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
2024년 11월 29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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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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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
에필로그
작가의 말
“아기는 키울 수 없어.”
흔들리던 어깨가 멈췄다.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뭐? 왜?”
나는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이 나라에선 비참해져.”
_프롤로그
“피해자는 누구야?”
“권윤정 교수라고 여기 K대학 사회학과 조교수예요. 나이는 마흔두 살이고, 주민들이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할 때 무슬림을 대변한 사람이에요. 기억나시죠? 사원 짓는 동안 주민들이 삼겹살 파티도 하고 돼지머리도 전시해 놓고… 공사를 방해했잖아요? 그때 앞장서서 구청과 대학에 무슬림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바로 그 사람이에요.
뭔가 심상치 않아 보이죠?”
_17쪽
혐오와 차별은 언론과 독자의 머릿속에 맹목적으로 자리 잡은 관념일 뿐 관념에 대응하는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종교 갈등이든 혐오와 차별이든 겉모습 안쪽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이해관계만이 실재할 뿐이다. 종교적 갈등만으로 살인하는 행위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한국 사회에서는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_104쪽
박곤 형사는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 가운데 상당수가 공부보다는 취업이 목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학에 등록만 한 뒤 돈을 벌고, 졸업 후에는 소위 ‘도망’ 간다는 것이다. K대학과 같이 공부를 많이 시키고 학점 관리를 까다롭게 하는 대학에는 베트남 유학생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꾸잉이 K대학에 유학을 왔다면 취업이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_147쪽
보편타당한 윤리 법칙이라는 게 있기는 할까? 아이들에게 윤리를 가르친다는 것이 사회에 잘 순응하는 법을 주입하는 것 같아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대신 불행해진 사람을 주목했다.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 사건에 몰두했다. 어떤 사건이든 피해자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여성이 많았다. 연쇄살인범의 대상은 거의 여성이었다. 분쟁의 피해자도 여성이었고, 전쟁의 진정한 피해자 또한 여성이었다. 경찰이 되고 살인 사건을 수사하게 되면서 더욱 그렇게 느꼈다. 아니 확인했다. 죽어서도 여성의 시체는 더 많은 호기심과 상상력의 대상이 되었다.
오지영은 보편타당한 윤리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가해자에 의한 피해자, 지배자에 의한 피지배자의 구조만 있을 뿐이다.
_241쪽
<b>한국의 본격적인 사회파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2022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자 김세화의 장편소설
“그녀가 바란 것은 구원이 아니라 단 3학점이었다”</b>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자 김세화의 장편소설 《타오》는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부조리의 뿌리 깊은 연쇄를 드러내는 정통 사회파 미스터리다. 30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 포착한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치밀하고 방대한 스케일의 미스터리로 담아냈다. 작가는 뿌리 깊은 비관과 무기력이 불러일으킨 폭력, 사회 계층간의 억눌린 분노, 사건의 본질은 무시한 채 악의적인 기사를 양산하는 언론 등에 메스를 들이대며 날카롭게 해부한다. 인접한 일본의 작품들과 비교당하며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아온 한국 추리 문학계에 축복처럼 내린 핵폭탄급의 사회파 미스터리.
<b>“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그녀를 사랑한 사람이다.”</b>
소설은 폭우가 쏟아지는 밤에 발생한 폭행 사건으로 시작한다. 피해자는 이슬람 사원 건립 당시 교회와 주민들의 반대에 맞선 사회학자. 평범한 퍽치기로 보였던 사건은 한 달 뒤, 태풍을 동반한 폭우 속에 벌어진 다문화교류연구원 자문 변호사 살인사건으로 급진전을 맞는다. 특종의 냄새를 맡은 언론은 문화 혐오와 종교 전쟁의 프레임을 씌워 선정적인 보도를 토해내고,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새로운 시체가 발견된다. 현장에 남기를 고집하는 형사과장 오지영은 여성이라는 핸디캡과 불행한 개인사, 무능한 경찰로 낙인찍으려는 언론, 사내 정치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알력에 맞서며 꿋꿋하게 사건의 진실을 찾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사건의 중심에 ‘푸른 숲’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가 포착되면서 한국 사회의 복잡한 욕망 사이에서 갈기갈기 찢긴 비극적 삶이 드러난다.
