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남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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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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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변방 지역이었던 제주 남쪽은
사람이 많이 살지도 않았으며,
살았어도 못 살았다.
(제주 남쪽 도슨트 문신희)
제주 남쪽, 한반도 역사의 변방이지만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우리 겨레의 사라진 혼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제주 남쪽은
그간 중심지였던 적이 없는 변방 지역이었고,
굳이 제주 남쪽을 구분지어 지칭할 일도 없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제주 남쪽은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지역이었음이 더욱 분명해진다.
제주도는 한반도 역사 밖에서 존재했다.
이중환의 『택리지』, 김정호의 『대동지지』, 뿌리깊은나무 『한국의 발견(전11권)』은 시대별로 전국을 발로 뛰며 우리의 땅과 사람, 문화를 기록한 인문지리지이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특히 정규 교과에서 깊이 다루지 않는 1970~80년대 이후의 한국은 젊은 세대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다. 그림이나 유물유적을 설명해 주는 것처럼 우리나라 곳곳의 역사와 문화, 그곳에 사는 사람과 땅에 대해 알려주는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의 열아홉 번째로 대한민국 도슨트 『제주 남쪽』이 출간되었다.
시작하며
제주 남쪽의 짧은 역사
01 한라산 -섬, 그 자체로의 산
02 백록담 -지극한 경이로움이 머무는 곳
03 영곡 -한라산의 신령함이 시작되는 곳, 영실계곡
04 성판악(성널오름) -백록담으로 가는 길목을 지키는 동부 오름의 맹주
구상나무(香香木, Abies Koreana)
05 산벌른내 -UNESCO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구역인 유일의 하천
서귀포의 하천
06 일호광장 -제주의 모든 길이 지나는 일호광장
07 서귀포항 방파제 -서귀포의 작은 역사, 서귀포항 방파제
08 외돌개 -폭풍의 언덕, 선녀탕, 황우지 해안 그리고 외돌개
09 매일올레시장 -맛집 성지, 대한민국 대표 전통시장
10 동명백화점 -서귀포 유일의 백화점!
11 솜반천 -천지연의 원류, 추억의 냇가
12 천제연계곡 -중문 사람들의 혼이 담긴 천제의 연못
중문의 현인들
13 법환 최영로 -역사를 알면 아름다움이 더해지는 해안
14 보목리(볼래리) -숲섬 노을 바라보며, 자리물회에 소주
15 이중섭거리 -서귀포 문화의 중심거리
16 정방폭포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유일한 폭포
17 강정마을 -물의 마을, 눈물의 마을, 하나의 강정
18 고근산 -용맥(龍脈) 흐르는 신시가지의 주산(主山)
19 하논 -역사의 광풍이 휩쓸고 간 한반도 최대 분화구
제주와 천주교
20 감귤박물관 -제주 감귤의 모든 것
21 오석학교 -시민의 숨결과 손때로 이루어진 학교
참고 자료
제주 남쪽 연표
한라산 등반코스 중에 가장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 영실 탐방로다. 영실 탐방로는 존자암지로 갈 수 있는 영실 탐방로 입구(주차장)에서 시작해 오백 장군(오백나한)이라 불리는 병풍바위(1,300~1,550m)를 거쳐 한라산 정상이 보이는 아름다운 ‘선작지왓’을 지나 윗세오름(1,700m)으로 이어진다. 윗세오름에서 어리목 탐방로와 합류하며, 여기서 다시 한라산 남벽 절벽 바로 밑 지점인 남벽 분기점(1,600m)까지 갈 수 있다. 남벽 분기점은 돈내코 탐방로와 이어진다. 총길이 편도 5.8km이며, 영실 휴게소에서 남벽 분기점까지 2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뽑으라면 단연코 선작지왓이다. 가파른 경사의 영실계곡의 영험함을 경험하고 나면 바로 완만한 경사의 긴 등반로가 나타나는데 이곳을 선작지왓이라 한다. ‘선’은 설익었다는 뜻이며, ‘작지왓’은 자갈밭을 뜻하는 제주어다. 이곳은 넓은 초원지대에 온갖 꽃들로 뒤덮여 산상 화원을 방불케 하고, 한라산의 서쪽 어깨 끝에서부터 시작해 남벽 밑의 방애오름까지 이어지는 드넓은 공간을 차지한다. 방애오름의 경우 봄철 오름 전체가 온통 분홍으로 덮일 정도로 아름다운 공간이다.
