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인터넷
2024년 12월 02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1월 1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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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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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 프로젝트는 그간 현장 중심적이었던 동물 연구를 근간부터 뒤흔들며 세계 최초 ‘동물 인터넷(The Internet of Animals, IoA)’을 구축했다. 전파천문학에 쓰이는 위성 기술을 이용해 동물에게 단 ‘이카루스 인식표’로부터 동물의 행동은 물론 온도, 습도, 고도, 기압 등의 환경 정보까지 모두 수신해 이를 거대한 서버로 관리한다. 사물들이 서로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는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를 생각해보면 동물들의 집단 지성을 데이터화해 도래할 ‘동물 인터넷’의 시대는 인류의 도약과도 같은 순간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동물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지금껏 겪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다. 기후 변화를 예측하고 팬데믹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각 동물 대표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데이터로 주장하는 ‘동물의회’부터 연금 고갈을 헤쳐나갈 기발한 경제학적 아이디어인 ‘동물계좌’에 이르기까지. 《동물 인터넷》은 우리에게 희망적인 인류의 미래를 낙관할 가능성을 펼친다.
서문
들어가며 아기 바다사자 카루소
1 생물학, 단지 더 아름다워서
2 새들은 대화하면서 난다
3 작은 가마새가 준 깨달음
4 탐험하고 실패하고 틀린 것을 발견하기
5 카우보이 걸음걸이의 비밀
6 우리의 스푸트니크와도 같은 순간
7 아직 배울 것이 너무 많다
8 이카루스를 향한 기나긴 여정
9 유럽에서 찾은 기회
10 누가 누구를 길들이는가?
11 이카루스의 날개를 설계하다
12 동물에게 인식표 달기
13 위성 발사에 점점 가까워지다
14 마침내, 우주로
15 인식표, 작고 가볍고 튼튼하게
16 모든 시스템이 작동하거나 작동하지 않거나
17 동물을 돕거나 함께 놀거나
18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19 우주에 관한 생각, 아리스토텔레스에서 훔볼트까지
20 지진을 예측하는 소 베르타
21 동물 인터넷의 미래
에필로그 더 빠르게, 더 멀리
후기 이카루스와 미래의 지구
감사의 말
옮긴이 후기
부록 초기 이카루스 프로젝트
찾아보기
한국은 유라시아와 태평양의 접점에 자리하고, 아프리카, 미국, 호주와 직접 연결된다. 한국에서 만나는 동물 종들이 지구 곳곳에서 얻은 지혜를 교류하고 융합하면서 만들어내는 정보는 동물 인터넷의 필수적인 부분이 될 것이다. 육지와 바다, 그리고 반구 들이 서로 만나는 이곳에서 수많은 흥미롭고 유익한 새로운 지식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우리가 연구하고자 했던 작고 독립된 우주는 실은 거대한 이동과 소통의 네트워크에서 하나의 노드(node)인 것으로 밝혀졌다. 돌이켜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였다. 특히 이보다 더 거대한 열대우림 환경의 모든 생물다양성을 고려한다면, 겉보기에 고립된 섬이라도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야 했다. 물을 건너지 않고 한곳에서 평생을 보내는 종도 있지만, 그런 종에서도 동물계의 폴리네시아 사람들처럼 고향이나 사랑하는 작은 섬 혹은 지역을 떠나 더 푸른 목초지나 모험을 찾아 길을 떠나는 개체들이 항상 있다. 섬을 떠나고자 했던 개체들은 대부분 청소년기 동물들이었는데, 이는 그곳에서 연구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몰랐던 사실이다. 이 발견은 향후 전 세계적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되었다. 처음에는 우리가 완전히 실패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마도 그때까지 우리가 얻은 그 어떤 교훈보다 크고 중요한 깨달음이 아니었나 싶다. 세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동물은 우리가 투영하는 물리적·정치적 경계를 넘어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 4장 〈탐험하고 실패하고 틀린 것을 발견하기〉 중에서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개별 동물의 운명을 모른다면 어떻게 전 지구를 아우르는 동물생태학이 발전할 수 있을까? 이 동물의 습성은 무엇이고, 어디에 살고 싶어 하며, 어떤 서식지가 필요하고, 종들 사이의 관계는 어떤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알아야만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다.
- 6장 〈우리의 스푸트니크와도 같은 순간〉 중에서
위대한 생각은 때로 한 세대 이상의 과학자들이 모여야 해결될 수 있다. 또한 아이디어는 원대했으나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범위가 다소 좁았고, 많은 프로젝트가 이미 진행 중이던 연구의 단순한 확장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우리는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진정한 걸림돌은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지구적 규모의 수단이 아니라 연구자 집단의 정신적 한계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거대한 규모에서 사고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다. 말하자면 대부분 한정된 지역에서 몇몇 동물을 관찰하는 실험을 설계하도록 훈련받은 전통적인 생태학자처럼 생각한 것이다.
