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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무문관염송집_상권

무문 혜개 지음 | 취산 원장 옮김
법고소리

2024년 11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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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0.57MB)
ISBN 979119885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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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무문관염송집_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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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무문관염송집_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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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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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화두를 참구하는 이들에게 옳고 그름의 옥석을 가리는 시금석과 같다고 하겠다. 스승의 도움 없이 길을 간다는 것은 마치 등불도 없이 한밤중에 길을 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는 것이다. 처음으로 낯선 곳을 가는 것처럼 그저 막연하고 주관적인 지식에 의지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하며 가는 것이다.
무문 혜개선사는 ‘48칙의 화두’에 대해 게송과 평을 붙였다. 여기에 다시 각각의 화두들에 대해 바른 안목을 성취한 선사들이 또한 게송을 남기고 평을 한 것들을 『선종송고연주통집』과 『종문염고회집』에서 가져와 하나로 모아서 화두 참구를 돕고 스스로 검증하는 것을 돕고자 하였다.
이 책을 본다는 것은 곧 선종의 바른 안목을 성취하고, 올바른 수행과 깨달음에 나아가기 위해 도반과 스승을 항상 곁에 두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목차:

머리말
선종무문관서문
저자소개
역자소개
불조기연 48칙(佛祖機緣四十八則):

[상권]
제1칙 조주무자(趙州狗子)
제2칙 백장야호(百丈野狐)
제3칙 구지의 손가락을 세움(俱胝竪指)
제4칙 오랑캐에게 수염이 없다(胡子無鬚)
제5칙 향엄의 나무에 오르다(香嚴上樹)
제6칙 세존께서 꽃을 들다(世尊拈花)
제7칙 조주의 발우를 씻어라(趙州洗鉢)
제8칙 해중이 수레를 만들다(奚仲造車)
제9칙 대통지승불(大通智勝)
제10칙 청세의 외롭고 가난함(清稅孤貧)
제11칙 조주가 암주를 감파하다(州勘庵主)
제12칙 서암이 주인공을 부르다(巖喚主人)
제13칙 덕산의 탁발(德山托鉢)
제14칙 남전이 고양이를 베다(南泉斬猫)
제15칙 동산의 삼돈(洞山三頓)
제16칙 종소리 안에서 칠조가사를 입다(鐘聲七條)
제17칙 국사가 세 차례 부르다(國師三喚)
제18칙 동산의 마삼근(洞山三斤)
제19칙 평상심이 도이다(平常是道)
제20칙 큰 역량을 가진 사람(大力量人)
제21칙 운문의 간시궐(雲門屎橛)
제22칙 가섭의 찰간대(迦葉剎竿)
제23칙 선도 악도 생각하지 마라(不思善惡)
제24칙 언어를 떠나다(離却語言)
제25칙 두 번째 자리에서 법을 설하다(二座說法)
출판정보

제1칙 조주무자(趙州狗子)

조주화상에게 한 스님이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조주화상이 말했다.
“없다.”
趙州和尚因僧問。狗子還有佛性。也無。州云無。

