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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테의 사람들

민혜 지음
디멘시아북스(DementiaBooks)

2024년 11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9월 2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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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4.76MB)
ISBN 97911990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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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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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세월을 온몸으로 견디며 홀로 자신을 키운 엄마에게 치매가 왔다.
그런 엄마를 홀로 돌보는 중년을 넘긴 독신녀 주인공이 느끼는 절망과 갈등, 그리고 고뇌, 때론 혐오의 감정까지 고스란히 보여주는 소설!
치매에 걸린 엄마의 이상행동을 통해 엄마의 숨겨진 과거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아가며 주인공이 느끼는 엄마에 대한 연민과 사랑!

민혜 작가의 〈레테의 사람들〉은 제5회 『디멘시아 문학상』 공모전 소설부문 대상 수상작으로, 중년을 넘어서도 독신으로 지내며 치매에 걸린 엄마 송 노인을 돌보는 주인공 윤정인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이 갈수록 악화하는 엄마의 치매 증상에 절망하면서 맞닥뜨리는 사건과 주변인들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엄마의 과거와 숨겨진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을 탄탄한 구성과 여러 상징들을 통해 생동감있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디멘시아 문학상』은 치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치매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사회적 이해와 공감을 촉진하고, 치매와 돌봄에 대한 인식을 높이며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문학을 통해 따뜻한 지지와 관심을 제공하기 위해 2017년부터 치매전문 인터넷신문사인 ‘디멘시아뉴스’에서 주관하는 문학 공모전으로, 2023년 현재 제8회 공모전이 진행중이다.
‘레테의 사람들’ 심사평 4

송노인 10
엄마는 어디로 24
뽕브라 41
엄마는 무너지는 중 51
청춘의 잔상 58
테폰타니 76
까막골 여자 107
어둠 고여 있는 네모 공간 115
끝이 어딘가요 125
나는 어디에 158
그 냄새의 근원 179
마지막 퍼즐 189

수상소감 194

나를 아줌마라 부르는 이 노인네 송순복, 실은 내 친엄마다. 그러나 어느 땐 내가 잠시 그녀의 딸이 되고, 어느 땐 그녀를 돌보는 요양보호사가 되고, 어느 땐 이웃집 여자가 되고, 또 어느 땐 버려진 자기를 거두어 준 과거의 고마운 은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다가 어느 날인가 나는 또 다른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
- p.13 송 노인

엄마의 저녁 식사를 해결했으니 이젠 약을 먹여야 할 시간이다. 저녁 약은 네 알이나 되어 엄마는 이따금 먹지 않겠다고 떼를 쓰곤 했다. 치매란 현재로선 치료는 어렵고 증상 악화만 지연시키는 게 상책이다. 오늘 저녁엔 송 노인이 기특하게도 순순히 약을 받아먹었다.
- p.32 엄마는 어디로

엄마의 입원과 내 몸살 덕으로 나는 일시 자유의 몸이 되었다. 나 자신에게 엄마로부터의 해방을 허락했고 병원비와 간병비가 나갈 것에 대해서도 액수를 놓고 마음 졸이지 않았다. 아니, 실은 그럴 힘이 남아 있질 않았다. 나는 오직 심신의 과부하로 무너질 것만 같은 내 몸의 통증에 대해서만 신경 쓰며 한시라도 이 숨 막히는 장소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일념 밖엔 없었으므로. 그래서인가 집으로 돌아가 큰대자로 뻗으니 얻어맞은 듯 몸이 쑤시면서도 마음만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 p.52 엄마는 무너지는 중

아니, 바라는 대상이 찾아온다 해도 그렇지, 지금 내 나이는 모험을 감행하기엔 무리 되는 시점이지 싶은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망설이게 하는 건 치매 엄마를 돌봐야 한다는 나의 등짐이요, 현실에 맞춰 틀이 굳어진 내 의식과 습관, 마치도 구타하는 남편 밑에서 몸부림을 치면서도 그에게 길든 아내처럼 살아가는 나 자신, 일탈을 꿈꾸면서도 유폐된 자기만의 방에서 안주하길 편안해하는 역설적인 나 자신인 것이다. 이런 모습들이 때론 남들 눈엔 효도로 비춰지고 미화되어 나는 또 그 안에 갇혀버리고 마는 것 같다.
- p.75 청춘의 잔상

엄마의 치매가 어느 날 불쑥 나타난 건 아니었다. 나는 엄마가 전과 다른 행동을 보여도 누구나 겪는 노화 현상으로 여겼지, 그게 치매의 징후라는 걸 몰랐다. 변덕이 잦아지고 화를 잘 내고 반찬 솜씨가 달라지고 같은 이야기를 몇 번씩이나 처음처럼 말하고 최근에 있던 일을 기억 못 하고 두통을 호소하고··· 그 모든 걸 늙어가는 여자의 우울증이거나 일반적인 노화 증세라고 넘겼다.
- p.109 까막골 여자