- 8장 〈이카루스를 향한 기나긴 여정〉 중에서
동물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종과 개체에 따라 감정, 감각, 사회적 생활 방식이 모두 다르다. 이들이 가진 지식의 총합은 인간이 만든 시스템에서 모은 지식의 총합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들의 지식은 영겁의 시간을 거치고, 믿기 힘든 지구와 기후 변화의 시기를 거치고, 운석 소나기, 화산 폭발 이후의 빙하기, 치명적인 질병의 대유행 등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극적인 사건을 거치면서 검증된 지식이자 지속 가능한 지식이다.
- 9장 〈유럽에서 찾은 기회〉 중에서
이는 황새가 동쪽이나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유전적 성향과는 관련이 없음을 보여준다. 사회적 이동 시스템인 것이다. 황새들은 다른 황새를 따라간다. 한여름이 되어 이동할 준비를 마친 황새들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다른 황새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는데, 무리에는 어디로 이동해야 할지 아는 경험 많은 황새들이 항상 있다. 따라서 가락지를 단 어린 로부르크 황새의 이동 패턴은 문화적으로 결정되며, 어린 황새는 경험 많은 황새가 이끄는 길을 따라간다.
- 10장 〈누가 누구를 길들이는가?〉 중에서
우리의 삶을 상상해보자.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다양한 학교와 직장에서 공부하고 일할 수 있겠지만, 나중에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한곳에 정착할 것이다. 매일과 계절마다의 활동 반경이 거의 정해져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 빵집이나 커피숍에 가고, 기차나 자동차,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 하루 종일 일하고, 저녁에 헬스장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식이다. 조깅, 정원 가꾸기 또는 기타 활동을 한 다음에는 집에서 놀거나 자주 가는 식당에서 밥을 먹기도 한다. 생활 주기의 틀이 잡힌 것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누구나 자기만의 개인적 역사가 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구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장소에서 다채로운 사건을 경험한다. 이 모든 삶의 경험은 우리에게 영원히 각인되어 있다. 따라서 개별적 경험을 알지 못하면 일상을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 아울러 더 중요한 것은 환경에 무언가 변화가 생겼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환경의 변화는 동물의 일상적 삶 어디에나 존재한다. 새로운 포식자가 등장하고, 숲이 벌목되고, 새로운 숲이 자라난다. 어느 해에는 가뭄이 오고, 다른 해에는 폭우가 내릴 수도 있다. 이렇게 환경이 변화하면 동물들은 약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완전히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할 수도 있다. 개체가 내리는 결정-머물지, 이동할지, 싸울지, 도망칠지 등-을 예측하려면 개별 동물이 어떤 경험을 해왔는지 알아야 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동물들을 통해 알고 싶었던 것이다. 야생동물 개체의 의사 결정을 실제로 예측하는 데 진전을 이루려면 성체 동물만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기존의 무선 목줄에서 벗어나야 했다.
- 15장 〈인식표, 작고 가볍고 튼튼하게〉 중에서
이카루스 안테나에서 온 데이터를 보니 센서가 오작동했거나 누군가 케이블을 바꾼 것 같았다. 센서가 보내오는 정보는 국제우주정거장이 이제 뒤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 말고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사실로 밝혀졌다. 러시아는 누구에게도, 우리에게도 말하지 않고 국제우주정거장을 180도 돌렸다. 그러고는 그 뒤로 몇 주 동안 계속해서 이런 일을 여러 번 반복했다. 문제는 국제우주정거장이 회전할 때 우리 안테나가 함께 회전해 이카루스 인식표의 신호를 수신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 16장 〈모든 시스템이 작동하거나 작동하지 않거나〉 중에서
지금 나는 삶이 풍요로울 때 동물들이 보이는 예상치 못한 놀이와 혁신적인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체로 어린 동물은 어린아이와 마찬가지로 경주와 술래잡기를 좋아한다. 개인과 개체군에 분명히 중요한 삶의 특징 중 하나는 잉여 에너지가 있을 때 탐험하고 혁신하며 단순한 생존을 넘어서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 17장 〈동물은 돕거나 함께 놀거나〉 중에서
그것은 인류 진화의 다음 페이지다. 인간이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하는 인류세 이후에는 인간이 다시 한번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여기는 종간(interspecies)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인류세 이후에 올 시대를 종간 시대라고 표현하는 것은 우리가 지구에서 향후의 일을 결정할 때 다른 생물종을 고려하고, 다른 생물종의 지식을 우리의 지식과 연결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다른 생물종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면서 실패했던 것에서 가장 유익한 교훈을 배우며 살고 있다. 산업화의 실패에 대한 높아지는 자각은 이제 자연, 특히 동물과 우리의 관계를 다시 조정하는 가장 좋은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훌륭한 통찰력을 주고 있다.
