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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과 망상

무거 지음 | 박미진 옮김
호루스의눈

2024년 11월 29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7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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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6.51MB)
ISBN 9791198088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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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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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거, 정신병원 인턴 의사다. 나에게는 사람들의 마음을 예민하게 읽는 남다른 감각이 있다. 병원에는 갖가지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모여 있다. 조울증, 다중인격, 미소우울증, 망상장애, 공포증, 애도장애, 강박증, 전환장애…. 나는 그들이 몸으로 표현하는 말을 듣는다. 모든 감각을 깨워 그들의 욕망과 상처와 공포를 들여다본다. 그들의 마음 속 미궁으로 들어가 그 어둠이 속삭이는 기괴하고 비통한 이야기를 듣는다.
거울속의 첼리스트 - 양극성 정동장애
돌진하는 슈퍼우먼 - 경조증
망상 속의 괴물 - 조현병
동생이 만들어낸 형 - 다중인격
불행한 웃음 - 미소우울증
침묵의 폭식증, 속죄의 거식증 - 식이장애
나를 잃고 타인에게 잊히는 - 알츠하이머
사랑받고 있다는 착각 - 색정형 망상장애
“내 바지 어딨어?” - 연극 치료
고양이 소녀 - 지속적 애도장애
적색 공포증 - 습득성 공포
불온한 욕망 - 강박증
빛을 찾아서 - 전환장애
앨리스의 악몽 - 페티시즘
어둠 속에 갇히다
즐거운 왕자와 괴로운 왕자

에필로그
작가의 말

온갖 사람이 있는 이곳, 정신병동
조울증 환자 허빙은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나르시시스트지만 죽음을 열망한다. 허빙의 상반되어 보이는 열망의 원인은 조울증 증상과 연관되어 있다. 조울증 환자들은 조증과 울증을 번갈아서 겪을 때 절망감과 비관적 감정의 격차가 너무 크고 강렬해서 극심한 고통을 받는다. 조증인 상태에서 허빙은 자신이 세계 최고의 첼리스트가 된 것만 같은 자신감에 차고, 울증인 상태에서는 온 병원의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 정도로 가라앉는다.
첼리스트 환자의 이름은 허빙. 그는 흥분의 끝을 달리고 있었다.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을 환자복으로는 감출 수가 없었다. 허빙은 쉬지 않고 입을 움직이며 마치 자기가 세계 최고의 연주자라도 된 듯 장황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꿈만 같았던 첫 무대, 어두운 무대 위 자신을 향해 내리꽂힌 조명 속에서 평생 연주가로 살아가라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_ ‘거울 속의 첼리스트’, 10쪽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극성 장애는 정신장애 중에서도 자살률이 가장 높은 쪽이다. 심한 우울 증세를 넘어서 양극단이 반복되며 극도의 흥분과 극도의 고통을 느끼다 보면 고통이 무한히 커지고, 그걸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_ ‘거울 속의 첼리스트’, 22쪽
조현병이 있는 소년 비화는 꿈속에서 본 괴물을 깨어 있을 때도 본다. 물귀신이 칠흑 같은 숲과 물가를 오가는 꿈을 수년 째 꾸고 있다. 물을 마실 때는 물이 피로 보이고, 밥을 먹을 때는 음식이 절단된 사지로 보인다. 악몽을 꾸지 않기 위해 수면제를 과다 복용한 날, 비화는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시커먼 물이 하늘에 꽉 찼어요.”
나는 실눈을 겨우 뜨고 있는데, 비화는 눈을 똑바로 뜨고 태연자약하게 하늘을 노려보고 있었다. 강한 빛의 자극에 나타나는 신경 반응이 전혀 없었다. 정말 시커먼 강물을 보고 있는 것처럼. 등골이 오싹했다. _ ‘망상 속의 괴물’, 83쪽
“어떤 바람이 억눌리는 이유는 보통 의식의 불안감을 끌어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의식으로 나오지 못하고 잠재의식의 영역으로 쫓겨나죠. 하지만 그 바람은 여전히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어 해요. 그래서 모습을 바꿔서 꿈속에 등장하는 거예요. 의식을 눈을 피할 수도 있고, 자기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으니까요. 목적을 위해서 한발 양보하는 셈이죠……. 비화 씨, 계속해서 같은 꿈을 꾸는 건 어떤 소망이나 바람이 억눌린 게 아닐까요?” _ ‘망상 속의 괴물’, 80쪽
저명한 대중음악가 쑨즈샹은 연인이 끊이지 않았던 남성인데, 갑자기 걸을 수 없게 됐다. 그는 의사에게 일본인 기타리스트, 질투심 많은 직장 상사, 착실한 공무원, 열정적인 꽃집 사장과 사귄 화려한 연애 이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일본인 기타리스트는 어릴 적 쑨즈샹이 따라다닌 밴드였고, 직장 상사는 쑨즈샹이 스토킹했던 사람이었다. 착실한 공무원은 룸메이트였고, 꽃집 사장은 쑨즈샹이 키우는 고양이로 밝혀진다. 그는 조그만 연결고리에도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착각하는 색정형 망상장애 환자였다.
환자는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굳게 믿는다. 여러 차례 거절을 당해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여긴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구성하고 일방적으로 그려 나간다. 그들은 사랑받고 있다는 환각에 쉽게 빠진다. 그러니 어떻게든 연관성이 생기거나 그 사람의 두 다리만 유심히 쳐다봐도 관심이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가 있다. _ ‘사랑받고 있다는 착각’, 253쪽
그는 엄마의 생각, 이상과 자기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고, 아주 깊이 뒤엉켜 들어가고 말았다. 엄마의 생각이 곧 자기 생각이라고 여겼다. 그럼 그는 어떻게 해야만 할까. 밖으로 나가면 언제나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하게끔 만들어야 하는데. 어릴 때, 엄마가 모두에게 칭찬을 듣기 위해 자신을 정성 들여 치장해준 것처럼 해야 하는데.
아, 그렇다면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된다.
다리를 못 쓰게 되면,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_ ‘사랑받고 있다는 착각’, 263~264쪽

