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
2024년 11월 29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6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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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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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상미학의 관점에서 본 대한민국 인터넷 밈 비평서다. 한편으로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인터넷 밈의 윤곽을 매체라는 배경을 통해 그려보려는 시도이다. 밈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도파민 중독자가 되어 밈 없이 살 수 없게 된 저자가, 밈의 스타일과 계보를 추적하며 자신이 속해있던 한국 인터넷 사회를 조망하는 유쾌한 회고록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밈을 예술로 바라보며 파헤치고자 하는 덕질의 흔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인터넷 밈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매클루언, 키틀러부터 벤야민, 하위징아, 지젝, 레노비치 등을 다루면서 매체철학과 시각 문화 전반에 대한 시야를 넓혀준다. 나아가 합성 소스가 탄생하는 순간부터 합성 프로그램을 통해 각종 밈화를 거치다가 죽은 밈이 되기까지 여러 인터넷 밈의 생로병사를 따라가며, 그 기저에 깔려있는 투쟁과 혐오라는 사회 문화적 맥락을 읽어낸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폭발적인 창조력이 분출되는 놀이문화이자 예술로서 인터넷 밈의 긍정적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밈의 과거를 되짚어보는 책.
1장 인터넷 밈, 매체에 타라
피어나! 너 내 미미…밈이 되어라
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 매클루언과 키틀러 싸움 수준 ㄹㅇ실화냐? 진짜 세계관최강자들의 싸움이다..
“크아아아아” 밈 중에서도 최강의 인터넷 밈이 울부짓었다
언어로 갈까요~ 이미지로 갈까요~ 차라리 텍스트로 갈까요
싸늘하다. 예술에 기술이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복제는 생산보다 빠르니까
왜 나 저자는 햄보칼 수가 없어
텍스트가 계속되면 그게 책인 줄 알아요
2장 박제가 되어버린 합성 소스를 아시오
이 몸은 합성 소스이다. 뜻은 아직 없다
나는 병든 병맛이다…… 나는 악한 병맛이다. 나는 호감을 주지 못하는 병맛이다
꽁꽁 얼어붙은 CG 위로 개죽이가 걸어다닙니다
이미지와 텍스트가 만나서 이미지 매크로가 되었다. 가을이었다
깨어나 보았더니 이소룡이 싱하형이 된 건에 대하여
행복한 움짤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움짤은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3장 합성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인터넷 밈이었다
합성 소스와 합성 프로그램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어서 와… 제 3의 장소는 처음이지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오타쿠요? 월클 아닙니다
고도로 발달한 인터넷 밈은 서부극과 구분되지 않는다
어떻게 밈화를 혼성모방으로 고정하셨죠
인터넷 밈은 아방가르드를 찢어
오늘 인터넷 밈이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인지 모르겠다
4장 당신이 인터넷 밈을 들여다본다면, 인터넷 밈 또한 당신을 들여다볼 것이다
사이버스페이스를 다니고 나의 성공시대 시작되었다
부끄러움 많은 엽기를 보냈습니다
인기깨나 있는 합성 소스에게 합성할 잉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진리다
정치가 왜 거기서 나와
너 때문에 밈이 다 깨져버렸으니까 책임져
5장 어떻게 인터넷 밈이 변하니
우리는 그 영화를 인터넷 밈이라 부르기로 약속했어요
밈이 될 거면 맞다이로 들어와 세상에 AI가 너무 많아
나가며: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인터넷 밈
참고문헌
스마트폰의 발전은 인터넷 밈으로 쓰이는 사진과 영상을 저장한 다음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 그 밈을 찾아 상대에게 보낼 수 있게 해주었을뿐더러, 대화에 실시간성을 더했다. 특히 스마트폰을 자신의 일부라 생각하는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인터넷 밈은 즉시 말할 수 있는 구어만
큼 구사하기 편한 언어가 되었다.
