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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만화가 열전

한창완 , 박인하 지음
행성B

2024년 12월 02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1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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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92.20MB)
ISBN 979116471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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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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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한쪽을 채우던 네 컷짜리 시사만화부터 세계로 수출되는 웹툰까지, 만화는 늘 세상의 이야기를 담고 시대의 선물처럼 등장했다. 만화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장 쉽게 비판하기도 하고, 사랑과 꿈을 대신 이뤄주기도 하며, 판타지와 이상향으로 독자를 위로하기도 한다. 또 오늘의 생활상과 가치관을 투명하게 반영하기도 한다.
《우리 시대 만화가 열전》은 우리가 사랑한 만화가 37명의 작품 세계를 시대 변화와 함께 담았다. 194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독자들을 웃기고 울리며 함께 시간을 채워간 작가와 그들의 대표 작품, 그리고 그 시대의 목소리를 들여다본다.
시사, 명랑, 순정, SF, 오락, 액션, 생활 등에서 굵직한 획을 그은 작가들과 그들의 대표 작품을 2020년대 만화 전문가 한창완·박인하가 섬세하게 소개한다.
저자의 말
만화는 시대를 말하고, 시대는 만화를 부상시킨다┃한창완
만화는 무엇일까?┃박인하

1부┃1940~1960년대 데뷔 작가들
고바우로 그린 한국 현대사, 민주주의의 문을 열다 ㆍ 김성환
만화의 문학적 도전과 성인 만화의 뉴노멀 ㆍ 고우영
한국 명랑 만화의 보물섬 ㆍ 길창덕
1960년대 한국 만화의 모험가, ‘라이파이’ ㆍ 김산호
한국형 SF와 심술 캐릭터의 창조자 ㆍ 이정문
어린이의 마음을 꿈꾸는 만화 ㆍ 윤승운
여유 있는 선에 담은 그 시대의 웃음 ㆍ 신문수
화려한 소녀들이 왔다, 한국 순정 만화의 대모 ㆍ 엄희자
친구, 가족이 있는 명랑 만화의 초상 ㆍ 박수동
격랑의 시대에 독고탁으로 마구를 던졌던 작가 ㆍ 이상무
우리의 시간을 그리는 한국 만화의 중심 ㆍ 이두호

2부┃1970~1980년대 데뷔 작가들
펜과 붓으로 역사와 인생을 돌파하다 ㆍ 백성민
카멜레온 같은 작가 ㆍ 허영만
따뜻한 감성과 한국형 순정 만화 ㆍ 김동화
한국 캐릭터 자존감의 시작과 현재 ㆍ 김수정
만화로 근현대사의 아픔을 부숴낸 남자 ㆍ 이현세
영웅의 혁명에서 자매애의 연대로 ㆍ 김혜린
운명에 맞서고, 미래를 바꾸는 여성을 그리다 ㆍ 신일숙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감성을 섬세하게 조각한 작가 ㆍ 강경옥
코미디와 서정시의 결합 ㆍ 이미라
1990년대 명랑 만화의 계승자 ㆍ 김진태

3부┃1990년대 데뷔 작가들
한국형 레이디스 코믹스의 장을 열다 ㆍ 문흥미
10대와 연대한 가장 트렌디한 만화를 그리다 ㆍ 이빈
1990년대 새로운 세대의 만화를 열다 ㆍ 손희준
변화의 파도에 올라 노력하는 스타일리스트 ㆍ 이충호
웹툰 키즈의 대부, 실험과 도전의 방랑 무사 ㆍ 윤태호
처절함과 선문답, 남자의 길에 대한 고민 ㆍ 권가야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언니가 있다 ㆍ 천계영
세대 공감 개그 웹툰의 연금술사 ㆍ 곽백수
명랑 만화의 계승자 ㆍ 홍승우

4부┃2000~2010년대 데뷔 작가들
장편 서사 웹툰의 개척자 ㆍ 강풀
병맛에서 서사까지 장르 실험왕 ㆍ 조석
정제되지 않은 시대의 자화상을 실험과 도전으로 그려내는 작가 ㆍ 하일권
자기 고백 서사가 담긴 작은 만화의 아름다움 ㆍ 심흥아
진실한 자기표현의 I-comics ㆍ 마영신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로 대중적인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모험가 ㆍ 김보통
도트와 그림판 스타일로 만들어낸 네 칸 만화의 도발 ㆍ ㅇㅇㅇ 작가

