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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이야기 3

공원국 지음
위즈덤하우스

2024년 11월 26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12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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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26.43MB)
ISBN 9791171718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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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전체 6
춘추전국이야기 6
21,000
춘추전국이야기 5
21,000
춘추전국이야기 4
21,000
춘추전국이야기 3
21,000
춘추전국이야기 2
21,000
춘추전국이야기 1
14,000

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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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이야기》의 개정2판이다. 시리즈의 3권에서는 진(晉)-초(楚) 2강 체제의 약화로 인한 춘추시대 각국의 변화와 이에 대처하는 정치가들(정나라 자산, 제나라 안영, 진晉나라 숙향, 송나라 상술 등)의 활약을 통해 작지만 강한 나라의 생존 비결을 확인한다. 2부에서는 ‘오월동주’와 ‘와신상담’의 피비린내 나는 복수의 시대, 치열한 각축을 다룬 오-월 쟁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칼로 상징되는 은원과 암살로 대표되는 도덕정치의 붕괴를 두 축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요 등장인물 4

제1부 약소국의 생존 전략

들어가며 21
제1장 중원, 인재들의 고향 37
제2장 2 강 체제의 마지막 불꽃 55
제3장 자산 등장 이전의 내우외환 75
제4장 국제관계의 재편과 내우외환의 심화 103
제5장 2 강 체제 종결의 징후들 121
제6장 제나라의 무모한 도전과 좌절 133
제7장 팔색조 자산 정치를 시작하다 167
제8장 미병 회맹: 정치의 승리 189
제9장 휴전의 이면: 과점체제와 내부투쟁 221
제10장 자산의 개혁정치: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다 239
제11장 흔들리는 평화: 초나라의 동란과 조무의 죽음 259
제12장 자산이 법의 이름으로 정치를 행하다 275
제13장 초 영왕의 등극과 자산의 대응 291
제14장 2 강 패권의 종말과 자산의 대응 307
나가며: 성취와 비평의 차이 337
답사기: 높아지는 무덤과 깎이는 무덤 357

제2부 오월쟁패, 춘추 질서의 해체

들어가며 371
제1장 강남 가는 길 383
제2장 복 수극의 서막: 초나라, 명검 오자서를 잃다 395
제3장뱃속에 칼을 숨긴 남자, 공자 광 411
제4장 춘추시대 쇠망의 징후 425
제5장 원한 품은 백비, 오나라로 망명하다 441
제6장 교룡은 대하로: 공자 광이 쿠데타로 왕위에 오르다 459
제7장 합려, 국가의 건설자 473
제8장 오자서, 전쟁의 기획자 503
제9장 합려, 초나라 수도를 함락시키다 529
제10장 초나라의 부활 일지 551
제11장 중원 패권체제의 종말 577
제12장 오-월 복수극의 시작 601
제13장 부차의 어긋난 야망과 허영 623
제14장 구천, 와신상담으로 오-월 쟁패를 종결짓다 655
나가며: 오-월 쟁패, 그 뒷이야기 693
답사기: 오광월영: 장부들의 야망과 복수, 그 빛과 그림자 709

부록
춘추시대 주요국 제후 재위 연표 725
춘추시대 주요 사건 733
찾아보기 734

정나라가 초나라를 도와 송나라, 위나라, 노나라를 들쑤셔 놓았으니 이제 진晉나라가 보복하러 내려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다면 대책은? 내려오면 또 항복하고 맹서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는 없었다. 다만 다행인 것은 진과 초의 입장에서도 정나라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위협할 수는 있었지만 아직 멸망시킬 명분은 없었다는 점이다. 만약 어떤 일방이 그런 의도를 내보이면 정나라는 당장 등을 돌리고 상대편에 붙어 결사적으로 저항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나라는 아직 가시의 용도는 모르지만 고슴도치는 고슴도치였다.
_115쪽 〈1부 제4장 국제관계의 재편과 내우외환의 심화〉 중에서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자산의 행동은 고도로 계산된 것이었다. 그가 노린 것은 목공의 후예 중 비대해진 씨족들을 제어하는 것이었다. 당시 정나라는 목공의 후예들이 공실을 억누르고 사병들을 마음대로 부리고 있었다. 그러니 국도와 비읍을 구분 지어 사적으로 인력을 동원하지 못하게 하고, 씨족 세력이 아니라 관직을 중심으로 상하관계를 재편하기 위해 의복으로 직급의 고하를 표시하고, 분쟁의 소지가 되는 전지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농민들을 국가가 바로 동원할 수 있는 체제로 묶었다. 이렇게 되면 거대 씨족들은 힘을 쓸 수 없게 된다. 마지막으로 거대 씨족들의 소비에 제한을 가함으로써 공실과 씨족의 차별화를 기도했다. 당장 반발이 터져 나왔다.
_247쪽 〈1부 제10장 자산의 개혁정치〉 중에서

