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길 37번지의 기적: 수호 나무와 메신저 새
2024년 12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8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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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2308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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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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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을 걷고, 구름 물을 마시고, 구름에서 식물이 자라고, 신비한 나무와 아름다운 새와 황금 도토리가 있는 미스터리한 주소 바람길 37번지.
실수투성이 초짜 우편배달원 마루와 엉뚱하고 당찬 스카우트 소녀 아가의 보이지 않지만, 꼭 찾고 싶은 ‘바람길 37번지’를 둘러싼 흥미진진한 모험을 통해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처럼 묵은 기억 속 행복한 추억 한 자락을 건져 올리는 가슴 따뜻한 기적의 순간을 만나 봅니다.
1. 새로운 메신저
2. 수색
3. 마법의 도토리와 무자비
4. 의문의 편지
5. 바람길 37번지의 흔적
6. 길잡이 할아버지
7. 거대한 나무와 우체통
8. 사라진 비행기
9. 편지 도둑
10. 모험
11. 가죽 공책
12. 단서
13. 비행
14. 실험
15. 기억
16. 결단
17. 탑승
18. 소원
19. 해밀의 메신저
20. 마법
작가의 말 : 부치지 못할 편지에 담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으며
40, 41p
“혹은 무자비가 해밀을 보호하고 있거나. 행운은 불행의 가면을 쓰고 오지. 신이 악마의 가면을 쓰고 오듯. 가면 너머의 진실을 봐야 해. 난 무자비가 인간의 욕심과 그에 따른 결과를 매번 기억하게 한다고 봐. 무자비 때문에 우린 자연과 신 앞에 겸손해질 수 있단다. 실수하지 않게, 욕심부리지 않게 돕는 거지. 잠깐의 어려움이 있어야 긴 평화가 찾아오는 법이란다. 그래서 맑은 하늘에 감사하고 너희처럼 다른 사람을 돕고…….”
아무리 곱씹어 생각했지만 전설도, 할머니가 한 말도 믿기지 않았다. 예언처럼 그 집을 마루가 꼭 찾는다는 말은 왠지 으스스했다. 그날 밤 마루는 커다란 나무 앞에서 부모님을 돌려 달라고 우는 악몽을 꿨다.
59p
부모님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람들의 말이 맞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정말 혼자 남겨진 게 아닌가 하는 절망을 아닐 거라는 희망으로 덮기 위해 부모님을 꼭 찾겠다고 숲이 떠나가라 외쳤다. 그때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 주지 않았다. 자신은 혼자였다. 아가의 벌건 볼을 보니 마루는 그때의 자신이라면 무엇을 원했을지 알 듯했다.
“알았어, 가 보자.”
94-95p
“마루도 편지 써서 넣어 봐.”
“난 편지 안 써. 다른 사람들이 쓴 편지를 배달하는 게 좋아.”
“왜?”
“보낼 사람이 없어. 부모님은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어. 그 뒤로 줄곧 혼자였어.”
아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마루를 빤히 쳐다보았다.
“내가 허공을 걷더니 별말을 다 한다. 미안, 심각해지려고 한 말 아니야. 난 편지 받은 사람들이 엄청 신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아.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행복해. 물론 편지를 받은 모든 사람이 행복한 건 아니지만…….”
“그렇담 편지를 꼭 써야겠네. 슈나이더 할아버지, 우체국 친구들, 그리고 나랑 우리 할아버지한테까지 다 쓰려면 손이 아프겠는걸. 답장 받으면 마루가 행복하고 기쁜 사람이 되겠지. 편지 배달할 때의 기쁨도 느끼고 받을 때의 행복도 느끼고.”
마루는 가슴 언저리에 묵직한 무언가가 생기더니 천천히 눈 주위가 뜨거워졌다. 아가에게 들키기 싫어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120-121p
“주소! 주소를 몰라서 그랬을 거야.”
“엥? 받는 사람 주소에 바람길 24번지라고 적혀 있는데?”
“그땐 이미 손주가 새집으로 이사를 간 뒤가 아닐까? 주소가 정확하지 않으면 편지를 전달할 수 없었을 테니까. 내가 배달해야겠어!”