무문:
선을 참구함에는 반드시 조사관문(祖師關)을 꿰뚫어야 하고, 오묘한 깨달음에는 반드시 심로절(心路絕)을 끝까지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조사의 관문을 꿰뚫지 못하고 심로가 끊기지 않는 것은 모두 풀을 의지하고 나무에 기대는 정령에 지나지 않는다.
자 말해봐라.
무엇이 조사의 관문인가?
오직 이 하나의 ‘없다’고 한 무(無) 자가 종문에 있어 하나의 관문이다. 마침내 이것을 이름하여 선종무문관(禪宗無門關)이라고 하였다.
(이 무 자 관문을) 꿰뚫고 지나간 자라면 조주를 친견할 뿐만 아니라, 곧장 역대조사들과 함께 손을 잡고 길을 가게 되리라. (서로 함께 지내며) 눈썹을 묶고 동일한 눈으로 보고 동일한 귀로 듣게 되는 것이다. 어찌 경쾌하지 않을 것인가?
아직 관문을 꿰뚫지 못했다면, 360마디의 골절과 8만4천 털구멍 온몸으로 의단을 일으켜서 오직 저 무 자를 참구하기를 밤낮으로 분발해야 하며, 허무로 알지도 말고 유와 무로 알지도 말아야 한다.
마치 뜨거운 쇠구슬을 삼키는 것과 같아서 토하려고 해도 토하지 못하고, 지금까지의 악지악각(惡知惡覺)을 다 녹여가며 오래도록 순일하게 익힌다면, 자연히 안팎으로 한 조각을 이루게 되니, 이것은 마치 벙어리가 꿈을 꾸지만 오직 스스로만이 아는 것과 같다.
홀연히 타발하게 되면 하늘이 놀라고 땅이 흔들리게 되니, 마치 관문을 쟁취한 장군이 큰 칼을 손에 드는 것과 같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며 생사의 언덕에서 크게 자재함을 얻고 육도사생에서 유희삼매를 얻는 것이다.
자 어떻게 분발해야 평생의 기력을 다할 것인가?
이 무 자 화두를 들고 끊어짐이 없게 한다면 한 점 법의 등불을 곧 밝히게 되리라.
無門曰。參禪須透祖師關。妙悟要窮心路絕。祖關不透。心路不絕。盡是依草附木精靈。且道。如何是祖師關。只者一箇無字。乃宗門一關也。遂目之曰禪宗無門關。透得過者。非但親見趙州。便可與歷代祖師。把手共行。眉毛廝結。同一眼見。同一耳聞。豈不慶快。莫有要透關底。麼將三百六十骨節八萬四千毫竅。通身起箇疑團。參箇無字。晝夜提撕。莫作虛無會。莫作有無會。如吞了箇熱鐵丸。相似吐又吐不出。蕩盡從前惡知惡覺。久久純熟。自然內外打成。一片如啞子得夢。只許自知。驀然打發。驚天動地。如奪得關將軍大刀入手。逢佛殺佛。逢祖殺祖。於生死岸頭得大自在。向六道四生中。遊戲三昧。且作麼生提撕。盡平生氣力。舉箇無字。若不間斷好。似法燭一點便著。

송:
개에게 불성이 없음이여!
전체적으로 바른 법령을 집행하였다.
잠깐 사이에 유와 무를 지나가서는
몸을 잃고 목숨을 잃으리라.
頌曰。
狗子佛性 全提正令 纔涉有無 喪身失命

【송고염고】

대용(大用)과 온전한 기틀(全機)을 자유롭게 얻어서는
유(有)와 무(無)를 쌍으로 펼치고(放) 쌍으로 거둔다(收).
얼마나 많은 업식(業識)으로 사람을 마주한 개였던가?
이로부터 조주를 늘 생각한다. (불인 원)
大用全機得自由。有無雙放卻雙收。
幾多業識逢人犬。從此時時憶趙州。(佛印元)。

어려서는 배우고 이해해도 종도(宗途: 경전의 뜻)에 어둡더니
늙어서는 의지하는 것을 뒤집고서 오히려 유와 무에 막였다.
누가 옛 부처와 순금(純金)의 색을 가려낼 것인가?
미혹해서는 기틀과 지혜를 다투는 것에서 뒤척거릴 뿐이다. (원통 수)
少年學解昧宗途。老倒依還滯有無。
古佛純金誰辨色。惑為機智競躊躇。(圓通秀)。

유와 무를 쌍으로 방(放)하고 다시 쌍으로 수(收)하는
조주 노인의 기문(機關: 교화기연)에는 세상 누구도 짝하지 못한다.
시험 삼아 (강들이 바다로 통하는) 해문(海門)의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일천 강, 일만 파도가 모두 동쪽으로 흐른다. (보융 평)
有無雙放復雙收。趙老機關世莫儔。
試上海門高處望。千江萬派盡東流。(普融平)。

조주의 입안에는 자황(雌黃: 유황비소의 독)이 있으니
구절 아래에서 누가 (조주의) 길고 짧음을 보리오.
우습구나, 얼마나 빈번히 흙덩이를 쫓는 개였는가?
밤이 깊은데 까닭 없이 빈 당(堂)을 향해 짖는다. (자수 심)
趙州口裏有雌黃。句下誰人見短長。
堪笑幾多逐塊狗。夜深無故吠虛堂。(慈受深)。

있다고 해도 없다고 해도 쓸데없으니
천 가지로 부르고 만 가지로 호칭해도 고개를 돌리지 마라.
냄새를 쫓고 기운을 쫓으며 남을 따라가서는
공연히 유광(流光: 세월) 流光: 세월, 흐르는 밝은 빛, 흐르는 물결에 비치는 달빛, 흐르는 물처럼 빨리 가는 세월을 비유하다.
으로 하여금 어둠속에서 가을을 건너게 하리라. (성고 목)
道有道無無剩語。千呼萬喚不回頭。
尋香逐氣隨他去。空使流光暗度秋。(成枯木)。

