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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다

록산 게이 지음 | 최리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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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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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9.85MB)
ISBN 9791141608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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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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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산 게이의 신간 『아무도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다』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칼럼니스트이자 에세이스트, 소설가인 록산 게이가 미국의 정치, 사회, 문화적 이슈에 글과 말로 참견해온 10년 동안의 기록 중 오래도록 읽힐 최고의 칼럼 66편을 모았다. “다정한 친구이면서 냉철한 비평가”(『피플』)라는 수식어처럼 뉴욕타임스, 가디언과 같은 주요 일간지를 비롯해 『하퍼스바자』 『마리끌레르』 등 대중적인 잡지에서도 빛을 발하는 록산 게이의 필력을 이 책에서 한껏 느낄 수 있다.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하면서도 안절부절못하거나 줏대 없는 비평을 건네는 법이 없다”라는 커커스리뷰 서평에 걸맞게 이 책에 실린 모든 글이 신랄하면서도 균형잡힌, ‘의견 쓰기’의 정석을 보여준다.

“나는 내 관점을 공유하거나, 참을 수 없는 것 혹은 끔찍한 것에 반대하거나, 열렬히 믿는 것을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누려왔다. 나는 그런 기회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상상만 할 수 있었던 세상, 내게도 목소리가 있으며 그걸 두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고 또 내 목소리가 들린다는 걸 나 스스로 아는 세상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18쪽)

록산 게이는 지면, 팟캐스트, 유튜브, 시사 프로그램 등 자신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쓰고 말하며, 미국의 현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데 늘 거리낌이 없다. 그가 관심을 두고 있는 이슈의 다양함, 정치인 비판부터 셀러브리티와의 대화까지 영역을 넘나드는 넓은 스펙트럼은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장점이다. 록산 게이는 자신이 속한 자리, 즉 아이티계 흑인이라는 뿌리, 교수라는 지위, 성소수자라는 정체성, 그리고 몸집이 큰 여자이고 강간 피해자인 점 등 자신의 위치성에서 비롯한 입장을 무척 진지하게 여기며 논쟁적인 주장을 하는 한편, 비난받아 마땅한 이들에 대해서도 신중한 숙고를 거쳐 적확하고 구체적인 언어로 글을 쓴다. 그의 글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서문

정체성, 정치 그리고 정체성 정치

-비극은 무한히 반복된다
-즉각적 분노보다 더 중요한 일
-완벽히 안전한 공간이라는 환상
-이것이 백인성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희망에 반하는 사건
-프라이드 축제에 경찰은 필요 없다
-SNS 속 사람들이 끔찍한 이유
-스포티파이 보이콧
-임신중지, 맹렬히 지켜야 할 권리
-예의 없는 자들의 예의 타령

시민의 의무와 책임

-우리에게도 화낼 자격이 있다
-머리와 가슴으로 하는 투표
-지금 우리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아무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는다
-환멸 나시죠? 그래도 투표하세요
-기억하라, 아무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는다
-이젠 스스로를 구해야 한다
-산산이 부서졌다, 이제 싸울 준비가 됐다

흑인의 생명은 당연히 중요하다

-이제 용서는 신물이 난다
-우리의 취약한 몸에 관하여
-죽은 사자를 위한 눈물
-흑인 아이들이 직면한 위험
-흑인의 죽음이 일상이 된 사회
-기념비와 문화적 기억
-세상은 흑인더러 위축되라고 한다
-초인종을 잘못 누르면 살해당할 수도 있다

친애하는 남자 동료들

-아버지에게도 취향이라는 게 있다
-나쁜 남자가 만든 좋은 작품, 거부한다
-남성들이여, ‘유투’입니다
-제멋대로 복귀하는 특권
-남자들이 이보다는 잘할 줄 알았지
-잔인할 정도로 솔직한 헛소리
-농담을 받아줄 필요가 없다

보고 읽고 질문하라

-엄청난 분노, 엄청난 질주
-보잘것없고 하찮은: 미첼 잭슨, 『잔여의 세월』(2013)
-해변이 짜증나는 이유
-피 흘리는 산문들: 메건 다움, 『말할 수 없는 것』(2014)
-결혼이라는 굴레: 제니 오필, 『사색의 부서』(2014)
-음식 방송의 가학적 즐거움
-공개 구혼이 로맨틱할 수 있을까
-차이와 공감: 조이스 캐럴 오츠, 『희생』(2015)
-코카인이 목소리를 얻다: 제임스 해너햄, 『딜리셔스 푸드』(2015)
-오스카, 백인이 너무 많다
-상상 속 흑인의 삶: 조디 피코, 『작지만 위대한 일들』(2016)
-노예제 팬픽션은 관심 없다
-『앵무새 죽이기』가 왜 중요하다는 걸까: 톰 샌토피에트로, 『‘앵무새 죽이기’가 왜 중요한가』(2018)
-문제 많은 예술가의 문제적 작품
-〈로잰〉 리부트의 참을 수 없는 점
-프로그램 종영이 완벽한 해답은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게으르고 모욕적인
-토니 모리슨의 유산
-흑인 히어로를 기리는 방법
-미술품 수집과의 낯선 조우