- p. 83, 「03 영곡」 중에서
성판악은 표고 1,215m, 비고가 제일 낮은 쪽이 200m이며 한라산 동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오름으로 크기만큼이나 높고 가파르며, 사방에 크고 작은 골짜기들이 패어 있는 험준한 산
이며, 서귀포시(남원읍 신례리)와 제주시(조천읍)의 경계 역할을 한다. 제주 동남쪽에서는 그만큼 눈에 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제주십경도〉의 ‘서귀소’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제주십이경도〉의 ‘서귀진’ 그림을 보면 성판악이 두드러지게 묘사되어 있다. 두 그림 모두 그림 상단 중앙에 한라산 백록담 주봉이 중심을 잡고 좌측에 영실기암과 우측에는 성판악(城板岳)을 그려 넣었다. 특히 성판악은 두 그림 모두에서 한라산 다음으로 크고 웅장하게 묘사되어 있다. 수많은 제주 남쪽의 오름 중에 유독 성판악을 크고 웅대하게 그린 이유가 있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성판악은 다른 오름들과 다르게 어떤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성판악이 주인인 그림이 하나 더 있다. 보물 제652호로 지정되어 있고, 국보 지정이 추진 중인 〈탐라순력도〉가 그것이다. 이 그림은 조선시대 제주목사를 지낸 이형상(李衡祥, 1653~1733)이 화공 김남길(金南吉)에게 자신의 재임 기간에 순력(巡歷, 조선시대에 관찰사가 자기 관할 내의 각 고을 민정을 시찰하던 일)과 각종 행사를 그림으로 기록해서 남기도록 한 화첩이다.
- p. 92~93, 「04. 성판악(성널오름)」 중에서
타임머신이 있다면 탐라국 시절로 돌아가 보고 싶다. 그때로 돌아가면 한자어나 일본인들이 정해놓은 지명말고 진짜 제주어로 된 지명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거의 모든 지명이 한자를 차용하여 기록하다보니 본래의 순수 우리말이나 제주어로 된 지명들이 전혀 다른 의미의 한자어 지명으로 변해버린 것들이 허다하지 않는가?
물론 그 한자어의 의미 또한 오랜 기간 제주 사람들과 함께해 온 터라 우리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어떤 것들은 또 나름의 의미와 철학이 깃들어 있어서 양쪽 모두 우리의 소중한 자산임에는 틀림없지만 순우리말이나 제주어로 된 지명을 찾는 일은 의미있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당장 한라산이란 이름부터 한자어 아니던가?! 한라산은 본래 ’한울오름’에서 비롯된 ‘한울산’이라 전해진다. 1930년대 한 종교에서 펴낸 자료를 보면 한라산은 한울오름에서 나온 한울산을 한자어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한라산이 되었다고 한다. 한울산의 정확한 뜻은 전해지지 않지만, ‘한’은 순우리말로 크다 또는 가득하다의 뜻이고, 순우리말인 ‘울’은 우리나 가족을 뜻하여 이 둘을 합하면 ‘한울’이 되는데, ‘한울’은 천도교에서 하늘, 큰 우주, 온 세상을 뜻한다. 단어 뜻 자체로만 보면 얼마나 아름다운 우리말인가?! 이런 곱고 아름다운 우리말 지명이 탐라가 고려에 복속되면서 한자어를 차용하여 표기되어 한울산이 한라산(漢拏山)으로 표기된 것이다.
- p. 104~105, 「05. 산벌른내」 중에서
“서귀포에 일호광장 말앙(말고) 뭐 이서(있어)?”
