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
2024년 12월 04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1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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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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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이자 환경 저널리스트인 저자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이 우리 뇌부터 몸, 마음에 걸쳐 기후변화가 어떻게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는지 신경과학ㆍ데이터과학ㆍ인지심리학을 동원하여 설명한다. 기억력 감퇴, 폭력성 촉발, 신경퇴행 질환의 증가, 감염병의 역습, 트라우마 및 우울 증상의 폭발에 이르기까지 소리 없이 찾아와 인간을 수족처럼 부리는 ‘기후 괴물’의 모습이 낱낱이 드러난다.
프롤로그: 기후변화는 우리의 안팎으로 존재한다
1부 뇌로부터의 위험한 신호
1장 기억: 내 안의 기후를 망각할 때
기후는 변화하고 있는가 | 기후는 어떻게 우리의 일부가 되었는가 | 급변하는 기후가 기억상실을 유발한다 | 미래 예측을 위한 기후평년값 갱신의함정 | 기준선 이동, 점진적 소멸에 대한 점진적 순응 | ‘기후 망각’ 현상의 해독제인 ‘기후 공감’
2장 인지: 뇌는 자연에 스며들어 있다
무더운 곳에서 나타난 뇌의 이상 신호 | 폭염과 대기오염으로 인한 인지능력 저하 | 폭등하는 기온 앞에서 객관적 판단은 허상일 뿐 | 폭염에서 살아남기 위해 멍청해지는 뇌 | 환경에 민감한 생물학적 유기체 | 기후 손상을 회복시키는 생태기후 디자인
3장 행동: 누가 타이슨 몰록을 죽였는가
외부 압력은 스트레스를 얼마나 가중시키는가 | 기온 상승은 보복 행위를 더욱 부채질한다 | 기온과 세로토닌, 폭력성의 상관관계 | 기후변화는 우리의 자유의지까지 결정하는가 | 충동성이 폭발하는 세상에서 자제력을 기르는 법
2부 몸은 어떻게 뒤틀리는가
4장 신경퇴행: 독성 물질의 만개
병코돌고래와 버빗원숭이의 이상한 뇌 | 시아노박테리아가 내뿜는 아미노산 독소 | 해양 먹이사슬 전반에 걸쳐 발견된 신경독소 | 기후변화가 시아노박테리아의 대증식을 부르다 | 사막과 물가를 가리지 않고 전파되는 치매 | 수은 중독, 마비, 알츠하이머병의 상승 효과 | 시아노톡신의 위험성이 규제되지 않는 이유 | 에어로졸 탐지기가 뒷마당에서 발견한 것
5장 감염: 질병의 거대한 역습
여름에 아메바가 코로 들어갈 때 | 기후변화와 함께 폭증하는 뇌 질환 | 질병을 과소평가하면 질병을 통제할 수 없다 | 기후 난민이 된 흡혈박쥐가 퍼뜨린 광견병 | 기후 질병은 평등하게 찾아오지 않는다 | 개인이 평생 경험하는 환경 스트레스 | 공중보건 정책의 혁신이 상호연결성을 강화시킨다 | 새로운 전염성 뇌 질환에 대응하려면
6장 트라우마: 몸속에 소용돌이가 칠 때
외상 후 스트레스가 우리 몸에 일으키는 반응 | 트라우마는 선천적이면서도 후천적이다 | 환경 관련 트라우마가 신체적 장애가 될 때 | 트라우마를 약화시키기 위한 기억의 재구성 | 기후변화의 영향력을 해소하는 신경학적 해독제 | 이야기에 몰입할 때 뇌와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
3부 마음, 상실과 회복의 운동
7장 감각: 뇌와 세계를 잇는 힘
과도한 이산화탄소가 초래한 물고기의 청력 저하 | 놀라움을 최소화하고, 감각 증거를 최대화할 것 | 뇌와 세계는 함께 춤추고 변화한다 | 기후변화로 소리와 색을 잃는다는 감각 | 기민하게 예측하고 반응하고 행동하는 몸의 게임 | 살기 좋은 행성을 만드는 예측 불가능의 운동
8장 고통: 공감의 요청