법은 이제 더 이상 상급 귀족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왕의 전유물에서 귀족들에게 확산되고, 귀족들에서 평민들까지 확산되어 생긴 것이 오늘날의 법이다. 자산의 형서 주조는 당시 사회상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앞으로 국가권력이 법을 통해 평민들을 대거 동원하는 시절이 도래한다. 그때가 되면 국가권력이 광범한 평민 대중을 도덕만으로 통제할 수 없다. 자산은 그런 시대가 오리라 이미 예견하고, 숙향에게 한 말처럼 ‘스스로 나라를 구해보자고 할 따름’으로 법을 공표했다. 귀족 사회는 이렇게 서서히 저물어갔다.
_290쪽 〈1부 제12장 자산이 법의 이름으로 정치를 행하다〉 중에서

협상은 상대방이 아쉬울 때 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진나라는 제나라가 회맹을 거부하자 주나라를 끌고 들어왔다. 자기편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정나라가 편을 들어준다면 금상첨화다. 그렇다면 이제 정나라도 협상력을 갖춘 것이다. 협상은 대체로 끈질긴 쪽이 이긴다. 그리고 사명감이 강한 쪽이 더 끈질긴 경향이 있다. 자산은 국가의 존망을 걸고 협상하니 의지가 충만했고, 진나라는 아쉬운 처지가 되어 동맹국을 조율해야 하니 극한 상황에서는 양보할 수도 있었다. 공자는 이런 자산을 칭찬했다.
“자산은 이번 회합에서 족히 국가의 기틀을 닦을 수 있었다. 《시》에 ‘화락和樂한 군자여, 국가의 기둥일세’라고 했다. 자산은 군자로서 화락을 구한 사람이다.”
_328쪽 〈1부 제14장 2강 패권의 종말과 자산의 대응〉 중에서

악행의 동기는 무엇일까? 보통은 이기심에서 악행을 저지른다지만 역사에는 이유를 찾으려 해도 특별한 동기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도 자주 등장한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악인지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악인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으니, 목적을 위해서라면 복잡한 음모도 한순간에 만들어내는 천재적인 재주를 가졌다는 점이다. 또 그들은 자신의 악행이 드러날 때까지는 항상 선량한 척한다. 그래서 그들은 권력자들의 신뢰를 얻고, 권력자들은 이 악인의 악행이 만천하에 드러날 때까지 그들을 비호한다. 하지만 권력자 역시 마지막에는 악인과 함께 사지로 들어간다.
오나라, 월나라, 초나라가 얽히고설킨 이 기나긴 이야기는 한 사람의 악인으로부터 시작된다. 악인이 지핀 작은 불씨 하나가 결국 활활 타올라 광폭한 복수극으로 바뀌더니 끝내 남방을 피로 물들인다.
_396쪽 〈2부 제2장 복수극의 서막〉 중에서

지금 오나라가 걱정되어 수도에 성을 쌓는다면, 제일 작은 것을 지키는 것이다. 이렇게 한없이 쪼그라들었는데 수도를 잃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옛날 양梁나라 군주가 큰 나라가 무서워 공궁 주위에 해자를 파자 백성이 흩어지고 말았다. 백성이 윗사람을 버리면 망하는 걸 기다리는 것밖에 도리가 있겠는가? 대저 국경을 바로잡고, 전토를 정비하고, 군대가 집결하는 요지를 단단히 구축하고, 백성들을 친하게 대하며, 오방의 징후를 제대로 파악하고[明其伍候], 관원들이 지켜야 할 바를 성실히 하고 (중략) 수비를 완벽히 하여 불우의 사태에 대비한다면 두려워할 것이 무언가?
_445쪽 〈2부 제5장 원한 품은 백비, 오나라로 망명하다〉 중에서

