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 따는 사람들
2024년 12월 12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1월 1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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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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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메인에는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인 노마라는 소녀가 살고 있다. 노마는 미묘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아버지와 자신을 과잉보호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그다지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한다. 불에 타 사라진 어릴 적 사진, 기억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는 꿈, 가족들의 어색한 침묵.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노마는 가족에게 자신이 모르는 비밀이 있음을 깨닫는다.
저자는 이 소설의 배경 중 하나인 캐나다 노바스코샤 출신으로, 실제로 ‘베리 따는 사람’이었던 아버지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한 가족의 비밀이 또 다른 가족의 고통의 원천이 되는 이 데뷔작은 믿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하며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물론, 앤드루 카네기상, 다트머스 도서상 수상 등을 수상하며 영미 문학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앤드루 카네기상 심사위원은 그녀의 문체와 생동감 넘치는 서사를 극찬했으며, 퍼블리셔스 위클리, 워싱턴 포스트, 뉴욕타임즈 등 다양한 매체에서 앞다투어 서평을 내놓았다.
하나, 조
둘, 노마
셋, 조
넷, 노마
다섯, 조
여섯, 노마
일곱, 조
여덟, 노마
아홉, 조
열, 노마
열하나, 조
열둘, 노마
열셋, 조
열넷, 노마
열다섯, 루시
열여섯, 조
열일곱, 루시
감사의 말
꿈속에서, 나는 그 밤 장면에 섞여 있었다.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오빠의 웃음소리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외동딸인데 오빠라니, 이상한 일이었다. 몸이 떨렸다. 모닥불 옆에 있던 그 여자가 다시 돌아섰다. 나를 찾고 있었다. 그녀는 내게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그녀가 왜 계속 어둠 속에 숨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의 냄새, 목소리가 익숙했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돌보느라 거칠어진 손으로 천둥 번개 속에서 나를 달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수수께끼였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늘 검은 실루엣이었다. 눈동자 색도, 입술의 분홍빛도, 세월의 흐름을 가늠할 눈가 주름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오로지 밤에만 존재했다.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나는 슬픈 마음이 되어 그녀의 이름을 불러 보려 애썼다. 아는 사람이 분명한데, 이름을 부르려고 하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혀가 입 바닥에 붙어 목구멍에 떨리는 느낌만 있을 뿐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고 나면 슬픔이 차올라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35~36쪽