그러면 우리는 크게 개의치 않는 듯 게슴츠레 눈을 하고 이렇게 대답했다.
“무사(왜)? 일호광장에 다 이서(다 있어).”
시엣아이들은 보통 지방을 내무렸다(나무랐다). 특히 서귀포 친구들을 잘 내무렸다. 그들은 서귀포에 잘 와보지도 않지만, 한번 와보고는 일호광장에 한번 놀라고 또 일호광장을 벗어난 모습에 한 번 더 놀랐다. 그러면서 서귀포에는 일호광장 말고는 없다고 우리를 내무렸다.
사실 딱히 일호광장 말고는 제주시보다 크거나 새로운 것들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거꾸로 이야기하면 일호광장 하나만큼은 그들도 인정한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그들이 인정하고 말고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일호광장이 서귀포를 상징하는 중요한 랜드마크였고, 서귀포가 도시라는 유일무이한 징표였던 셈이었다.
- p.121, 「06. 일호광장」 중에서
이 회사의 포경선들은 서귀포 연안 해역에서 고래를 마구잡이로 잡아들였다. 엄청난 포획이 자행되었다. 얼마나 많은 고래가 희생되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는 없지만, 수많은 제주 고래가 남획되었다. 이를 말해주는 사료가 있는데, 1937년 11월 12일 『조선일보』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제주도 근해서 포경 사십사두(四十四頭)”(기사 제목) “본 수산 포경사무소 소유 4척의 포경선은 9월 하순에 출장하여 11두의 포경을 하고 돌아왔었으나, 10월 한 달 동안에 44두라는 놀라울 만치 대량의 고래를 잡았다. 제주도 근해의 최고 포경 기록이 1년간 48두였는데, 올해에는 그 기록을 1개월 중에 돌파하였다고 한다.”(기사 본문)
아마도 이런 식이었으면 매년 수도 없이 많은 제주 고래가 사라졌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매일같이 일본 동양 포경주식회사에서 고용된 수많은 인부가 종일 고래를 해체했을 것이다. 전성기 시절에는 수백 명의 인부가 고용되어 하루 종일 고래를 해체했다고 한다. 고래고기와 기름은 무역업자들에 넘겨졌고, 모두 일본으로 반출되었다. 반면 조선인들은 피비린내 나는 고래 해체 작업을 하고 품삯을 받았다. 가치를 인정받는 것들은 일본으로 반출되었지만, 반출되지 못하고 남겨진 것들은 피비린내와 썩은 부산물들이었다.
- p. 140, 「07. 서귀포항 방파제」 중에서
폭풍의 언덕에 올라 황우지해안을 바라보면 절벽 아래 해안가에 12개의 동굴이 나 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 듯하고, 도대체 누가? 왜 만들었을까?
태평양전쟁이 끝나갈 무렵 일제는 제주도를 일본 본토 사수의 ‘마지노선’으로 삼는다. 이른바 ‘결 7호 작전’이라 불리는 방어계획이 세워지고 병력을 제주도로 집중시켰다. 1945년 1월 1천 명 수준에 불과했던 일본군이 8월에는 약 7만 명에 이르렀다. 한반도에 배치된 일본군 36만 명의 1/5에 해당했다. 이 중 1만 8천 명은 조선인 징집병이었다.
일본군은 제주도에서의 결사 항전을 준비했다. 이오지마와 오키나와에서 보여주었던 끈질기고 무모한 저항을 고스란히 재현하고자 했다. 일본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었다. 군·민을 총동원한 다 죽기 작전으로 미군에 심각한 타격을 주어 전쟁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일으켜 강화 협상에 유리한 입장을 가지려고 한 것이었다.
