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
2022년 11월 29일 출간
국내도서 : 2021년 10월 07일 출간
- 오디오북 상품 정보
- 듣기 가능 오디오
- 제공 언어 한국어
- 파일 정보 mp3 (673.00MB)
- ISBN 9791191998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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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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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당신의 죽음은 안녕하십니까
1 나는 산 자가 아닌 죽은 자를 위해서 일한다
2 20여 년 전 저승의 문턱에 다녀온 뒤
3 죽은 몸을 돌보는 일에 관하여
4 시신은 돌아가신 후 말을 한다
5 코로나 사망자들의 마지막을 수습하며 1
6 코로나 사망자들의 마지막을 수습하며 2
7 이 땅 위에 연고가 없는 사람은 없다 1
8 이 땅 위에 연고가 없는 사람은 없다 2
9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는 동물이라면
10 삶과 죽음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11 죽음을 끈으로 묶는다는 것은
12 무엇을 입고 죽을 것인가
13 우리는 누구나 아기의 얼굴로 죽는다
14 죽은 뒤에 리무진을 타면 무엇 하나
15 장례는 산 사람들의 놀음이기에
2부 죽음의 곁에서 생각했던 것들
16 내가 처음 죽은 몸을 닦아드리던 그날
17 장례지도사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18 장례식, 절대로 업체에 휘둘리지 말라
19 핏줄이란 무서운 것이다
20 배려의 시작은 ‘자주’에 있다
21 유산과 상속에 관하여
22 가족은 그들을 잊을지라도, 우리는
23 내가 잊지 못하는 그 공무원
24 죽음에는 국경이 없다
25 베이비붐 세대가 가장 나쁜 인간들이었다
26 제사란 무엇인가
27 명당은 ‘좌택시 우버스 1분’이라는 걸 잊지 말길
28 전통과 형식보단 인간에 대한 존중이 먼저다
29 어른이 사라진 시대, 교육이 사라진 시대
30 내가 바라는 나의 죽음
이 책에는 내가 그동안 죽은 분들을 위해 일하며 느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이 땅 위에 슬프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겠느냐만, 내가 마지막을 지켜드린 분들은 대개 남들보다 더 외롭고 힘들게 살았던 분들이었다. 나는 그분들을 모셔드리면서 이젠 이곳보다 훨씬 더 편안한 곳으로 가는 거니, 거기선 아무 걱정도 하지 말고 누구도 미워하지 말라 기원했다
- 5페이지, 「서문」 중에서
나는 내 주위의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나갔듯, 나도 언젠가는 죽은 몸이 될 것을 잘 안다. 나는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있으면 가서 도와드리는 게 다다. 그저 내가 좋아서 그 일을 한다. 누군가의 시신을 모시고 와서 닦고, 수의를 입히고, 관에 모시고, 차에 태워서 화장을 하러 간다. 화장된 유골을 납골당으로 모신다. 거기까지만 하면 된다. 그게 내 일일 뿐이다
- 18페이지, 「나는 산 자가 아닌 죽은 자를 위해서 일한다」 중에서
죽은 몸을 돌보는 일은 엄숙하고도 복된 노동이다. 그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문명의 기초란 생각이 들 때도 종종 있다. 내가 정성껏 염습해드린 시신을 그와 사랑을 나눈 유족들이 마지막으로 만나는 것만큼 보람된 일은 없다.
- 32페이지, 「죽은 몸을 돌보는 일에 관하여」 중에서
누군가가 그의 마지막을 목격하든 목격하지 않든, 죽은 몸은 자신이 보낸 평생의 삶과 죽음을 증언하고 있다. 우리들은 그것을 일러 시신은 돌아가신 후에 말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살아 있을 때가 아니라 돌아가신 후에 남긴 인간의 말이 가장 정확할 때가 있는 법이다. 설령 아무도 그것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듣는다. 그걸로 내 몫을 다한 셈일 거다.
- 41페이지, 「시신은 돌아가신 후 말을 한다」 중에서
지금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고통이 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지만, 대구의 2020년 봄은 전대미문의 공간, 전대미문의 나날이었던 것 같다. 내 예순여덟 평생에 그러한 죽음의 모습, 죽음의 현장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 죽음을 대하는 법, 인간과 장례의 의미에 관해서 그 뿌리부터 다시 생각하게 했다. 사람은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다시 되새기게 했다.