극단적인 날씨는 기후불안을 야기한다 | 솔라스탤지어, 기후변화로 인한 우울감 | 하나의 산꼭대기가 없어지면 공동체가 사라진다 | 낙후된 지역일수록 더 나빠지는 정신건강 | 고통은 마음, 몸, 세계를 연결시킨다 | 삶의 터전을 잃은 기후 이주민들의 흔적 | 험난한 물길을 항해하기 위한 회복력과 적응력
9장 언어: 사미어가 남긴 지구의 문법
GEASSI(여름) | ČAKČA-GEASSI(가을-여름) | RÁGAT(발정기) | VUOSTTAŠ MUOHTA(첫눈) | SKÁBMA(암흑기) | DÁLVI(겨울) | DÁLVEGUOVDIL(한겨울) | GIĐĐA(봄) | GUOTTET(분만기)
에필로그: 자연의 무게를 함께 느낀다는 것
감사의 말
주석 및 참고문헌
프롤로그
이 책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우리가 학자로서든 정치가로서든 개인으로서든 제 살을 깎아먹는 줄도 모르고 무시해온 기후변화의 진실 한 가지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가 우리의 뇌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에 해당함에도 이와 관련된 보고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실 조치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출입국관리소 심사관은 더운 날일수록 망명 신청을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 뇌에 작용하는 일부 약품은 기온이 높아질수록 효과가 줄어든다. 잦은 산불은 사람들의 터전을 앗아간다. 만성 스트레스가 하나의 질환으로 자리를 잡았다. 기후가 변하면서 생태계에도 변화가 일어나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에서부터 뇌를 좀먹는 아메바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질병 매개체들이 활동 영역을 넓힌다. 자연적인 풍경이 소실되면서 중증 우울증 발병률도 치솟는다. 더운 날에 시험을 보는 학생들은 몇 문제를 더 틀릴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우리는 알게 모르게 기후위기로부터 피해를 입고 있다. 무시무시한 현실이다. 아니, 무시무시하게 느껴져야만 하는 현실이다.
_30쪽
1장 기억: 내 안의 기후를 망각할 때
프랭클랜드의 주장에 따르면 망각이 일어나는 비율은 환경이 얼마나 예측 가능한가에 일정 부분 달려 있다. “역동적인 환경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존 정보의 유용성이 떨어지는 반면 고정적인 환경에서는 기존 정보의 유용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망각이 일어나는 빈도가 낮을 수 있다.” 능동적 망각을 수행하는 목적이 세계를 정확히 모델링하기 위함이라면 환경이 변화하는 경우 현실과 상충되는 특정한 믿음을 조정할 필요 역시 생겨난다. 즉 두뇌는 부정확한 지식을 억누르려 한다. 프랭클랜드 역시 이렇게 지적한다. “모든 기억이 균등하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_60쪽
2장 인지: 뇌는 자연에 스며들어 있다
경제학자 앤서니 헤예스가 이끄는 오타와대학 연구진은 망명 심사 과정이 스트레스 하에서 어떤 양상을 보일지 시험하고자 했다. 이런 종류의 판단, 즉 “대부분 당시 기온과는 무관한” 판단이 실제로도 그처럼 무관해 보이는 요소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여느 뛰어난 경제학자들처럼 헤예스 역시 관련 사례를 수십만 건 수집했다. 4년치 판결 20만 건을 모아 기온이 미치는 영향만을 분리해 계산한 결과 실외 기온이 화씨 10도 증가할 때마다 심사관이 망명 신청인에게 우호적인 판결을 내릴 확률이 7% 가까이 떨어졌다. 연구진은 덧붙였다. “다시 말해 이번 샘플을 관대함의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상위 25%에 속하는 심사관과 하위 25%에 속하는 심사관의 승인 확률 차이가 7.9%에 달한다.” 기온 앞에서 객관성은 허상에 불과했다.