실제로 오키나와 전투에서는 그들의 목적이 잘 드러났다. 일본군은 오키나와 주민들을 총알받이로 내세우거나, 자결하라고 강요해서 무려 12만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일본군 전사자 2만 3천 명의 약 5배 이상이 희생된 것이다. 81일 동안 하루 평균 1천 481명씩 죽어나갔다. 대재앙이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만약 원자폭탄 공격이 없었다면 제주도는 오키나와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의 피해가 있었을 것이다. 오키나와의 3배에 이르는 7만 명의 병력이 있었고, 제주가 함락되면 그 다음 차례는 일본 본토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일본군은 결사 항전을 위해 제주 곳곳을 요새화했다.
- p. 155~156, 「08. 외돌개」 중에서
반면 매일장은 1960년부터 지금 이 자리를 줄곧 지켰으니 역사를 인정해줄 만하다. 더욱이 있는 자리가 서귀포 최고 노른자위 땅 아니던가? 중앙로, 중정로, 동홍로가 만나는 삼각형 안이 매일장이 있던 자리다. 보통 도심이 개발되면 이런 알토란 같은 곳부터 개발되곤 하는데 지금껏 자리를 유지하는 걸 보면 매일장의 생명력은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두 시장은 명실상부한 서귀포를 대표하는 유통시장이다. 그렇지만 두 시장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물론 두 시장 모두 깎아달라면 깎아주고, 더 달라면 더 넣어주는 정감 있는 시장이며, 시민들의 삶과 애환이 녹아 있는 장소임은 틀림없지만 분명히 두 시장 사이에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오일장에는 사람이 살지 않지만, 매일장에는 사람이 산다. 즉, 매일장은 시장인 동시에 주거 공간이기도 했다. 그곳의 상인들은 장사치이자 주민들이었다. 그들은 낮에는 상인들로, 밤에는 주민이 되어 매일장을 지켰다. 점포는 그들의 작업장이었고, 점포 쪽방이나 다락방, 2층에는 그들의 주거 공간이 있었다. 친구들은 학교가 끝나면 매일장으로 돌아갔고, 다음 날 아침이면 매일장에서 등교했다. 매일장은 시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매일장 안에는 놀이터도 있었고, 교회와 성당이 있었고, 식당과 주점도 있었다.
- p. 166, 「09. 매일올레시장」 중에서
천제연은 ‘천제(天帝)의 연못(淵)’이란 뜻이다. 즉, 인간의 못이 아니라 하늘의 못이란 뜻이다. 연못에 붙는 이름치고 너무 거창한 이름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천제연을 보는 순간 ‘아, 인간이 품을 수 있는 아름다움의 한계를 넘어섰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이 아름다움 때문에 천제연은 8km가 넘는 계곡 전체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 천제연이 곧 연못이며, 폭포이기도 하고, 계곡 전체를 이르는 이름이다.
수심 21m의 연못과 높이 22m의 병풍과 같은 주상절리대 절벽이 만나는 이곳은 옥황상제를 모시는 칠선녀들이 밤이 되면 구름을 타고, 피리를 불며 내려와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천제연의 물은 너무나 깨끗한 나머지 영롱한 옥색을 띤다. 깨끗한 물은 주변 풍경을 그대로 반사해서 절벽이 마치 물속 깊은 곳까지 이어지는 듯하다. 계곡의 깊숙함은 바람마저 멈추어 세우니 거울 같은 연못의 수면은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고요하다. 이러고서 어찌 사람의 연못일 수 있겠는가?
사실 천제연폭포는 한 개의 폭포가 아니다. 천제연계곡에는 총 3개의 폭포가 있는데, 이 모두를 총칭하여 ‘천제연폭포’라 한다. 이 중 가장 상류에 있는 폭포가 ‘제1폭포’이며 ‘천제연(天帝淵)’이 있는 곳이다.