- 19장 〈우주에 관한 생각, 아리스토텔레스에서 훔볼트까지〉 중에서
이미 온라인에는 자연사 박물관의 데이터, 동물의 공간적 분포 데이터, DNA 염기서열, 질병, 종과 개체의 보존 상태 및 위협에 관한 데이터 등 방대한 양의 동물 데이터가 모여 있다. 동물 인터넷의 핵심은 이러한 정보를 지금 이 순간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개별 동물의 행동과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정보 수집 장치(휴대전화)를 연결해 정확하고 실시간으로 이용 가능한 교통 패턴을 생성하는 교통 앱과 거의 비슷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데이터의 양, 정확성, 시의성이 결합해 1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데이터를 통해 미래의 교통 패턴을 예측할 수 있다.
- 21장 〈동물 인터넷의 미래〉 중에서
★★★ 이 책을 먼저 읽은 한국의 독자들이 보낸 찬사 ★★★
“칼 세이건이 생태학자였다면 했을 법한 범지구적 연구,
찰스 다윈이 살아 있다면 제일 먼저 듣고 싶어 할 만한 스토리”
─ 장대익(가천대 스타트업칼리지 석좌교수, 《다윈의 식탁》 저자)
“이 책 덕분에 사진이나 전시 자료로는 만날 수도 알 수도 없는
인간 아닌 존재들을 경이롭게 다시 만난다.” ─ kiy***(사전서평단)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풍부한 내용, 읽는 내내 놀라움의 연속” ─ dof****(사전서평단)
“흥미진진한 이 책이 어서 정식 출간되면 좋겠다.” ─ rao***(사전서평단)
“탐험과 실패의 역사를 찬찬히 따라가보는 재미가 있다.” ─ hun***(사전서평단)
1. 지구와 우주에 존재하는 가장 지능적인 센서인 동물의 지혜
─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정립하다
─ “인간을 입양한” 황새 ‘한지’, 권력 관계를 파악한 아기 바다사자 ‘카루소’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속 케이트 개디스가 서문에서 말했듯이 이 책에서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곳 지구, 그리고 이 땅에 발 딛고 사는 동물들에 대한 사랑이 빛을 발한다.” 이 책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이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공존의 방식을 모색하자고 말한다.
‘동물 인터넷’을 구축하는 과정 속에서 저자가 만난 동물들은 우리가 자연에 대해 가져왔던 온갖 선입견과 오해를 불식시켜나간다. 자신과 같은 종인 우두머리 바다사자와 인간인 마르틴 비켈스키 사이의 권력 관계를 파악해 자신의 신변에 유리한 방향으로 상황을 이용하는 아기 바다사자 ‘카루소’, 기존의 황새 무리가 아닌 낯선 백로 무리를 따라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인간을 입양한” 황새 ‘한지’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동물과 우리의 관계를 정립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된다. 과연 인간은 일방적으로 동물을 길들여왔는가? 우리는 다른 생명과 어떻게 함께 살아왔는가? 종 간의 경계는 절대적인가?
이 밖에도 참새처럼 작은 새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의 10배에 달하는 거리를 오가는 순간의 목도, 수많은 연구진들 사이에서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인간을 파악하고 행동을 달리하는 갈라파고스섬의 쌀쥐들, 막대기를 물고 와 사람에게 ‘던지기 놀이’를 시킨 북극의 여우까지. 《동물 인터넷》에 등장하는 수많은 동물 개체들은 그간 우리가 동물에 대해 알고 있던 지식이 “살아 있는 존재의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린다.
지구에서 아주 오랜 세월 생존하며 축적해온 동물들의 지식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만난 개별 동물들의 면면은 놀랍기 그지없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지구를 받아들이고 소통하고 있었을까? 그들의 시각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우리 인류는 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까? 불충분한 현장 연구와 사후에 이뤄지는 동물 연구를 넘어 살아 숨 쉬는 생생한 동물들의 움직임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사는 이곳 지구를 더욱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목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화하는 것이었다. 보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때 동물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그리고 현존하는 가장 지능적인 센서인 이 모든 동물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오늘날 현장의 많은 생물학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지식을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생명(과 생물학)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에 엄청난 변화가 일고 있다. 육안이나 쌍안경,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명백한 것에는 더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생물학자들은 이제 동물들 간의 그리고 동물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할 때만 드러나는 방대한 미지의 지식을 탐구하고자 한다. 가히 동물의 여섯 번째 감각을 찾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중력파(gravitational wave)나 마지막 ‘신의 입자(God particle, 힉스 보손Higgs boson)’, 혹은 시간의 기원을 밝히는 것과 유사한 야심 찬 시도인 것이다. 우리는 … 인간 지식의 경지에 도달했다.”
