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이야기 2
2024년 11월 26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12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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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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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는 전략적인 사고 면에서는 진 문공을, 호방한 기질은 제 환공을 닮은 초(楚)나라 장왕(莊王)이 중원의 패자가 되기 위해 대의를 만들고 스스로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통 큰 지도자의 원형을 알아본다.
제1부 영웅의 탄생
들어가며 19
제1장 태행산 유람 29
제2장 마키아벨리스트 아버지와 버림받는 아들들 47
제3장 중이가 망명길에 오르다 65
제4장 헌공의 죽음과 반란 81
제5장 동서 양강의 개입 93
제6장 동서대전의 개막 111
제7장 춘추의 주력 무기 121
제8장 한원의 대결 143
제9장 진晉의 개혁과 강국화 159
제10장 희중이의 오디세이 173
제11장 진 문공 등극 시의 국제정세 193
제12장 진 문공이 등극하다 205
제13장 문공의 정치 227
제14장 성복대전: 문공이 초나라를 제압하다 243
제15장 문공이 패자의 길을 보이다 273
제16장 진晉-진秦 효산지전 297
제17장 효산의 싸움 후: 진晉·진秦·초楚 3강의 발전상 315
나가며: 동방의 리더십, 서방의 리더십 347
답사기: 서북의 거친 맛: 황량함 속의 진실 371
제2부 중원을 장악한 남방의 군주
들어가며 393
제1장 한수 이무기가 장강 용으로: 초나라 지형 기행 415
제2장 장왕 출현 이전의 국제 정세 447
제3장 장왕의 등극 465
제4장 승승장구의 조건이 무르익다 481
제5장 승승장구의 서막 497
제6장 대붕의 날개 523
제7장 패자의 첫발: 대의를 세우다 549
제8장 패업의 완성: 필의 싸움 567
제9장 동쪽에서 패업을 완성하다 607
제10장 노자와 장왕: 도가적 군주 625
제11장 장왕 사후의 정세 653
제12장 통한의 언릉: 초나라 패권의 종말 691
제13장 대단원: 성공적인 팽창의 조건 729
깊이 읽기: 초인楚人은 누구인가? 739
답사기: 초 땅에서 두 강골을 만나다 761
부록
춘추시대 주요국 제후 재위 연표 774
춘추시대 주요 사건 781
주석 782
찾아보기 783
진 문공이 천신만고 끝에 집으로 돌아갔지만 거기서 그쳤다면 밋밋한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늘그막에 귀향한 이 사람은 아이네이스와 같은 개척자의 소임을 맡는다. 그는 스스로 패자가 됨으로써 진晉을 중국사의 중심 무대로 올렸고, 또 중국이라는 세계를 확대했다. 그의 후계자들은 북방을 개척하여 황하 유역의 좁은 세계에 불과했던 춘추세계를 유라시아 초원세계까지 연결했다. 물론 그 과실은 이후의 통일제국들이 고스란히 가지고 갔다. 고난-극복-도약, 이 고전적인 세 가지 테마는 항상 진 문공을 따라다닌다.
_178쪽 〈1부 제10장 희중이의 오디세이〉 중에서
여러모로 성복의 싸움은 춘추시대의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이 싸움은 춘추 4강이 모두 개입한 최초의 국제전이었다. 제나라가 소릉에서 초나라를 위협할 당시에는 진晉과 진秦이라는 강대국이 아직 개입하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전투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성복의 싸움에서는 서방의 진秦과 동방의 제가 문공의 편에서 싸웠다. 또 하나의 특징은 전쟁의 양상이 기존의 대리전쟁에서 서서히 열강들 간의 직접대결로 바뀌어가는 경향이다. 진晉은 제와 진秦을 끌어들였지만 주력은 자신의 3군이었다. 실제로 성복의 싸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부대는 진 문공의 직속부대다. 진秦과 제의 군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좌전》의 역사 기술 특징상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음을 말한다.
_267쪽 〈1부 제14장 성복대전〉 중에서
원한은 돌고 돈다고 했는가? 진秦이 융족을 몰아내자 융족은 진晉과 연합해서 진秦을 쳤다. 그러나 이 진晉이라는 ‘문명집단’은 그 후 일이 있을 때마다 융족을 부려먹는다. 융족은 친해져서는 좋지 않을 나라와 친해진 것이다. 강한 나라들 사이에 끼어 있을 때는 행동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특히 선진과 같은 모신들의 유혹을 멀리해야 한다. 효산지전으로 목공과 문공 시절에 생긴 동서의 신뢰관계는 완전히 깨어졌다. 애초에 권력자의 욕심이란 숨길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_314쪽 〈1부 제16장 진晉-진秦 효산지전〉 중에서
장왕 개인은 대범하면서도 과감하다. 대국의 군주로서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패자가 되는 것은 개인의 자질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정이란 복잡해서 전체를 조정하고, 여러 인재들을 이끌어갈 조력자가 필요하다. 제 환공의 관중이나 진 문공의 호언 등이 바로 그런 인재들이다. 초나라에는 손숙오가 있었다. 그러나 손숙오는 장왕과는 판이하게 다른 인물이었다. 장왕이 보기에 손숙오는 재미를 모르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왕은 손숙오와 같이했다. 손숙오를 등용한 일 자체가 바로 장왕의 능력이었다.