남 일에 참견하기

-마돈나, 그의 봄이 기지개를 켜다
-찰리 허넘, 올 것이 왔다
-니키 미나즈, 비트의 주인
-멀리나 맷수커스, 두려움 모르는 시선
-저넬 모네이, 거절은 나의 무기
-세라 폴슨, 겁 없는 예술가
-테사 톰프슨, 변화를 만드는 능력
-조던 캐스틸, 기대와 만족 사이
-패멀라 앤더슨, 마침내 자신을 드러내다

록산에게 물어보세요

-일은 중요하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닙니다
-꿈을 펼치기에 너무 늦은 걸까요
-화는 엄청 나는데 사회운동에 나서긴 어려워요
-내 삶에도 평생의 사랑이 있을까요

감사의 말
옮긴이의 글: 구원 없는 세계에서 의견 쓰기, 그리고 응답하기

의견을 표하는 사람들 중에는 소속이나 신념에 관계없이 모두가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던 ‘좋았던 옛 시절’의 담론장을 그리워하며 오늘날을 개탄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여성이나 유색인이나 성소수자나 주변부에 존재하는 이들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던가, 나는 잘 모르겠다. 「서문」 19~20쪽

우리는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온전히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각자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토록 어린 나이에, 기댈 곳 하나 없이 우리 의지에 반하는 임신을 했다면 우리가 나누는 이 삶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함께 꾸린 이 삶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과 우리의 몸은 여전히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언제나 그래왔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가 자유롭다는 말인가? 대체 우리 중 어느 누가 자유로울 수 있는가? 「임신중지, 맹렬히 지켜야 할 권리」 73쪽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한 선언이 다른 것을 부정하는 것인 양 “모든 목숨은 소중하다”는 말을 반사적으로 내뱉지 마라. 대신 유색인이 왜 자신들의 삶도 가치 있음을 세상에 상기시킬 수밖에 없는지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라. 「죽은 사자를 위한 눈물」 134쪽

우리는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남자들은 그렇게 두려움이 많은가? 왜 그렇게나 유약해서 먼저 총을 쏘거나 해를 입힌 다음에야 질문하는가? 왜 그들은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게 인간적인 실수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라고 믿는가? 겁에 질렸거나 자격지심이 있거나 분노해 있거나 반감을 품었거나 혹은 그 전부 다 해당하는 남자들과 공공의 삶을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초인종을 잘못 누르면 살해당할 수도 있다」 160쪽

스스로 선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 같은 사람들, 스스로를 그렇게나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에게는 옳은 일을 할 기회가 몇 번이고 계속해서 주어지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언젠가 우리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대체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초인종을 잘못 누르면 살해당할 수도 있다」 161쪽

우리는 피해자를 위한 정의를 고민하는 일에는 힘을 거의 쏟지 않으면서, 성추행과 폭력을 저지르는 남자들을 생각하는 데 지나치게 공을 들인다. 그들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어떻게 되진 않을지 걱정한다. 그들로 인해 고통받은 이들에 대해서는 그만큼 걱정하지 않는다. 피해자보다 가해자에게 더 쉽게 공감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제멋대로 복귀하는 특권」 182쪽

사적인 에세이에 우리는 너무 많은 걸 바라는데, 그 욕망에는 일면 야만적인 구석이 있다. 우리는 에세이스트가 날것 그대로를 드러내길 바란다. 독자를 위해 얼마나 기꺼이 피 흘릴 수 있는지 보고 싶어한다. 이 욕망은 에세이 작가들에게 흥미로운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얼마나 피를 흘릴 것인가,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선 얼마나 피를 아낄 것인가? 「피 흘리는 산문들」 221쪽

나는 더이상 예술적 유산을 고민하지 않는다. 가해자들이나 억울해하는 남자들의 작품을 무시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해자들의 유산을 두고 괴로워한다는 건 좋은 작품을 위해서라면 피해자들이 어느 정도는 대가를 치러도 된다는 뜻이므로. 진실은, 어떠한 30분짜리 방송도 누군가의 고통에 보상이 될 만큼 대단치 않다는 것이다. 「문제 많은 예술가의 문제적 작품」 282쪽

