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공 강희산 습작전

강희산 지음

빛나라 2024년 12월 0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자유자재. 그와 담소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표현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읽는 데 막힘이 없고 상대와 마음을 나누는 데 에둘러 가지 않는다. 모든 말이 직언인데 찌르지 않고 공그르기에 대화가 똑바르고 편한다. 동서고금을 오가는 역사 얘기도 흥미진진하고 세상 일상사를 망라하는 고민거리들도 쉽게 답을 찾도록 이끈다. 다변이지만 장황하지 않아서 귀에 잘 담기고 달변인데 기름지지 않아서 담박하게 다가온다. 그는 소탈하게 웃다가도 청자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살피며 특유의 배려심을 발휘한다. 대화가 끊이지 않으므로 마주 앉은 자리는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채’ 흘러간다. 말로 세상을 짓고 허무는 사이, 한 시절이 흘러도 개의치 않을 경지다. 내가 만난 그는 자유자재한 사람이다.

그 라고 세속 사람들이 품는 욕심이 없을 리 없겠지만 자신이 큰 공을 들인 그림을 대가 없이 나눈다. 곳간에 쌓아 둔 그림이 천 점에 달할지라도 세상 등지면 헛것이라는 소신이 확고하다. 조그만 학교에 무려 30점 그림을 기증받아 교내 구석구석을 빛나게 꾸몄던 나로서는 넘볼수 없는 방일한 마음이다. 욕망에 얽혀 전전긍긍하는 세태에서 훌쩍 벗어나 번뇌를 초탈한 사람만이 자신의 분신인 작품에서 조차 초연할 수 있다. 그가 옛 경서를 공부하는 데 부지런했고 동료들과 학업을 나누는 게 일상이었기에 자연스레 쌓인 내공이다. 그림과 글씨에 공을 들이되 완성하면 이미 세상 모두의 것으로 여기는 처세야 말로 그 닦아 온 경지다. 내손을 빌려 나와으되 나만의 것이 아닌 작품들. 그는 무욕한 사람이다.

고인이 되신 그의 스승은 45여 년 전, 그를 일러 ‘야정(野丁)’ 이라고 불렀다. 가정을 꾸리고 살림을 사는 동반자는 그에게 ‘미달(未達)’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사내이면서 언제나 진행형인 삶의 태도에 부합하는 명명이다. 그가 숭모하는 다른 스승은 그의 작업공간에 ‘거유재(居由齋)’ 라는 당호를 붙여 주었다. “천성이 어질고 순박한 선비” 로 남아 세상의 이익에 굽히지 않기를 당부하는 극진한 마음을 담았다. 편액을 올려다보며 붓을 잡을 때, 그이 마음에 순정한 기운이 차 오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인간사에 머물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운 필획은 먹으로 구현한 삶에 대한 태도다. 구차하지 않고 연연하지 않으므로 그는 먹을 통해 자유를 만끽한다.

이번 전시 또한 유유자적한 그가 보인다. 놀다 보니 붓을 잡고 싶어졌고 전시를 준비한 게 지난 3월 무렵이다. 겨울을 넘기며 먹을 종이에 뿌려 놓았고 “먹을 알 것 같다” 는 기간이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아 80점 작품이 탄생했다. 그에 따르면 피카소조차 동양 먹의 맛이 기막히다고 상찬했다는데 그가 대나무로, 난초로, 산수로, 글씨로 옮겨 다니며 펼쳐 놓은 세계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를 꿈꿔온 선현들 정신을 잇는다. 백지를 배경으로 먹 빛으로 돋아오른 생명체들은 형형한데 겸허하다. 봐 달라고 으쓱대지 않고 스치듯 눈길을 주어도 고맙겠다는 자태다. 꼿꼿한 죽엽에 위압이 없고 강단이 들어 있다. 흑백인데 다채롭고 채색인데 고졸하다.

스스로 낮춰 습작전(習作展)이라고 일컫지만 그의 삶으로 농익은 화폭들 사이를 거닐며 우리도 한 번쯤 무욕한 존재, 자유자재한 경지에 침잠해 볼 일이다.

임병구 (사)인천교육연구소 이사장

목차

1.축사
2.정심응물(定心應物)
3. 무위(無爲)
4. 명도(明道)
5. 구시(求是)
6. 득수(得壽)
7. 판권지

출판사 서평

붓으로 그려진 세상을 하늘의 천지창조을 연상하듯 모든 것이 작은것에서 큰 것을 만들듯 하나의 작품으로 모든 것이 세상으로 표현한 모습이 넘 즐거워 보인다. 한획 한획의 힘찬모습은 사람이 운동을 한다는 느낌을 준다.

작가정보

저자(글) 강희산

1955년 군산출생
아호: 야정(野丁), 거유제(居由齊), 목록헌(木鹿軒), 추공(秋空), 혼돈(渾沌)막손

작품활동 경력
2020 (未達 姜熙山 不計工拙 (인천문화예술회관 소전시실)
2018 (인천지방 인천지방경찰청 초대전)
2018 (스페로갤러리 錦上添花展)
2015 (경인미술관, 서울전), (인천문화예술회관, 인천 環中展)
2012 (서울백악미술관) 自顧展
2010 갤러리M, 미추홀 逍遙展 (인천문화예술회관)
2008 백악미 인천 신세계갤러리 有恒展
2006 (서울 이형갤러리 인천 연수구청) 無隱展 (인천 연수구청갤러리)
2005 (단성갤러리 인천 연수구청) 有心展
2004 신세계미 自鏡展 (인
2003 (서울 백악미술관 野丁 姜熙山展
1994 ( 珦전당野丁 姜熙山 書藝展 (서울 예술의 전당 自娛同人)

剛菴 硏墨會
사단법인 한국서예협회 초대작가
대한민국현대서예문인화협회 이사장 역임
한양대학교 사회교육원 겸임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