_526쪽 〈2부 제6장 대붕의 날개〉 중에서
장왕이 한 행동의 영향은 컸다. 먼저 초가 중원의 반열에 들어섰다. 초가 중원과 물질적인 면은 물론 명분적인 면에서도 대등해지자 중원중심의 중국관이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필의 싸움과 연이은 송나라 공벌에서 장왕은 북방의 군주들이 이제껏 보여주지 못한 아량을 보여주었다. 이리하여 그는 ‘간접적으로’ 진晉을 중심으로 한 북방연합을 와해시켰다. 제나라는 우왕좌왕하며 일관성이 없는 진나라의 주도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오히려 초에 접근했다. 이제까지 초楚-진秦의 동맹은 중원나라들의 입장에서는 한낱 오랑캐들의 결합으로 보였을 뿐이다. 그러나 초와 제의 결합은 달랐다. 제가 춘추 질서의 담지자로서 초를 인정한 것이다. 이후 전국시대에 이르기까지 초와 제는 오랜 시간 동안 동맹을 유지한다. 정나라 역시 이전의 진나라 우대 정책을 수정할 생각을 품게 된다.
_623쪽 〈2부 제9장 동쪽에서 패업을 완성하다〉 중에서
뛰어난 정치가란 누구인가? 그 임계점을 알고 있는 사람, 바로 장왕 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필자는 장왕의 멈춤은 노자의 사상과 상통하며, 또 멈춤을 아는 것이 바로 정치가의 임무라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운동은 관성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평형에서 멈추지 못한다. 특히 격렬한 폭발기의 운동은 균형점을 쉽게 지난다. 장왕이 흔들어놓은 질서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어린 공왕은 그 균형점을 계산할 만큼 노련한 감각은 없었다. 균형을 지나치면 지나칠수록 후과는 컸다.
_733쪽 〈2부 제13장 대단원〉 중에서
사실 필자도 초인의 실체를 밝힐 능력이 없다. 따라서 여기서는 다만 기록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초인들의 연원이 어떻든 춘추시기에는 중원과는 다른 독자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말하려 한다. 중국이 보기에는 마찬가지로 ‘소수민족’인 한민족韓民族의 입장에서 중국의 거대함을 부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단편적으로 남아 있는 기록들에 기대어 견강부회하는 태도를 버리겠다는 것이다. (중략) 결론적으로 말해서 민족들의 연원에 대한 고대의 한자 기록들은 최소한 5할은 허구다. 초인은 원래 중원이 아니라 남방에 기원을 둔, 중원인들과는 완전히 다른 종족이었다.
_741쪽 〈2부 깊이 읽기: 초인楚人은 누구인가?〉 중에서
3년간의 기획, 10년간 중국 전역 직접 탐사
국내 최초 춘추전국시대를 정면으로 다룬 역사교양서
새로운 디자인, 세심한 교정교열로 다시 만나는 《춘추전국이야기》
여행하는 인문학자 공원국과 위즈덤하우스가 3년간 기획하고 저자가 10년간 중국 전역을 탐사하여 집필한 《춘추전국이야기》 시리즈의 개정2판이다. 2010년 초판 출간 이후 2017년 개정판에 이어 6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를 만난다. 이번 개정에서는 우선 구성이 바뀌었다. 기존 11권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고려해 합본 6권으로 변경되었다. 독자들은 춘추시대에서 전국시대로 그리고 제자백가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향연에서 강력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로 바뀌는 것은 디자인이다. 시리즈의 완결성을 높여주는 표지 디자인으로 리뉴얼했다. 전 권의 표지를 펼쳐 이으면, 마치 550년의 춘추전국시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듯하다. 독자로서는 ‘춘’ ‘추’ ‘전’ ‘국’ ‘시’ ‘대’ 한 권 한 권을 완독할 때마다 벽돌책을 격파하는 쾌감과 한 시대를 파악했다는 충만함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본문 판형 또한 기존 신국판에서 국판으로 줄이고 행간을 넓혀 가독성을 높이는 동시에 읽는 재미를 음미할 수 있게 했다. 세 번째로 바뀐 것은 본문 전면 교정교열이다. 세심한 시선으로 내용의 오류를 바로잡고, 오탈자와 용어의 통일뿐 아니라 변경된 맞춤법을 반영했다.
