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지붕의 새벽
2024년 11월 1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8월 20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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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97797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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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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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나 주변으로부터 유형무형의 억압들을 받을 때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제한하며 그쯤에서 주저앉곤 한다. 하물며 아직 맞설 힘이 없을 때부터 길들여진 자포자기의 습성은 청장년을 넘어 평생토록 이어지기 십상이다. 내 속에 있는 나만의 훌륭한 씨앗을 끝끝내 느끼지도 못한 채 늙어가게 된다.
나는 용기를 주는지 좌절을 주는지, 사랑을 심는지 미움을 심는지, 좌절과 미움을 극복하는지,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다.
2부 끝없는 하늘 ⋯ 135~239p
-하늘이동
-기억하늘
-빛깔손과 검은바다
-사람광장
-흰빛가랑비하늘
-그 지붕의 새벽
-에필로그
동수는 같은 꿈을 하룻밤에도 서너 차례씩 꾸었다. 모습도 없이 목소리뿐인 목소리가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해 외쳤다. 누구냐고 물을 때마다 흥분을 못 이기고 고함을 지르는 바람에 동수는 놀라 허우적대다 깨곤 했다. 악몽이라 여기고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음성이 지나치게 선명한 점도 걸렸지만 같은 꿈을 내리 며칠째 꾸는 점이야말로 예사롭지 않았다. ~21쪽
목소리로서는 동수의 소원을 혜숙이와 연결 짓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들어줄 수 있었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 죄를 반평생 지고 살았는데, 이제는 들어줄 수 없는 소원을 기대하게 한 죄를 질 판이었다. 다시는 지고 싶지 않은 짐이었다. 소원을 들어주지 못함이야 능력 밖의 일이니 어쩔 수 없었다. 다만 배반감, 속았다는 배반감만은 동수 기억에 남길 수 없었다. ~87p
둘은 이제 말없이 풀밭만 내다보았다. 노래하듯 노니는 바람을 따라 풀잎들이 이리 눕고 저리 누웠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풀을 따라 하늘을 향해 드러누웠다. 흩날리는 바람은 싱그러웠고 햇살은 더할 나위 없이 따사로웠다. 목소리는 평화로움에 취해 눈을 감으며 동수 손을 쥐었다. 동수도 마주 쥐며 눈을 감았다. ~132p
목소리는 모래사막을 둘러보며 소리쳐 혼잣말을 하다가 문득 목을 길게 뺐다. 멀찌감치 둥그스름히 솟은 모래 언덕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눈 닿는 곳은 한 뼘도 예외 없이 평평할 뿐인 모래사막이었다. 바람 한 점 없는 곳이니 모래가 날려 새로 만들어진 지형일 리도 없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재회의 방식이 시작된 것이리라. 목소리의 그 확신에 종지부를 찍어주듯 언덕마루에서 형체 하나가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그 즉시 모래 언덕을 향해 달려 나갔다. “한수야! 한수야!” ~156p
관광객들은 ‘높다⋯⋯.’를 되뇌며 경탄하다가 시선을 내려 계단에 앉은 자들을 구경했다. 동수도 그들처럼 높이에 경탄하다가 계단으로 시선을 내렸다. 원형 돌계단 전체에 빙 둘러 촘촘히 앉은 자들은 합체인간이 아니었다. 팔 하나가 없는 자, 다리가 휘어진 자, 얼굴 곳곳이 패인 자, 고개가 비틀린 자⋯⋯. 그들은 외톨인간이었다. ~1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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