불성이 있고 불성이 없음이여
바름이 도리어 뒤집히고 뒤집음이 도리어 바르다.
징담수(澄潭水: 맑은 못의 물)를 밟아서 부수고
무성평(無星秤: 눈금 없는 저울)을 부러뜨렸다.
불의 열기가 수면에서 붉은데
허공을 따라 말뚝을 박았다.
용케도 눈먼 거북이 죽은 뱀을 덥석 물어
위아래 어금니로 꽉 깨물었다. (정각 일)
有佛性無佛性。正卻倒倒卻正。
踏破澄潭水。坳折無星秤。
火熱水面紅。橛從空裏釘。
肯類盲龜嚼死蛇。一對牙關緊咬定。(正覺逸)。

말 가운데에서 핵심(的)을 말했으니
있다고 말하든 없다고 말하든 연나라의 황금이며 조나라의 벽옥이다.
다시 포삼(布衫: 무명적삼)이 일곱 근이니
천상과 인간계에서는 값을 매기지 못하였다. (지장 은)
言言中的。話有話無燕金趙璧。
更有布衫重七斤。天上人間無價直。(地藏恩)。

불성(佛性)은 분명 유와 무를 벗어났으니
(빙)초산을 어찌 호로병을 (벽에) 거는 데 쓰리오.
엷은 안개, 뿌연 수증기에 머물지 않으면
일엽편주가 벌써 동정호를 지났다. (할당 원)
佛性分明脫有無。醋酸何用挂葫蘆。
薄霧輕煙留不住。扁舟已過洞庭湖。(瞎堂遠)。

개에게 불성(佛性)이 없음이여
개에게 무성(無性)이 있음이여
이제까지 그저 양쪽을 향해 달렸을 뿐이다.
아직 화살 하나로 쌍관(雙關: 유무의 두 관문)을 부수지 못했다면
업식으로 여전히 오히려 개를 지으리라. (본각 일)
狗子佛性無。狗子無性有。從來只向兩頭走。
未能一鏃破雙關。業識依前還作狗。(本覺一)。

개에게 불성이 있음이여
비로자나는 미륵의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개에게 불성이 없음이여
문수가 취하여 엎어지고 보현이 부축한다.
부축해 집안에 이르러 온전히 명정(銘酊: 취하다) 명정: 새기다 + (술)취하다
하여
오랑캐 말로 한나라 말로 부인과 노비를 욕한다. (정당 변)
狗子佛性有。毗盧愛飲彌勒酒。
狗子佛性無。文殊醉倒普賢扶。
扶到家中全銘酊。胡言漢語罵妻奴。(正堂辯)。

곧은 길이 아니면 도리어 구불구불함이니
조주의 동쪽 벽에는
여전히 호로병이 걸려있다.
장공이 촌주(村酒)를 마셨는데
이공이 취하여 깨지 못하였으니
남면하여 북두를 보라. (석암 소)
無直路卻縈紆。趙州東壁上。依舊挂葫蘆。
有張公喫村酒。李公醉不醒。面南看北斗。(石菴玿)。

개에게 불성이 없음이여
이마를 찍고 (돌아가는) 길에서 자호(子湖)를 만났다.
‘업식성이 있다’고 말한 하나의 입을 만남이여
대지에는 전혀 푸른 눈의 오랑캐가 없다.
개에게 불성이 있음이여
봄바람이 부니 천 그루의 버드나무가 움직인다.
알고도 일부러 범하는 가련한 생이여
하나하나 남쪽으로 향해 북두를 보라. (무암 전)
狗子佛性無。斫額路上逢子湖。
業識性在遭一口。大地全無碧眼胡。
狗子佛性有。春風吹動千株柳。
知而故犯可憐生。一一面南看北斗。(無菴全)。

개의 불성이여
바른 법령으로 온전히 다스렸다.
잠깐이라도 유를 건너고 무를 건너가서는
몸을 잃고 목숨을 잃는다. (무문 개)
狗子佛性。全提正令。
纔涉有無。喪身失命。(無門開)。

업식이 있다는 말이여
(이처럼 말한) 뜻이 깊지 못하다고 누가 말하는가?
바다가 마르면 결국 바닥을 드러내지만
사람이 죽어서도 (끝내 조주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진정 문)
言有業識在。誰云意不深。
海枯終見底。人死不知心。(真淨文)。

조주가 칼을 노출하니
차가운 서릿발 같은 광채가 찬란하다.
다시 헤아리며 어떠한지를 묻는다면
몸이 여러 조각으로 나뉘리라. (오조 연)
趙州露刀劍。寒霜光燄燄。
更擬問如何。分身作數段。(五祖演)。