_언어로 갈까요~ 이미지로 갈까요~ 차라리 텍스트로 갈까요
우리는 매번 조회 수가 안 나올까, 혹은 ‘좋아요’가 안 눌릴까 하는 조바심에 떨면서 글을 올리기 마련이다. 남에게 정보를 알리는 글이든, 사적인 일기든 말이다. 서로 대화하는 듯하면서도 모두가 자기 이야기를 올리며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셈이다. 이 상황을 멀찍이서 볼 때 커뮤니티에 마구 올라오는 글은 각자 혼잣말하는, 즉 집단 독백으로 보인다.
_텍스트가 계속되면 그게 책인 줄 알아요
발터 벤야민이 이야기한 산책자는 아무런 목적 없이 도시를 돌아다니는 이다. 그는 이를 정신분산적 수용이라고 칭했다. 마치 타임라인에 새로운 짤방이 나오기만 바라며 마구 넘기는 우리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무한한 짤방의 우주 아래서 헤매는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도시를 걷다가 군중의 한 명과 부딪힐 일이 가끔 있다. 타인과 어깨를 부딪힐 때 내가 군중 사이에 있다는 것이 문득 인식된다. 벤야민은 일상적 감각, 집중의 차단으로 생긴 충격에서 예술적인 경험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무수한 게시물이 올라오는 타임라인 속에서 우리가 마음에 드는 인터넷 밈을 발견하는 순간이 바로 벤야민이 말하는 충격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_텍스트가 계속되면 그게 책인 줄 알아요
낚시는 유저가 커뮤니티 게시판의 목적에 따르는 게시물을 올려야 하며, 제목이 글의 내용을 함축해야 한다는 규칙을 전복한다. 나아가 그 규칙이 얼마나 경직된 것인지 낯설게 보게 만드는 방식을 택하며 자신의 자유로운 목소리를 내려 한다. 짤방은 여기에서 한 단계 나아간다. 짤방은 제목으로 할 말을 다 한 뒤 만화나 웃긴 사진 등을 삽입한 채 내용은 텅 비우기 때문이다. 짤방은 커뮤니티에 반드시 의미 있는 내용을 적어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나게끔 도왔다.
_이 몸은 합성 소스이다. 뜻은 아직 없다
대중문화의 전형성에서 벗어나고자 욕설과 성적인 내용을 마음껏 쏟아붓는 병맛 콘텐츠가 걸러지지 않고 인터넷에 범람했다. 짤방보이의 주먹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 병맛의 과잉된 폭력성이 겨냥한 희생양은 바로 장애인과 성소수자, 여성 등 사회적인 소수자들이었다.
_나는 병든 병맛이다…… 나는 악한 병맛이다. 나는 호감을 주지 못하는 병맛이다
이러한 영상에 대한 고평가는 정말로 높은 퀄리티라서가 아닌, 제약 안에서 독창적인 재미를 만들었다는 점에 근거한다. 더 과장되고 초과된 스타일일수록 그 노고가 보이기 때문이다. 밈 제작자는 공공재인 합성 소스를 밈화하는 놀이문화로 공공적인 예술을 생산하고, 예술가로 승인되기에 이른다. 밈 제작자와 밈 소비자들은 대안적 공간에서는 아티스트와 창작자로 존재하므로 삶을 미학화할 수 있는 토대를 지닌다.
_어서 와… 제 3의 장소는 처음이지
전용을 사용한 인터넷 밈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여러 부조리를 드러내고 고발하는 수단이 된다. 비판적 사유를 좌파라고 낙인찍고 억압하려는 한국 사회에서 인터넷 밈의 역할은 중요하다. 비판적 사유를 심되, 그것을 밈이라는 형식에 감출 수 있어서다. 인터넷 밈이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비판을 유머로 무마하듯이, 그 반대로 유머를 통해 비판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것도 가능하다.
_인터넷 밈은 아방가르드를 찢어
잉여 문화는 언뜻 보기에 버려진 자들이 연대하는 공간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엔 악플이 가득했고 개념글에 오르려는 치열한 경쟁이 일어났다. 무한 경쟁을 피해 인터넷으로 달아난 잉여는 경쟁이 없는 세계를 상상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되려 현실에서 도태된 자신의
처지를 보상하고자 인터넷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에 임했다. 그들은 베댓이 되고자 더욱 자극적인 짤방과 혐오의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만화 《베르세르크》의 대사처럼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던 것이다.