- 1장 〈생물학, 단지 더 아름다워서〉 중에서
2. 지구가 보내온 청구서에 응하는 새로운 지불 방식
─ 자연재해와 기상 이변 예측, 질병 확산 통제, 멸종위기종의 해법, 야생동물 거래 억제, 진화와 질병 연구의 새로운 도약…
─ 환경 문제에 내놓은 최초의 대답, 기술의 선한 쓰임이 펼칠 미래
지금까지 동물 연구는 현장에 직접 찾아가 발자국 등의 흔적을 추적하고 맨눈으로 행동을 관찰해오는 방식에 머물렀다. 온갖 상황 속에서 현장 연구는 허탕을 치기 일쑤였고, 그간 동물들에 대한 우리의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은 빈곤하기 그지없었다. 저자인 마르틴 비켈스키는 후학들이 자신과 같은 어려움에서 벗어나길 진심으로 바랐다.
1990년 당시 과학계에서 가장 인기 있던 분야는 외계지적생명체 탐사(SETI) 프로젝트였다. 마르틴 비켈스키는 우리 존재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외계까지 나아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인 동물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을 활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 여겼던 것이다. 마침내 지구 밖을 향한 기술을 지구로 돌릴 결심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 행성의 목격자들이 발견되었다. 우주적 관점에서 살아 움직이는 동물의 ‘삶’을 볼 수 있게 되자 상상치도 못한 가능성들이 펼쳐진 것이다.
동물 인터넷은 생물다양성 보존 등의 생태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의 이득도 함께 담보하고 있다. 당장 지난 몇 년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의 발발이 동물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동물 인터넷을 통해 이를 초기부터 예방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이득이 크다. 또한 생물다양성이 살아 있는 지역에서 각 동물 명의의 계좌를 만들어 동물 보호가 곧 직업이 되어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 이는 《이코노미스트》의 아프리카 특파원이자 편집자인 조너선 레드가드(Jonathan Ledgard)의 아이디어로, 그동안은 동물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지를 감시할 방법이 없어 실행하지 못했던 것을 동물 인터넷이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로 격상시켰다.
기후 위기에 대한 비관론적이고 종말론적인 암시들이 횡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류세’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우리에게 닥친 이 현실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기에 희망은 아직 우리 안에 남아 있다. 인류는 어느 방향으로 진보할 것인가. 그 어떤 기술보다 실현 가능한 생태계 보호의 가능성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동물 인터넷을 각별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은행가와 재보험업자는 정치인보다 훨씬 더 장기적인 사고를 토대로 전략을 세우고 계산을 한다. 이 분야에는 자체 분석가와 싱크탱크(think tank)가 있으며, 수 년 혹은 수십 년 이후를 내다보는 계획을 세운다. 이들이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50년 혹은 100년 뒤에도 은퇴 자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재원이 재보험 시스템에 충분히 남아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이 온전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자연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자연을 보호하는 가장 쉽고, 가장 저렴하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은 언제 어디서나 동물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돌아다니도록 하는 것이다.”
- 21장 〈동물 인터넷의 미래〉 중에서
“인류세로 우리를 이끈 태도는 이제 지구의 미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물론 많은 종말론자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처럼 지구 생명 자체의 미래가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다.) 지구는 수많은 파국적 재난을 겪어왔지만 그와 같은 재앙에도 어떤 생명체는 영겁의 세월을 견뎌온 지구에서 항상 생존하고 번영해왔다. 위험에 처한 것은 바로 우리의 미래다.”