- 59페이지, 「코로나 사망자들의 마지막을 수습하며 2」 중에서
제발 내 곁에 살아가는 이들이 아직 살아 있을 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분이 어떻게 살아왔든 간에 말이다. 중요한 것은 과거 그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는가가 아니다. 그가 가족과 단절되었다 해도, 그게 그가 우리들과 단절되어도 괜찮다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 그를 홀로 내팽개쳐두지 않는 것은 가족의 의무가 아니라 우리의 의무다.
- 75페이지, 「이 땅 위에 연고가 없는 사람은 없다 2」 중에서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는 동물이라는 말은, 사람이 혼자 죽어서는 안 된다는 말과 동의어일 것이다. 나는 시신이 장사가 되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고, 그런 세상에서 죽고 싶지 않다.
- 82페이지,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는 동물이라면」 중에서
죽음을 삶과 떨어뜨려 놓고 생각하는 이 문화를 없애야 한다. 언젠간 나의 부모, 그리고 내가 가야 할 자리이다. 옛날에 우리 조상들이 딱 끊어놓은 생졸(生卒)이지만, 이제부터라도 붙이면 된다. 나는 그 둘이 같이 가야 모두가 편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 88페이지, 「삶과 죽음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중에서
그리고 산 사람들이 죽은 이가 가장 좋아했던 옷을 입혀드린다는 의의만 잊지 않으면 아무 문제 없다. 꼭 고가의 좋은 옷이 아니더라도, 새 옷이 아니더라도, 산 사람들이 정성스럽게 마련해준 옷으로 단장한다면 내가 이 세상에서 뭘 입고 죽느냐는 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마지막까지 그를 챙기려는 산 사람들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소중할 뿐이다.
- 100페이지, 「무엇을 입고 죽을 것인가」 중에서
관 속을 꽃밭같이 만드는 건 당신의 자유다. 그렇지만 시신 위에 당신이 준비한 국화꽃 한 송이를 얹어드려도 그 마음은 똑같다. 옛날처럼 엽전과 쌀을 입에 넣어드리는 것도 당신이 하고 싶으면 하고, 관에 넣어드릴 예단이라고 해서 종이로 꽃이나 뭐를 예쁘게 꾸며 채우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소박하게나마 고인이 살아 계실 때 잘하는 게 훨씬 더 귀중한 일이다. 죽은 뒤에 시신이 타는 리무진은 죽은 이와 아무런 관련도 없다.
- 111페이지, 「죽은 뒤에 리무진을 타면 무엇 하나」 중에서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은 이승과 저승을 가리지 않는다. 장례는 다만 그 마음의 표현일 뿐이다. 내가 산 사람을 위해 팔을 만들어드렸는지 죽은 사람을 위해 팔을 만들어 드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모두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 116페이지, 「장례는 산 사람들의 놀음이기에」 중에서
장례는 우리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준비해두라. 마음으로 준비하고, 몸으로도 준비하라. 그것이 고인의 유지를 지켜나가는 일이라는 걸 기억하라. 고인은 우리가 언제 어디서든 행복하고 여유롭길 바라고 있으리라. 그거면 됐다. 다른 게 뭐가 중요하랴.
- 137페이지, 「장례식, 절대로 업체에 휘둘리지 말라」 중에서
가족이라고 상대에게 모든 걸 다 퍼줄 필요는 없다. 물질로 퍼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믿음의 가능성을 주는 것이다. 내 흉한 과거와 상처를 모두 보여주어도 한 번은 내 처지에서 생각해줄 수 있는 누군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줄 수 있는 누군가에 대한 믿음은 너무나 중요하다. 핏줄은 그 믿음을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보루다.
- 143페이지, 「핏줄이란 무서운 것이다」 중에서
부모와 연고는 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등받이 정도의 역할만 하면 충분하다. 그 등받이에 언제든 편안하게 기대라. 그것은 인간이 줄 수 있는 가장 푸근한 관계망이다. 다만 거기에 기대니까 등을 떼기 싫어서 힘을 주고 비비다 보면 모든 것을 망친다. 유산과 상속 때문에 분란이 나고 탐욕스레 싸움이 벌어지는 건 정말로 불행한 일이다. 나는 가진 것이 없어 언젠가 이 사회에 통 크게 ‘한턱 쏘지’ 못할 것이 아쉬울 뿐이다.