힘도 넘치고 연륜도 높고 담력도 또한 웅대하니
맑은 바람은 호랑이를 따르고 구름은 용을 좇는다.
으르렁거리며 소리의 자취를 끝없이 찾았어도
뿔을 건 영양은 종적을 보이지 않았다. (보봉 상)
力壯年高膽更雄。清風隨虎雲從龍。
啀喍無限尋聲跡。挂角羚羊不見蹤。(寶峰祥)。

선덕문(宣德門: 덕을 베푸는 문) 앞을 지나며
머리를 돌려서는 곧 화를 초래한다.
만약 일 없는 시절이고자 한다면
또한 (승)당(堂) 안으로 돌아가 앉으라. (고산 규)
宣德門前過。回頭便招禍。
若要無事時。且歸堂裏坐。(鼓山珪)。

개의 불성을 물으니
조주는 없다고 답했다.
이 말에서 곧 오랑캐 종족을 멸할지라도
오히려 대장부가 되지는 못한다. (경산 고)
有問狗佛性。趙州答曰無。
言下滅胡族。猶為不丈夫。(徑山杲)。

개에게 불성이 없음이여
자비함이 바다만큼이나 깊다.
말에서 찾고 구절을 쫓는 자는
대장부의 마음을 파묻으리라. (소산 여)
狗子無佛性。慈悲似海深。
尋言逐句者。埋沒丈夫心。(疏山如)。

개에게 불성이 없음이여
보검이 주물의 틀(規模)에서 나와
장군의 손에 떨어져서는
검을 가로로 잡고 길을 마주해 서리라. (초안 방)
狗子佛性無。寶劍出規模。
落在將軍手。橫按立當途。(楚安方)。

물음이 이미 실하니 대답이 또한 자랑할만하여
낙양(洛陽)에서 비록 다투었어도 흡사 내 집과도 같다.
조주의 매운 입으로 대단하게 혀를 놀렸는데
나(儂家)라면 손 가는 대로 버들 꽃을 땄으리라. (대위 지)
問頭既實答亦堪誇。洛陽雖好爭似我家。
趙州苦口太饒舌。儂家信手摘楊花。(大溈智)。

조주의 개에게 불성이 없음이여
일곱 부처 여래가 합장하며 (처분을) 들었다.
수미의 높은 절벽 삼대(三臺: 세 개의 층)에서 춤을 추고
바다의 치솟는 파도에서 바른 법령을 행하였다. (남당 흥)
趙州狗子無佛性。七佛如來合掌聽。
須彌岌崿舞三臺。海水騰波行正令。(南堂興)。

조주의 개에게 불성이 없음이여
만 겹의 청산(青山)이 고경(古鏡)을 감추었다.
맨발의 파사(波斯) 페르시아, 이란의 옛 이름이다.
는 대당(大唐)에 들어오고
팔비나타(八臂那吒: 여덟 개의 팔을 가진 나타)는 바른 법령을 행하였다. (조암 빈)
趙州狗子無佛性。萬疊青山藏古鏡。
赤腳波斯入大唐。八臂那吒行正令。(稠巖贇)。

을기대인구(乙己大人丘: 孔丘, 孔子)를
총림에서는 원수로 안다.
날카로운 이빨은 마치 창칼과도 같고
살리고 죽이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남암 승)
乙己大人丘。叢林為寇讎。
利牙如劍戟。生殺有來由。(南巖勝)。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
언(言)이 실마리이고 어(語)가 실마리이다.
조주가 입을 벌려
(스스로의) 심장과 간을 드러내 보였다. (전우 유)
至道無難。言端語端。趙州開口。露出心肝。(典牛游)。

줄을 잇는 말(馬)들, 줄을 잇는 사람(人)들을 한칼로 쪼개니
허공으로 피가 솟고 파도가 치솟았다.
천사람 만사람이 보는 것을 다투었지만
누가 담모(膽毛: 쓸개의 털)를 열고 덮을 줄 알까. (중암 공)
連馬連人劈一刀。虛空迸血湧波濤。
千千萬萬人爭看。誰解分開蓋膽毛。(中菴空)。

철벽(鐵壁)과 은산(銀山)을
화살 하나로 꿰뚫었다.
칠칠맞은 조주여
입은 곧잘 화를 초래한다. (비구니 무착 총)
鐵壁銀山。一箭穿過。
潦倒趙州。口能招禍。(尼無著總)。

개에게 불성이 없음이여
마가타국(摩伽陀國: 인도 초기의 불교 중심국가)을 법령으로 온전히 다스렸다.
잠깐이라도 헤아려 칼끝을 범한다면
도리어 몸과 성명을 잃는다. (잠암 광)
狗子無佛性。全提摩竭令。
纔擬犯鋒鋩。喪卻窮性命。(潛菴光)。