이 시리즈는 오랜 기획과 집필 기간만큼 ‘지리적 접근’을 통한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역사적 관점을 제시한 전무후무한 시리즈다. 《춘추전국 이야기》의 본산지 중국에서조차 그 가치를 인정받아 이례적으로 강소봉황출판집단 산하 역림출판사에서 중국어로 전 권 번역 출간이 되었다. 한국 출판 역사에서 다시 나오기 어려운 저작인 만큼 이번 개정으로 더욱더 오랜 기간 독자들을 만나고자 한다.
동아시아 문화의 근원이자 현대 중국을 이해하는 키워드,
전대미문의 사건과 인물 군상이 집약된 ‘춘추전국시대’
시대를 통찰하는 압도적 서사의 즐거움 속에서
역사를 읽고 삶을 이해하는 지혜를 터득한다!
춘추전국시대란 기원전 770년 주(周)나라가 융족에게 밀려 동쪽 낙양(낙읍)으로 옮겨온 시대부터 진(秦)이 전국을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 약 550년의 기간을 말한다. 중국의 역사는 상(商)나라에서 시작되어 주나라와 춘추전국시대를 경유해 거대한 제국으로 발전했다.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 황하를 비롯한 큰 물줄기들 주위에는 강력한 중앙집권제 국가들이 탄생했다. 또 노예를 대신하여 일반 백성들이 생산을 담당하는 농업국가의 기틀이 마련되고 국가 규모의 조세체계와 상비군이 탄생했다.
전국시대 말기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진(秦)이 경쟁자인 6국을 흡수하여 최초로 통일제국을 이루었다. 그리고 한(漢)이 이를 계승하여 오늘날 우리가 ‘중국’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몸체가 탄생했다. 춘추전국시대를 ‘중국’이라는 거대한 뼈대가 탄생한 시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며, 그 뼈대 위에 이후 역사의 살이 덧붙어 오늘의 중국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춘추전국이야기》 시리즈는 단편적인 사건 중심의 서술이 아니라 열국의 치열한 각축과 흥망성쇠를 거시적인 흐름에 주목해 중국사를 조망한다. 수많은 국가가 명멸하는 과정과 그 중심에서 활약한 인물들을 통해 역사라는 커다란 안목으로 삶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게 한다. 저자는 알려진 자료 외에도 치밀한 현장답사와 온갖 죽간, 명문, 석비 등 자료 고증을 통한 노력으로 끊임없이 대립, 융합, 발전하는 춘추전국의 시대상을 오롯이 담았다. 이 시리즈는 춘추전국시대를 바라보는 당대인들의 평가와 후대인들의 기록, 그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맞물려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를 돌아보게 하며 미래의 문을 여는 깊은 통찰을 제시해준다. 또한 인생의 영욕과 애환,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내는 세상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직접 답사한 지리적 배경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역사적 관점을 제시한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필독서였던 ‘사서오경(四書五經)’은 춘추전국시대에 성립되었다. 중국에서는 신해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왕조가 교체되더라도 춘추전국시대의 제도를 계속 차용했다. 결국 중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들의 뿌리를 한번에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는 ‘춘추전국’이다. 춘추 초기엔 수백 개의 국가가 있었지만 전국 말기엔 일곱 개의 국가만 남은 것처럼, 춘추전국시대는 역사 속 어느 시대보다 치열한 생존과 경쟁의 싸움터였다. 이 치열한 싸움터에서 수많은 영웅과 철인이 힘과 지혜를 겨루고 수천만의 사람이 그 속에 삶을 녹였다. 그 과정에서 인륜과 패악, 덕과 힘, 명분과 실리의 길들이 서로 부딪치며 움직였고, 결국 승리와 패배의 갈림길을 만들어냈다.
저자는 수년간 중국과 주변국을 여행하면서 황하 유역에서 시작한 작은 부족국가가 어떻게 자연이 허락하는 경계까지 뻗어나갈 수 있었는지, 서로 다른 이질적인 문화를 어떻게 통합해 오늘날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만들어냈는지 그 기원을 찾고자 했다. 그리고 2천 년 전 ‘춘추전국’이라는 특수한 시대에서 중국의 원형을 추적했다. 저자가 직접 답사하며 확인한 지리적 배경을 바탕으로 춘추전국의 역사를 서술했기에 독자들은 큰 윤곽으로 이 시대를 좀 더 입체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진(晉)-초(楚) 성복대전에서 승리하고 춘추시대 두 번째 패자가 된
‘반성하는 군주’ 진(晉) 문공
진(晉)나라의 후계자 계승 과정에서 여희의 참소로 망명한 중이(훗날의 진 문공)는 19년이라는 오랜 망명 생활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환국하여 진나라 군주가 된다. 문공은 타고난 자질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항상 반성하는 군주로서 호언, 조최, 가타, 선진, 서신 등 지혜로운 신하들의 조언을 깊이 새겨 진(晉)-초(楚) 성복대전을 승리로 마무리하고 춘추시대 두 번째 패자가 된다.