스스로 그렇게 말하진 않지만 세라 폴슨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인터넷 합성어 ‘셀레즈비언’(아주 유명한 레즈비언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또다른 위대한 배우이자 셀레즈비언인 홀랜드 테일러와 열애중이다. 나는 혀끝에서 구르는 발음 때문에 ‘셀레즈비언’이라는 단어를 소리 내서 말하길 좋아하고, 셀레즈비언에 관한 온갖 가십에도 사족을 못 쓰는데, 셀레즈비언이 워낙 드물기 때문이다. 누구도 연애생활로만 규정되어선 안 되겠지만 퀴어 여성으로서 나와 닮은 관계를 빚어가는 이들을 바라보는 건 놀랍도록 멋진 일이다. 「세라 폴슨, 겁 없는 예술가」 373~374쪽

당신이 편지에 쓴 건 무심함이 아니에요. 당신은 지금의 세상이 처한 상태에 무관심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자신의 욕구들과 세상에 좋은 일을 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는 인간적인, 한 명의 여성일 뿐이에요. 지금 당장은 당신의 욕구 쪽이 더 우세한 상황인 거죠. 충분히 시간을 가지세요. 감정 저장고가 차올랐을 때 다시금 공감을 확장하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는 한, 이 상태에 수치심을 느낄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당신이 세상 돌아가는 일에 마음을 쓰지 않았다면 오히려 나는 걱정했을 겁니다. 이 고민을 털어놓지 않았다면 걱정했을 테고요. 「화는 엄청 나는데 사회운동에 나서긴 어려워요」 422쪽

편견, 혐오, 가짜 뉴스, 무의미한 논쟁…
위험한 헛소리에 날리는 록산 게이 식 펀치

『아무도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다』는 일곱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크게 시민권, 인종 문제, 젠더 논쟁으로 구분할 수 있는 칼럼들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 동성 연인과의 결혼이라는 개인사 등 많은 일이 포함된다. 스스로가 주변부의 존재로서 차별과 혐오에 맞서온 만큼 이 책의 첫번째 장을 이루는 정체성 정치는 그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다. 하지만 미국에서 보수는 물론이고 진보 진영에서도 정체성 정치의 정치적 힘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록산 게이는 자기 정체성을 인식하고 끌어안는 사람이 더 너른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을 담아 정체성 정치의 가능성을 글로 썼다.
그가 천착한 주제 중에는 미국의 분열된 정치 환경을 빼놓을 수 없다. 오늘날 정치는 신념과 이념이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심지어 탄압하는 사람들로 인해 손쓸 수 없이 망가지고 있다. 미국에는 “초당적 지지를 받는” 전형적인 나이든 백인 남성 정치인이 대통령직을 줄줄이 꿰차고 있고, 여전히 숙고보다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치 상황에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소외된 이들의 고난은 점점 더 심해진다. 록산 게이는 나쁜 정치인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하지만, 비극과 폭력을 스펙터클로 소비하는 유권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일침을 가한다. 더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 정치에 좌절감이 들더라도, 끝내 절망에 굴복할 수는 없다는 마음, 더 나은 정치인을 뽑을 수 있다는 가능성, 우리 손으로 바꿀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을 역설한다.

“스스로를 속여선 안 된다. 불만스럽다는 식의 고결함을 내세우며 당신의 정치적 입장을 가리지 마라. 두 눈을 똑똑히 뜨고 권력을 가진 자들부터 간 커진 추종자들까지 난 쭉 뻗은 길을 보라. 투표할 때 두 가지 악을 놓고 차악을 택하는 거라고 믿는 건 냉소다. (…) 뭔가를 하라. 뭐라도 하라.” (102~103쪽)

인종 문제는 록산 게이가 가장 통렬하고 무겁게 다루는 이슈다.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구호를 여전히 외쳐야만 하는 세상, 백인에 의한 흑인 사망자 명단에 새로운 이름이 계속해서 추가되는 미국 사회에서 자신은 “아직 죽지 않은 것만 같다”라며 진력난 마음을 토로하면서도 그 희생자의 이름을 가슴에 새기고 그 죽음을 복기한다.
문화비평은 문화 창작자이자 열렬한 소비자인 록산 게이의 전문 영역이다. 대중문화에서 다양성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창작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적 문제가 엄연히 존재한다. 록산 게이는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펴낸 저술가이자 마블 시리즈의 『블랙 팬서─월드 오브 와칸다』를 집필한 창작자로서 대중성과 작품성 둘 다 만족시켜야 하는 대중문화 산업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이 세상은 진공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창작자들은 크고 작은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는데, 그럴 때마다 창작자의 선택이 불러오는 파급효과에 대해 고민하고 책임질 것을 주장한다. 예를 들어, 백인우월주의 선동가의 책 판권을 사들인 출판사와의 책 계약을 해지한다든지, 가짜 뉴스와 선동으로 가득한 조 로건의 팟캐스트를 유치한 플랫폼에서 자신의 방송을 스트리밍하지 않는다든지 같은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예로 들며, 스스로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그 상황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자고 제안한다. 또, 그는 고유한 관점을 가진 예술가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마돈나, 저넬 모네이, 세라 폴슨, 테사 톰프슨 등과 인터뷰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셀러브리티와 나눈 편안하고 솔직한 대화에서 록산 게이의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세상을 구하는 것은 대담하고 단단한 말이다
항의하고, 분노하고, 기억하는 말의 힘