_93쪽
3장 행동: 누가 타이슨 몰록을 죽였는가
나라얀은 근무 현장과 그 현장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맥락 중 어떤 측면이 차별과 괴롭힘 사례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었다. 다시 말해, 각각의 근무 환경과 직원 각자의 배경이 차별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고 싶었다. 수개월 동안 온갖 통계 기법을 활용해 25만 건의 EEO(균등고용기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나라얀은 2022년 〈미국국립과학원 회보〉에 정확하고도 엄밀한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차별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에는 역시나 기온도 있었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최고기온이 섭씨 32도 이상인 날에는 최고기온이 섭씨 16~21도인 날에 비해 EEO 고발 사례가 5% 증가했다. 기온이 증가함에 따라 노동조합의 불평 건수도 4% 가까이 늘어났다. 또한 앤서니 헤예스가 출입국 심사관을 조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 경우에도 열기의 영향이 실내에까지 지속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우편배달부든 사무직원이든 그 영향을 똑같이 받았기 때문이다.
_121쪽
4장 신경퇴행: 독성 물질의 만개
충격적인 집단 발병 양상이 드러났다. 발병 사례 중 9건이 여름에 남조류 대증식이 일어난 뉴햄프셔주 서부 마스코마호수 근처에 찍혔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100만 명당 2~3명만이 ALS(루게릭병) 진단을 받는다. 따라서 호수 근처에서 9명이 걸렸다는 건 평균보다 10~25배 높은 발병 비율에 해당한다. 환자들은 서로 친족 관계가 아니었으므로 유전적 원인은 아니었다. 더욱이 발병 사례는 대개 우세풍의 영향을 받는 해안에 집중되어 있었다. 심지어 환자 중 집주인과 정원사도 있었는데 둘이 같은 곳을 자주 다녔던 것으로 밝혀졌다. 스토멜은 이렇게 강조한다. “그렇다고 시아노박테리아가 ALS 사례를 유발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맑지 않은 물 근처에 있다가 ALS를 얻을 위험성이 있다는 뜻은 된다.”
_162쪽
5장 감염: 질병의 거대한 역습
기후변화에 따라 흡혈박쥐가 광견병을 유발한다는 이론은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 흡혈박쥐는 복잡한 생태적 역할을 하는 생명체이다. 존재 자체가 생태계의 섬세한 균형에 얽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닥치면서 흡혈박쥐는 이중적인 위험에 직면한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뜨거워지는 기온은 서식지는 물론 먹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흡혈박쥐도 결국 기후 난민인 셈이다. 녀석들이 기존 서식지에서 쫓겨남에 따라 광견병 바이러스도 함께 이동한다.
_197쪽
6장 트라우마: 몸속에 소용돌이가 칠 때
살펴본 것처럼 PTSD는 종종 시간적 이탈을 불러일으킨다. 과거의 외상이 현재로 뚫고 들어와 우리의 안정감과 통제력을 압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명상은 우리가 감각 경험의 지속적인 흐름에 단단히 뿌리내리게 함으로써 어둠을 헤쳐나가게 돕는다. 마음이라는 숲은 위험과 불확실성이 가득 찬 곳일 수 있지만 경이로움과 아름다움, 회복력과 적응력이 샘솟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명상을 통해 트라우마를 내면 풍경을 가득 메운 재앙이 아니라 풍경의 일부로 바라볼 수 있다. 자신의 상처를 연민으로 돌보고 내면의 폭풍을 우아하게 견디는 가운데 성장력과 적응력을 되찾을 수 있다. 자신이 겪은 외상과 평화를 이루고 그것을 인생이라는 더 큰 서사 속에 통합시킬 수 있다.
