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의 세계관
2024년 11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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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0564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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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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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적으로 그림책이 어린이를 위한 도서라는 통념은 깨지고 있다. 글과 그림, 그리고 페리텍스트의 거의 무한한 조합이 가능한 그림책의 소통방식은 예술가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그로 인해 그림책은 이제 회화, 조각, 무대예술, 디자인, 만화, 사진 등 다양한 예술영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무대가 되고 있다.
그동안 아동도서의 변두리에 머물러 있던 그림책이 독자적인 예술로 인정받음으로 그 위상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어린이를 위해 그림책을 읽는 독자와 연구자들에게 특별한 책무를 부여한다. 그림책의 형식을 갖춘 도서가 모두 어린이 독자를 내포 독자로 상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어린이에게 적합한 그림책이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과 분별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좋은 그림책을 선별하고 내용을 분석할 수 있는 눈을 길러준다.
01. 세상을 보여주는 창, 그림책
02. 세계 최초의 그림책, 《세계도해》의 그림 읽기
03. 영아 그림책의 세계관 읽기
04. 나무 인형들이 들려주는 창조 이야기: 윌리엄 스타이그의 《노랑이와 분홍이》
05. 경계 안의 삶이 누리는 자유
06. 왜 《아름다운 책》일까?
07. 그림책 읽기의 감각적 즐거움과 심미적 즐거움
08. 암탉 ‘로지’의 산책을 따라가는 은혜의 삶: 팻 허친스의 《로지의 산책》
09. 땅의 이야기, 강의 이야기: 《강물이 흘러가도록》
10. 누가 나를 부르는가: 《새가 된 청소부》
11. 기다림에 관하여: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케빈 행크스의 《조금만 기다려 봐》
12. 화난 자녀의 화 풀기: 《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과 《부루퉁한 스핑키》에 그려진 가족의 역할
13. 무절제와 방종을 칭송하는 그림책, 배빗 콜 작품 유감
14. 토미 웅거러의 소녀들: 티파니《세 강도》, 제랄다《제랄다와 거인》, 알뤼메트《성냥팔이 소녀 알뤼메트》
15.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인가?
16. 존 버닝햄의 백일몽을 꾸는 아이들
17. 자녀에게 ‘좋은 이혼’이 있을까?: 《아빠는 지금 하인리히 거리에 산다》
18. 기독 독자와 평론가는 그림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주
이미지 출처
어린이들이 보는 그림책은 창에 비유할 수 있다. 세상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유아들은 그림책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된다. 그림책의 그림은 실물이 아니라 이차원적인 이미지에 불과하다. 그런데 부모가 그것의 이름을 부르고 유아가 그 언어와 이미지의 대응 관계를 알아차리게 되면서 세상은 그들의 마음속에 서서히 자리를 잡아간다. - 9쪽
그림책은 그냥 보고 즐기는 대상이 아니다. 그림책은 엄청나게 다양한 역할을 한다. 아기의 장난감이 되기도 하며, 아름다운 언어와 이미지를 들려주고 보여주기도 하고, 기쁨과 슬픔을 표현하기도 하고, 지식을 전달하기도 한다. 인간이 아니라 의인화된 캐릭터가 등장하는 모든 그림책은 인간에 관해, 세상에 관해 무엇인가를 주장하고 있다. - 30쪽
‘그림책의 세계관 읽기’는 직관적이거나 감각적 읽기가 주지 못하는 많은 유익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우리의 삶에 은밀히 스며들어 우리의 생각과 생활 방식의 일부가 된 세계관을 확인하게 해 준다.
그 세계관은 우리의 문화 속에 숨어 있는 까닭에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가 세상과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놀랍게도 그림책은 어떤 매체보다도 그러한 세계관을 전파하는 매우 호소력 있는 장르가 되어가고 있다. - 31쪽
저자 현은자 교수는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교수로서, 특히 그림책 읽기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 책은 기독 독자와 평론가는 그림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라는 관점을 담지하고 있다.