한국 만화는 1950년대 말 만화방 시대로 시작되면서 아동들이 보는 계몽 목적의 준공공재 수준의 그림책이었고, 특히 1960~1970년대를 지나며 군사정권으로부터 항상 감시당하는 교육용 미디어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렇게 정체되고 한정되던 만화를 긴 잠에서 깨게 한 ‘천재’가 있었다.
그의 시도는 계몽적이지도 않았고 교육적이거나 점잖지도 않았다. 독설과 비유, 성적 농담과 언어유희, 자기도취와 역사 왜곡 등 그가 대사와 연출에서 보여주는 시도는 처음 만나는 만화였고, 지면 또한 만화방이 아닌 일간지 스포츠 신문이었다. 초등학교 이후 만화책을 보면 어른이 아니라는 고정관념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던 성인들은 신문에서 매일 만나는 그의 만화에서 본인이 성인이라는 자존감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1972년 고우영의 〈임꺽정〉은 그렇게 《일간스포츠》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만화의 문학적 도전과 성인 만화의 뉴노멀] 고우영┃24쪽

〈행복의 별〉은 주인공이 가난, 이별, 죽음과 같은 불행한 고통을 겪지 않는다. 작품은 불행으로 인한 연민의 감정 대신 조형적 아름다움과 세련된 도시의 삶을 선택했다. (중략) 〈행복의 별〉에는 불행에 허우적거리는 소녀들이 아니라 근대 도시의 화려한 삶이 등장했다. 화려한 저택, 멋진 전문직 여성 그리고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은 두 소녀까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가장 공을 들인 정책 중 하나인 의무교육의 혜택을 겨우 받기 시작한 소녀(1959년 취학률이 96.4%가 되면서 초등학교 의무교육이 겨우 완성되었다)들은 만화방에서 엄희자 만화를 보며 새로운 꿈을 만났다.
[화려한 소녀들이 왔다, 한국 순정 만화의 대모] 엄희자┃83쪽


1970년대, 이름도 낯선 독고탁이라는 캐릭터가 마운드에 선다. 산업화의 기치 아래, 선진 조국이라는 아지랑이 같은 명분 하나에 인권과 노동이 비민주적 정치로 무시되던 시절, 우리에게는 비상구가 필요했다. 이상무는 그런 탈출구를 소년들에게 열어준 선물 같은 작가였다. (증략) 1971년 〈주근깨〉에서 독고탁은 처음 등장했다. 부모들의 반대를 극복하고 야구를 시작하는 캐릭터로 당시에는 생경한 반항아였다. 스스로 변장하고 얼굴을 바꾸어 야구에 뛰어든다는 스토리로, 삶의 도전을 야구 만화에 대입한 시도였다. 당시에 스포츠 만화는 생소했다. 야구 중계가 많았던 것도 아니었고, 스포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던 시대 상황도 아니었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빴고, 정치적 변동과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깨어나던 긴박한 산업화의 시간이었다.
[격랑의 시대에 독고탁으로 마구를 던졌던 작가] 이상무┃99쪽

허영만은 시대가 원하는 만화를 한발 앞서 그렸고, 독자들은 ‘허영만’이라는 이름을 신뢰했다. 1988년 《만화광장》에 연재한 〈오! 한강〉은 한국 근현대사를 정면으로 마주한 최초의 만화였다. 1990년 첫 시리즈가 방영된 TV 애니메이션 〈날아라 수퍼보드〉는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허영만 특유의 유머러스한 캐릭터가 애니메이션 인기의 원동력이었다.
[카멜레온 같은 작가] 허영만┃125쪽

까치 오혜성은 엄지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실패한 루저들을 모아 무인도로 떠나는 지옥 훈련의 시작에서 손병호 감독은 이렇게 내뱉는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게 해주겠다.” 군사정권에 기죽어 살던 청춘들에게 이현세는 주인공을 통해 이렇게 외쳤다. 마치 찐한 멜로의 순정이 그 사람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지독스러움인 것처럼. 자신의 신념으로 한국의 현대사를 바꾸어보겠다는 청춘들의 용기도 아마 그때부터 시작된 것은 아닌지 싶다. 당시 신념의 경계에 서 있던 청춘들에게 만화방은 해방구였다.
[만화로 근현대사의 아픔을 부숴낸 남자] 이현세┃151쪽

1986년에 발표되기 시작해 1995년에 마무리된 판타지 대작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미래는 언제나 예측 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는 내레이션으로 유명하다. (중략) 데뷔작에서부터 자기 삶의 주인으로 운명과 맞서 싸우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 신일숙은 할리퀸 로맨스 소설을 각색해 전혀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버린 〈사랑의 아테네〉를 1985년 발표하고, 1986년부터 우리나라 만화사에 남을 장편 대작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운명에 맞서고, 미래를 바꾸는 여성을 그리다] 신일숙┃170쪽