- p. 199~200, 「12. 천제연계곡」 중에서
제주도 368개 오름 중에 손에 꼽히는 명산이 서귀포에 있다. 바로 ‘군산(軍山)’이다. 안덕 난드르(대평리)와 창천리부터 서귀포 예래동에 이르는 장대한 오름이다. 제주시 서북쪽 어디서든 보인다는 오름의 제왕, ‘어승생악’보다 면적이 크다. 어승생보다 덩치가 큰 오름은 군산이 유일하다. ‘군산’의 병풍 같은 산세가 군 진영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군산은 서귀포시 동지역과 안덕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데, 군산의 동쪽이 ‘열리’라 불리는 ‘예래동’이다. ‘열리’는 ‘예래리’의 발음이 축약된 것으로, 보통 ‘예래동’이라 쓰고 ‘열리’라 읽는다. 그런데 ‘예래’의 지명 유래는 꽤 흥미롭다. 보통 지명에 예가 쓰이면 예(禮)가 쓰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예래리의 예는 ‘사자(사자 예, 猊)’가 쓰인다. 거기에 래(來, 오다)를 붙여 ‘사자가 온다’라는 뜻이다. 실제로 군산 정상에 가면 사자바위가 있고, 중문관광단지에서 열리로 들어가는 도로 초입에는 아가리를 벌려 포효하는 사자상이 서귀포를 보며 서 있다. 재미있다. 열리는 곧 ‘사자의 마을’이다.
아주 오래전 마을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는 고승에게 마을에 불길한 일이 끊이질 않으니 어찌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고승은 서귀포 앞바다에 범이 웅크리고 이곳을 노려보고 있으니, 그 드센 기운이 마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 했다. 그러면서 범과 호각지세를 이루는 사자를 끌어들여 그 기운을 막아야 한다고 했으니 사람들은 사자의 기운을 이곳 군산에서 찾은 것이다. 군산 정상에 있는 서귀포를 향해 나 있는 바위를 사자바위로 하고 이 마을을 예래라 명명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후부터 예래에는 불길한 일이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 p. 223~224, 「13. 법환 최영로」 중에서
황소 그림을 그릴 수는 없었지만, 그의 단칸방에도 황소처럼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다해내는 우리 겨레처럼 아이들에게 인내와 끈기를 심어주고자 그가 지은 〈소의 말〉이라는 시를 붙여 넣었다. 당시 소는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동물이었다. 그래서 그의 황소 그림은 언제나 힘이 넘치고, 역동적이며, 위용이 있고, 우직하며, 묵직한 느낌을 주었다. 굵은 선으로 표현된 황소의 강렬한 움직임은 마치 거친 캔버스 위를 사정없이 내달리며 지축을 흔드는 싸움판의 황소를 닮아 있었다. 그것이 중섭이 고집했던 황소 그림의 특징이다.
- p.244~245, 「15. 이중섭거리」 중에서
서북청년단 등 토벌대가 제주에서 벌인 그 만행을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 너무 참혹해서 묻어두어야 하는가? 아니면 참혹한 역사라도 기록해야 하는 것인가? 기록하면 아마도 19금이 아니라 ‘99금’ 정도는 될 텐데, 장담컨대 목 베기 경쟁이나 난징의 강간을 뛰어넘는 미친 짓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산남의 중심은 서귀면이었다. 이즈미 세이치의 『제주도』에 의하면 1936년 제주도 내 1만 명 이상 인구가 있던 곳은 제주읍과 대정면 그리고 서귀면이 유일했다.
서귀면은 남제주군청 소재지였고, 모슬포와 성산포에 경찰서가 생기기 전까지 산남 유일의 경찰서도 서귀면에 있었다. 그리고 조선경비대 제2연대 1대대 대대본부와 악랄함으로 악명높았던 서북청년단 사무실 역시 서귀면에 있었는데, 모두 서귀리포구 인근지역(서귀리)에 모여 있었다.
-p.267~268, 「16. 정방폭포」 중에서
한라산은 물을 품고 있다. 한라산에서 발원한 물줄기들이 제주 전 지역으로 뻗어나가면서 곳곳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제주도의 지질 특성상 제주도에서는 하천이 발달한 지역이 별로 없다. 현무암층이 대부분 지하로 흡수해버리기 때문에 섬 전체가 물이 아주 귀한 곳이었다. 물론 서귀포는 예외다. 물이 귀한 고장 제주에서도 물이 좋았다.
