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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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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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17
제2부-271
에필로그-490
감사의 말-497
언니가 죽었을 때 나는 아무데도 없었다.
언니는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문 25쪽
너희는 특별하단다. 올빼미쏙독새나 캘리포니아콘도르처럼 희귀하지. 십만 명 이상에 한 명꼴로 너희 같은 특별한 아이가 태어난단다. 본문 44쪽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나는 안다. 항상 어떻게 흘러갔는지 안다.
이것은 보물찾기다. 지도는 엘이 갖고 있다. 엘이 다음 단서를 줄 때까지 나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본문 93쪽
무언가를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먹는 것은 잊는 것과는 다르다. 과거는 과거다. 이미 끝난 일이고 지나간 일이다. 엄마가 내게 나쁜 것들만 보지 말고 좋은 것들을 보라고 했을 때 나는 귀담아들었다. 나쁜 것들만 보다가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지를 엄마가 몸소 보여주었으니까. 본문 161쪽
그녀는 수년 동안 내 삶을 쥐락펴락했다. 강탈했다. 그동안 나는? 거울에 비친 반영이었다. 땅에 드리운 그림자, 침침하고 납작하며 일시적인 존재. 하찮은 존재. 본문 218쪽
나는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내가 누구인지, 누구였는지 한 번도 잊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가져갔던 기억은 완전한 기억의 절반뿐이었다. 그 기억들의 선량함과 동화 같은 거짓말은 내 안에서 뒤틀리고 슬픔이 되어, 이 집과 이 집에 사는 유령들보다 훨씬 자주 내게 나타났다. 커다란 빨간 문을 통과해 다시 걸어들어왔던 날 내 안에서 풀려나 뛰쳐나온 그것은, 날카로우면서 모서리는 깨져나갈 듯했고 그 깊고 캄캄한 수렁에서는 온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은 공포나 두려움, 기대가 아니었다. 안도였다. 본문 312쪽
두려움을 두려워할 필요 없고, 공포는 오직 환상일 뿐이며, 탈출은 모든 골격과 혈관과 숨결과 벽돌에 배어 있다. 그 대가로 요구되는 것은 하나다. 오직 하나. 용기를 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나는 용감해진다. 본문 422쪽
실종된 언니를 찾고 싶다면,
과거에 얽힌 공포의 수수께끼를 풀어라
외모가 대칭을 이루는 희귀한 ‘거울쌍둥이’ 자매, 엘과 캣. 어린 시절 두 사람은 마치 한몸처럼 지냈다.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고통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그 둘처럼 대칭을 이루는 거울의 집에서 함께 ‘미러랜드’라는 환상 세계와 친구들을 만들어냈다. 충격적인 사건으로 그들의 첫번째 삶이 완전히 끝나버리기 전까지는.
고향인 스코틀랜드를 떠나고 두번째 삶이 시작된 뒤, 시간이 흐르며 엘과 캣은 연락조차 하지 않는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었다. 동생 캣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자유기고가로 일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가 고향의 항구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수사를 위해 어릴 적 살았던 빨간 현관문의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들어선 순간, 캣은 순식간에 과거로 돌아온 듯한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언니와 형부인 로스가 살고 있는 집은 구조와 가구, 작은 인테리어 소품까지 과거의 모습 그대로다. 그 익숙하고 으스스한 공간에서 자매의 상상 속 시공간이자 이 집의 모든 것이었던 ‘미러랜드’에 대한 기억은 표면으로 떠오른다. 그곳을 채우던 해적, 마녀, 어릿광대의 웃음소리까지 생생히 들려오는 것만 같다. ‘미러랜드’뿐만 아니라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저택에서, 절망한 로스가 걸어나와 인사를 건네자 캣의 마음은 더욱 불편해진다. 모든 정황이 좋지 않은데도, 캣은 어쩐지 언니가 지금의 상황을 꾸며내고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며 비웃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 대문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그 집에서 떠나”라는 섬찟한 경고와 함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공포의 수수께끼가 시작된다.
심리 스릴러의 새로운 차원을 여는
기억과 상상의 미로, 미러랜드
시간이 멈춘 거울의 집과 숨겨진 방, 쌍둥이 언니의 실종과 출처를 알 수 없는 편지들이라는 클래식하면서도 공포스러운 소재들은 환상 속 거대한 배와 정글, 해적과 어릿광대라는 특색 있는 소재들과 어우러져 작품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와 더불어 우리에게 익숙한 푸른 수염과 스노화이트 이야기나 『몽테크리스토 백작』 『파피용』 『두 도시 이야기』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등의 작품까지, 고전 내러티브의 풍성한 인용은 문학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여정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미러랜드』는 모든 면에서 종합선물세트처럼 화려하면서도 심리 스릴러로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작품이다. 충격적으로 거듭되는 반전이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결말부에 이르기까지 환상과 현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교차하며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신선한 전개가 이어진다. ‘시계 장인의 솜씨’라는 스티븐 킹의 표현이 걸맞은 정교한 짜임새는 독자를 완전히 매료시켜 손에 땀을 쥐고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더불어 두 자매가 겪는 슬픔과 죄책감, 혼란이라는 인간적인 감정의 섬세한 묘사는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유려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문장으로 과거의 기억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과 상상의 힘에 대해, 트라우마와 그것을 극복하게 하는 사랑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처럼 감각적인 글쓰기와 다채로운 요소, 그리고 예리한 통찰로 빛나는 심리 묘사가 더해져 완성된 작품 『미러랜드』는 심리 스릴러의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향하는 문을 당당히 열고 있다.
작가정보
Carole Johnstone
스코틀랜드 출신의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작가.
2007년 단편소설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대의 징조Signs of the Times」(2013)로 브리티시 판타지 어워드를 수상하며 떠오르는 장르소설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2021년 출간한 첫 장편소설 『미러랜드』는 실종된 쌍둥이 언니를 추적하다 충격적인 비밀을 파헤치게 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해리 포터〉 시리즈 제작팀에 TV 판권이 팔렸다. 이후로도 가상의 섬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두번째 장편소설 『검은 집The Blackhouse』(2023)을 출간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며 전 세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전공 번역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소설 『죽이고 싶은 남편들』 『일곱 번의 거짓말』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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