_233쪽
7장 감각: 뇌와 세계를 잇는 힘
놀라움 최소화 이론의 마법은 자연의 역학을 모든 분석 규모에서 동일한 언어로 읽을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미토콘드리아와 세포와 생물체와 종과 생태계에 대해 같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 너무 자의적으로 들린다면 아직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일한 뇌 세포, 개개의 보노보, 숲속의 살구버섯 군락 전체에게 지속 가능한 존재 기제가 똑같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믿기란 어렵다. 프리스턴의 연구는 경계를 무작정 해체하고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놀라움 최소화 이론은 개별 존재를 한정하기 위함이다. 말이 되려면 결국 개체성이 필요하다. 물론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지루하다. 지루하지 않은 것은 우리 사이를 성기게 이은 경계와 개체와 환경 사이의 연결성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다른 모든 것과 성공의 정의를 공유한다는 사실이다. “지속가능성”은 모든 것에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_274~275쪽
8장 고통: 공감의 요청
고통은 우리의 뇌가 몸에 존재하고 우리의 몸이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먹어야 한다. 우리는 운동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몸처럼 대해야 한다. 불에 손이 닿으면 화들짝 물러나는 것을 생각해보라. 그 동작 자체는 고통스러운 자극에서 분리된 반응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보존의 움직임이다. 위험과 탈출로 구현된 이야기다. 손은 고통의 감각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행동으로 나타낸다. 고통의 특정한 이야기를 그 움직임에 기록한다. 우리의 고통스러운 경험도 우리의 감정, 생각, 기억과 깊게 얽혀 있다. 고통스러운 경험은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두려움이나 스트레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해를 입히거나 위협을 가하는 생각을 촉발할 수 있다. 고통은 감각, 감정, 인지, 기억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이다. 우리가 우리의 몸을 몸으로 기억하여 인식을 체화할 때 고통은 존재의 복잡한 부분으로 자신을 드러내 마음, 몸, 자아, 세계가 깊이 상호 연결을 이루었음을 입증한다.
_299~300쪽
9장 언어: 사미어가 남긴 지구의 문법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 선택하는 방언들, 전하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삶의 굽이치는 길을 탐색함에 따라 함께 변화하고 이동한다. 개인적 또는 집단적 경험은 사용하는 언어에 새겨져 차례로 미래 세대를 위한 언어 환경을 형성한다. 북부 사미어에는 눈을 위한 단어가 있을 수 있지만 하와이 사람은 절대 모를 수도 있고, 하와이어에는 바다의 미묘한 측면을 설명하는 단어가 있을 수 있지만 북부 사미어 화자에게는 영원히 이질적일 수 있다. 우리의 언어는 지도이자 거울이다.
_328쪽
***책을 향한 찬사의 글***
기후변화가 내 삶과 동떨어진 사회적 현상이 아니라, 지금 내 뇌 속에 똬리를 튼 ‘괴물 같은 현실’이라는 걸 보여준다.
_정재승(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
당신의 뇌 안에서 소용돌이칠 기후변화의 실체.
_〈커커스리뷰〉
기후변화가 이미 우리를 바꾸었음을, 그리고 어떻게 바꿀지를 과감하게 묻는다.
_〈뉴욕타임스〉
저자는 기후변화가 풍경뿐 아니라 우리 자신도 변화시키고 있음을 그 누구보다도 명확하게 설명한다. 폭염에 관한 이 유려하고도 풍성한 글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오한에 몸서리칠 것이다.
_〈파이낸셜 타임스〉
온난화로 인해 인간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다. 독자들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과학 기반 저널리즘의 정점에 있는 책. 일차적으로는 기후변화가 개인 및 공중보건에 불러일으키는 문제를 염려하는 독자들을 위한 필독서이지만, 동시에 이 책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우리는 ‘공감’과 ‘느낌’, ‘이야기’와 ‘경외감’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_〈뉴욕 저널 오브 북스〉
전문성을 갖춘 저자가 썼음에도 뛰어난 가독성과 문학성을 보여주는 이 책은 뇌를 먹는 아메바, 언어의 죽음, 자유의지 같은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며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이야기의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 결국 기후는 우리의 배후에 가려진 ‘인형조종사’이고, 우리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서슬 퍼렇게 보여준다.
_〈히트맵 뉴스〉
놀랍도록 매력적이고, 소름이 끼치도록 참신하다. 우리의 뇌와 신체에 대한 저자의 탐구는 시의적절하고 폭로적이며, 보기 드문 관점까지 갖추고 있다.
