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을 권리
2024년 11월 19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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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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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아이가 맞아서 죽었다. 몇 시간 동안 무참히 맞아, 갈비뼈가 16개가 부러졌다. 그러나 계모는 아이를 때리면서도, 아이가 죽을 줄 몰랐다고 진술한다. 가해자의 변호사는 그녀가 징역 5년 형을 받을 거라고 예상했다. 아이가 죽었는데, 죄명은 살인이 아니었다. 아이는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집에서 학대를 당하고 있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몸에는 늘 멍이 들어 있었다. 삐쩍 마르고 늘 집에 가기 싫어했던 아이, 그러나 학교 성적이 우수했던 ‘서현’이가 집에서 맞고 있을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새 아파트에 사는, 싹싹하고 사교적인 엄마, 공부 잘하는 아이, 이런 조건들이 우리의 눈을 가렸던 걸까. 아무도 아이의 구조 신호를 듣지 못했고, ‘서현’이는 소풍 날이었던 그날, 죽고 말았다. 그리고 그 사건으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도 송두리째 달라졌다.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죽어야 이 비극이 끝날까
굶어 죽은 지 6개월 만에 미라 상태로 발견된 구미 보름이, 21일간 방치되어 굶어 죽은 아산 주현이, 개 사료를 훔쳐 먹다 굶어 죽은 울산 예린이, 태어날 때보다 몸무게가 덜 나갈 정도가 되어 굶어 죽은 창원의 76일된 아기 별리….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이 굶어서 죽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 끔찍하고 잔혹한 아동 방임과 학대 살해는 어쩐 일인지 끊이지 않고 있다. 2023년의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 행위자의 86%는 부모, 학대가 발생한 장소는 대부분이 가정이었다. 그리고 44명의 아동이 지난해 아동학대로 사망했다. 국내 아동학대 사건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지만, 가해자는 그에 합당한 벌을 받지 않고 있다. 또한 아동 학대에 대한 신고가 반복적으로 들어가고 있음에도, 대한민국은, 우리는, 끝내 아이들을 구조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믿을 수 없이 많은 아이들이 굶어서, 맞아서, 집에서 죽었다. 이 책의 저자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 공혜정 대표는 ‘탄원서 쓰는 법을 아냐’는 지인의 한마디 말에 아동학대 사건 속으로 휘말려 갔다. 평생 시민단체 활동이라곤 모르곤 살았던 그녀는 〈울산 계모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후, 180도 달라진, 활동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의 비극적인 죽음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아동학대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자료를 모으고, 사건의 재판정마다 찾아가 방청 기록을 하고,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또한 아동의 권리와 보호에 관한 법을 바꾸기 위한 시민들의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학대를 당하다가, 원가정과 분리된 아이들을 위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도 진행 중인데, 이 모든 활동들을 정부의 지원 없이 오로지 시민들의 후원으로만 꾸려가는 중이다.
이 책은 지난 12년 동안 아동학대 사건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저자가 재판정에서 보고 듣고 정리한 자료들을 1년에 걸쳐 기록한 결과물이다. 너무 참혹하여 다시 펼쳐보기 싫었던 이 자료들을 다시 정리하는 일은 저자에겐 오랜 숙제와도 같았다. 아이들의 사건 자료와 사진을 다시 들추고, 가해자들이 받은 말도 안 되는 최종 판결을 더듬는 일은 말로 할 수 없이 괴롭고 애가 끊어지는 일이었다. 몇 번이고 그만두고 도망가려 했지만 끝까지 이 기록들을 새로 적어, 엮은 까닭은 다시는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더불어 이 기록이 먼저 간 아이들을 위해 남겨진 어른들이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절대, 잊혀져서는 안 되는 아이들을 기록하다
아이가 잘못을 하면, 때릴 수도 있다는 말을,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에게 종종 듣는다. 맞으면서 자란 아이들이 더 잘 된다거나, 내 자식이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 어른들의 마음속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자라는 동안 부모에게 받은 상처와 미움과 학대를 영원히 기억한다. 어쩌다 실수로도 어른은, 아이를 때려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어떤 모습이든, 그저 사랑만 받기에도 충분한 존재들이니 말이다.