- 〈후기〉 중에서
3. 그간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지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
─ 첫발을 내딛는 과학은 인간 세상 속에서 어떤 우여곡절을 겪는가
─ 들판을 누비는 현장 연구의 어려움에서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무엇보다 이 책은 마르틴 비켈스키가 수십 년간 자신의 삶과 경력을 쏟아 만들어낸 ‘지구생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여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세계적인 전파천문학자 조지 스웬슨과 혁명적인 생물학자 빌 코크런과의 만남에서부터 시작하는 이 이야기에는 전파 수신기를 매단 자동차를 끌고 밤새 일리노이 들판을 누비며 이동 중인 새들을 추적하고, 소금기 가득한 섬 한복판에 원격측정수신기 시스템을 구축하고, 아주 작은 잠자리의 위치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나무를 오르고, 동물 인터넷 구축을 결정하는 운명적인 순간의 묘사부터 미국항공우주국 고등개념연구소, 유럽우주기구, 유럽연구이사회, 러시아연방우주공사, 막스플랑크협회, 바이에른과학인문아카데미회의, 뮌헨의 맥주 파티, 독일항공우주센터,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등 수많은 기관과의 지난한 설득 과정까지 모든 것이 담겼다.
이 수십 년의 과정은 결코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기술의 발전이란 지극히도 인간적이다. 한정적인 연구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수도 없이 많은 설득의 과정을 거치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저자가 “새로운 연구 인맥을 쌓고, 이카루스의 중요성을 알리고, 설득할 필요가 있는 의사결정 시스템과 기관에 발을 들여놓는 데”에만도 몇 년이 걸렸고 그 이후에도 5년간 끝없이 이어지는 회의를 통해 연구를 진척시켰다.
이카루스 프로젝트는 그간 누구도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거대한 규모의 획기적인 프로젝트였고, 이는 단 한 사람의 천재성만으로 이뤄질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 책 《동물 인터넷》에는 정말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근 30년간 최전선의 과학에서 중요한 결정들을 내려온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생생하게 담겨 있다. 엄청난 규모의 사공을 이끄는 항해사의 태도로 마르틴 비켈스키는 프로젝트 사이사이 벌어지는 우여곡절을 때론 노련하게, 때론 가까스로 헤쳐 나간다.
특히 우주 기술로 유명한 러시아와의 협업은 ‘동물 인터넷’의 구축에 많은 변수를 안겨다주었다. 이카루스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을 빼돌리려는 시도부터, 자신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영화 제작 때문에 뒷전으로 밀린 프로젝트, 어떤 언질도 없이 180도 회전시켜버린 국제우주정거장 시스템, 시도 때도 없이 중단되는 수신, 결정적으로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하면서 이카루스 프로젝트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이후 러시아와의 모든 접점을 청산한 이카루스 프로젝트는 2024년 새로운 첫 번째 위성 발사, 2025년 두 번째 위성 발사, 2026년 세 번째 위성 발사를 계획 중이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볼 수 있듯 현재 위성은 조립을 마치고 진동 테스트 단계다.
“결국 2020년 3월 20일,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시기와 거의 비슷한 때 이카루스가 가동되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마침내 전 세계와 협력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세계가 봉쇄되는 바람에 함께 일할 수 없었다. 우리 연구 팀은-봉쇄로 인해 전 세계의 인간 활동이 멈춘-인류 일시 정지(anthropause)를 이용해 인간 활동이 지구 곳곳의 야생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하기 위한 자연 실험을 반복적으로 실시했다.”
- 16장 〈모든 시스템이 작동하거나 작동하지 않거나〉 중에서
“우리는 충격과 공포에 떨었다. 러시아에 있는 우리 친구들은 어땠을까? 우리는 그들이 이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자칫 목소리를 냈다가는 박해와 처벌을 받거나 심지어 추방되거나 징집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유럽에서 민주주의 국가들이 다시 한번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왔다. 우리는, 적어도 유럽은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었고, 이는 우리의 관측 시스템에도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다.”
- 18장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에서
작가정보
Martin Wikelski
독일 막스플랑크동물행동연구소 소장이자 콘스탄츠대학교 생태학 교수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와 일리노이대학교 조교수를 역임했다. 동물 지능 센서 네트워크인 ‘동물 인터넷’을 구축하고 전 세계 동물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우주에서 동물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시스템인 이카루스(ICARUS) 프로젝트를 개척했으며, 이를 통해 현장 연구에 머물렀던 동물 연구를 지구라는 행성 단위로 개혁해 동물 관찰 및 보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독일 동물학회의 니코틴베르겐상(1998년)과 미국 통합 및 비교 생물학회의 바르톨로뮤상(2000년)을 수상했다. 2008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 ‘떠오르는 탐험가’ 선정, 2010년 전 세계 동물 이동 연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 모험가’로 선정되었다. 2014년 독일 국립과학아카데미인 레오폴디나 회원으로 선출되었고, 2016년 막스플랑크 연구상, 2021년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최고 영예인 공로훈장을 받았다. 《뉴욕타임스》, 《애틀랜틱》, 《워싱턴포스트》,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유력 언론을 통해 전 세계에 그의 활동과 업적이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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