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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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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심판
3장 부활
4장 악의
5장 탈출
6장 재회
에필로그
작가의 말
밥을 먹던 상병 하나가 기침을 하다 피를 흘리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호스에서 물을 뿜듯 피를 토해내 천장이고 바닥이고 할 것 없이 피범벅으로 만들었다. 그때 제훈은 피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사람 몸속에 얼마나 피가 많이 들어 있는지 알게 되었다. 엄청난 핏물. 지독한 냄새. 온몸의 물기가 빠진 앙상한 시체. 그 모든 일이 10분 이내에 벌어졌다. (61쪽)
폐허와 같은 광경 사이사이에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제훈은 후들거리는 다리에 애써 힘을 주었다. 영화나 게임에서 이런 거 많이 봤는데…… 실제 피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니 소파에 누워 피자에 콜라를 먹으면서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아마도 냄새, 냄새 때문이리라. 혀를 잘못 씹었을 때 입안 가득 퍼지는 녹슨 쇳내, 그걸 백 배쯤 증폭시켜놓은 듯한 지독한 비린내가 건물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92쪽)
세상은 핏빛 지옥으로 변했다. 곳곳에서 사고가 나 검은 연기가 하늘로 피어올랐고 피투성이 괴물들이 사람들을 덮쳤다. 이 많은 괴물은 다 어디서 나타난 걸까. 영주는 현기증을 느꼈다. 끔찍한 비명이 귀청을 찢고 하얀 눈 위로 붉은 피가 번져나갔다. 사방에 괴물들이 있어 도망칠 곳이 없었다. (152쪽)
죽은 자와 산 자가 뒤섞이고, 죽고 싶지 않아도 죽을 수밖에 없는 세상이 왔으니. (170쪽)
눈빛은 죽은 쥐처럼 흐릿했고 표정은 멍했다. 피가 묻은 손톱으로는 여전히 문이 있던 곳을 긁고 있었다. 소매를 타고 뚝뚝, 피가 떨어졌다. 송 중사는 놀란 얼굴로 형배를 바라보다 말했다. “너…… 죽었잖아.” (189쪽)
원해서 군인이 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군복을 입고 무장하고 있어도, 세상 경험이 부족한 이십대 초반의 젊은이들에 불과했다. 그들에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너무나 가혹했다.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도. (200쪽)
우리는 무사할 거야. 그리고 다시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342쪽)
★〈파수꾼〉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 박정민ㆍ지수 주연
2025년 상반기 기대작 쿠팡플레이 시리즈 〈뉴토피아〉 원작★
“엄청난 핏물, 지독한 냄새. 거죽과 뼈만 남은 앙상한 시체.
그 모든 일이 10분 이내에 벌어졌다.”
소설은 출혈성 호흡기 바이러스인 ‘라히브’의 등장으로 전 세계가 미증유의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부터 시작된다. 중국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고열과 토혈을 동반하고 심할 경우 감염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대한민국 내 모든 군부대의 휴가 외박이 중지되었다. 수도권 영공방어를 위해 강남의 특급호텔 옥상에 설치된 대공포진지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복무중인 제훈은 여자친구 영주로부터 결별에 가까운 통보를 받은 뒤, 탈영을 꿈꿀 정도로 절박한 심정에 처해 있다. 부대 주변은 화려한 번화가에, 바로 아래층에는 호화로운 호텔 시설과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다.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음에도 그곳의 사람들과 전혀 다른 일상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바깥을 향한 제훈의 갈망을 더욱 극심하게 만든다.
그러나 외부와의 단절은 순식간에 불행에서 행운으로 뒤집힌다. 백신 접종자들이 별안간 좀비로 변하기 시작함에 따라, 두꺼운 철문으로 봉쇄되어 갑갑하기만 했던 부대 안은 제일 안전한 대피소로 변모한다. 그러나 안도감도 잠시, 바깥 상황을 알지 못한 채 말년 휴가를 나서려던 병사들에 의해 문이 열리면서 좀비들이 부대 안으로 들이닥치고 만다. 몸을 물어뜯긴 부대원들이 생겨나면서 옥상은 아비규환에 사로잡힌다. 제훈을 비롯한 병사들은 동료와 상관을 사살해야만 하는 절망적인 상황과 맞닥뜨린다. 더이상 안전한 장소란 없다. 접전이 지나간 뒤 병사들은 전력 공급과 식량 확보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아래로 내려가기로 결심한다. 제훈은 후임병 인호와 함께 위험에 처해 있을지 모르는 영주를 찾아 호텔 밖으로 빠져나간다. 밥과 잠만 보장되면 되는 “단순한 존재”였던 제훈이 자유의지가 소거된 공간을 벗어나 확고한 목표를 지니고 움직일 때, 소설은 뜨겁게 생동하기 시작한다.