<b>로컬리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사회파 미스터리’
한국 사회의 구조적 폭력을 방대한 스케일로 치밀하게 담아내다</b>
일본에서 탄생한 사회파 미스터리란 용어는 고가 사부로, 에도가와 란포, 요코미조 세이시로 대표되는 본격 미스터리에 대한 반발로 생겨났다. 수수께끼 풀이에 집중하는 본격에 식상함을 느낀 작가들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그로 인해 발생한 범죄와 인간에 초점을 맞춘 것이 시작이었다. 대표적으로 마쓰모토 세이초가 《점과 선》이라는 걸작을 썼고, 뒤이어 모리무라 세이치의 《인간의 증명》이 발표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사회파 미스터리는 미스터리 하위 장르 중에서 로컬리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공간적이고 문화적인 조건을 작가와 독자가 공유하는 사회의 욕망과 모순을 그려내지 않는다면 존재 의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사회파를 표방하는 작품들이 큰 반향을 얻지 못한 이유가 바로 지금, 우리의 문제를 첨예하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김세화의 《타오》는 탁월한 현실 감각으로 우리 곁의 문제를 집요할 정도로 끈질기게 파고든다.
“보편타당한 윤리 법칙이라는 게 있기는 할까? 아이들에게 윤리를 가르친다는 것이 사회에 잘 순응하는 법을 주입하는 것 같아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오지영은 보편타당한 윤리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가해자에 의한 피해자, 지배자에 의한 피지배자의 구조만 있을 뿐이다.”
_본문 중
사회 구조 문제의 해결책은 요원하고, 비이성적인 혐오 프레임과 저열한 선동에 휘둘리며 문제의 본질을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는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들은 어떤 폭력에 노출되는가. 작가의 냉철한 시선은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린 편견과 이기심의 덩어리를 샅샅이 훑는다. 선정적인 화제성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기를 서슴지 않는 언론, 자기 보신과 영달에만 혈안이 된 경찰 조직, 학생을 교육 대상이 아니라 등록금을 납부할 수단으로 보는 대학, 신의 심판과 자비를 편리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종교, 외국인 노동자를 악의적으로 착취하는 기업, 재개발이라는 로또를 위해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주민들. 집단이라는 방패 뒤에 숨은 개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혐오와 은근한 폭력을 정당화하고, 차곡차곡 쌓인 증오는 마침내 무고한 희생자를 빚어낸다.
대구 개구리 소년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기억의 저편》, 팬데믹에 얽힌 국제적 음모를 그린 《묵찌빠》에 이은 이번 작품에서 김세화 작가는, 30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 포착한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고 있다. 인접한 일본의 작품들과 비교당하며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아온 한국 추리 문학계에 핵폭탄급의 사회파 미스터리가 축복처럼 내렸다. 우리도 《타오》 보유국이란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국제사회는 스트롱맨이 대세가 되었고, 그들은 정치적 이득을 위해 뒤를 돌아보지 않고 갈등과 증오를 증폭시킨다. 이런 거대 혐오의 시대에 작가는 묻는다. 지배와 피지배를 나눈 구조적인 모순은 누가 만든 것인가? 구조 안에 숨어 학습된 혐오를 무의식중에 반복하는 개인에게 발행되는 면죄부는 온당한가? 단 한 명이라도 익숙한 틀을 벗어나 사회적 약자에게 손을 내민다면 얼마나 많은 순교자를 구제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 추리 문학계에 벼락처럼 내린 미스터리 작가 김세화의 질문에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다.
“약자가 진짜 약한 자가 되는 과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때마다 없애버리는 셀 수 없는 욕망, 거기에 우연 또는 재수 없음 등이 보태진다. 아니 우연이나 재수 없음은 없다. 지배와 피지배 구조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결과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가 단 한 번만이라도 재기의 기회를 없애지 않는다면 어디 약자가 영원히 약자로 남겠는가. 타오라는 이름에는 초목草木의 의미가 있다. 푸른 숲이 푸른 숲으로 보존되려면 숲을 훼손하거나 초목을 휘감는 검은 욕망의 손길이 없어야 한다. 《타오》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_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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