단 한 작품 〈이끼〉로 검증받은 윤태호 웹툰의 저력은 이후 미완성작의 각색본 영화 〈내부자들〉로 대중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지상파 모두가 거부했던 기존 드라마와는 다른 이야기 〈미생〉으로 케이블 채널 tvN을 드라마 왕국으로 만들어냈다. 모두가 지상파 드라마 원작이 되려면 남녀간 로맨스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협박 아닌 겁박을 할 때도 윤태호는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처럼 본인의 방식을 뚝심 있게 고수했다. 색다른 드라마를 만난 대중들은 그런 신선함과 도전 정신에 환호했다.
[웹툰 키즈의 대부, 실험과 도전의 방랑 무사] 윤태호┃246쪽

작가와 독자의 팬덤이 튼튼한 여성 만화는 신인 작가가 대중적인 인기 작가로 올라서기 쉽지 않았으나 천계영은 달랐다. 천계영은 기존 만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고 연애, 성공, 우정 같은 친숙한 주제를 당대 청소년 독자의 취향으로 재현했다. (중략) 1990년대 후반 혜성처럼 등장해 〈언플러그드 보이〉와 〈오디션〉의 연이은 성공으로 최고 작가의 반열에 오른 천계영은 2000년대 들어 등장한 디지털 제작과 유통이라는 파도도 외면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빨리 변화를 받아들였다. 〈하이힐을 신은 소녀〉에서는 3D 프로그램을 원고 제작에 전면적으로 도입했다. 디지털 툴을 만화 제작에 활용한 작가는 많았지만 3D 프로그램으로 캐릭터를 미리 만들고, 이를 활용해 만화 컷을 만든 다음 최종적으로 2D로 변환하는 형태의 제작 방식을 구축한 작가는 천계영뿐이었다. 이런 혁신적 시도는 2020년에 음성 명령으로 만화를 제작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언니가 있다] 천계영┃267쪽

〈비빔툰〉은 작가 홍승우의 이야기이며 동시에 독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만화의 재미를 위한 과장이나 강한 캐릭터를 등장시킨 슬랩스틱 대신 일상을 치밀하게 관찰해 그 안에서 재미를 담아냈다. 육아를 기반으로 한 생활 이야기는 그동안 일간신문이 담지 않았던 일상의 이야기였다. 다른 언더그라운드 작가들과 더 일상적인 이야기, 더 고전적인 만화 형식에 매달린 홍승우의 시도가 성공했다. 1998년 5월 〈정보통 사람들〉로 시작해 1999년 5월 〈비빔툰〉으로 옷을 갈아입고, 이후 2011년 12월까지 총 14년 동안 정보통, 생활미, 정다운, 정겨운 가족은 매일 독자들을 찾아갔다.
[명랑 만화의 계승자] 홍승우┃282쪽

강풀은 웹툰의 개척자다. 웹툰은 만화를 인터넷으로 유통하는 인터넷 만화가 아니라 인터넷에 공유·확산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매체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디지털, 인터넷 인프라 확대와 함께 개인 홈페이지에 부정기적으로 한두 컷으로 구성된 만화가 연재되거나, 신문에 연재된 만화가 인터넷에 공유되는 시기를 거쳐 2003년 포털사이트 다음에 ‘만화 속 세상’ 코너가 신설되고, 그 해 10월 4일 강풀의 〈순정만화〉가 연재되며 웹툰 시대가 시작되었다.
[장편 서사 웹툰의 개척자] 강풀┃289쪽

〈마음의 소리〉는 다른 웹툰보다도 그러한 번역 리스크가 가장 복합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해외에서 인기가 있다 보니, 번역의 의외성이 대중적 인기를 확장하기도 한다. 중국 현지에서 팬 사인회를 하던 조석에게 중국 팬이 큰소리로 질문을 한다. 전혀 스토리에 등장하지 않았던 대사와 새로운 표현을 느닷없이 웃으며 질문하는 순간, 기다리고 있던 중국 팬들이 모두 환호를 했다고 한다.
중국 현지의 독자 중 한국 웹툰 마니아들이 자신의 생각대로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기획하고, 대사를 바꾸어 창작한 버전의 중국판 〈마음의 소리〉를 연재하기도 한다. 어떤 독자들은 번역된 정식 작품보다 중국판으로 리메이크된 대사의 작품을 더 선호하는데, 실제 그러한 대사 리메이크 버전이 더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번역비를 받기도 한다. 조석의 작품이 그 표현과 연출만으로 해외에서도 새로운 스토리로 순간 변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의 작품임을 알게 된다. 그 정도의 의외성이 가능한 작품이어야 실제 글로벌한 웹툰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병맛에서 서사까지 장르 실험왕] 조석┃201쪽