실제로 서귀포 동쪽 끝 효돈에서 제주 남쪽의 최대 하천인 산벌른내(효돈천)에서부터 서쪽 끝 예래의 논짓물까지 마을마다 하나씩 하천이나 큰 용천수를 끼고 있다.
- p. 280, 「17. 강정마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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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 치고 제주도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고향보다 더 그리운 곳일 수도 있다. 그 제주도 남쪽의 서귀포. 한라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 아름다운 지역은 그저 한 번의 여행으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깊이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곳이다. 이번에 출간된 도슨트 시리즈 "제주 남쪽"은 서귀포와 그곳 사람들의 삶, 역사, 그리고 자연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서귀포를 관광지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과 정서를 통해 그곳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작가는 서귀포에서 자란 사람들, 그곳의 풍경과 역사를 통해 서귀포의 매력을 전한다. 한라산의 웅장함과 함께 서귀포의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서귀포를 사랑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이야기
서귀포를 고향으로 삼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제주 올레길을 개척한 서명숙은 서귀포의 바람과 구름 속에는 무언가를 재생시키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잃었던 꿈을 다시 일으키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하는 그 힘이 바로 서귀포에 있다는 그의 말은, 서귀포가 가진 특별한 매력을 잘 설명한다.
또한 이 책은 서귀포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서귀포가 겪어온 역사적 사건들과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지역의 아픔과 회복의 이야기를 전한다. 4·3 사건으로 얼룩진 서귀포의 아픈 역사 속에서도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삶을 꾸려가며 희망을 찾았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슬픔과 아픔 속에서도 피어난 희망과 강인한 삶의 의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서귀포의 사람들은 그들의 삶 속에서 자연과 역사, 그리고 고유의 문화를 이어왔다. 이 책은 서귀포의 역사를 단순한 기록으로만 다루지 않고, 그 속에서 숨 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한라산의 품에 안겨 살아가는 서귀포 사람들의 일상과, 그 일상 속에서 피어난 희망의 순간들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마치 그들의 삶 한가운데에 함께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서귀포의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우리에게도 많은 교훈을 준다. 특히, 4·3 사건을 통해 서귀포 사람들이 겪어온 아픔과 회복의 과정을 보며 우리는 삶의 강인함과 연대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 책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들을 상기시켜 준다. 역사의 상처를 딛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는 서귀포 사람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줄 것이다.
한라산의 품에 안긴 서귀포의 아름다움
한라산은 서귀포 사람들에게 그저 배경이 아니라, 생명의 원천이자 그들의 삶의 터전이다. 백록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한라산의 웅장함과 그 주변을 감싸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서귀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이 책은 그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독자들이 마치 서귀포의 자연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작가는 서귀포의 각 마을과 명소들을 통해 제주 남쪽의 다양한 매력을 소개하며,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그 아름다운 순간들을 담아낸다.
서귀포의 풍경은 마치 오래된 동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외돌개, 정방폭포, 천지연 계곡, 한라산의 자락 아래에서 펼쳐지는 제주 남쪽의 모든 자연 풍광이 이 책에 녹아 있다. 그 풍경은 독자들에게 제주 남쪽에 직접 발을 디뎌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서귀포의 자연은 단순히 아름다운 관광지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라산의 웅장한 자락 아래, 사람들과 자연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은 제주 남쪽의 진정한 매력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러한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독자들이 서귀포의 자연 속에서 느끼는 경이로움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한라산에서 내려다보는 서귀포의 풍경은 그저 그림 같은 모습이 아니라, 수천 년을 이어온 생명과 역사의 무게를 담고 있다.
특히, 백록담을 비롯한 한라산의 여러 명소들은 서귀포의 자연과 역사적 배경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백록담에서 바라본 서귀포의 전경, 성판악과 영실 계곡을 거쳐 올라가는 길에서 마주하는 한라산의 웅장함은 자연과 인간의 경이로운 공존을 상징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그 순간들을 함께 나누며, 서귀포의 자연이 주는 감동을 깊이 있게 전한다.