나는 현명한 사람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의 행동이 그걸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배운 것들이 있었다. 루시를 잃어버린 후부터 메인을 영원히 떠나기 전까지 계속 내 머릿속에서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찾을 수 없는 사람을 찾는 건 힘든 일이라는 것. 그리고 누구든, 자기 친어머니의 마음속에 자리한 이를 대신한다는 건 더더욱 힘든 일이라는 것. 루시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엄마의 말에 동의하는 편이었다. 루시는 그 숲에 없었다. 그리고 설사 내가 틀렸고 루시의 작은 몸이 오직 태양과 달만을 친구 삼아 거기 어딘가에 아직 누워 있다 하더라도, 나는 루시를 그런 식으로는, 죽어서 뼈만 남은 모습으로는 찾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루시를 찾는 건 힘든 일이었지만 어쨌든 우리는 찾아다녔다. 찾아다닌다는 건 우리가 여전히 루시에게 관심이 있고 여전히 루시를 사랑한다는 의미였다. -111쪽
아무리 터무니없는 꿈속에서라도 순간적으로 아이를 훔칠 결심을 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들의 기만이 더 심각한 이유는, 그 일이 잘못되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있었고 막을 사람도 있었으며 바로잡을 사람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그들은 조용히 입 다물기를 택했고, 그러면서 견디기 어려운 가정생활을 만들어 갔으며, 그로 인해 내 삶은 거의 뭉개지다시피 했다. 그들을 증오하고 싶었다. 분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분노에 이르기도 전에 오히려 슬픔으로, 눈물로 바뀌었다. 언젠가 앨리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분노와 슬픔은 동전의 양면에 불과하다고. 화가 나려고 할 때마다 동전은 뒤집혔다. 그때마다 나는 울었다. -304~305쪽
대시(-) 기호를 보고 있으면 슬퍼진다. 그 단순한 기호는 너무나 많은 걸 생략한다. 사람을 파멸시키는 그 모든 우울함과 사람을 고양시키는 기쁨을 허락하지 않는다. 사람의 평생을 이루는 복잡한 사정들이 단조로워지고 사라진다. 묘비에 새겨진 대시 기호는 완전히 부적절하다. 그 주변이 오히려 더 주목할 만하다. 필기체나 위엄 있는 서체로 새겨진 이름 말이다. 때로는 회색 화강암에 사진을 새겨 죽은 이에게 생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하지만 대시는, 그 안에 한 인생을 통째로 집어넣은 줄 모양의 기호에 불과할 뿐 전혀 특별하지 않다. -349쪽
조 오빠는 일요일 아침에 사망했다. 우리 각자에게 미소를 보낸 후 조용히 잠에 빠져들어 죽음에 이르렀다. 조용한 사람의 조용한 죽음이었다. 인생 대부분을 혼자 보낸 그였지만, 임종을 앞두고는 사랑에 둘러싸였다. 리아가 그를 위해 울며 그의 손을 잡고 그 손에 입을 맞췄다. 메이 언니와 나는 강인한 여자들답게 조용히 그를 보내 주었다. 벤 오빠는 마치 조 오빠의 영혼이 문지방을 건널 때 에스코트라도 해 주려는 듯 문간에 서 있었다. 엄마는 보기를 거부하고 핀치새들이 먹이를 찾아 날아드는 걸 보며 거실 의자에 앉아 조용히 울었다. -403쪽
★2024년 앤드루 카네기상 수상
★2024년 다트머스 도서상 수상
★2023년 반스 앤 노블 디스커버리상 수상
★뉴요커가 뽑은 2023년 최고의 책
★아마존, 퍼블리셔스 위클리, 하버스 바자, 캐나다 CBC 선정 최고의 데뷔작
★전 세계 16개국 출간 확정
베테랑 필력을 자랑하는 신예 작가, 아만다 피터스의 화려한 데뷔작
서두에 과감히 던져지는, 미스터리의 해답
그럼에도 좇아갈 수밖에 없는 몰입감 높은 서사의 힘
조와 노마의 시점이 반복되고, 50년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 소설의 구조는 주인공들이 겪는 사건을 다각적으로 나타낸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처음 글을 쓸 당시에는 ‘조’의 시점으로만 서술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순간에 아이를 잃은 사건의 파급 효과를 더욱 극적으로 드러내고, 루시가 하고 싶을 말들을 전달하고자 노마, 즉 루시의 시점을 보여 준다. 덕분에 독자들은 아이를 도둑맞은 가정, 납치로 새 가족을 맞은 또 다른 가정의 삶을 르포처럼 따라가게 된다. 조와 노마의 시점으로 상황을 따라가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루시가 곧 노마라는 사실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노마가 루시라는 이름을 되찾기까지의 여정, 그녀를 잃은 조의 가족이 수십 년 동안 잊지도 포기하지도 않은 역사다.
노마가 의심하는 기억처럼 생생한 꿈, 삭제당한 다섯 살 이전의 모든 흔적, 부모에게서 느끼는 미묘한 거리감과 과잉보호는 명백한 진실의 조각들이지만 진실을 쉽사리 깨닫지 못한다. 한편 조의 형 벤은 보스턴에서 운명처럼 마주친 노마를 보고 네 살 때 실종된 루시의 얼굴을 기억해 내 애타게 부르지만, 결국 만남은 성사되지 않는다.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않는 진실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요한 서스펜스이며, 독자는 그 실마리가 풀리는 순간을 기다리며 책장을 넘기게 될 것이다.