마루는 편지 묶음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새 주소를 알아? 손주가 누군지 어떻게 알아? 성도 없고 ‘벤’이라는 이름만 덜렁 있는데. 팔십 년도 더 전에 쓰였으니 살아 있는지도 모르고. 우리가 슈나이더 할아버지를 찾아갔던 것처럼 또 여기저기 물어봐야…….”
아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아가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마루가 아가를 보고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바람 때문에 집이 많이 망가져서 이사했다고 하셨잖아. 해밀로 돌아가야 해.”
마루는 공책 표지 귀퉁이에 새겨진 머리글자 A.S.를 손으로 문질렀다.
156-157p
아가가 마루를 꼭 안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마루는 엄마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그동안 자신이 잃어버렸던 퍼즐 조각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엄마와 아빠를 떠나보낸 뒤, 부모님과 보냈던 행복한 기억마저 잊고 지내 왔다.
“엄마였던 것 같아. 날 해밀로 이끈 사람도 엄마였고 나무 상자를 찾게 한 것도 엄마였어. 편지를 배달할 수 있게 도운 것도 아마 엄마였을 거야.”
“그럼 마루 엄마 덕에 우리가 만났네.”
아가가 이를 내보이며 웃었다.
마루도 그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주변 사람들도 엄마가 보낸 마법일 수 있었다. 부모님이 떠난 뒤, 나무 앞에서 오랫동안 들고 있다 도로 가져왔던 편지가 떠올랐다.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일상 속 마법과 내 안의 기적을 만나는 법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종종 칭찬의 기쁨, 즐거운 시간의 행복함보다는 망친 시험의 속상함과 상실의 슬픔과 실패한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더 오래 더 크게 자리 잡는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경계해 자신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보호를 가장한 어둡고 안 좋은 기억은 희망을 갖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마법이라고 하면 아이들 동화책에나 나오는 꿈 같은 단어라고, 기적은 영화나 드라마 주인공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어느 마을이나 하나씩 있는 전설은 마을의 역사를 담은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현실에서는 이루기 힘들기에 가슴속 깊이 묻어 둔 많은 사람의 소망과 희망, 바람과 꿈은 마법이라는 이야기로, 기적이라는 순간으로, 전설이라는 옛이야기로 늘 우리 주변만 맴돌 뿐이다.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마법과 기적을 바로 지금, 내 옆에서, 내 안에서 발견하고 경험하게 된다면 어떨까?
《바람길 37번지의 기적》은 실제 있었던 비극적인 비행기 실종 사건을 모티브로 묵은 기억 속 행복한 추억을 일깨우는 모험 판타지 동화다. 이현주 작가는 “왜 굳이 나쁜 사람들이 나오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읽으며 카타르시스를 느껴야 할까? 좋은 사람들이 나오는 따뜻한 이야기가 오히려 흥미진진할 순 없을까?”라는 고민으로 이 작품을 시작했다고 한다. 마법을 믿지 않고 기적에 기대지 않아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주인공 마루와 일상이 마법투성이이고 스스로를 기적이라고 믿는 엉뚱하고 천진난만한 아가의 만남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속 두 목소리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두 가지 시선일 것이다. 나무를 안아 본 적 있냐고, 편지 보낼 사람이 있냐고, 소원을 빌어 본 적 있냐는 아가의 엉뚱한 질문에 마루는 차분히 자신의 아픈 기억, 어두운 현실과 용감하게 마주하고 희망을 찾게 된다. 길잡이 할아버지와 손녀 아가의 도타운 사랑, 부모님과 마루의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 타인을 도우려는 마루의 희생과 마루를 돕기 위해 위험 속으로 뛰어든 아가를 통해 작가는 가족애와 인간의 선한 마음을 이야기한다. 현실 저 너머의 공간에서 현재 저 너머의 과거를 되새기며 희망과 사랑을 되찾은 마루와 아가의 모험은 어두운 기억, 아픈 현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한 자락 추억을 찾아내 따뜻한 기억을 되살리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바람이 불어야만 열리는 세상 속으로
