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없는 평론가
2024년 11월 28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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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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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쓰면서 듣기: 평론, 노동에 관하여
대중음악의견가의 평론론
우리는 모두 편파적이다
최소한 나쁜 평론은 쓰지 말자
대중음악의견가의 기쁨과 슬픔
평론가도 생활인이다
오늘도 부끄러운 이유
이런 평론가 한 사람쯤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음반 리뷰를 어떻게 쓰냐고 묻는다면
평론은 술래잡기
평론가와 음악인의 거리
무조건 편들기는 위험하다
원하는 글은 아직 쓰지 못했다
나는 이렇게 듣는다
물러날 때를 아는 사람
2부 들으면서 생활하기: 음악, 예술에 관하여
오래 살고 싶은 이유
음악을 진실하게 하는 시간
모르는 삶을 향하는 노래
지금 예술은 어디에 있을까
불가능한 꿈을 꾸기
우리 시대 예술가는 어디에 있을까
어떤 음악이 좋은 음악이냐고 묻는다면
상업성과 예술성이라는 이분법
노래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민중가요를 위한 변명
내가 사랑한 민중가요
추억하기보다 오늘을 응원하기, 꽃다지와 노래를 찾는 사람들
가슴을 울리고 세상을 깨우는 노래, 김광석과 안치환
아직도 노래가 필요한 세상
좋은 음악은 서울에만 있지 않다
노래로 조율할 때
3부 생활하면서 다시 쓰기: 세상, 삶에 관하여
꽤 근사한 삶을 살게 된 비결
당신의 생각을 듣기 위해 쓴다
음반 리뷰를 읽지 않는 세상
취향의 시대, 이렇게 살아가면 어떨까
자기애 넘치는 세상
삶의 즐거움과 의미
대통령 윤석열과 함께 듣고 싶은 노래 세 곡
이태원참사, 그 후의 몇 가지 생각들
불편하지 않은 배움은 불가능하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지만
소소한 즐거움이 삶의 전부일 리 없다
에필로그: 계속 만나기를 바라며
내가 쓰는 음악평론은 당연히 음악에 대한 글이지만, 나는 그 글들을 통해 음악과 세계와 사회에 대한 더 많은 생각들을 나누고 싶다. 그렇게 함으로써 음악과 세계와 사회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게 만들고 더 나은 실천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음악을 가리키면서 음악이 태어나고 향유되는 세계에 대해 말하고 싶고, 개입하고 싶고,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것이 나의 꿈이다. 그래서 오늘도 듣고 쓰며 대중음악의견가로 살아간다. 글은 내가 말을 거는 방식이고, 내가 실천하는 방식이다. 대중음악평론은 나의 운동이다. (프롤로그, 14~15쪽)
평론가는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을 들으며 생각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제목과 노랫말로 설정한 감정과 사건과 태도를 적확하게 표현했는지, 그 표현이 명징하고 의미 있게 다가오는지,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드러내버린 이야기는 무엇인지, 같은 장르의 다른 아티스트들이 내놓는 음악이나 유사한 이야기를 하는 음악과 얼마나 다른지, 더 강력하거나 인상적이며 아름다운 순간과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만나게 하는지 못하는지 가늠해본다. 음악인이 내놓은 소리와 이야기가 지금의 사회에서 어떤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고 소리의 무게를 헤아린다. (대중음악의견가의 평론론, 22쪽)
