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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으로 가는 길

레모

2024년 11월 1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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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7.32MB)
ISBN 979119186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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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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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프루스트’ 파트릭 모디아노가 처음으로 들여다보는, 작가로서의 원체험과 기원(起源)을 온전히 담은 신작 장편소설. 1968년 첫 소설 『에투왈 광장』을 발표한 이후 모디아노는 2년에 한 권꼴로 소설을 발표했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로도 늘 꾸준했다. 작품 활동 내내 작가의 시선은 어렴풋한 과거를 향해 있었고, 그 시간 속에서 만난 유령 같은 존재들의 실체를 추적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리고 서른 번째 소설 『기억으로 가는 길』에 이르러 모디아노는 그 까닭을 처음으로, 직접적으로 밝힌다.

『기억으로 가는 길』은 향수에 젖어 지난날을 돌아보는 풍경 같은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몽유병자처럼 살아온 과거를 이해하겠다는 욕망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통스러운 여정에 가깝다. 출간 직후 프랑스 언론은 모디아노가 글을 쓸 수밖에 없었던 동기를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밝힌 작품은 없었다며, 작가로서 더 쓸 이야기가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서평을 내기도 했다.
기억으로 가는 길

옮긴이의 말

슈브뢰즈. 어쩌면 이 이름이 자석처럼 다른 이름들을 끌어당길 수도 있을 것이다. p.14

유령들은 밝은 대낮에 다시 나타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누가 알겠는가? 그 후 몇 해 동안 유령들이 협박범처럼 자신의 존재를 알리러 다시 올 수 있으리라는 것을. 누구도 과거를 바로잡기 위해 다시 살 수 없기에, 유령들을 완전히 무해하게 만들고 그들과 거리를 유지하는 최선의 방책은 그들을 소설 속 인물로 만들어버리는 것일 터였다. p.37

여러 해 동안 현실과 꿈 사이의 좁은 경계에서 살며, 현실과 꿈이 서로를 비추고 때로는 서로 뒤섞이게 두는 데 익숙했기에, 그는 한 치의 벗어남 없이 단호한 걸음으로 자신의 길을 따라갔다. 조금이라도 벗어났다가는 일시적으로 찾은 균형을 깨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p.55

시간은 조금씩 그의 인생의 여러 시기를 지웠다. 어떤 시절도 다음에 이어지는 시절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단절이나 눈사태 혹은 심지어 기억상실이 이어질 뿐인 삶이었다. p.60

때로는 하나의 디테일이 다른 디테일들을 데리고 온다. 마치 해류가 부패한 물풀 더미를 데려오듯 첫 번째 디테일에 들러붙어서. 그러고 나면 지형이 더 멀리 있는 기억들을 깨운다. p.63

모든 지표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지워졌다. 한참 시간이 흘러 떠오른 이 두 사건은 동시에 일어난 것 같았고, 흡사 두 장의 사진을 한꺼번에 인쇄하는 과정을 통해 섞어놓은 듯 서로 뒤섞여 있었다. p.85

누가 이렇게 썼다.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온 것처럼 어린 시절에서 왔어.’ 하지만 어떤 어린 시절인지, 어떤 나라인지를 한 번 더 정확하게 해두어야 했다. 그 점이 그에게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 그는 그럴 용기도, 욕구도 없었다. p.102

그는 그들의 삶과 심지어 그들의 이름까지 훔쳤고, 그들의 삶은 이제 책의 페이지 사이에서만 존재할 것이다. 현실 속에서, 파리의 거리에서 그들을 만날 기회는 없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여름이 왔다. 그가 지금껏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여름, 어찌나 빛이 투명하고 강렬한 여름이었던지 그 유령들은 결국 사라져버렸다. p.175

길을 따라 계속 나아갈수록, 그는 시간이 멈춘 것이 아니라 그저 어린 시절의 끝나지 않던 여름, 그 오후의 한복판으로 되돌아온 느낌이었다. 시간이 멈춘 것이 아니라 그저 정지된, 그러니까 우물의 가장자리를 불규칙하게 돌아다니는 개미를 바라보며 몇 시간을 보내던 어린 시절로. p.191

그는 지붕 창문을 바라보았다. 포플러 나무 우듬지의 가지들이 부드럽게 살랑거렸다. 나무가 그에게 신호를 보냈다. 비행기 한 대가 꽁무니에 하얀 줄을 남기면서 파란 하늘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하지만 비행기가 길을 잃은 것인지, 과거에서 왔는지,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p.192

과거에 일어난 어떤 사건을 이해하려고 기억을 헤집으며 추적하는 한 남자, 수수께끼 같은 여자들, 의심스러운 남자들…. 모디아노의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과 서사이다. 거의 모든 소설에 자전적인 요소들을 변주하여 소설을 써온 모디아노이지만, 『기억으로 가는 길』만큼 직접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밝힌 적은 없었다.