_앨런 와이즈먼, 《인간 없는 세상》 저자
오늘 우리에게 중요한 분수령이 될 이 책은 기후변화가 뇌와 신체에 어떻게 미세한 변화를 일으키는지 따뜻한 목소리로 명확하게 설명한다. 개인에게 깊숙이 들어가면서도, 광범위하게 통찰적이며, 한번 들면 내려놓을 수 없는 책이다.
_애니 프루(미국 작가, 언론인)
기후변화가 우리의 뇌와 몸, 마음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해 우아하고 설득력 있게 논증하는 이 책은 조용히 웅크려 있던 나를 소리치고 싶게 만들고, 사람들을 잠에서 깨우고 싶게 한다.
_필리파 너탤(〈뉴 스테이츠먼〉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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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터클이 끝나자, 조용한 습격이 시작되었다”
몸속 구석구석까지 파고든 ‘보이지 않는 재난’
기후변화가 우리의 생각, 감정, 행동을 뒤바꾸는 결정적 순간
특별할 것 없던 여름날,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2009년의 플로리다주 오번데일, 지극히 평범한 여름날이었다. 이날 10살짜리 소년은 근처 호수에서 친척들과 수영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로부터 5~6일이 지났을까, 소년이 감염병 전문의인 엄마와 아빠에게 두통을 호소했다. 열은 없었고 목도 뻣뻣하지 않았기에 부부는 아이를 안심시키고 재웠다. 다음날 아침, 소년은 일어나지 못했고 몸이 완전히 굳어버렸다. 아빠가 급하게 응급실로 데려갔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소년은 발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호수에서 수영한 지 8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식물인간이 된 채 소생할 수 없는 아이를 지켜보던 부부는 결국 생명유지 장치를 떼 내는 힘겨운 결정을 해야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소년의 사망 원인은 N. 파울러리, 속칭 ‘뇌를 먹는 아메바’가 수중에서 코로 들어와 일으킨 수막뇌염이었다. N. 파울러리에 감염된 사례가 극히 일부라고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수온이 상승하고 있는 현재 더 많은 N. 파울러리가 깨어나고 있고, 소년과 같이 무방비 상태로 호수, 강, 온천, 수영장에서 수영하다 사망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소년이 죽은 지 5년 후인 2014년, 소년의 부모는 ‘아메바가 폭증하는 여름을 조심하라’는 타이틀을 내건 캠페인에 나서며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재난 영화가 아니라, 공포 그 자체다”
소리 없이 우리 몸을 습격한 ‘기후 괴물’의 실체
위 사례는 이 책의 수많은 데이터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동안 기후변화가 ‘자연의 문제’라고 생각해왔던 이들에게 《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The Weight of Nature》가 제시하는 사례들은 적잖은 충격을 안겨다 줄 것이다. “기후변화의 증거가 폭염, 산불, 태풍, 가뭄이 아니라 ‘우리 몸’이었다고?” 기후재난을 근미래에 발생할 일이랄지, 종말론적인 스펙터클로 여겨왔던 안일한 사고방식을 뒤집어 이 책은 현재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재난의 실체를 폭로한다. 뇌과학자이자 환경 저널리스트인 저자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이 우리 뇌부터 몸, 마음에 걸쳐 기후변화가 어떻게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는지 신경과학ㆍ데이터과학ㆍ인지심리학을 동원하여 설명한다. 기억력 감퇴, 폭력성 촉발, 신경퇴행 질환의 증가, 감염병의 역습, 트라우마 및 우울 증상의 폭발에 이르기까지 소리 없이 찾아와 인간을 수족처럼 부리는 ‘기후 괴물’의 모습이 낱낱이 드러난다.