오자서 등장 이전의 중원의 전략으로는 초나라와 같은 천혜의 요지에 있는 큰 국가는 근본적으로 공략할 방법이 없었다. 강을 건너 진격했다가 불리하면 쑥 들어가 버리니, 한수와 장강은 전차나 보병이 주력인 중원의 편제로는 절대 극복할 수 없는 장벽으로 보였다. 그래서 제나라의 관중이 제후군을 모아 남쪽으로 내려왔을 때도, 진나라의 문
공이 힘이 성할 때도 감히 한수를 넘을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일개 신생 ‘오랑캐’ 나라가 대국인 초나라를 전복시키려 하고 있다.
오자서는 이 거대 기획의 설계자였다. 오자서의 전술은 약자가 강자를 치는 법, 곧 유격이었다.
_507쪽 〈2부 제8장 오자서, 전쟁의 기획자〉 중에서
쓸개를 핥으며 기회를 노리던 구천에게 10년이 넘어서야 첫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오자서가 죽은 후 부차의 욕망은 도를 넘어, 기어이 허명뿐인 패자覇者를 칭하겠다고 진晉나라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오자서를 죽인 후 부차는 진나라를 대신해서 주 왕실을 보전하는 패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실천에 옮긴다. 그는 한성을 개척하여 장강과 회하를 연결시키더니, 이제는 연이어 사수를 따라 도랑을 파서 송나라와 노나라 사이로 배가 쉽게 드나들 수 있게 했다. 그러고는 보병 갑사를 무려 3만 명이나 동원하여 제수 가의 황지에 도달했다. 갑사 3만 명이면 이를 따르는 보급병과 관리들, 그리고 보급품과 가축이 얼마나 동원되었을지 쉽사리 짐작이 된다. 일찍이 어떤 나라도 회맹의 장소에 이런 대규모의 군대를 동원한 적이 없었다. 부차는 여차하면 진나라와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태도였다.
_674쪽 〈2부 제14장 구천, 와신상담으로 오-월 쟁패를 종결짓다〉 중에서

3년간의 기획, 10년간 중국 전역 직접 탐사
국내 최초 춘추전국시대를 정면으로 다룬 역사교양서
새로운 디자인, 세심한 교정교열로 다시 만나는 《춘추전국이야기》
여행하는 인문학자 공원국과 위즈덤하우스가 3년간 기획하고 저자가 10년간 중국 전역을 탐사하여 집필한 《춘추전국이야기》 시리즈의 개정2판이다. 2010년 초판 출간 이후 2017년 개정판에 이어 6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를 만난다. 이번 개정에서는 우선 구성이 바뀌었다. 기존 11권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고려해 합본 6권으로 변경되었다. 독자들은 춘추시대에서 전국시대로 그리고 제자백가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향연에서 강력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로 바뀌는 것은 디자인이다. 시리즈의 완결성을 높여주는 표지 디자인으로 리뉴얼했다. 전 권의 표지를 펼쳐 이으면, 마치 550년의 춘추전국시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듯하다. 독자로서는 ‘춘’ ‘추’ ‘전’ ‘국’ ‘시’ ‘대’ 한 권 한 권을 완독할 때마다 벽돌책을 격파하는 쾌감과 한 시대를 파악했다는 충만함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본문 판형 또한 기존 신국판에서 국판으로 줄이고 행간을 넓혀 가독성을 높이는 동시에 읽는 재미를 음미할 수 있게 했다. 세 번째로 바뀐 것은 본문 전면 교정교열이다. 세심한 시선으로 내용의 오류를 바로잡고, 오탈자와 용어의 통일뿐 아니라 변경된 맞춤법을 반영했다.
이 시리즈는 오랜 기획과 집필 기간만큼 ‘지리적 접근’을 통한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역사적 관점을 제시한 전무후무한 시리즈다. 《춘추전국 이야기》의 본산지 중국에서조차 그 가치를 인정받아 이례적으로 강소봉황출판집단 산하 역림출판사에서 중국어로 전 권 번역 출간이 되었다. 한국 출판 역사에서 다시 나오기 어려운 저작인 만큼 이번 개정으로 더욱더 오랜 기간 독자들을 만나고자 한다.