가난하면 의지할 바가 없으니
양친이 서로를 타박하게 된다.
한지(旱地: 육지)에는 천둥소리이고
푸른 하늘에는 벽력 소리이다. (혹암 체)
貧無所依。兩親相擊。
旱地雷聲。青天霹靂。(或菴體)。

개에게는 불성이 없음이여
늙은 대합이 밝은 구슬을 토하였다.
서천(西川) 서천: 宋置。其地東距峽江。西控生番。南環瀘水。北阻岷山。卽今四川大竹、巴縣以西。
에는 두견새(杜宇)가 울고
강남(江南)에는 자고새(鷓鴣)가 운다. (문수 도)
狗子佛性無。老蚌吐明珠。
西川鳴杜宇。江南啼鷓鴣。(文殊道)。

조주의 개에게 불성이 없음이여
허공에서 진나라 거울(秦時鏡)을 끄집어내니
광채가 찬란하여 별들도 보이지 않고
위아래 사방을 환히 비춘다. (수암 연)
趙州狗子無佛性。當空掘出秦時鏡。
光明渾不見星兒。上下四維俱徹映。(誰菴演)。

개에게 불성이 없음이여
사람을 죽여서는 곧 목숨으로 대가를 치른다.
고통에는 천만 가지가 있는데
삿됨을 인연해 도리어 바름을 지었다. (밀암 걸)
狗子無佛性。殺人便償命。
苦痛萬千般。因邪卻打正。(密菴傑)。
※償命: [pay one's life for a life] 殺人者用性命來抵償;抵命

대식파사(大食波斯)는 일백 잔의 술을 마시고
우뚝하게 백양나무(지팡이)를 잡는 만인의 우두머리이다.
바람을 거슬러 황우협(黃牛峽)을 지나면서
구당(瞿塘) 巫峽: 在四川巫山縣東。接湖北巴東縣界。因巫山爲名。與西陵峽瞿塘峽稱三峽。
의 못에 물이 가득한지, 예강(澦江)에 (모래)흙이 쌓였는지를 물어서는 안 된다. (동산 공)
大食波斯飲百杯。停停把柂萬人魁。
逆風使過黃牛峽。不問瞿塘灩澦堆。(東山空)。

개에게 불성이 없음이여
대원경(大圓鏡)을 타파하였다.
칠구는 육십삼이고
일체지(一切智)는 청정이다. (이암 감)
狗子無佛性。打破大圓鏡。
七九六十三。一切智清淨。(夷菴鑒)。

개에게 불성이 없음이여
라후성(羅睺星)이 명성(命星)에 들었다.
특별한 사람을 죽이지 못해서는
정녕 (그) 사람에게 죽임을 당하리라. (남서 기)
狗子無佛性。羅[目*侯]星入命。
不打殺別人。被人打殺定。(南書記)。

개에게 불성이 없음이여
복숭아나무로 만든 부적을 문 위에 못질하였다.
천 가지 삿됨이 모조리 들어오지 못하고
백 가지 괴이함이 다 없어진다. (송원 악)
狗子佛性無。門上釘桃符。
千邪俱不入。百怪盡消除。(松源岳)。

개에게 불성이 없음이여
진흙을 빚어 대성(大聖)이 살아난 것을
사주(泗州) 지방 사람이 아니면 사주지방에서는 예로부터 대성(大聖)이 출현하여서 그곳 사람들은 빈번하게 마주하였다. 이 이야기를 다른 지방 사람에게 한다면 누가 믿겠는가?

말을 해도 믿지 못한다. (별봉 운)
狗子無佛性。泥捏活大聖。
不是泗州人。說著也不信。(別峰雲)。

개에게 불성이 없음을
그대는 거론하지 말라.
만 겹의 관문을 꿰뚫고자 한다면
반드시 천근의 석궁이어야 한다. (비구니 암심)
狗子無佛性。勸君不用舉。
欲透萬重關。須是千鈞弩。(巳菴深)。

24주(州)의 철을
부어 하나로 녹여
큰길에서 휘둘러서는
아무도 발걸음을 하는 사람이 없다. (즉암 연)
二十四州鐵。鑄成一箇錯。
颺在大街路。無人踏得著。(即菴然)。

개에게 불성이 없음이여
도리어 저 대장부는
(이런저런) 시비가 귀에 들려도
동쪽 벽에 호로병을 걸어두었다. (박옹 섬)
狗子佛性無。還他大丈夫。
是非雖入耳。東壁挂葫蘆。(朴翁銛)。