해밀마을 초보 우편배달원인 메신저 마루는 일을 시작한 첫날부터 어려움에 부딪힌다. 아무리 찾아도 주소를 찾을 수 없는 편지 때문이다. 그것도 두 통이나, 주소는 바람길 37번지. 그러다 편지를 보낸 소녀 아가를 만나는데, 아가는 마을을 떠들썩하게 만든 실종된 비행기에 탄 할아버지가 그 주소에서 편지를 보냈다고 주장한다. 해밀우체국 메신저들은 곧 불어닥칠 거대한 바람 무자비에 대비하기 위해 바쁘다 보니, 마루가 아가와 함께 한 번 더 주소를 찾아보기로 한다. 해밀마을에는 오래된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던 마을 수호 나무인 해밀과 메신저 새가 사람들의 욕심으로 오래전에 사라졌고, 이후 주기적으로 마을에 강한 바람이 불어닥친다는. 더욱이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마법처럼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다. 물론 마루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마루와 아가는 동쪽 숲에 사는 슈나이더 할아버지 덕분에 집터만 남은 바람길 37번지 공터를 찾지만, 때마침 마을을 덮친 강한 바람 무자비에 휩쓸려 바람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눈을 떠 보니 색색의 구름이 가득한 그곳은 허공을 걸어 다니고, 구름을 땅처럼 사용하는 하늘 같기도, 밝은 우주 같기도 한 공간이었다. 더욱 놀라운 건 아가의 할아버지인 길잡이 씨를 포함해 실종된 비행기와 승객들이 모두 그곳에 있었고, 그토록 찾던 “바람길 37번지” 집도 떡하니 있었다. 전설 속 바람 무자비 속에. 마루는 아가의 편지를 길잡이 할아버지에게 전하고, 할아버지가 편지를 넣었다는 신비한 나무 앞에 자리한 빨간 우체통을 확인한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한 탈출구를 찾기 위해서였다. 아가의 엉뚱한 제안으로 나무를 안아 보다 과거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신비한 나무 속으로 들어가게 된 마루는 그 속에서 메신저 새와 황금 도토리를 보고 해밀 나무에 관한 전설이 사실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법 따윈 없다며 전설을 믿지 않던 마루는 다른 사람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파괴될지도 모르는 구름 세상에 홀로 남기로 결심하고, 해밀의 기적을 믿어 보기로 한다. 과연 실종된 사람들의 운명과 마루와 아가의 선택은 이들을 어디로 데려갈까?
소중한 기억을 소환하는
무자비한 바람 속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와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의 신비한 색채의 향연
일상 속 소중한 추억으로 가는 길에 마법을 깔고,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을 현실의 고단함을 외면하지 않으며, 희망으로, 행복으로, 삶의 기적으로 이끌어 가는 《바람길 37번지의 기적》은 국내 작가에게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을 보는 듯하다. 개발도상국 어린이와 기후 변화에 관련된 일 종사자로 알려졌지만, 판타지 소설 덕후로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며 모험 가득한 판타지 소설 같은 삶을 살며 이국적인 감성을 키워 온 이현주 작가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거대한 바람 무자비 속 아름다운 구름 세상은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초록과 파랑이 합쳐지면서 그 중간 어디쯤을 흐르는 작품의 주된 색조는 작품의 세계관을 주도하는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빛 아래 모두의 바람으로 자라난 수호 나무 해밀의 초록 잎이 어우러진 희망의 색이다. 상처 난 아이들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시선으로 글 작가의 상상 그 이상을 눈앞에 그려 낸 박현주 작가의 일러스트는 아픔을 보듬어 주는 아가의 따뜻한 격려와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간 마루의 작은 용기를 아름답게 담아 냈다. 하늘에 떠 있는 수호 나무 해밀과 나무 속을 푸른빛으로 물들인 휘핑크림 같은 꽃과 날갯짓 없이 자유롭게 비행하는 메신저 새들의 생생함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작품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게 한다.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지만, 발견의 기쁨과 성공의 가치는 더욱 크다. 장마철 시커먼 비구름이 물러나고 오랜만에 펼쳐지는 새파란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선명하다. 기억 속, 마음속 어딘가에 있을 소중한 추억을 찾고 이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기 위해 노력하는 일 또한, 무자비를 헤치고 아름다운 세상을 찾아 떠나는 도전의 길이고, 긴 장마를 인내하고 맑은 하늘을 마주하는 기쁨과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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