2016년에 이어 2024년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된 현 상황에서 미국 시민은 물론 진보의 가치를 믿는 세계의 많은 이들이 정치에 대한 환멸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록산 게이는 투표 당일, “모든 것이 잘될 것이다(Everything is going to be okay)”라며 자신이 믿는 가치를 옹호하는 후보에 투표한다는 열정적인 글을 올렸고, 선거 결과가 드러난 이후 그저 이 상황에 굴복할 순 없다는 마음으로 “모든 것이 괜찮아야만 한다(Everything Still Has to be Okay)”라고 썼다. 이 책에서도 내내 견지한 태도처럼 “우리에겐 환멸을 감당할 여유가 없”(103쪽)기 때문이다. 우리는 외부의 변화, 단번에 주어지는 해결책으로 이 복잡하고 진창인 세계에서 빠져나오기를 기대해서는 안 되며, 다른 사람의 불행을 담보로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이기심도 버려야 한다. “아무도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다”라는 말은 우리에게도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 그걸 두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의견을 벼려야 한다는 요청이다.
아무도 우리를 구해주지 않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구할 수 있으며 구해낼”(114쪽) 수 있다. 정당하게 분노하고 끊임없이 항의함으로써 말이다. 늘 자신의 발언으로 사회에 책임지고자 노력하는 믿음직한 작가 록산 게이. 이 책의 번역자의 말처럼 『아무도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다』는 지금, “책임감 있는 의견 쓰기란 무엇인가 묻는 이들에게”(433쪽) 건네고 싶은 책이다.

“분노는 본질적으로 나쁜 게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분노는 지극히 정상적인, 심지어 건강한 인간 감정이다. 분노를 통해 우리는 불만을 표현할 수 있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혁명을 일으킬 만한 유용한 분노, 그리고 우리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무용한 분노의 차이를 아는 것이다.”(86쪽)

작가정보

저자(글) 록산 게이

(Roxane Gay)
작가, 칼럼니스트. 1974년 10월 15일 미국 네브래스카주에서 가톨릭 신자이자 아이티 출신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예일대학교에 진학했으나 3학년 때 중퇴했으며 이후 노리치대학교 버몬트 칼리지에서 학사, 네브래스카대학교 링컨 캠퍼스에서 문예창작학 석사, 미시간공과대학교에서 수사학 및 기술 커뮤니케이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부터 이스턴일리노이대학교에서 조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2014~2018년 퍼듀대학교 부교수, 2019년 예일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럿거스대학교 여성리더십연구소(IWL)의 미디어, 문화, 페미니즘 연구 부문 글로리아 스타이넘 기념 교수로 있다.
록산 게이는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유수 일간지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며, 티브이 및 영화 프로젝트에 작가로도 참여하고 있다. 평가절하된 소수자이면서 출판 경험이 많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뻔뻔함(Audacity)’이라는 제목의 뉴스레터를 발행했고, ‘록산 게이 어젠다’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헝거』 『나쁜 페미니스트』, 소설집 『어려운 여자들』 『아이티(Ayiti)』 『언테임드 스테이트(An Untamed State)』, 그래픽 노블 『블랙 팬서-월드 오브 와칸다』(공저) 등 다양한 작품을 썼다. 2015 펜 문학상 표현의 자유 부문, 2018 아이스너상 베스트 리미티드 시리즈 부문에서 수상했고, 2018년 구겐하임 펠로십을 받았다.

EBS 다큐멘터리팀에서 작가로, 여성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지금은 영문학 박사과정 공부와 번역 일을 병행하고 있다. 번역과 낭독 작업, 동네 책방 독서 모임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오랜 시간 장르를 불문하고 써온 글을 엮은 첫 책 『밤이 아닌데도 밤이 되는』을 냈다. 『Y/N』 『벌들의 음악』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 『멀고도 가까운 노래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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