이 책에 기록된 아동학대 사건들을 끝까지 기억하고, 이와 비슷한 일이 앞으로 단 하나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아이들이 사랑받고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기록을 오늘 남긴다.
〈blockquote〉“이제 나는 아동학대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싶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예방할 수 있는지, 살아남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리는 일. 그것은 올바른 강사를 양성하여 제대로 아동학대에 관해 세상에 알리고 예방하는 일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하늘로 소풍 간 많은 아이들에 대한 나의 애도이자 미안함이고 내 나머지 밥값은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잊혀져서는 안 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잊는 순간 아이들의 존재와 함께 미안하다는 반성과 다른 아이들은 지켜주겠다는 다짐마저 사라져버리고 만다. 아이들의 죽음이 법과 시스템을 개선하는 슬픈 계기가 되었기에 이 아이들은 ‘잊혀지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지켜주어야 한다.”
〈/blockquote〉
1부지키지 못한 아이들
🎗 하늘로 소풍 간 아이 울산 계모 사건
🎗 어리석은 모정 통영 큰딸 암매장 사건
🎗 어느 고딩엄빠의 최후 대구 세 살 아동학대 사건
🎗 콩쥐의 비극 천안 캐리어 사건
🎗 사람의 법, 신의 정의 화성 입양아 사건
🎗 벗어나지 못한 지옥 용인 조카 물고문 학대 사건
🎗 이팝나무꽃의 전설 부산 가을이 사건
🎗 용서하지 않을 권리 외삼촌 부부 조카 학대 사건
🎗 정인아, 미안해 양천 16개월 입양아 사건
2부 끝내 구한 아이들
✿ 감옥에 갇힌 아이 김해 방임아동 사건
✿ 큰엄마 큰아빠네 집 창녕 탈출 소녀
✿ 얘들아 노올~자 목포 지호 사건
✿ 생존자들
⌂ 에필로그 비겁한 자의 변명
⌂ 추천사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학대를 당하고 있고, 그로 인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어느 때는 무기력에 시달리고 어느 때는 끔찍한 학대의 참상에 맞닥뜨려 분노로 몸살을 앓다 손을 놓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죽음으로 남겨놓고 간 숙제를 풀어내는 것이 어른의 의무이고 사람으로서 밥값이라 여긴다.
〈프롤로그〉 중
서현이는 학대받는 아동의 신체적, 심리적 징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몸 여기저기에 자주 드는 멍들, 아파트 단지 안 마을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며 집에 가는 시간을 늦추던 날들, 식탐이 심한데도 점점 말라가는 몸, 박 씨에 대해서 극도로 위축된 행동을 하는 서현이를, 사람들은 그저 말 잘 듣고 책 좋아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가 덜렁거리는 탓에 자주 부딪혀 다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동학대는 가난하고, 못 배운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일 뿐 평수 넓은 신축 아파트에 살며 학부모 회장까지 맡고 있는 싹싹한 성격의 엄마, 모든 교과마다 백 점을 맞는 똑똑하고 말 잘 듣는 아이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편견이 그들의 눈을 가렸기 때문이었을까.
〈하늘로 소풍 간 아이〉 중
이경희는 아이들을 베란다에 감금하고 못 나오게 하거나 하루 한 끼만 주었다. 그마저도 물에 밥을 말아 간장을 타서 주라고 시켰다. 유 씨 할머니가 안타까워서 밥을 많이 담으면 이경희가 질책해서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특히 수인이는 아이들 중 나이가 많고 똑똑하고 기질상 쉽게 기가 꺾이지 않는 아이였기에 제일 많이 맞았다.
이경희를 만나기 전 박제영은 두 딸을 귀하게 키우던, 보통의 엄마였다. 수인이도 엄마 박 씨를 몹시 따랐고 엄마 없이 못 사는 아이였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이경희를 만난 후 딸을 수시로 폭행하고 방치하게 되었으니, 사이비 종교가 얼마나 사람을 세뇌시키는 것인지…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어리석은 모정〉 중
제발 가해자의 서사를 아동학대 범죄의 변명으로 써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모의 서사
가 그 무엇이든 겨우 37개월을 사는 동안 상습적인 학대와 굶주림, 개 목줄로 목이 묶인 채 비인간적으로 살다 비참하게 짧은 생을 마감한 서준이보다 더 불쌍하랴.