서귀포의 삶과 문화, 그 속으로의 초대
이 책은 서귀포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소소한 일상도 놓치지 않는다. 매일올레시장, 감귤 농장,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해녀들의 이야기까지, 서귀포의 문화와 전통을 담아내어 독자들에게 그곳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해녀들이 바다에서 살아가는 강인한 모습, 감귤 농장을 가꾸며 자연의 혜택을 나누는 서귀포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 이 모든 것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서귀포의 문화는 자연과 깊은 연관 속에서 형성되었다. 매일올레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은 서귀포의 일상적인 삶을 보여준다. 그곳에서 감귤을 사고파는 사람들, 시장을 돌아다니며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서귀포의 따뜻한 공동체 문화를 상징한다. 이 책은 이러한 서귀포의 문화적 특색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독자들이 서귀포의 일상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해녀들의 이야기는 서귀포의 바다와 사람의 강인한 관계를 잘 보여준다. 해녀들은 오랜 세월 동안 바다와 맞서며 살아왔다. 그들은 단순히 물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바다와 공존하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이 책은 해녀들의 용기와 인내, 그리고 그들의 삶 속에 깃든 지혜를 통해 서귀포의 독특한 문화적 유산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독자들은 해녀들이 바다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더불어 자연에 목숨을 맡기는 연대감을 함께 경험하게 될 것이다.
서귀포에서 재생되는 꿈을 함께 느껴보자
서귀포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다. 그곳은 사람들이 꿈을 다시 꾸게 하고, 잃어버린 것을 되찾게 하는 힘이 있는 곳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서귀포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 속에서 피어난 꿈의 이야기를 전하며, 독자들에게도 그 꿈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서귀포에서 만난 사람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서로를 도우며,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해 나갔다.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꿈을 포기하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혹시 잃었던 꿈을 다시 살려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펼쳐보아야 한다. 이 책은 독자를 서귀포의 바람과 구름, 한라산의 품으로 인도하며 그곳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도록 초대한다. 서귀포의 자연, 사람, 문화가 주는 감동이 마음속 깊이 새겨질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서귀포의 아름다움과 그곳에서 피어난 희망의 순간들을 함께 느껴보자.
아름다운 서귀포의 풍경, 그리고 그곳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의 마음에도 제주 남쪽의 바람이 불어오기를 바란다. 서귀포의 매력을 담은 이 책은 일상에 새로운 꿈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책을 통해 서귀포의 삶을 만나고, 그 속에 숨겨진 깊은 이야기를 함께 느껴보자.
이 책은 단순히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서귀포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 잊고 있던 꿈을 다시 떠올리게 할 것이다. 서귀포의 매력에 빠져들어, 그곳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껴보자. 이 책은 독자를 서귀포의 이야기 속으로 초대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감동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작가정보
본적지는 제주 서쪽 대정읍이고, 나고 자란 곳은 제주 남쪽 서귀포다. 10년간 제주 북쪽에서 거주했고, 19년간 제주 동쪽에 있는 직장을 다녔다. 제주에 있는 서당에서 십수 년간 유학을 공부하여 규성(圭星)이라는 호를 얻었고, 수년간 명리학을 공부했으며, 대학에서는 영어영문학과를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경영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대학생 때 수출마케팅 경진대회에서 전국 3위, 제주 4·3을 주제로 퍼포먼스를 펼쳐 수상했다.
공기업, 대기업, 스타트업에서 직장생활, 작가, 컨설턴트, 프리랜서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다 지금은 스타트업을 창업하여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오름 걷기여행』, 『제주 오름 여행』, 『제주 탐닉』, 『특별하게 제주』, 『제주 미식 여행』(이상 공저) 등 집필에 참여했다.
제일 좋아하는 말은 “낡은 청바지에 운동화라면, 세상 끝까지 가겠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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