비극적인 사건의 트라우마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
예상치 못한 일로 가족을 잃는 일은 인생의 가장 큰 비극이다. 빈자리의 그늘은 넓어지고 짙어지며, 영영 사라지지 않는다. 조는 루시가 실종되기 전 마지막 모습을 보았음에도 동생을 지키지 못했고, 동네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어 죽을 때까지 폭행당한 찰리 형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잠식당하고 만다. 가족의 실종과 죽음으로 아슬아슬하게 무너져내리는 조와 가족의 모습은 슬프도록 현실적이다. 머리로는 현실을 직감하면서도 마음으로는 놓을 수 없는 루시의 그림자를 찾아 헤맨다.
한편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단란한 가정을 꿈꾸던 노마는 갑작스럽게 유산을 하게 된다. 앞서 어머니도 자신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어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낸 노마는 다음에 찾아올 아이에게 자신과 같은 비극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베리 따는 사람들》은 이처럼 비극적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남은 생채기와 수십 년에 걸쳐 지속되는 은은한 통증을 천천히, 그러나 고루하지 않게 그려 낸다. 저자가 정의하는 슬픔과 분노는 ‘동전의 양면’이다. 조는 바닥을 알 수 없는 슬픔을 분노와 폭력으로 표출한다. 그리고 그 행동은 또 다른 후회와 절망을 낳는다. 노마는 슬픔과 분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지나치게 방어적인 노력을 한다. ‘가족의 상실’은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큰 사건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그것을 온전히 겪고 극복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깊은 감정이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끝끝내 서로를 마주해 모든 오해와 거짓을 해소하기를 응원하게 될 것이다.
가족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용서와 치유
노마는 자신의 원래 자리와 이름을 되찾기까지 숱한 거짓에 속았다. 부모도, 가장 소중한 존재였던 이모마저도 노마가 새로운 가족과 이름에 익숙해지길 기도하며 진실을 외면했지만, 그 진실은 결국 베일을 벗고야 만다. 늘 느껴 왔던 공허한 사랑의 원인과 진실은 노마에게 그 무게만큼 또 무거운 상처를 건넨다. 그러나 상처를 준 사람들을 끝까지 원망하고 미워하는 대신 되찾은 그 자리에서 더 빛나는 삶을 살기를 선택한 노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조에게 가족은 자신의 전부와 같은 존재다. 비록 씻지 못할 상처를 주고 오래도록 그들에게서 떨어져 지냈지만, 가족이기에 적당한 사죄로 용서받을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던 것은 가족이 그만큼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일 것이다.
《베리 따는 사람들》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아이를 잃은 가족과 한순간의 실수로 데려온 아이를 키운 가족의 상실감, 슬픔의 저류, 분노의 반복과 해소’다. 그리고 모든 오해와 갈등, 분노는 잃었던 조와 루시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뭉근한 사랑을 확인하며 해소된다. 억지로 떼어 낼 수도,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가족만이 줄 수 있는 충만한 사랑이 있기에 조의 가족의 삶은 비극적이지만 아름답다.
작가정보
뉴멕시코주 산타페에 자리한 아메리카 인디언 예술연구소에서 예술학 석사 프로그램을 졸업했으며, 토론토대학교에서 문예 창작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노바스코샤 아나폴리스 밸리에서 반려견 홀리, 반려묘 푸크와 살고 있다. 캐나다 미크마크 원주민 및 정착민 출신 작가로, 2021년 미출간 산문 부문 원주민 목소리상 우승자이자 2021년 작가 트러스트 라이징 스타 프로그램의 참가자다. 그녀의 작품은 〈더 안티고니시 리뷰The Antigonish Review〉와 문학 계간지 〈그레인Grain〉, 〈알래스카 쿼터리 리뷰Alaska Quarterly Review〉, 〈더 달하우지 리뷰The Dalhousie Review〉 및 〈필링 스테이션Filling Station〉에 게재되었다.
성균관대 번역대학원과 바른번역 글밥아카데미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언어의 문턱을 낮추고자 노력하며, 세상의 아름다운 지식과 지혜를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옐로페이스》 《삶을 예술로 만드는 법》 《나를 지키는 관계의 기술》 《웃음》 《엥케이리디온》 《최면술사: 마크 트웨인 단편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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