도시가 삽시간에 핏빛 지옥으로 변하고, 전국에 계엄령이 선포된다. 영주는 끈질기게 달려드는 좀비떼를 피해 안전한 장소로 숨어드는 데 성공한다. 잠시 일탈을 즐겨보려는 심산으로 제훈의 친구인 진욱과 동행했지만, 추태를 던지며 영주를 폭력적인 상황으로 몰아넣는 진욱의 모습에서 좀비보다 두렵고 참혹한 인간 욕망의 실태를 발견한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제훈과 함께했던 일상의 소중함과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되새기면서 영주는 제훈이 찾아와주기만을 간절하게 기다린다. 과연 두 사람은 성공적으로 재회할 수 있을까?
“죽음이 코앞에 닥치자
죽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하나둘 생각났다.”
피비린내가 코끝에 느껴지는 듯한 처절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소설이 무겁지 않고 속도감 있게 읽히는 이유는 제훈과 영주, 두 인물의 행동에 어떠한 망설임도 없기 때문이다. 가족과의 연락이 두절되고 가까운 이들이 하나씩 죽어가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삶을 지속해보려 노력하는 이들을 통해, 작가는 인간이 극한에 몰렸을 때 경험하기 마련인 무력감보다는 소중한 것을 되찾기 위해 애쓰는 용기와 희망이 더욱 값진 것임을 그려낸다. 더불어 어떤 갈망이 그토록 죽은 자를 필사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인지, 인간과 좀비를 구분 짓는 최소한의 기준이 무엇인지, 즉 인간적인 것과 비인간적인 것의 경계가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통찰함으로써 무심코 망각하기 쉬운 삶의 의미와 가치를 환기시킨다.
전 세계적인 위기 앞에 그저 평범할 뿐인 20대 초반의 청춘들이 놓여 있다. 도저히 퇴로가 없을 것만 같은 극단의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시도하고 고전하는 인물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절망을 가까스로 소화해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유사한 세계를 먼저 살아낸 인물들의 모습 속에서, 나름의 방식대로 현실을 돌파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 역시 발견하며 서사적 상상력이 때로는 현실을 초월하는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모든 일이 마치 농담처럼 느껴지는 세상에서, 과연 간절함은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점멸하는 세계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간간이 반짝이는 희망이 있다는 점이다.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
‘읽는’ 소설에서 ‘보는’ 소설로
국내 최고의 작가들이 만들어나가는
무수한 취향의 테마파크!
흥미진진하고, 몰입감 높으며, 독자의 마음에 감동을 남기는
웰메이드 장편소설의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는 ‘플레이(PLAY)’라는 이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소설 읽기를 ‘놀이’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는 문학 테마파크를 지향한다. 또한 한 장면 한 장면 허투루 쓰이지 않은 감각적이고 탄탄한 장편소설을 엄선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재생’함으로써 오감을 통해 구체적으로 체험하는 문학을 선보이고자 한다. 앞으로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는 평단과 독자에게 인정받는 국내 최고의 작가들과 함께하며 재미와 감동을 함께 전하는 뛰어난 작품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한상운
소설가이자 각본가. 『양각양』 『비정강호』 『특공무림』 『무림사계』 등의 무협소설과 경찰소설 『무심한 듯 시크하게』, 미스터리 소년추격전 시리즈 『게임의 왕』 『소년들의 밤』, 소설집 『보라의 트렁크』, 장편소설 『비주류 연애 블루스』 『친애하는 나의 적』 등을 출간했다. 영화 〈내 연애의 기억〉 원작자이자 〈백야행〉 〈청년경찰〉을 각색했고 드라마 〈텍사스안타〉 〈완벽한 스파이〉 〈굿와이프〉 〈왓쳐〉 〈해피니스〉 등의 각본을 썼다.
작가의 말
2012년에 이 소설이 첫선을 보였을 때만 해도 한국의 좀비물 붐은 시작되지 않았고, 코로나 사태와 같은 전 지구적 혼란도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십여 년이 지난 지금, 개정판을 준비하며 다시 읽어보니 그간의 사회적 변화와 겹치는 대목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 좀비와 재난은 단지 외피일 뿐, 본질적으로는 청춘 시절에만 가능한 찌질하고 어설픈 사랑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찌질함의 본질은 유지하되, 그 안에서 인물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좀더 부각시키고 낡은 감수성은 조금이나마 덜어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뉴토피아〉와 비교하며 읽으셔도 좋고, 소설 그 자체로 즐기셔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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