동아시아 문화의 근원이자 현대 중국을 이해하는 키워드,
전대미문의 사건과 인물 군상이 집약된 ‘춘추전국시대’

시대를 통찰하는 압도적 서사의 즐거움 속에서
역사를 읽고 삶을 이해하는 지혜를 터득한다!
춘추전국시대란 기원전 770년 주(周)나라가 융족에게 밀려 동쪽 낙양(낙읍)으로 옮겨온 시대부터 진(秦)이 전국을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 약 550년의 기간을 말한다. 중국의 역사는 상(商)나라에서 시작되어 주나라와 춘추전국시대를 경유해 거대한 제국으로 발전했다.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 황하를 비롯한 큰 물줄기들 주위에는 강력한 중앙집권제 국가들이 탄생했다. 또 노예를 대신하여 일반 백성들이 생산을 담당하는 농업국가의 기틀이 마련되고 국가 규모의 조세체계와 상비군이 탄생했다.
전국시대 말기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진(秦)이 경쟁자인 6국을 흡수하여 최초로 통일제국을 이루었다. 그리고 한(漢)이 이를 계승하여 오늘날 우리가 ‘중국’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몸체가 탄생했다. 춘추전국시대를 ‘중국’이라는 거대한 뼈대가 탄생한 시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며, 그 뼈대 위에 이후 역사의 살이 덧붙어 오늘의 중국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춘추전국이야기》 시리즈는 단편적인 사건 중심의 서술이 아니라 열국의 치열한 각축과 흥망성쇠를 거시적인 흐름에 주목해 중국사를 조망한다. 수많은 국가가 명멸하는 과정과 그 중심에서 활약한 인물들을 통해 역사라는 커다란 안목으로 삶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게 한다. 저자는 알려진 자료 외에도 치밀한 현장답사와 온갖 죽간, 명문, 석비 등 자료 고증을 통한 노력으로 끊임없이 대립, 융합, 발전하는 춘추전국의 시대상을 오롯이 담았다. 이 시리즈는 춘추전국시대를 바라보는 당대인들의 평가와 후대인들의 기록, 그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맞물려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를 돌아보게 하며 미래의 문을 여는 깊은 통찰을 제시해준다. 또한 인생의 영욕과 애환,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내는 세상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직접 답사한 지리적 배경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역사적 관점을 제시한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필독서였던 ‘사서오경(四書五經)’은 춘추전국시대에 성립되었다. 중국에서는 신해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왕조가 교체되더라도 춘추전국시대의 제도를 계속 차용했다. 결국 중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들의 뿌리를 한번에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는 ‘춘추전국’이다. 춘추 초기엔 수백 개의 국가가 있었지만 전국 말기엔 일곱 개의 국가만 남은 것처럼, 춘추전국시대는 역사 속 어느 시대보다 치열한 생존과 경쟁의 싸움터였다. 이 치열한 싸움터에서 수많은 영웅과 철인이 힘과 지혜를 겨루고 수천만의 사람이 그 속에 삶을 녹였다. 그 과정에서 인륜과 패악, 덕과 힘, 명분과 실리의 길들이 서로 부딪치며 움직였고, 결국 승리와 패배의 갈림길을 만들어냈다.
저자는 수년간 중국과 주변국을 여행하면서 황하 유역에서 시작한 작은 부족국가가 어떻게 자연이 허락하는 경계까지 뻗어나갈 수 있었는지, 서로 다른 이질적인 문화를 어떻게 통합해 오늘날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만들어냈는지 그 기원을 찾고자 했다. 그리고 2천 년 전 ‘춘추전국’이라는 특수한 시대에서 중국의 원형을 추적했다. 저자가 직접 답사하며 확인한 지리적 배경을 바탕으로 춘추전국의 역사를 서술했기에 독자들은 큰 윤곽으로 이 시대를 좀 더 입체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탄탄한 이론에 근거한 현실 정치가 정(鄭)나라 자산(子産),
강대국들 사이에서 강소국으로 살아가는 길을 보여주다!