『기억으로 가는 길』의 주인공 장 보스망스가 그랬듯 파트릭 모디아노 역시 어린 시절 어머니 친구의 집에 몇 달 동안 맡겨졌다. 그곳에서 의심스러은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목격하지만, 아직 어린 그는 아무것도 묻지도, 알려 하지도 않았다. 그 집은 또한 열 살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동생 루디와 함께 지낸 곳이다. 모디아노에게는 고독과 상실, 두려움으로 기억 속 깊은 곳에 은폐한 장소이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우연에 이끌린 것인지, 어떤 불순한 함정에 빠진 것인지 모르는 채 장 보스망스는 그곳으로 향한다.

우연히 들었던 지명 ‘슈브뢰즈’. 연쇄적으로 노랫말과 시(詩), 함께 노래를 듣던 친구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는 갑작스럽게, 타의에 의해 어린 시절의 장소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기억을 강요하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모디아노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보스망스를 빠져나갈 길이라곤 없는 촘촘한 거미줄 위로 던져버린다. 출구는 단 하나, 자신의 실을 던져 붙잡고 나오는 것. 보스망스는 그들의 협박과 의도를 지우는 방법은 그들을 소설 속 인물로 만드는 것뿐임을 깨닫는다.

■ 언론 리뷰
어린 시절의 레퀴엠 - 리르
파트릭 모디아노가 서른 번째 소설에서야 밝히는 글쓰기의 원체험. 작가의 기원(기원) - 레젱록큅타블
흘러간 삶, 기억과 망각. 차원을 넘나드는 매혹적인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간다. - 리베라시옹
쉽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분명 이전의 작품들보다 더 모디아노적이다. - 르포앵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소설 속에서 창작 과장을 보여주다. - 르몽드
시간과 기억의 수수께끼를 탐구한 강렬한 소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작가정보

(Patrick Modiano 1945~ )
프랑스의 작가. 1945년 프랑스 블로뉴비양쿠르에서 정체가 불분명한, 유대인 혈통의 아버지와 벨기에 출신 배우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모디아노는 ‘점령기의 파리에서 우연한 만남으로 내가 태어났다’고 이야기하며, 그 시절을 ‘원초적인 밤’에 비유하곤 했다. 일이 많은 데다 오랫동안 사이가 좋지 않았던 부모는 어린 모디아노를 이상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친구의 집이나 먼 친척의 집에 오랫동안 맡겼고, 그는 이 집 저 집 옮겨 다니며 성장했다. 『기억으로 가는 길Chevreuse』의 핵심적인 배경이기도 한 슈브뢰즈 계곡 인근 기숙사에 살던 시절, 두 살 어린 동생 뤼비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몹시 친밀했던 동생의 죽음을 모디아노는 유년기의 끝으로 기억한다. 그 후로 여러 차례 학교 기숙사를 무단이탈하며 힘겨운 청소년기를 보냈고, 어머니의 친구인 레이몽 크노에게 개인교습을 받으며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대학을 중도에 포기한다. 1968년 크노의 주선으로 첫 작품 『에투알 광장La place de l’Etoile』을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이 작품으로 로제 니미에 상과 페네옹 상을 수상하며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1972년 『외곽 순환도로Les boulevards de ceinture』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1978년 여섯 번째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Rue des boutiques obscures』로 공쿠르 상을 수상했다. 『기억으로 가는 길』을 포함해 서른 편이 넘는 소설을 발표하며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작사가로도 활동했다. 2014년 ‘기억의 예술을 통해 불가해한 인간의 운명을 소환하고 독일 점령기 프랑스의 현실을 드러냈다’는 찬사를 받으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기억으로 가는 길』은 그의 서른 번째 소설이다.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고, 프랑스 문학이 좋아 출판사까지 냈다. 다양한 프랑스 문학을 국내에 소개하려 노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아니 에르노의 『사건』, 『젊은 남자』, 호르헤 셈프룬의 『잘 가거라, 찬란한 빛이여……』, 크리스텔 다보스의 『거울로 드나드는 여자』, 델핀 드 비강의 『충실한 마음』, 『고마운 마음』, 조르주 페렉의 『나는 태어났다』, 앙드레 지드의 『팔뤼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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