세상은 수많은 권력과 관계의 카르텔로 채워져 있으며, 나는 심사라는 이름의 요식행위를 수행하는 일회용 배우일 뿐임을 인정해야 할 때는 자괴감이 들었다. 일을 하다보면 납득할 수 없는 개입과 요구를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반드시 있다. 약소한 수고비에 따라오는 압박이 얼마나 무거운지 몰랐던 나는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그러한 사실을 깨달은 후 모든 수고비에는 엿 같은 권력과 상황에 대한 인내수당과 침묵수당이 포함되어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오늘도 부끄러운 이유, 48~49쪽)
돌이켜보면 민중가요에 대해서도 냉정한 비평이 충분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고생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의미를 담은 노래이기 때문에, 우리 편이기 때문에 박수를 보내거나 입을 닫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관념어로 도배하거나 천편일률적인 노래를 내놓고 여성혐오적인 메시지를 담아도 ‘우리 편’이라는 이유로 혹평하거나 비판하지 않으면 그렇게 노래해도 되는 줄 착각하게 된다. 그래도 괜찮은 작품이라고 오해하게 된다. 올바르고 고생하고 있다고 ‘까방권’을 얻는 게 아니다. 세상 어떤 작품에 대해서든 솔직한 의견을 꺼낼 수 있고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 편들기는 위험하다, 77~78쪽)
그렇다. 노래는 광장과 공연장에만 깃들지 않는다. 변방으로 내몰린 사람들 곁을 지나치지 못하고 주저앉는 노래, 묵묵히 버티다 외면당하고 사라지고 녹아버리기도 하는 노래 없이 음악은 절대 진실해지지 못한다. 나는 그 추운 밤, 아직 노래에 기댈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을 목격한 게 아니었을까.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 곁에서 눈물처럼 짭짤해지는 노래. 눈송이처럼 내려 슬픔을 덮으며 소명을 다하는 노래. (음악을 진실하게 하는 시간, 102쪽)
사회적 참사나 재해 때 모든 공연을 멈출 수도 있다. 하지만 선택은 자발적이어야 한다. 음악인에게는 공연이 추모의 방식일 수 있다. 추모의 방식을 일방적으로 정하고 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제대로 추모하지 못하는 이들은 음악인/예술인이 아니라 대통령과 서울시장, 용산구청장, 경찰청장, 그리고 조회수 올리기에 급급한 일부 매체와 몰지각한 이들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예술인이나 시민들이 아파하는 것만큼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이태원참사가 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대통령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을 만큼 끔찍하다. 공감 능력이라곤 없는 몰인정하고 몰상식한 이들이 음악과 예술로 위로하고 추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긴 할까. 제대로 위로하고 추모하지 않는 이들에게 노래는 벼락처럼 떨어지는 천벌이 되어온 역사를 알고 있을까. 역사의 수레바퀴는 때때로 천천히 굴러갈지라도 결코 멈추지 않는다. 노래는 그 곁을 떠난 적 없다. (이태원참사, 그 후의 몇 가지 생각들, 234쪽)
눈치 없이 쓴다는 것
20여 년을 대중음악평론가로 살아오며 오랫동안 음악에 관한 글을 써온 그에게 평론이란 무엇일까. 음악평론에서 음악의 의도, 표현, 의미, 차별성, 아름다움 등을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어렵겠지만 서정민갑은 여기에 “소리의 무게”를 덧붙인다. 그는 “음악인이 내놓은 소리와 이야기가 지금의 사회에서 어떤 가치가 있는지 따져보고 소리의 무게를 헤아”(22쪽)리는 것까지를 평론이라 말한다. 한 곡의 음악, 한 장의 음반이 듣는 이와 예술계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서 그는 음악의 가치를 찾는다. 이 가치를 정확하게 찾아내고, 사실관계에 근거해 그 맥락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찬사나 비난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의 제안으로 나아가는 것까지를 그는 평론이라 여긴다.