춘추 중기부터 북방의 진(晉)과 남방의 초(楚)가 패권을 다투자 중원의 한가운데를 차지한 정(鄭)나라는 아침엔 초나라에 항복하고 저녁엔 진나라를 찾아가는 것이 일상사가 되었다. 그래서 이 시기 정나라의 정치를 담당한 정경(正卿)들의 가장 중요한 정치행위는 바로 진과 초 어디에 붙는 것이 유리할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진-초 양쪽에서 군대라도 내면 그때는 양국의 눈치를 보느라 갈팡질팡하는 애처로운 시기를 겪었다. 진-초 양국 사이에서 정나라의 줄타기가 계속되고 있을 때, 진-초의 압박 속에서 생존의 해법을 찾아낼 주인공이 마침내 등장한다. 정나라 최고의 귀족 출신으로 아버지와 숙부들이 진과 초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면서 정치적 안목을 키워온 자산(子産)이 동성 숙부들 간의 권력투쟁 와중에 경(卿)으로 승진하며 정치 일선으로 나온 것이다.
이론가인 동시에 행동가인 자산은 작은 나라의 정경으로서 명분과 실리를 적절히 취하여 정나라가 열강들의 끊임없는 외침과 공납의 압박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그의 쉴 틈 없는 내부 개혁, 국제정치를 다루는 능란함, 그리고 전쟁을 줄이기 위한 노력 등은 후대의 수많은 개혁가와 사상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자산은 언변이 뛰어나고 행동이 민첩하며 공명정대하고 무욕한 데다 엄격함과 관대함을 조화롭게 갖추어, 공자는 그를 사표(師表)로 삼아 유가의 표본으로 존중했고 한비자는 그의 엄격함을 보고 법가의 모범으로 흠모했다. 또한 유소는 《인물지》에서 자산을 인격(덕)과 엄격한 원칙(법), 정치적인 수완(술)을 모두 갖춘 사람으로 평가했다. 이 책에서는 강대국들이 정나라를 넘보지 못하게 만든 자산의 정치력을 통해 크지 않은 나라에서 정치를 맡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배워야 할 정치의 요체를 확인할 수 있다.
‘오월동주’와 ‘와신상담’의 피비린내 나는 복수의 시대
장부들의 야망과 복수, 그 빛과 그림자!
오나라의 검이 패권체제의 한 기둥을 끊자 춘추시대의 질서는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그 이후는 바로 전국시대였다. 스스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살아남아야 하는, 도와주는 이가 아무도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전국시대는 피로 물든 ‘선진 사회’였고, 오-월의 각축은 이 전국의 문을 연 뚜렷한 징표였다.
이 책의2부는 원한과 복수, 욕망과 지혜가 칼과 창처럼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파란만장 인생사의 종합 교과서이다. 칼로 상징되는 은원과 암살로 대표되는 도덕정치의 붕괴를 두 축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합려, 부차, 구천, 범려, 오자서, 문종, 백비 등이 등장하는 《오월춘추》는 역사 자체가 거대한 대하 드라마다. 원한과 복수, 욕망과 지혜가 칼과 창처럼 부딪치며 인간사의 교과서를 만들어낸다. 철천지원수가 함께한다는 ‘오월동주(吳越同舟)’, 쓸개를 핥으며 절치부심 복수의 칼을 간다는 ‘와신상담(臥薪嘗膽)’ 등의 말들은 모두 오나라와 월나라의 싸움에서 생겨났다. 복수는 새로운 복수를 부르고, 숨겨진 검은 당사자를 파멸시킨다. 오나라와 월나라의 복수극 속에는 당사자들도 인지하지 못한 또 다른 복수극이 숨어 있다.
수많은 중국 소설들이 오왕 부차와 월왕 구천의 복수극을 원형으로 했다. 이 책에서는 ‘와신상담’의 치열한 각축을 다룬 오-월 쟁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고 물리는 처절한 복수의 현장에서는 결국 승자와 패자의 구분마저 흐릿해진다. 강대했던 오나라와 월나라는 모두 장수하지 못했다. 전투의 승리와 전쟁의 승리는 달랐던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공원국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중국지역학으로 석사학위를, 중국 푸단대학교에서 중앙아시아 목축지대 연구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역사인류학의 시각으로 대안적 세계사를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유라시아 초원 지대에서 현지 조사를 수행하면서 《유목, 세계사의 절반》(전 6권) 저술에 몰두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춘추전국이야기》(전 6권) 《인문학자 공원국의 유목문명 기행》 《유라시아 신화기행》 《여행하는 인문학자》 《삼국지를 읽다, 쓰다》 《가문비 탁자》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중국을 뒤흔든 아편의 역사》 《말, 바퀴, 언어》 《중국의 서진》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하버드-C.H.베크 세계사: 1350~1750》(공역) 《리그베다》(전 3권, 근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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