- 158페이지, 「유산과 상속에 관하여」 중에서
그렇게 돈을 벌고 가정을 꾸리고 1980년대 중후반 즈음이 되고, 그 세대의 남자들이 30대 중반에서 40대가 되니까, 이제 다들 나쁜 짓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가정을 버리고 바람피우고 이리저리 싸돌아다니고…. 그러니 가정에 돌아올 수 있겠나? 돌아온들 가족 중에 누가 좋아할 것인가? 그러다 보니 꼼짝없이 고독사를 한 사례들이 정말 많다.
- 181페이지, 「베이비붐 세대가 가장 나쁜 인간들이었다」 중에서
그래서, 제사란 무엇인가. 제사는 자신의 삶과 자기 주위의 관계들에 감사해하는 마음이며, 그들과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겠다는 다짐이다. 그것이 아닌 제사는 모두 의미 없는 허례허식일 뿐이다. 나는 그것만은 잘 알고 있다. 내가 살아 있는 내 핏줄들과 우애와 배려를 나눈다면, 굳이 이승까지 나들이를 하지 않더라도 조상들은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 191페이지, 「제사란 무엇인가」 중에서
좋은 명당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햇볕이 따뜻하게 쬐고 바람이 잔잔한 곳이라면 어디든 그곳이 가장 좋은 명당이다. 돌아가신 분이 당신의 마음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는 곳, 당신이 자주 찾아뵐 수 있는 곳. 그곳이면 명당의 조건으로 충분하다. 좌청룡 우백호의 시대는 이미 지나간 지 오래다.
- 197페이지, 「명당은 ‘좌택시 우버스 1분’이라는 걸 잊지 말길」 중에서
죽음이 잠과 비슷하다고 해서 우리가 잠에 못 들지는 않는다. 밤에 잠들면 아침에 깬다고 생각하니 우리는 편안히 잠들 수 있다. 우린 보통 침대맡에서 배우자나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잠들기 마련이고, 다시 아침에 깨서 그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리는 죽지 않아서 그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죽으면 다시는 못 만날 거다. 그러니까 아직 살아 있을 때 그들과 더욱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 213-214페이지, 「내가 바라는 나의 죽음」 중에서
아무도 돌보지 않는 죽음의 마지막 목격자,
그가 우리를 향해 말해주는 죽음과 장례의 의미
“나는 산 자가 아닌 죽은 자를 위해서 일한다”
아무도 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을 수습하려 하지 않을 때, 누구보다 먼저 병원으로 달려가서 죽은 사람의 곁을 지키던 한 사람이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앞장서서 700여 명의 무연고 고독사 사망자, 기초수급자 사망자의 장례를 대신 치러준 사람이 있다. 이 세상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죽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힘겹게 살다 죽은 자의 마지막을 지키고, 그들의 임종을 목격했던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강봉희이고, 그의 직업은 장례지도사다. 과거에는 ‘염장이’라 불렸던 그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고인의 육신을 깨끗하게 닦아드리고, 가지런히 정돈된 시신에 수의를 입힌 후 염포로 묶어 입관을 준비한다. 또 영안실과 장례식장부터 화장이나 매장하는 곳까지 유족들과 함께하면서 장례를 전체적으로 주관한다. 한 사람이 숨을 거둔 뒤에도, 그가 흙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아직 죽은 이를 위해서 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의 저자 강봉희는 어디서 돈이나 무엇을 받고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그저 자기가 좋아서 한다. 함께 대구가톨릭대 평생교육원의 장례지도학과를 수료했던 후배들의 도움을 받아, 어떤 물질적인 보상도 없이 이 일을 계속해왔다. 그런 덕에 그는 아무 연고도 없이 외롭게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 돈이 없어 유족들도 장례를 꺼리는 사람들의 마지막을 지킬 수 있었다. 아무리 가진 게 없고 주위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분일지라도 죽은 뒤에 이 사회의 짐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누구든 돌아가셨을 때 기본은 해드리자는 마음을 갖고서.