기독 평론가로서 저자는 그림책에 투영된 세계관을 성경의 빛으로 조명하며, 말씀의 빛으로 모든 생각과 이론을 비추어 판단하려고 애써 왔다(고후 10:3-6).
저자는 그림책을 잘 읽어내기 위한 요소로 세 가지를 꼽는다. 묘사, 해석, 판단이다.
첫째, 묘사는 비평가가 어떤 작품에 대한 정보를 독자에게 제공하는 첫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그림책 비평에서 묘사의 역할은 글과 그림, 페리텍스트를 촘촘하게 읽어내어 그 책을 보지 않은 사람도 그림책의 특징과 서사를 파악하고 감상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좋은 묘사는 해석과 판단의 기초가 되며 그것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이것은 C. S. 루이스가 촉구하는, 텍스트에 대해 선입견을 버리고 수용하는 태도로 읽는 것이다. 그런데 수용한다는 것이 꼭 텍스트가 말하는 바를 무조건 따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작품을 읽을 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신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해석은 비평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이자 가장 복잡한 활동이다. 어린이가 읽는 그림책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인격체인 작가의 창작물이라면 세상과 인간과 관련된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을 것이며 해석의 역할은 그것을 밝혀내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해석에 있어서 상대주의적이거나 독자 중심적인 접근과 대비된다.
셋째, 판단은 그 작품이 가치 있는가. 그렇다면 그 기준과 근거는 무엇인가와 관련된 문제이다. 비평가들 대부분은 그들의 글에서 직설적으로 자신의 판단을 진술하는 대신 암시하는 편을 택하는데, 어느 경우에도 판단의 근거는 제공되어야 한다. 사실 비평만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행위는 가치 판단을 전제로 한다. 한정된 시공간과 자원 안에서 이루어지는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어린이 독자를 위한 그림책 평론이라면 그 텍스트를 추천하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라도 어린이에게 적합한 텍스트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신의 기준과 그에 따른 판단이 있어야 한다. 그림책 비평에서 이러한 기준과 근거들은 당연히 평론가의 세계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과 교육관이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평론가가 기독 신자라면 그의 신앙관이 작동할 것이며, 비기독인이라면 인본주의 세계관이 작품 평가의 기초가 될 것이다.
또한 저자는 평론가에게 인간 존재론적 자각과 겸손한 태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즉 해석의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떤 해석도 전적으로 옳다는 보장은 없다. 신학적인 용어를 빌리자면, 해석의 확실성을 자랑하는 것은 교만의 죄를 짓는 것이며, 반대로 어떤 해석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태만이라는 죄를 범하는 것이다.
하나의 해석만이 옳다는 주장은 대화의 가능성을 닫아버리며, 반대로 독자의 해석을 저자나 텍스트 자체보다 우위에 두는 것은 독자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인간의 유한성과 인식론적 한계로 인해 우리의 앎은 언제나 제약을 받지만, 항상 더 좋은 해석은 가능하다.
좋은 그림책 평론은 세상과 인간과 삶에 관한 대화를 진전시키고,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다. 따라서 미술평론가 테리 바렛이 제안한 것처럼 비평은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현은자
균관대학교 아동ㆍ청소년학과 교수이며, 그림책 전문가다.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였고, Eastern Michigan University에서 석사,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어린이문학교육학회 회장 및 한국기독교유아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그림책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집필을 계속해왔으며, 사회과학대학 부설 생활과학연구소 그림책 전문가 과정에서 “기독 신앙과 그림책 읽기”를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어린이 교육 전문가가 엄선한 100권의 그림책》(공저, CUP), 《그림책으로 보는 아동과 우리 사회》(공저, 학지사), 《즐거운 그림책 쓰기》(공저, 학지사), 《그림책의 이해 1, 2》(공저, 사계절), 《그림책의 그림읽기》(공저, 마루벌), 《기독교 세계관으로 아동문학 보기》(학지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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