··· 젊은 날의 엄마의 얼굴이 아른아른 피어올랐다.
작고 가녀린 한 여인을 후벼 파며 몰아쳤을 평생의 회오리와 상흔들, 웃기고 울렸을 삶의 파편들, 인간이란 그가 가진 기억에 불과하다.
엄마는 이제 그 모든 걸 뒤로하고 레테의 강을 향해 가며 이승의 기억을 내려놓을 것이다. 젖먹이인 나를 품다가, 자신마저 젖먹이로 돌아갔다가, 마침내는 소실점 저 너머로 사라지며 그 강을 건널 것이다.
나는 상처투성이의 엄마를 가슴으로 품으며 엄마가 하루빨리 레테의 강을 건너 지나온 상흔들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 p.192 마지막 퍼즐

흥미진진한 그리스 신화 중 개인적으로 가장 위로가 되는 이야기가 바로 ‘레테의 강’ 이야기이다. 이생에서의 고단한 일생을 마친 망자(亡者)는 타나토스의 안내를 받아 사자(死者)의 세계 하데스의 궁전으로 가서 심판을 받게 되는데, 하데스가 지배하는 명계(冥界)로 가면서 건너야 하는 다섯 개의 강 중 하나가 바로 ‘망각의 강’이라 불리는 ‘레테’이다.

아케론, 코키토스, 플레게톤, 스틱스의 강을 건너 온 망자는 마지막으로 건너야 할 레테의 강 앞에서 강물을 한 모금씩 마시게 되는데, 누구라도 그 강물을 마시면 살아있을 때의 모든 기억을 잊어버리게 되고 전생의 번뇌를 잊게 된다는 이야기.

이생에서의 삶의 마디마디에 새겨진 슬픔과 평생을 쫓아다니며 괴롭히던 아픈 기억들과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생에서 고단한 삶을 산 이들에겐 큰 위로가 아닐 수 없다.

아버지의 부재 속에 지난(至難)한 세월을 홀로 견디며 자신을 키운 엄마가 치매에 걸렸다. 그런 노모를 오랜 기간 간호하며 어느덧 중년을 넘긴 독신녀 주인공 윤정인의 시선으로 이 소설은 기록된다. 시간을 지나며 맞닥뜨리는 여러 사건 속에서 치매를 앓는 노모에 대한 연민의 감정과 더불어 돌봄의 과정에서 오는 고단함과 그로 인한 갈등, 그리고 때론 혐오의 감정까지, 치매 부모를 돌보는 가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고뇌와 고민이 소설 중간중간 생생히 잘 드러나 있다.

힘겨운 돌봄의 과정에서 마주하게 된 엄마의 이상행동을 통해 주인공은 엄마의 숨겨진 과거와 가족의 비밀을 비로소 알게 되고... 결국에는 엄마의 죽음을 마주하며 엄마가 하루빨리 레테의 강을 건너 이생에서의 아픔과 상흔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며 소설은 끝이 난다.

〈레테의 사람들〉은 치매 엄마를 돌보는 이 땅의 모든 딸들과 어머니들에게 위로와 존경을 전하는 치매 공감 소설이다.

‘중년을 넘긴 독신의 딸이 어머니의 치매와 맞닥뜨리면서 자신의 출생의 비밀과 어머니의 숨겨진 과거를 알아가는 과정을 탄탄한 구성과 하나하나 살아 있는 여러 상징들을 통해 생동감있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
- 김은정 교수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작가정보

저자(글) 민혜

서울 출생으로 1992년 〈창작수필〉지로 수필문단에 등단하여 초기엔 〈한국문학〉지를 비롯한 문예지에 단편소설 발표, 문학의 현실 참여를 위해 1990년대엔 재소자들에게 편지쓰기 봉사를 했고,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정신건강의학과 환자들의 재활프로그램인 ‘문예치료’ 담당자로 일했으며, 디지털 조선일보에 힐링 에세이를 연재하기도 했다.

수상 경력
2013년 목포문학상 수필 본상, 2014년, 2015년 〈에세이스트〉 올해의 작품상, 2020년 〈해드림 출판사〉 기획수필집 공모 당선, 2021년 카톨릭 평화방송 평화신문 공모 신앙수기 당선, 2021년 디멘시아 문학상 소설 공모 대상, 2021년 〈어머니의 불〉 아르코 우수도서 선정, 2022년 월간 샘터상, 2022년 아르코 발표지원 공모작 선정 등

저서로는 〈장미와 미꾸라지〉,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 〈어머니의 불〉, 〈글쓰기, 당신의 초능력 잠금 해제〉 외 5~10인 수필집 〈꿈꾸는 역마살〉, 〈내가 지나가는 소리〉, 〈그대로 계세요, 어머니 아버지〉, 〈우리 기도할까요〉 등이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에세이스트 작가회의 이사, 수필미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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