색다른 소재와 세련되지 않은 민낯의 그림으로 약자들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가가 있다. 그는 사인회나 강연회를 제외하면 오프라인에서는 얼굴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인터뷰에서조차도 얼굴을 호랑이 캐릭터 탈로 가리는 유니크한 작가, 그가 김보통이다. ‘원하는 장르’와 ‘익숙한 소재’ 그리고 ‘친숙한 방식’의 웹툰이 넘쳐나는 시대, 그래서 로맨스 판타지와 로맨스 코미디가 전체 연재 웹툰의 7할 이상이나 점유하게 된 장르 편향의 시대에 김보통 작가는 조금은 다른 길을 내며 웹툰이라는 이야기가 드라마와 영화의 관점을 어디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지, 사회적 소수의 닫힌 이야기를 대중의 관심과 논쟁의 이슈로 얼마나 바꾸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로 대중적인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모험가] 김보통┃336쪽

신문 네 컷 만화에서 웹툰까지, 우리가 사랑한 한국의 만화가들 37
만화는 항상 우리와 함께 있었다. 시사만화, 만화방, 만화 잡지, 만화 대여점 그리고 웹툰으로 만나는 통로와 모습을 달리할 뿐, 언제나 독자 곁에서 재미와 위로 그리고 희망을 보여주었다. 《우리 시대 만화가 열전》에서는 194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우리와 함께한, 그리고 우리가 사랑한 만화가 37명의 이야기와 그들의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만화는 항상 도전적인 소재와 실험적인 장르로 우리 시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스타 작가들의 작품은 시절의 선물처럼 등장했다. 그들은 시대가 가로막았던 표현과 이념의 장애물들을 팬덤과 스타덤으로 극복하며 오늘의 이야기와 미래의 할 일을 알려준다.
이 책은 각 시대별, 작가별로 주목할 만할 작품과 그 의미를 분석했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변화하는 작품의 모습과 작가의 세계관을 만나도록 이끈다. 또 지금 우리 만화의 원형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길을 찾도록 안내한다.

1940~1960년대 데뷔 작가들
김성환, 고우영, 길창덕, 김산호, 이정문, 윤승운, 신문수. 엄희자, 박수동, 이상무, 이두호
1940년대는 시사만화의 전성기였다. 아침 신문을 펼칠 때마다 1면 기사보다도 가장 먼저 ‘고바우는 뭐라 하나?’라고 전 국민을 궁금하게 했던 김성환 화백. 그는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민주주의가 우리 삶에 어떤 의미인지를 가장 쉽고 가장 시원하게 보여주었다.
1960년대 초반은 만화방이 전국적으로 늘어나며 폭발적으로 확산되던 시기였다. 고우영은 1960~1970년대 교육용 미디어의 한계에 갇혀 있었던 만화를 ‘임꺽정’이라는 성인용 만화로 뛰어넘었다. 길창덕은 ‘우스개’ 코드로 명랑 만화를, 김산호는 ‘라이파이’로 한국형 히어로를 선보였다. 엄희자는 생활에 찌든 소녀가 아닌 진학을 하고 꿈을 이루는 여성을 선보였으며, 박수동은 가난 속에서도 친구와 가족이 있는 일상의 다정함을 보여주었다.

1970~1980년대 데뷔 작가들
백성민, 허영만, 김동화, 김수정, 이현세, 김혜린, 신일숙, 강경옥, 이미라, 김진태
1980년대는 한국 만화계에 불멸의 스타들이 탄생했다. 1970년대부터 주간지와 신문 연재 등이 활발해졌고 1980년대 들어 잡지들이 봇물을 이루며 이른바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
허영만은 1974년 데뷔 이후로 특정 장르에 집중하지 않고 시대가 원하는 만화를 한발 앞서 그렸다. 특유의 비장미를 가진 주인공이 유머를 품고 비극과 희극을 넘나들었으며, 어린이를 위한 만화와 성인을 위한 만화를 모두 그렸다. 김수정은 ‘아기공룡 둘리’로 정교한 명랑 만화를 선보이며 한국 만화의 캐릭터 산업의 시작을 보여주었다. 이현세는 1980년대 엄혹한 시대에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반항적인 사랑과 기득권을 향한 사이다 같은 반격을 선보이며 그 시절 청춘들에게 환호받았다.

