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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아였다

허선화 지음
책과나무

2024년 12월 07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2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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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7525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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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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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자의 자녀(COA: Children of the Alcoholics)가 겪는 성장기의 상처와 그 영향을 서술한 수기(手記) 《나는 코아였다》가 책과나무에서 출간됐다.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슬하에서 성장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불안정한 환경에서 형성된 사고방식과 생존 방식을 섬세하게 기록했다.

저자는 자신으로부터 발견한 동반 의존, 보상 심리, 과대자기와 같은 생존 방식을 돌아보며 알코올 중독자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의 보편적 경험과 각기 다른 개별적 대처 방식을 묵직하게 시사한다. 특히 ‘치유’나 ‘극복’이라는 클리셰를 넘어, 사실 그대로의 경험을 기록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저자 허선화의 용기있는 기록은 비슷한 경험을 한 독자들에게 연대와 치유 가능성을, 그리고 상처받은 어린 시절을 지닌 모든 독자에게 스스로에 대한 이해와 위로의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프롤로그

1부 괴물 아버지

중독의 시작
공포의 밤
아버지의 두 얼굴
강하지만 가엾은 어머니
책과 학교
어머니의 두 모습
아버지의 입원, 그리고 서울로
어머니의 죽음

2부 소녀 가장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소녀 가장이 되다
망원동 수해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다
나를 지탱해 준 것들
학창 시절의 영광
꿈의 좌절

3부 성장과 용서

각성과 추락
1987년 6월 10일
다시 암담한 현실로
회심
또 한 번의 좌절
동생의 서울대학교 입학
아버지를 용서하다
날아가자

4부 트라우마의 습격

지도 교수님과의 만남
천벌 같은 외로움
동생의 결혼
라도가
결혼
정신장애의 시작
2,000년
돌아가야 해

5부 삶의 밑바닥에서 발견한 것

지옥의 문이 열리고
우울증을 진단받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각자의 삶을 찾아서
우울증의 끝
보상은 없다

6부 이별

면회 가는 길
마침내 풀린 비밀
쇠약해지는 아버지
시한부 선고
아버지와 마지막 한 달
이별
애도
그 후의 이야기: 우리 안의 코아들에게

에필로그 350

이 책은 내 가족의 이야기이자 나 자신의 이야기이다. 내가 보아온 중독을 가진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다. 그리고 중독이 내게 미친 영향과 코아의 심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탐구하고 싶었다.
- 7쪽, 프롤로그


알코올 중독이라는 게 뭔지 몰랐던 나는 아버지의 결심을 믿고 싶었다. 희망을 품었다가 실망 하고, 희망을 품었다가 또다시 실망하기를 무수히 되풀이했다. 삶이 나를 자주 배반한다고 느끼는 건 이런 경험 때문인지도 모른다. 중독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질병이라는 사실을 70년대 순박한 사람들이 알 리 없었다.
- 33쪽, ‘아버지의 두 얼굴’


안녕. 엄마, 잘 가요. 나 이제 엄마 없이도 잘 살게요. 이제 엄마 딸 아닌 나로 살게요. 다시 만날 수 있다면 한 이십 년쯤 있다가 하늘에서 만나요. 더 빠를 수도 있고 조금 더 늦을 수도 있어요. 그때까지 안녕. 엄마를 보내도 잊지는 않을게요. 너무 늦은 것 같지만 이제라도 엄마를 보내드릴게요. 안녕, 사랑하는 나의 엄마….
- 85쪽,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벅찼다. 아버지만 없었어도 동생들과 셋이 얼마든지 살 수 있었다. 아버지만 없다면 삶이 훨씬 가벼워질 텐데. 그러나 아버지는 꿈쩍도 하지 않는 바위처럼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105쪽, ‘소녀 가장이 되다’


한 해, 한 해 아버지는 폐인이 되어갔다.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아무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람.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피해만 주는 사람. 그런 아버지가 점점 불쌍해 보이기 시작했다.
-109쪽, ‘소녀 가장이 되다’


세상의 기준, 사람들의 기대, 그것에 철저히 맞춰졌던 나의 야망. 그건 진정한 내가 아니었다. 나는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여 독립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삶의 주체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145쪽, ‘각성과 추락’


아버지는 훌쩍이면서 눈을 감았다. 토닥토닥. 시간이 더디 갔다. 진정되는 듯하다가도 다시 터져 나오는 울음. 그러기를 몇 차례 반복하다가 아버지가 서서히 잠이 들었다. 나는 진이 다 빠져버렸다. 잠든 아버지 모습이 불쌍해서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날 내 행동은 이전의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그 지독한 미움이 다 사라져 버리고 이제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만 남았다.
-175쪽, ‘회심’


