - 그 수가 엄청나기 때문에 우리 각각은 보이지도 않고 말도 할 수 없을 뿐이지.” (468쪽)

앙리 바르뷔스에게 공쿠르상을 안긴 대표작
이후의 전쟁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선구적 작품

제1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 『포화』는 바르뷔스가 최전방에서 복무하며 틈틈이 쓴 메모를 바탕으로 한 생생한 기록이며, 유럽이 전쟁의 수렁에 빠져 있던 1916년 출간된 선구적 작품이다. 1914년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바르뷔스는 마흔한 살, 보충역 동원령이 있을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면 되는 나이였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징병관을 찾아가 사병으로 현역 입대해 전선에 배치되었다. 농민, 노동자, 하층민 출신 병사들과 부대끼는 동안 포격 속에서 부상자들을 옮긴 공으로 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부상과 피로로 쇠약해져 후방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1917년 전역할 때까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았다.
『포화』는 바르뷔스가 후방과 병원에 있었던 바로 그 시기에 쓰였다. 1916년 8월부터 11월까지 신문에 연재되었다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고, 출간된 해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았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 발표된 『포화』에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특히 소설의 내용에 공감한 병사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무기여 잘 있거라』 『서부전선 이상 없다』 등 이후의 전쟁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헤밍웨이는 “지난 전쟁 동안 나온 책 중에서 훌륭한 것은 『포화』뿐”이라고 했다. 레닌, 그람시 등 지식인들 또한 민중의 각성을 그린 이 작품을 높이 평가했다.
기존의 전쟁문학은 낭만적이고 영웅적인 서사를 바탕으로 애국심과 사기를 고취하고 승리를 찬양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특히 전쟁중에는 당국의 검열이 존재하고 작가들 역시 자기검열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였으나, 바르뷔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느 분대의 일기’라는 부제에 걸맞게, 작가 자신이 투영된 화자는 굵직굵직한 사건들 외에도 분대의 일상이나 분대원들의 대화를 꼼꼼히 기록한다. 바르뷔스는 평범한 병사들, 이름 없는 병사들을 내세워 그들이 당면해 있는 전쟁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집중포화나 무인지대처럼 극적인 고통은 물론 추위, 배고픔, 향수병, 참호에서의 지겨운 대기 등 덜 극적인, 그러나 더 인간적이고 원초적인 고통까지 말이다.

길고 어두운 밤을 지나 찾아오는 희망의 새벽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묻히지 않는 민중의 외침

『포화』는 총 24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명확한 시간 순서를 따르지 않는다. 그런데 1장 「전망」과 24장 「새벽」의 배경이 각각 석양과 새벽이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석양과 새벽 사이에는 길고 어두운 밤이 있다. 그 고난은 20장 「포화」에서 절정에 이르지만, 동시에 전쟁의 희생자였던 민중이 깨어나는 계기가 된다. 마치 지옥을 눈앞에 펼쳐놓은 듯한 19장 「포격」과 20장 「포화」를 거쳐, 부상자들을 묘사한 21장 「구호소」에 이르기까지 민중의 고통은 극에 달한다. 그러나 절망 속에서 대체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의문이 싹트고, 병사들은 국가 대 국가의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더 높은 차원에서 전쟁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들이 말살해야 할 적은 독일군이 아니라, 전쟁의 정신이었던 것이다.
한편 22장 「산책」은 분대원들이 도시에서 휴식을 취하는 한때를 그리고 있어, 혹독한 전장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가는 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 장이야말로 가장 뼈아픈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물자 부족과 온갖 불편에 시달리는 참호 생활과 대조적으로, 도시는 전쟁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활기차고 풍요롭다. 병사들은 전방에는 불행한 자들이 너무 많고, 후방에는 행복한 자들이 너무 많다며 두 개의 나라가 존재한다고 씁쓸히 말한다. 그리고 24장 「새벽」에서 드디어 그들의 외침이 터져나온다. 병사들은 더이상 전쟁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며 전쟁을 일으킨 지배계급을 비판하고, 자신들은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외친다.
제1차세계대전의 별명은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었다. 그러나 제2차세계대전 발발과 동시에 낙관은 냉소로 바뀌었고, 전쟁은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금 여기에서 자신은 전쟁과 무관하다고, 전쟁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늘날 바르뷔스가 『포화』에 담아낸 외침에 귀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여전히 충분하다.

작가정보

Henri Barbusse
1873년 프랑스 파리 근교의 아니에르쉬르센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문학, 특히 시에 매료되었다. 개신교도이자 기자 겸 작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진보적 이념, 인본주의 등에 관심을 두게 된다. 파리의 콜레주 롤랑에서 스테판 말라르메, 앙리 베르그송의 가르침을 받았고 소르본대학교에서 문학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1892년 작가 겸 평론가 카튈 망데스가 주최한 시 공모전에 투고해, 망데스의 후원 아래 시인으로 데뷔했다.
1895년 시집 『흐느끼는 여인들』을 출간했고 내무부, 농림부에서 일하면서도 꾸준히 작품을 썼다. 1903년 첫 소설 『애원하는 사람들』을 발표하면서 시에서 소설로 옮겨갔으며, 1908년 타락한 군상들을 묘사한 실존주의적 소설 『지옥』으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제1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마흔한 살의 나이에 자원입대했으며 최전방에서 공을 세워 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부상과 피로로 건강이 악화돼 후방에서 복무하게 되었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다가 전역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그린 『포화』를 1916년 발표해 그해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이후 재향군인회, 반전평화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다가 점차 공산주의에 경도되었다. 1935년 모스크바에 체류하던 중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의 시신은 파리 페르라셰즈 묘지에 안장되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리모주대학교와 몽펠리에 제3대학교에서 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술연구교수, 한남대학교 객원교수를 역임했고, 프랑스의 『앙드레 말로 사전Dictionnaire Malraux』 집필위원으로 참여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문학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 혁명을 통한 초월과 구원』 『앙드레 말로: 소설 세계와 문화의 창조적 정복』 『타자와 나, 숨겨진 진실』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희망』 『S/Z』 『상상의 박물관』 『몽상의 시학』 등 50여 권이 있다.
포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55)
앙리 바르뷔스 장편소설 ∥ 김웅권 옮김

◈ 발행일: 2024년 12월 16일
◈ 쪽 수: 520쪽
◈ 판 형: 140*210 (무선)
◈ 가 격: 19,000원
◈ ISBN: 979-11-416-0156-0 04860
978-89-546-0901-2 (세트)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0881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210
책임편집 해외2팀 김수연
sooyeon@munhak.com 031-955-3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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