왜, 언제부터, 어떻게 정신질환이 생겼는가
《악몽과 망상》에서는 정신질환을 앓게 된 환자들의 복잡한 내면을 들여다본다. 아이돌 연습생인 추신은 거식증을 앓고 있다. 처음에는 거식증이 생긴 원인을 엄격한 연습생 생활이나 외모 강박으로 예측하지만, 실상은 어린 시절 폭식증으로 죽은 언니와 관련 있다. 무거는 추신의 속사정을 파헤친다.
섭식장애는 신경성 식욕 항진증, 신경성 식욕부진증, 폭식증 등으로 나뉘는데, 이는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구분된다. 섭식장애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 ‘신경성’이라 불리는 이유는 아무 이유 없이 어떤 음식에도 식욕이 생기지 않거나 혹은 별다른 원인도 없이 배가 터질 것 같아도 멈출 수 없는 폭식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_ ‘침묵의 폭식증, 속죄의 거식증’, 178쪽
추츠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그녀는 미친 듯이 음식을 쓸어 담아 입안을 꽉 채우고 목소리를 억누르고 비밀을 가슴 깊이 삼키길 반복하고 또 반복했을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입으로 들어간 음식이 비밀로 둔갑했고 먹을 때마다 그 비밀을 곱씹고 또 곱씹게 되었다.
그리고 추신은 음식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비밀을 밀어내려 했다. 어떻게든 이 비밀을 외면하려 했지만, 헤어날 수 없었고 결국은 모든 걸 짊어질 수밖에 없었다. _ ‘침묵의 폭식증, 속죄의 거식증’, 208~209쪽

과거의 트라우마와 마주하는 치유의 과정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폭력과 멸시를 당한 경험이 있는 환자들은 과거의 사건들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다. 《악몽과 망상》은 과거의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는 이들이 자신의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치유의 과정을 그린다.
20대의 추페이는 중학생 때 학교 폭력을 당하고 학교를 그만둔 조현병 환자다. 치료를 받은 지 오래되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추페이는 심리극 치료에 참여해 폭력을 당했던 그날을 재연한다. 무대에서 그는 과거에 해소하지 못하고 덮어둔 ‘두려움’과 ‘용기’를 마침내 마주한다.
사건의 재연은 심리극 공연에서 대단히 중요한 과정이다. … 이미 다 지나간 일인데도 당시의 무기력과 공포가 현재의 자신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안전해진 지금의 자신은 그때의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하고 벗어던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_ ‘“내 바지 어딨어?”’, 275쪽
“수고했어.”
자신의 두려움에게 수고했다니, 나는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충격을 받았다. 이 두려움은 추페이를 십 년 넘게 따라다녔을 것이고 그는 벗어날 수 없었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고통받는 동안 가장 힘들었을 것은 분명 그 자신이다. …
“추페이의 두려움, 당신은 추페이에게 할 말이 없나요?”
나는 덜덜 떨며 추페이의 손을 붙잡았다.
“추페이, 나는 그렇게 나쁜 존재가 아니야. 네가 나를 가만히 두어도 나는 널 해치지 않아. 언젠가는 스스로 떠날 거야.” _ ‘“내 바지 어딨어?”’. 277쪽
공포증 환자 뤄뤄는 빨간색을 무서워한다. 빨간색 물건을 전혀 볼 수 없고, 보게 되면 공황 상태에 빠져 졸도하기도 한다. 증상은 계속 심해져 ‘빨간색’이라는 글자만 봐도 견디기 힘들자 병원을 찾는다. 의사들은 공포증의 원인이 유전인지, 학습인지 다각도로 접근하면서 서서히 자극에 노출하는 ‘체계적 둔감법’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공포심이 그녀의 얼굴을 덮쳤다. 이제 병원에서는 선글라스를 끼지 않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럽게 마주친 ‘핏방울’과 치료실에서 준비한 치료용 피는 완전히 달랐다.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던 뤄뤄는 어쩔 줄 몰라 당황했다. 그 모습을 발견한 내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뤄뤄 씨, 이제 거의 다 좋아졌잖아요. 어릴 때처럼 그렇게 무력하고 나약한 사람이 아니에요. 지금은 충분히 뛰어넘어갈 수 있어요. 네다섯 살의 뤄뤄가 아니라 스물일곱 살의 뤄뤄가 되어봐요!” _ ‘적색공포증’, 364쪽