권위에 굴복하고 통념에 기대는 평론은 결국 평론을 쓸데없는 일로 만들어버린다고 말하는 저자는 그런 면에서 ‘눈치 없이’ 쓴다. 평론만으로는 생계를 꾸릴 수 없어 들어오는 심사와 강의, 인터뷰, 공연 연출도 종종 맡으며 먹고살기의 문제를 고민하지만 여전히 들을 수 있고 쓸 수 있음에 안도한다. 평론의 목표는 생계만이 아니지만, 생계를 잇지 못하면 지속할 수 없다. “물독이 차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않고, 단순노동의 반복을 견디는”(45쪽) 일로서 평론을 말하면서도 “이 일을 퍽 사랑하는 모양”(88쪽)이라 잠시 고백하고 “셔터를 내려야 할 때 징징대는 사람, 뒷방에 모여 앉아 잔소리하는 고인물은 절대되고 싶지 않다”(92쪽)고 다짐하는 그의 이야기는 저마다의 노동을 하는 우리의 삶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눈치 없이 듣는다는 것
대중음악평론가이지만 듣는 것만큼이나 읽고, 보는 것에 진심이다. 온라인 서점 개인보관함에 담아둔 책이 3901권, OTT 서비스에 보고 싶다고 찜해둔 영화가 3556편, 드라마가 598편이다. 요즘은 일주일에 두세 번 연극까지 챙겨 본다. 그는 이 리스트를 지우기 위해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지금껏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영화/드라마를 보는 동안 고정관념은 번번이 무너졌다. 찾아서 읽고 보고 듣기 전에는 그렇게 쓰는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 그렇게 말하는 방식이 가능한지 알지 못했다.”(97쪽) 걸작들을 보며 고정관념이 깨지고 어느새 낯선 곳에 와 있었던 경험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세계가 넓어졌다고 말하는 저자는 다른 세상을 꿈꾸는 예술의 힘을 확신한다.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그 힘을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눈치 없이 듣기 위해 그는 온갖 것들을 보고 읽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한 줌밖에 안 되는 이들이 싸움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 곁에는 항상 노래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100쪽)을 상기시킨다. 오래된 맥줏집을 지키려는 이들의 한겨울 밤 저녁 문화제 현장에서 기타 한 대와 함께 울려퍼진 “눈물처럼 짭짤해지는 노래”를 음악의 진실한 순간으로 이야기한다. 남성, 백인, 권력자의 이야기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모르는 삶을 향하는 노래, ‘개인’은 넘치고 ‘우리’는 드물어진 세상에서 “삶을 뒤흔드는 사회와 운명과 인간의 욕망”을 말하는 예술을 언제나 기다린다.
눈치 없이 산다는 것
쓰고, 듣고, 생활하는 일이 딱히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원칙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매일같이 자신을 몰아붙였기 때문일까. 눈치 없는 이 사람도 어느 날 공황발작을 맞닥뜨리고 만다. 평론이라는 노동에대해서든, 음악을 비롯한 예술에 대해서든, 자신의 삶에 대해서든 꼿꼿한 철학으로 우직하게 나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매일에 고민과 성찰 가득이다. 눈치 없이 쓰고, 듣고, 생활한다는 건 정말로 세상이나 남의 마음을 읽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런 기준을 알면서도 같은 기준으로 타협하지 않음이다. 그러니 고민과 성찰이 끊일 리 없다.
그냥 가끔은 눈치 좀 보면 안 될까. 좋은 게 좋을 때도 있는 거 아니냐고, 저자의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다 누군가는 한순간 그런 의문을 품을지도 모르겠다. 분위기 파악 잘해서 찬물 끼얹지 않는 게 성숙이고 미덕인 것처럼 여겨지는 세상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좋은 분위기’란 대개 누구에게 좋은 것일까? 많은 사람이 “개인의 삶과 일상의 즐거움을 옹호할 때, 나는 거대담론과 공공의 삶에 무게를 싣는 사람으로 살다 가고 싶다”(247~248쪽)고 말하는 사람 한 명쯤, 그래서 가끔 눈치 없단 핀잔을 들으며 사는 사람 한 명쯤, 세상에는 분명 이런 평론가 한 사람쯤 필요하다.
작가정보
대중음악의견가. 맛있는 빵과 디저트를 사랑한다. 음악의 아름다움이 구현되는 방식과 사회적 역할에 특히 관심이 많다.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고, 스스로 놀라는 글을 쓰고 싶어 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한다. 블로그(https://blog.naver.com/windntree)에 가면 어떤 음악을 들으며 사는지 엿볼 수 있다. 2004년부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5년에는 광명음악밸리축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Red Siren〉 콘서트, 〈권해효와 몽당연필〉 콘서트, 서울와우북페스티벌 등 공연과 페스티벌 기획/연출/평가도 병행한다. 《그렇다고 멈출 수 없다》《음악열애》《누군가에게는 가장 좋은 음악》《음악편애》《밥 딜런, 똑같은 노래는 부르지 않아》를 썼으며, 《대중음악의 이해》《대중음악 히치하이킹하기》《인간 신해철과 넥스트시티》는 함께 썼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1: 음반 리뷰》《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2: 인터뷰》《레전드 100 아티스트》《음악과부도》《나쁜 장르의 B급 문화》《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도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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