“폭등하는 기온 앞에서 객관적 판단은 허상일 뿐”
고장난 뇌가 기억, 인지, 행동 측면에서 일으킨 변화
매해 ‘역대급 폭염’이라는 뉴스를 듣고, 갈수록 변화무쌍한 날씨를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기후변화의 현실을 애써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 ‘기후 망각’은 뇌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현상이다.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예측 가능성이 줄어들면 뇌에서 망각이 일어나는 비율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마치 집단적인 ‘기억상실’에 걸린 것처럼 평균 온도의 한계선(기후평년값)을 계속 갱신하면서 과거를 잊고 현재에 순응하려는 인간의 태도가 지구와 인간 사이에, 그리고 신경 회로 안에서도 끊임없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이 같은 ‘기억력 감퇴’부터 ‘인지능력 저하’와 ‘폭력성 증가’에 이르기까지, 1부에서는 기후변화가 우리의 인지적인 행동에 일으킬 다양한 이상 증상을 파헤친다. 각종 실험과 데이터, 인터뷰를 통해 기온 상승이 우리의 판단 및 업무 능력뿐 아니라 학교 성적까지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폭염 속에서 생존을 위한 신진대사에 열을 올리면서 멍청해진 뇌가 작은 스트레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 발생한다. 뇌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이 급감하면서 충동성이 오르고 보복 행위가 증가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기후 공감’과 ‘역사’, 그리고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고 미래의 자신을 인지할 수 있는 ‘자제력’이라는 힌트를 제공한다.
“질병을 과소평가하면 질병을 통제할 수 없다”
뒤틀린 몸은 어떻게 신경퇴행, 감염, 트라우마를 낳는가
병코돌고래 800마리는 왜 플로리다주 근처 해안에서 집단으로 떼죽음을 당했을까? 지구의 역사에서 모든 생명에게 영향을 끼쳐왔던 시아노박테리아(남조류)의 대증식은 오늘날 기후변화와 함께 더욱 폭발하고 있고, 이것이 배출하는 아미노산은 치명적인 신경독소로서 떨림, 마비, 치매 등의 신경학적 장애를 낳는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던 버빗원숭이의 뇌와 비슷하게 병코돌고래의 뇌도 벌집이 되어 있었고, 플로리다주 사람들의 뇌에서도 비슷한 물질이 발견됐다. 사막과 물가를 가리지 않고 증식하는 시아노박테리아와 근접한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루게릭병, 알츠하이머병, 수은 중독 등의 질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2부에서는 이처럼 끔찍한 ‘신경퇴행 질환’ 외에도 기후변화가 우리 몸에 일으킬 ‘감염 질병’ 및 ‘트라우마’ 사례를 상세하게 다룬다. 앞에서 소개한 ‘수막뇌염’ 외에도 더욱 증가할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에볼라출혈열, 황열병, 소두증 등이 얼마나 위험한지 밝히고, 기후재난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사람들이 시달리는 PTSD 증상을 소개하며 이를 치유할 해법을 모색한다. 저자는 공중보건 정책의 혁신을 통해 신속하게 질병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개인으로서는 ‘명상(마음챙김)’과 ‘이야기하기’ 등이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하나의 산꼭대기가 없어지면 공동체가 사라진다”
감각, 고통, 언어와 함께하는 상실과 회복의 여정
뭉크의 〈절규〉에 묘사된 피비린내 나는 듯한 구름이 작품 제작 당시에 발생했던 크라카타우 화산 대폭발의 여파라면? 〈절규〉는 단순히 공황 장애에 빠진 한 사람의 닫힌 내면 세계를 묘사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의 심리 역시 외부 세계와 완전히 동떨어진 내면의 세계만을 뜻하지 않는다. 우리는 놀라움을 최소화하고 감각 증거를 최대화하는 방법으로 세계와 소통해나간다. 결국 우리는 압도적으로 변화하는 세계에 대처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식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키거나(우울증), 세계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긴밀하게 반응하고 행동한다. 전자는 기후변화와 함께 우리 마음이 겪게 될 ‘상실’의 여정일 것이고, 후자는 ‘회복’의 여정일 것이다.