트라우마의 비밀을 풀어가는 마음 탐사기
정신병동의 실화를 재구성한 심리 드라마

극심한 조울증이 있어 스스로 입원한 첼리스트 허빙. 아름다운 나르시시스트 허빙은 거울 앞에서 자기를 바라보며 연주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러나 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 허빙은 심취한 채 첼로를 연주하다 느닷없이 활을 치켜들고 제 가슴을 찌르려 한다. 자기애로 똘똘 뭉친 허빙은 왜 갑자기 자신을 죽이려고 한 걸까?
활기차고 명민한 고등학생 팡위치. 어느 날 팡위치에게 우울하고 내성적인 보조인격 팡위커가 생긴다. 의사는 대학 입학시험을 앞두고 극심한 압박감으로 인해 생긴 증상이라고 진단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바로 팡위치에게 어렸을 때의 기억이 없다는 점. 도대체 왜 팡위치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없는 걸까? 이 기억상실도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인 걸까?
정신병원의 오지랖 넓은 열혈 인턴 의사 무거는 어느 환자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는다. 환자들에게 왜 이런 정신질환이 생겼을까? 이 환자는 무엇이 두려운 걸까? 무거는 놀라운 공감력과 추리력으로 환자들의 어두운 내면 깊숙이 들어가 트라우마의 비밀을 찾아간다.


“대학원 시절 인턴으로 일한 정신병원에는 제 상상과는 다른 환자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그들은 극단적이고 허황된 행동을 하지도 않았고,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어떤 환자들은 오히려 제 마음을 보살펴주기까지 했습니다. … 정신병원에서 얻은 가장 큰 가르침은 ‘듣기’였습니다. 환자를 이상하고 특이한 존재로 여기지 않고, 오롯한 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이 책이 환자들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길 바랍니다.” _ 작가의 말

보건복지부의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성인 중 1/4 이상이 평생에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다. 하지만 정신장애를 진단받은 사람들 중에서 평생에 한 번이라도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12.1%에 불과했다. 자신의 정신질환을 밝히는 이들도 많아지고, 정신병원의 문턱도 과거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정신질환은 위험하다는 사회적 낙인이 작동해 진단과 치료를 기피하게 만든다.
《악몽과 망상》의 저자 무거도 정신병원에서 일하기 전에는 정신질환 환자들이 극단적이고 허황될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면서 이들이 병원 밖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아 정신질환 환자들의 발병과 치료 과정을 미스터리, 추리, 심리 소설로 창조했다. 《악몽과 망상》의 저자이자 주인공인 ‘무거’는 정신병원에서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치료 과정에 함께한다. 우울증, 조울증, 식이장애, 다중인격, 조현병 등등 정신질환 환자들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질환과 함께, 혹은 질환을 치유하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무거

심리학 석사 과정 중에 상하이의 정신병원에서 근무했다. 대학과 병원을 밝히지 않고, 무거라는 필명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제멋대로인 성격에 자유를 꿈꾸는 유토피아주의자다. 상상으로는 거인이지만 현실은 난쟁이. 수영은 못해도 바다와 바다 괴물에 빠져 있다. 가끔 자신이 육지로 올라와 힘겹게 살아가는 바다생물 같다고 생각한다.

동국대학교 중어중문과를 졸업하고 톈진사범대학에서 수학했다. 중국어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한국의 독자들과 함께 읽고 싶은 중국 원서의 기획과 번역 작업을 한다. 《새를 찾아서》, 《지혜로운 유대인의 자녀교육 10계》, 《황권》, 《류츠신 SF 유니버스 시리즈》, 《안녕, 우울》, 《아이는 아이답게》, 《서른, 노자를 배워야 할 시간》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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