1990년대 데뷔 작가들
문흥미, 이빈, 손희준, 이충호, 윤태호, 권가야, 천계영, 곽백수, 홍승우
1990년대는 잡지만화 전성시대이자 만화방과 결별의 시대였다. 그리고 이때 데뷔한 작가들은 웹툰 시대를 정면으로 맞이하기도 한다. 그리고 만화는 일상의 소재로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이빈은 1990년대 여성 만화 황금기에 잡지 〈르네상스〉에서 10대 여성을 보여준다. 대하 서사나 로맨스에 집중했던 1980년대 여성 만화와 달리 이빈은 10대 독자들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냈다. 윤태호는 ‘미생’의 장그래처럼 뚝심 있게 세상 보기를 주요한 플롯으로 삼으며 웹툰 키즈의 대부로 자리 잡는다. 천계영은 시대와 대중성을 능숙하게 조율하며 잡지에서 웹툰으로, 드라마로 적응하는 동시에 익숙한 이야기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색다른 설정에 녹여내는 작품을 선사한다.

2000~2010년대 데뷔 작가들
강풀, 조석, 하일권, 심흥아, 마영신, 김보통, ooo 작가
2000년대 이후 만화는 다양한 장르의 웹툰이 다양한 취향의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리고 지금의 만화는 하나의 콘텐츠를 넘어 하이브리드 콘텐츠의 원형이 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장르나 캐릭터를 특정할 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독자들의 실시간 피드백을 받는 ‘웹툰’이라는 플랫폼은 작가로 하여금 독자와의 소통 능력과 소재의 다양성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개성 강한 작가들이 대거 등장한다.
장편 웹툰의 개척자 강풀은 세부의 진실로 장르 판타지에 현실성 부여하며 스크롤과 서사를 결합시킨다. 조석은 병맛에서 서사까지 장르를 실험했고 그의 작품 ‘마음의 소리’는 글로벌한 웹툰이 되어 번역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한국 웹툰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하일권의 작품에는 독자 눈높이에 맞춘 중독성 있는 서사, 즉 높은 공감 능력이 담겨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한창완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텍 전공 교수다. 우리나라 제1호 만화이론 전공 교수로 만화와 웹툰, 애니메이션과 게임, 그리고 캐릭터 산업을 연구하고 있다. 만화를 그리지도 못하고, 만화애니메이션 마니아도 아니면서 여전히 흥미로운 강의로 학생들과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
(사)한국애니메이션학회 회장, 한국영상자료원 이사,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애니메이션진흥위원회 위원, (사)한국캐릭터학회 회장 등을 맡았다. 1994년부터 라디오와 TV 등 방송에서 만화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경향신문》, 《국민일보》 등에서 정기칼럼을 연재했다.
저서로는 〈한국만화산업연구〉, 〈애니메이션 경제학〉, 〈저패니메이션과 디즈니메이션의 영상전략〉, 〈애니메이션 용어사전〉,〈만화에 빠진 아이, 만화로 가르쳐라〉, 〈만화〉, 〈슈퍼 히어로〉, 〈만화의 문화 정치와 산업〉, 〈게임 플랫폼과 콘텐츠 진화〉, 〈만화웹툰작가평론선: 류기운·문정후〉, 〈웹툰 비즈니스 딜레마〉가 있고 역서로는 〈애니메이터 서바이벌 키트〉,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외 다수가 있다.

저자(글) 박인하

만화평론가이자 서울웹툰아카데미 이사장이다.
만화를 보며 자랐다. 《소년중앙》, 《새소년》, 《어깨동무》 그리고 《보물섬》까지 한국만화잡지를 탐독했다. 중학교에 들어가 1980년대 만화의 르네상스를 맞이했고, 이현세와 허영만, 김혜린, 신일숙의 팬이 되었다. 삼촌의 서가에서 고우영의 극화를 봤고, 〈선데이서울〉에서 박수동과 방학기를 만났다. 1995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 만화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이후 꾸준히 만화평론을 계속해 왔다. 연구, 만화전시기획, 컨설팅, 스토리, 만화교육과 관련하여 활동하고 있다. 2002년부터 2020년까지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2020년 9월부터 웹툰대안교육기관 서울웹툰아카데미(swa)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만화의 숨겨진 역사를 찾아내는 일을 스스로 ‘만화금석학’이라 부르며 즐겨 한다. 2023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 (사)한국만화가협회 부설 만화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웹툰자율규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30여 권의 단독 저서와 공저를 집필했다. 최근 저서로 〈시대를 읽는 만화〉, 〈지금은 이런 만화〉, 〈관계와 계보로 읽는 한국 만화 역사〉가 있고 공저로 〈웹툰 입문〉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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