진 문공은 기반이 약했다. 하여 새로운 지지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새출발을 강조했고, 미약한 자신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시혜정책을 썼다. 부채정리와 부세경감, 빈민과 사회적 약자들의 구제, 농상업 장려, 수확 장려와 근검 고취를 강조했으며, 문공 스스로도 절용에 앞장섰다. 또한 기존의 2군 체제에서 3군, 5군, 3행 등 지속적인 군대확충으로 군제개혁을 달성한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문공은 진(晉)-초(楚) 성복대전과 진(晉)-진(秦) 효산지전을 승리로 이끌어 진나라를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강국으로 만든다.
《춘추전국이야기 2》 1부에서는 서방의 진(秦)과 남방의 초(楚)가 중원을 향해 무섭게 몰아쳐오는 상황에서 패자의 나라로 군림한 진(晉)의 흥기를 통해 산악국가와 평원국가의 차이, 물질적인 조건과 정신력의 상관관계, 중앙집권화, 초보적인 영토국가의 탄생, 제왕학의 탄생, 귀족제의 발전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으며, 진나라의 흥기를 이끈 문공이야말로 용맹과 지략을 갖춘 진정한 영웅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정점에서 멈출 줄 아는 ‘도가적 군주’ 초(楚) 장왕,
필(邲)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춘추시대 세 번째 패자가 되다
초(楚)라는 ‘야만’의 땅에서 무력 왕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등극한 장왕은 중원의 패권을 놓고 북방의 맹주 진(晉)과 다툰다. 마침내 그는 필(邲)의 전투에서 몸소 선두에 나서 북채를 잡고 진晉나라 군을 사정없이 몰아쳐 춘추시대 미증유의 대승을 거두고 춘추시대 세 번째 패자가 된다.
코뿔소 관을 쓰고 화려한 수를 놓은 옷을 입고, 사냥터란 사냥터는 다 돌아다니고, 여자란 여자는 가리지 않는 호색한. 화가 나면 체면도 잊고 맨발로 뛰어나가는 다혈질에, 선봉에서 전차를 몰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열혈남. 장왕은 여러 모로 주周 문왕文王이 만들어놓은 전통적인 군주의 상과는 달랐으며, 그의 돈키호테식 대범함은 어떤 군주도 따라올 수 없었다. 장왕은 23년간 통치하며 황하 이남의 나라들을 초나라 편으로 끌어들였으며, 동쪽으로는 회하에서 장강 사이의 거대한 땅을 초나라의 판도 안에 넣어 초의 전성기를 이끈다. 《춘추전국이야기 1》에 등장한 춘추시대 첫 번째 패자 제(齊) 환공을 무한한 신뢰를 보여준 ‘유가적 군주’, 《춘추전국이야기 2》 1부의 주인공 진(晉) 문공을 원칙과 엄격한 상벌을 중시한 ‘법가적 군주’라고 한다면, 2부의 주인공 초 장왕은 정점에서 멈출 줄 아는 ‘도가적 군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장왕은 호시탐탐 중원을 노렸으나, 진(晉)나라 군사를 몰아치다가 돌연 멈추었고 진(陳)나라를 얻자 돌려주었으며 정(鄭)나라를 함락시켰지만 다시 복구시켰다. 막상 성과를 얻었을 때 그는 멈추었다. 불같은 성격의 그에게서 《노자》의 ‘멈춤’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 책에서는 전략적인 사고 면에서는 진 문공을, 호방한 기질은 제 환공을 닮은 장왕이 중원의 패자가 되기 위해 대의를 만들고 스스로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통 큰 지도자의 원형을 살펴볼 수 있으며, 예교에 물들지 않은 거칠고도 활달한 남방의 풍격을 간직한 초나라의 문화가 장왕의 성공을 가능케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정보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중국지역학으로 석사학위를, 중국 푸단대학교에서 중앙아시아 목축지대 연구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역사인류학의 시각으로 대안적 세계사를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유라시아 초원 지대에서 현지 조사를 수행하면서 《유목, 세계사의 절반》(전 6권) 저술에 몰두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춘추전국이야기》(전 6권) 《인문학자 공원국의 유목문명 기행》 《유라시아 신화기행》 《여행하는 인문학자》 《삼국지를 읽다, 쓰다》 《가문비 탁자》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중국을 뒤흔든 아편의 역사》 《말, 바퀴, 언어》 《중국의 서진》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하버드-C.H.베크 세계사: 1350~1750》(공역) 《리그베다》(전 3권, 근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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