친부 박재호의 변호사는 아버지의 도리를 저버린 박재호는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나쁜 아버지였을 뿐 공동정범은 아니라고 주장을 했다. 또한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했다. 박재호는 다음과 같이 최후 진술을 했다.
〈어느 고딩엄빠의 최후〉 중
죽어가는 아이를 두고 ‘병원에 데려가? 형식적으로’ ‘그게 좋겠다 번거롭겠지만’이라고 주고받은 양부모의 문자는 아이가 죽어가고 있음을 알았다는 걸 반증한다. 위급한 순간에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택시를 탔다는 것 또한 아이를 구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것이 아이가 죽어도 상관없다는 마음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길고 긴 끔찍한 학대 끝에 사망했으면 살인이지 어쩌다 보니 실수로 죽게 됐다는 어처구니없는 꼬리표가 웬 말인가. 나는 분노에 차서 8년 전 울산 계모 사건에서 했던 바로 그 말을 내뱉었다.
“이게 어떻게 살인이 아니야?”
〈정인아, 미안해〉 중
읽어보라고 추천하기가 매우 어려운 책이다. 추천사 써 달라는 부탁을 단호하게 거절할 걸 하고 후회를 했다.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산화한 아이들의 죽음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겨우 책을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이 반드시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선명하게 깨닫기를 그리고 야만성을 거슬러 아이들을 지키고자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과 저자의 피눈물 나는 호소를 가슴 깊이 새겨주시기를 기도한다.
-부장판사 천종호
찬란했을 생이 고작 그 어린 나이에 멈췄단 게 슬퍼서, 얼굴도 못 본 넋을 위로하며 토하듯이 울었다. 공 대표가 첫 문장조차 쓸 수 없어 오래 앓았다는 의미를 새삼 깨달았다.
아동학대 부모를 사형하라며 법원 앞에선 사자후를 지르면서도, 김치통에서 발견돼 수의도 못 입고 한 줌의 가루가 된 아이 무덤 앞에서 무릎 꿇고 통곡하는 사람. 작은 단체에 걸맞지 않게 학대 피해 아동들을 위해 섬세하게 많은 일을 하느라, 10년 만에 처음 여름휴가를 써봤다는 사람. 이 책이 널리 읽혀, 공 대표가 이리 애쓸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기를. 그리하여 휴가 때 좋았다던 7번 국도를 느긋하게 달리길 간절히 바라본다.
-기자 남형도
‘정인이 사건’ 공판이 있던 날, 법원 앞에서 공 대표는 전사 그 자체였다. 눈이 수북한 아스팔트 위에서 사람들을 이끄는 그녀를 보며, ‘저 사람에게 안 걸린 게 천만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그랬던 그녀가 내게 고백을 했다. 자신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지만, 단 한 글자도 쓸 수가 없다고. 그녀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걸, 난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힘들어하는 그녀를 절벽 끄트머리로 밀어내고 싶었다. 그 어떤 고통에 시달리더라도, 반드시 이 책은 완성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 책은 피해자들 곁에 선 한 사람의 용기 있는 경험담,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사건들의 유일한 기록이다. 그래서 그 어느 책보다 귀하고 귀하다.
-〈그것이 알고 싶다 - ‘정인아 미안해’ 2부작〉 연출, 피디 이동원
작가정보
아이들을 키우고 일하며 평범하게 살던 어느 날, 우연히 이 일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탄원서 쓰는 법을 아느냐는 지인의 한마디로, 아동학대 사건에 깊이 관여하게 된 것이 그 계기였다. 끔찍하고 비참하게 죽은 아이들 사건 앞에서 때때로 도망가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힘을 내는 까닭은 여기에 남은 이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먼저 떠난 아이들을 생각하며,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이 책을 엮는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전국 학대피해아동 보호 지원 (생활용품, 여가활동, 문화체험 지원)
*학대피해아동 심리치료 지원
*학대 경험 부모 학대 대물림 끊기 활동
*아동학대예방교육, 아동학대예방강사양성, 아동학대관련 정책 및 제도개선 활동에 앞장서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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