3부에서는 이 같은 ‘감각 및 행동 이론’과 더불어 기후변화가 우리 마음속에서 야기한 ‘고통’과 ‘언어 상실’의 양상을 소개한다. 임박한 기후위기에 대한 병적인 걱정을 의미하는 ‘기후불안’뿐 아니라 노천 채굴로 산을 잃어버린 공동체가 겪는 ‘솔라스탤지어(기후변화로 인한 향수 및 우울감)’를 소개하고, 자신의 터전을 잃은 기후 이주민들의 상처와 함께 이 모든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뇌의 신경가소성 능력으로서 ‘회복력’과 ‘적응력’에 관해 이야기한다. 아울러 계절의 변화를 섬세하게 느끼고 이해하기 위해 사라져가는 ‘사미어’를 소환하고, 소수민족의 정체성과 언어 다양성을 회복하는 것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어떻게 ‘자연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낄 것인가”
‘공감의 힘’을 믿는 과학자의 섬세하고 사려 깊은 에세이
저자는 전 사회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기존 환경 책의 막연한 결론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을 모색한다. 이 책이 단순한 데이터 보고서를 넘어 유려한 ‘과학 에세이’로 불릴 수 있는 이유는, 저자의 예리한 논조가 각 장의 마지막에 이르면서 우리에게 뜻밖의 위안을 주는 사려 깊은 문체로 바뀌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후변화의 거대한 영향력으로서 ‘자연의 무게The Weight of Nature’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밝히는 동시에, 그 무게를 우리가 함께 느끼고 짊어지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감’의 영역으로 안내한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기후변화의 피해가 막심한 낙후된 지역 공동체부터 살피는 저자의 섬세한 태도는, 미래에 대한 거대한 예측이나 섣부른 대안보다 ‘지금’ 나 자신과 우리 주변을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준다. 비록 당장 많은 것을 바꿀 순 없겠지만, 이 책에서 제시하는 명상, 이야기하기, 역사, 회복력, 적응력, 언어 다양성 등의 해법은 기후변화의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치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
Clayton Page Aldern
뇌과학자이자 데이터 과학자, 환경 저널리스트. 브라운대학교 신경과학 학사를 거쳐 옥스퍼드대학교 신경과학 및 공공정책 분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기후변화 시대에 인간의 몸에 나타날 여러 변화와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정서적 회복력을 주된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2006년 미국 전 부통령 앨 고어가 설립한 기후 프로젝트The Climate Reality Project에서 연구자들의 리더로 있었고, 그가 시각화한 기후변화 데이터는 언론사의 신뢰할 만한 자료로 쓰였을 뿐 아니라 미국 상원에까지 제출됐다. 200만 독자를 지닌 미국의 비영리 환경 매거진 〈그리스트Grist〉의 창간 멤버로서 그가 쓴 글은 〈가디언〉, 〈디 애틀랜틱〉, 〈이코노미스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로직〉 등 다양한 매체에 소개됐다.
“뇌가 먹통일 때: 기후위기가 바꾼 인간에 대하여”, “기후변화가 세상을 더 뜨겁게 만들 뿐 아니라 폭력적으로 바꾼다” 등 그가 쓴 기사는 연일 언론에 공개될 때마다 화제를 모았다. 신경과학과 환경 저널리즘을 결합한 그의 독특한 연구는 《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The Weight of Nature》로 집대성되었고, 이 책은 〈뉴욕타임스〉 등 유수 언론에서 “그해 최고의 책”으로 손꼽히며 찬사를 받았다.
최근에는 워싱턴주 피어스 카운티에서 홈리스를 위한 데이터 분석 및 프로그램 평가 팀을 이끌며 지역 사회의 구체적인 정책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과학의 전문성과 표준을 마련하는 스탠다드 인터내셔널Standards International의 공동 창립 파트너이자, 워싱턴대학교 인구학 및 생태학 센터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며 인문, 심리, 정치사회, 경제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들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2050 거주불능 지구》, 《왜 살아야 하는가》, 《인간 이하》, 《반항의 기술》, 《거짓말의 기술》, 《포스트트루스》, 《광장의 오염》, 《하드코어 히스토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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