한 글자 ‘無’가
사람을 무수히 죽였으니
허다한 영웅들이
길에서 죽음을 당하였다. (철산 인)
無之一字。殺人無數。
多少英雄。橫屍當路。(銕山仁)。

십육 세 아름다운 사람이 느긋하게 자수를 수놓는데
자주 빛 가시나무 꽃 아래에서 누렇고 검은 말이 울부짖는다.
가련하게도 춘의(春意: 봄의 뜻)에 상심이 무한하여
뜨개질을 멈춘 채 말이 없는 때이다. (요당 인)
二八佳人刺繡遲。紫荊花下囀黃驪。
可憐無限傷春意。盡在停針不語時。(拗堂仁)。

예리한 칼로 명근(命根)을 끊으니
여우무리, 개떼가 날뛰었다.
만 번을 단련한 질려철(蒺藜: 가시박힌 쇠뭉치)을 들고서
무쇠 이마, 청동 머리를 쳐서 부수었다. (석암 소)
利刀截斷命根。跳出狐群狗隊。
拈起萬煆蒺藜。鐵額銅頭粉碎。(石菴玿)。

조주가 ‘無’라고 말하니
절벽이 무너지고 바위가 갈라졌다.
아직 거론하기도 전에 먼저 알았어도
그저 하나의 말뚝을 얻었을 뿐이다. (소실 육)
趙州曰無。崖崩石裂。
未舉先知。只得一橛。(少室睦)。

개에게 불성이 조주가 없다고 함이여
여공(呂公)의 저 약(藥) 호로병이다.
의원을 만나려 오는 것이 도리어 사람의 병이니
큰 죽음을 한 차례 겪어야 바야흐로 그를 보리라. (갈려 담)
狗子佛性趙州無。呂公一箇藥葫蘆。
接來醫卻人間病。大死一回方見渠。(葛廬覃)。

개에게 불성이 없음이여
간장(干將)이 초나라 조정에 들어가
(간장검을) 한 차례 휘둘려 세 개의 머리를 떨어뜨려서
천고에 헛된 명성을 얻었다. (천봉 완)
狗子無佛性。干將入楚庭。
一揮三首落。千古得虛名。(千峰琬)。

개에게 불성이 있음이여
부채를 파는 노파가 해를 손으로 가렸다.
개에게 불성이 없음이여
오이를 심고서 먼저 조롱박을 먹었다.
타고난 성품이 원래 저마다 같지 않으니
노공(盧仝)은 유령(劉伶: 죽림칠현의 한 사람)의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삼의 우)
狗子有。賣扇老婆日遮手。
狗子無。種瓜先得喫葫蘆。
天稟元來各不同。盧仝不飲劉伶酒。(三宜盂)

조주의 개에게 불성이 없음이여
완연한 춘색이 강과 호수에 뿌려지니
얼마나 잎을 따고 가지를 더듬는 자들이
공연히 꽃이 가득한 낙양의 길에 나아갔을까. (고봉 묘)
趙州狗子佛性無。十分春色播江湖。
幾多摘葉尋枝者。空使雒陽花滿途。(高峰妙)

양자강이 아득하고 안개가 차가운데
아스라한 네 갈래의 물길에 망연(자실)하다.
애석하게도 밤이 깊은 밝은 달 아래에서
다시 배를 건너는 사람이 없다. (감산 청)
長江一望渺寒煙。極目中流四惘然。
可惜夜深明月下。更無人問渡頭船。(憨山清)

집집마다 수치스러움을 가리는 천이 있는데
(그 천을) 내버리면 곧 비와 이슬을 마주하게 되리라.
유별나고 괴이한 당시의 조주 늙은이가
두건을 던지고 바지를 머리에 뒤집어썼다. (석우 방)
家家有幅遮羞布。放下便能當雨露。
獨怪當年老趙州。擲卻頭巾頂卻褲。(石雨方)

어디에서 가을바람이 일어나는가?
쏴아! 하며 기러기 무리를 보낸다.
아침에 (바람이) 뜰 앞의 나무에 깃드는 것을
외로운 나그네가 가장 먼저 듣는다. (차졸 눌)
何處秋風起。蕭蕭送鴈群。
朝來入庭樹。孤客最先聞。(且拙訥)

석량교(石梁橋)는 미끄럽기가 마치 이끼와 같은데
은빛 파도치는 강물은 서둘러 (길을) 재촉한다.
고금에 유람하는 발걸음이 여전히 지치지 않는데
몇 사람이나 (등나무) 폭화(瀑花) 폭화: 폭포의 물줄기처럼 아래로 매달린 꽃들
를 꺾고서 돌아갈까? (경당 청)
石梁橋背滑如苔。一派銀河直下催。
今古遊鞋蹋未倦。幾人摘取瀑花回。(鏡堂清)
(선종송고연주통집)