_인기깨나 있는 합성 소스에게 합성할 잉여가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진리다
너가 인터넷 밈 알고 썼잖아? 〈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 이딴 책 안 나왔어.
엄마, 내 이름은 왜 인터넷 밈이야?
그대들은 인터넷 밈 어떻게 쓸 것인가...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그랬듯, 나 역시 편집자의 소개글을 쓰기 위해 여러 첫 문장을 고민했다. 수많은 인터넷 밈이 머릿속을 가로질렀다. 잘 생각해보면 참 이상했다. 인터넷 밈이라는 건 말이다. 대체 무엇이 합성 소스로 채택되는가? 인터넷 밈은 어떻게 유행하는가? 왜 사람들은 그토록 밈에 열광하는가? 저자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인터넷 밈의 윤곽을 언어이자 예술, 공동체이자 놀이 문화로서 그려내고자 한다. 인터넷 밈과 동고동락했던 자신의 경험담에 여러 미디어 철학자의 목소리를 동원하여 그 계보를 살펴보는 것이다.
인터넷 밈으로 우리는 언어만큼 효과적인 표현 방법을 얻었다. 또한 우리는 일상 속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 야인시대 합성물부터 황정민의 밤양갱까지, 사람들은 인터넷 밈으로 자신만의 장르 영화를 창조하고 있다. 한편 위압적인 기성 문화에서 배제된 소수자들은 자기들만의 인터넷 밈을 공유하며 대안 공동체를 꾸릴 수 있다. 이는 억압된 고통과 좌절감을 자조의 방식으로 해소하게끔 돕는 수단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재미 지상주의가 만연한 커뮤니티 내에서 관심을 받기 위해서라면 혐오 발화조차 거리낌 없이 수반되기 시작했다. 인터넷 밈은 자극적인 요소로 점철되어 사회 곳곳으로 혐오를 실어 날랐다. 오늘날 과장과 희화화, 바이럴에 지배된 인터넷 밈 문화가 규칙을 상실한 채 무너지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 진정한 놀이 문화로의 회귀를 염원한다. 인터넷 밈은 현재 혐오의 불쏘시개로 사용되지만, 인터넷 밈이 가진 창조적 힘을 확장할 수 있다면 도리어 연대의 불씨를 피우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찬 예언을 내놓는다.
이 책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신지의 얼굴에 “까짓 거 한번 해보죠 뭐”라는 대사를 합성한 짤을 보내면 나는 만화 〈나루토〉 속에서 “믿고 있었다구!” 라는 대사가 등장하는 짤을 보냈다. 이 책도, 이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이 책이 발을 내딛을 세상도 결국 하나의 인터넷 밈 같다. 밈화된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유머는 의미의 고정이 아니라 의미의 표류와 거기서 생기는 오해에서부터 나온다. 특정 단어의 의미가 여러 맥락 사이에서 표류하면서 의미의 확정이 지연된다는 것을 긍정하는 순간에 우리는 그 단어를 전용하고 재창조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궁극적으로 꿈꿔야 할 것은 사유를 통한 유머의 회복이리라.
작가정보
영화평론가이자 인터넷 밈meme 연구자. 연세대학교 비교문학협동과정에서 인터넷 밈을 주제로 쓴 논문으로 척척석사가 되었고, 영화평론가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더 이전이다. 만성적인 도파민 중독 증세에 시달리는 중이며 예술 영화를 볼 때 가끔 존다. 인터넷 밈과 영화를 함께 본다는 것은 제로콜라와 탕후루를 동시에 먹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현재 《코아르》에 영화 비평, 《비애티튜드》에 밈 에세이를 연재 중이며 《씨네 21》의 객원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먼 옛날에 인문학 스탠드업 코미디 페이지 ‘인문학적 개소리’를 운영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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