“누구나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어. 너는 그때 그럴 수밖에 없었어. 그건 네 통제 밖의 일이었어. 이제는 자책과 원망에서 벗어나렴. 살면서 누구나 억울한 일을 당하게 마련이야. 너라고 그런 일을 피해 가라는 법은 없어. 그저 이 세상에 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긴 일이야. 이제 어른이 된 내가 네 편이 되어줄게. 지나간 일을 돌이킬 수 없지만 더 이상 너를 탓하지 말고 누구도 원망하지 말렴. 너는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있잖니. 과거에서 벗어나 이제는 미래를 향해서만 나아가지 않으련? 내가 도와줄게.”
-183쪽, ‘또 한 번의 좌절’


8년 동안 여러 번 용서를 시도했다. 용서한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 보면 분노와 원망이 남아있었다. 또 용서했다. 그러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아버지이기를 넘어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큰 상처를 받아 아프게 된 사람. 왜 아픈지도 몰라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사람. 도움이 필요한데 도움받지 못하는 사람. 그도 가해자이기 전에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196쪽, ‘아버지를 용서하다’


그리고 나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 도래했음을 알았다. 내가 우울증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말이다. 시냇물 같은 눈물이 줄줄 흘렀다. 나는 바깥으로 나와 천이 내려다보이는 비탈에 앉았다. 4월이었다. 새하얀 목련이 바람에 흩날렸다. 온 세상이 생명의 약동으로 떨리고 있었다. 산 채로 무덤 속에 갇혀 있던 내가 무덤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회복은 홀연히 찾아왔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286쪽, ‘우울증의 끝’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온전히 그리고 충분히 애도했음을 알았다. 젊었을 때 모습으로, 또 어떨 때는 아플 때 모습으로 내 꿈에 방문하던 아버지는 언제부터인가 나타나지 않았다.
-344쪽, ‘애도’

자신을 돌보기 위해 쓴 글,
응원이 필요한 모두를 위로하는 단단한 연대의 장이 되다

허선화의 《나는 코아였다》는 알코올 중독자의 딸로 태어난 자신의 삶을 영사기로 돌린 듯 되감아 기록한 회상록이다. 조각조각 남아있는 유년 시절의 행복한 기억,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어머니의 죽음,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 성장 과정의 사건들을 비롯해 자신과 동생들을 평생 괴롭힌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용서를 낱낱이 그러모았다. 또한 저자는 돌봄과 보호가 갈급했던 어린 자신을 마주하기 위해, 일그러진 기억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활자로 기록된 저자의 시간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텍스트 너머의 저자와 마주할 수 있다. 자신을 돌보고자 쓰기 시작한 글로 모든 이들의 마음을 만지는 단단한 연대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면, 어린 시절에 겪은 고통이 보상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보상은 없었다. 그게 인생이었다.
어쩌면 나는 내가 원했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보상받았는지도 몰랐다”
중독과 폭음,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아버지의 불안정한 울타리 안에서 저자는 위태로운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누군가 자신을 필요로 해야만 그로부터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느끼고, 자신 또한 그 상대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하게 되는 ‘동반 의존’, 자신이 행하는 모든 행동에 대해 보상을 기대하는 ‘보상 심리’, 실제 자신의 능력보다 스스로를 과대 평가하고 자신을 전능한 존재로 여기는 ‘과대 자기’는 저자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 방식이었다.

위태로운 생존 방식은 우울과 불안, 신경증이라는 탑을 쌓지만 삶에 밀려오는 파도로 수차례 무너지며 견고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 위에 끝내 반석을 세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단순한 개인의 회고록이 아니다. 한 인간이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며 나아가 성장하는 여정의 기록이다. 흔한 영웅서사가 보이는 화려한 보상이나 대가는 없다. 그러나 그 또한 인생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허선화

알코올 중독자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유일한 버팀목이던 어머니를 어린 나이에 잃었지만 꿈과 목표에 기대어 성장했다.
성인이 된 후 우울증, 불안장애 등 각종 신경증을 겪으며 알코올 중독자 가정에서의 경험이 뿌리 깊은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50대 중반에 들어선 어느날, 비슷한 시간을 통과해 온 사람들과 어린 날의 자신에게 위로와 응원을 건네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용기로 쓴 결과물인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고려대학교에서 러시아 문학 석사,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문학 연구소에서 도스토옙스키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강단에서 선생으로, 연구자로 20여 년을 보내며 『교회는 하나다』, 『러시아 신학의 여정 1,2』, 『교리신학연구』, 『카라마조프 형제들』, 『구식의 지주들』 등을 번역했고, 『러시아 문화와 예술』을 공저했다.
딸아이를 입양 후 중년의 시간을 통과하면서 엄마이자 한 인간으로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명 별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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