취암 지는 말했다.
“있다고 말하고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양채일새(兩彩一賽: 서로 비슷하다) 양채일새: 맞수를 만나 우열을 가리지 못함을 가리키다. 又作兩采一賽。彩,即賭博得勝;賽,即競爭比賽。兩彩一賽,原指一場競賽之後,竟有兩人得彩,意謂雙方棋逢對手,難分勝負。於禪林中,轉指禪者之間,相互勘辨挨拶之雙方,其參禪修學之境界兩俱優勝而不分高下。臨濟錄行錄(大四七·五○五中):“溈山問仰山:‘黃檗入僧堂,意作麼生?’仰山云:‘兩彩一賽。’” 無門關第二則百丈野狐:“頌曰:不落不昧,兩采一賽。不昧不落,千錯萬錯。”(林濤 輯)
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翠巖芝云。說有說無。兩彩一賽。如今作麼生。 

자복 관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다.
“개에게는 무엇 때문에 불성이 없습니까?”
“사람을 만나면 곧 물어뜯어 죽이기 때문이다.”
또 물었다.
“무엇 때문에 또한 불성이 있다고 말했습니까?”
“주인을 보면 곧 꼬리를 흔들기 때문이다.”
資福觀因僧問狗子為什麼無佛性。福云逢人便咬殺。云因甚麼又道有佛性。福云見主便搖尾。

개에게 불성이 있음이여
개에게 불성이 없음이여
곧은 낚싯바늘은 원래 법령을 어긴 물고기를 탐색하고, 기운을 추격하며 냄새를 더듬는 운수(雲水) 객을 위해서이다.
(내가 이처럼) 시끄럽고 어지럽게 주석을 내며 펼쳐 보였는데, 나를 괴이하게 여기지 마라. (진나라 왕은) 애초에 신중하지 못해 점하체(點瑕玼: 작은 티끌)를 맡기려다가 도리어 조벽(趙璧: 조나라의 벽옥)을 돌려주게 되었다. 이는 곧 진왕이 조나라 벽옥을 탐을 내고서 돌려주지 않자, 조나라 상여가 가서 벽옥에 흠이 있어서 손을 봐야겠다고 방편을 써서 다시 돌려받아서 조나라로 돌아온 일화에 유래하다.
진왕(秦王)은 (조나라에) 린상여(藺相如: 전국시대 조나라 지략이 뛰어난 신하)가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천동 각)
狗子佛性有。狗子佛性無。直鉤原求負命魚。逐氣尋香雲水客。嘈嘈[襍;袖-由+集][袖-由+集]作分疏。平展演。大舖舒。莫怪儂家不慎初。指點瑕玼還趙璧。秦王不識藺相如。(天童覺)

고봉 묘는 말했다.
“연만한 조주가 한 알의 파두(巴豆: 열매가 맹독성이 있는 교목나무) 열매로 납승의 창자를 뒤집었다. 설령 토해내는 자가 있어도 또한 목숨을 잃는 것을 면치 못한다. 어째서인가? 급하고 급하다.”
高峰妙云。大小趙州拈出一粒巴豆子。攪亂衲僧肚腸。設有吞吐得者。亦不免喪身失命。何故。急急。

박산 래는 말했다.
“있다고 말하고 없다고 말함이여. 신령한 칼날을 가로로 쥐니, 온 대지의 사람이 조주의 손안에서 목숨을 구걸하는 처지에 놓였다. 오직 (조주의) 돌다리를 건넌 자가 아니라면 이러한 지경에 이르지 못한다. 어째서인가? 강건한 칼은 비록 빨라도 죄 없는 사람을 베지 않기 때문이다.”
博山來云。道有道無。靈鋒橫握。盡大地人向趙州手裏乞命有分。惟不跨石橋者不在其限。為什麼。剛刀雖快。不斬無罪之人。

우암 우는 말했다.
“이 스님이 하는 짓은 마치 저 요동(遼東: 요동반도) 지방의 돼지장사꾼과도 같다. 목에 흰빛을 띠는 돼지를 기특한 재화로 여기고서 (이것을 가지고) 회남(淮南: 회수이남 양자강 북쪽, 안휘)지방에 이르러서는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조주 늙은이가 하는 모습은 마치 멋진 수염을 가진 귀족이 익숙하게 칼을 부리면서도 정해진 계책을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나 만약 이 산승이라면 그렇지 않았으리라.
‘개에게 불성이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곧 그를 향해 ‘문둥이가 두꺼비를 삼켰다’고 말했으리라.
愚菴盂云。這僧好似個遼東賣豬漢。得一白頸豬以為奇貨。到淮南來不覺慚惶無地。趙州老漢好似美髯公。慣使拖刀。計不出常策。若是山僧則不然。有問狗子還有佛性也無。我則向他道癩斯吞蝦蟆。

백암 부는 말했다.
“조주가 이자에게 한가하게 한 마디를 낸 것은 반혼향(返魂香: 죽은 자를 소생을 시키는 향)이었다. 기사회생(起死回生)하는 것은 오직 편시(片時: 한순간)에 달렸고, 짐독주(鴆毒酒: 짐새의 깃털로 담은 독주)로 실신상명(失身喪命)하는 것은 오직 편지(片地: 한 조각의 땅)에 달렸다.
자 말해봐라, 어째서 이처럼 이롭기도 하고 해롭기도 하는가?”
양구하고는 말했다.
“역시 그의 팔꿈치 뒤에는 신령한 부적이 있었다.”
白巖符云。趙州這漢等閒出一言。是返魂香。起死回生只在片時。是鴆毒酒。失身喪命只在片地。且道為甚得如此利害[漸/耳]。良久云。還他肘後有靈符。
(종문염고회집)

작가정보

저자(글) 무문 혜개

무문 혜개(無門慧開: 1183~1260년):
속성은 양씨이고 자는 무문이다. 절강 항주사람으로 송나라 선승이다.
혜개선사는 어려서 출가하여 경론을 익혔으며 후에는 평강부 만수사 월림사관(月林師觀) 선사를 뵙고서 남악 회양의 18대 법손이 되었으며 임제종 양기파에 속하였다.
혜개선사는 일찍이 조주 무(無) 자 화두를 참구하였으며, 어느 날, 점심공양을 알리는 북소리를 듣고서 깨달았다. 그리고 게송하였다.

청천 백일에 한 소리 천둥소리에
대지의 뭇 중생의 눈이 활짝 열렸다.
삼라만상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리고
수미 정상에 훌쩍 뛰어올라 삼대(三臺)에서 춤을 춘다.
青天白日一聲雷 大地群生眼豁開
萬家森羅齊稽首 須彌勃跳舞三臺

가정(嘉定) 11년(1218년)에 안길 보국사에서 개당하였다. 후에 융흥부 천녕사, 황룡사, 취암사, 평강부 개원사, 건강부 보녕사 등으로 옮기었다.
소정(紹定) 원년(1228년)에 복주 영가 용상사의 초청에 응하여 대중을 위해 부처와 조사의 기연을 설하여 한 권의 『무문관(無門關)』이 이루어졌다.
순우(淳祐) 6년(1246년)에 왕의 뜻을 받들어 호국인왕사를 지었으며 송이종(宋理宗) 황제를 위해 법을 설하였다. 일찍이 기우제로 인하여 증험하는 바가 있었기에, 황제는 금난법의(金襴法衣)를 하사하였으며, 불안선사(佛眼禪師)라는 호를 내렸다.
경정(景定) 원년(1260년)에 원적하다. 송이종 황제는 돈 3천 관을 하사하고 호국 영동산에 장례를 하게 하였다. 저서로는 『무문혜개선사어록(無門慧開禪師語錄)』과 『무문관(無門關)』이 있다.

취산원장(翠山圓藏):
해인사로 출가하여 30년간 지관을 닦고 화두를 참구하다.
혜충국사의 무정설법을 참구하며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문득 물소리를 듣고서 들어가는 문을 얻다. 그리하여 임제스님이 대우화상의 아랫배를 주먹으로 찌르고, 향엄스님이 기와조각이 대나무에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영운스님이 복사꽃을 보고, 동산의 마삼근, 조주의 정전백수자 등등 백천 구절이 저절로 드러나게 되다.
현재 『벽암록』, 『금강경백가해』, 『육조단경』, 『선으로 가는 불교통론』, 『육조의 마음을 담은 수심결』, 『화엄법계관으로 본 반야심경』, 『실참실구로 이끄는 몽산법어』, 『돈오입도요문론』, 『전심법요』, 『신증도가원돈해』, 『선종무문관염송집』, 『선종무문관찬술』, 『조주록』, 『마조록』, 『임제록』, 『벽암록찬술』, 『화두100칙 염송집』 등을 번역하고 찬술하고 저술하는 중이다.
현재 충북단양에서 정혜쌍수(定慧雙修)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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