20여 년 전 저승의 문턱에 다녀온 뒤,
장례지도사의 일을 하기로 결심하며
그가 이 일을 해온 지 어느덧 17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는 바로 그토록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 저자 강봉희가 그동안 죽은 이들을 위해 일하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영안실에서, 또 현장에서 시신을 만나는 게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그는 산 자와 죽은 자들에 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시신을 만지면서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할까? 그가 생각하는 인간다운 삶, 인간다운 죽음은 무엇일까?
책의 저자 강봉희가 장례지도사의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평범하진 않다. 그는 1996년 사십 대 중반의 나이에 방광암에 걸려 병원에서 시한부 삼 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로부터 몇 년간 투병과 재발을 반복하는 고통스러운 과정 끝에, 저자는 자신의 만약 살아서 병원 밖을 걸어 나간다면 정말로 인간답게 살아보겠노라고 마음먹는다. 돈 때문에 전전긍긍하지 않고, 남과 다투지 않고, 다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아가겠노라고.
그때 저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병실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장례식장이었다. 매일처럼 시신이 오가는 장례식장 앞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는 죽은 사람을 위한 봉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죽은 사람의 몸, 시체에는 누구도 손을 안 대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저기서 저 일을 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꺼리는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마땅한 일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하고도 존엄한 일이다. 그는 암에서 완쾌된 뒤 장례지도사가 된다. 강봉희는 그게 죽을병으로 몇 년 동안 죽네 사네 하다가 간신히 살아 돌아온 자신이 누군가를 위해 베풀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것 같았다고 고백한다.
고독사에 관한 그의 전언, 그리고
코로나란 비극에서 인간의 죽음을 생각하다
그랬던 그가 가장 마음 아파하며 신경을 쓰고 있는 건 무연고 고독사의 시신이다. 이 땅 위에 연고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 누군가의 연고자 혹은 주위 이웃이 외면하고 방치하는 죽음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2021년 한 해에만 고독사로 생을 마감한 사망자가 삼천 명이 넘을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가 수습하는 고독사 시신의 숫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그래서 지난 몇 년간 많은 언론과 방송에서 그에게 고독사 문제에 관하여 여러 의견을 구한 바 있다.
그렇지만 그는 누군가가 고독하게 죽었다며 호들갑을 떨지 말라고, 우리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사망 후 몇 달 지난 뒤 발견되었다고 거기 카메라를 들이대지도 말라고 비판한다. 살아 있었을 때부터 관심도 못 받고 잊혀버린 사람이 고독하게 죽었다고 사회적으로 떠들썩하게 구는 것은, 삶과 죽음을 뚝 떼어놓고 다른 선으로 바라보는 일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린 그가 살아 있을 때 그를 잊지 않을 수 있었고, 홀로 죽지 않게 그를 돌볼 수 있었다. 일이 벌어진 후 기사를 쓰거나 이론을 줄줄 읊기보단 행동부터 하라고, 주위에 그런 분들이 계시는 것 같다면 연락이나 자주 하라고, 찾아뵙기나 좀 하라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죽은 사망자들의 시신을 가장 먼저 수습했던 일 또한 우리 사회가 그를 주목하게 했다. 코로나가 대구에 번지던 2020년 2월, 감염에 대한 공포로 어느 장례식장에서도 코로나 사망자들의 시신에 손을 대지 않으려 하던 그때 그는 대구시청의 간절한 부탁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삼일장(三日葬)은커녕 죽은 시신을 가족이 마지막으로 보지도 못하는 죽음의 현장을 접하며, 그는 자기 예순여덟 평생에 그러한 비극은 처음이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 경험은 인간이 죽음을 대하는 법, 인간과 장례의 의미에 관해서 그 뿌리부터 다시 생각하게 하며, 사람은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되새기게 했다고 밝힌다.
‘삶과 죽음은 결코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죽음의 곁에서 길어 올린 따뜻한 성찰들
이 책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에는 고독사 문제와 코로나 시신의 수습뿐만 아니라, 죽음과 장례에 관한 모든 과정과 그에 대한 성찰이 구체적이고 꼼꼼하게 기술되어 있다. 저자가 염습대 위에서 시신을 정결하게 돌보고 사후경직된 시신의 몸을 풀어드리는 과정, 돌아가신 분들이 자기 몸에 남긴 흔적들의 이야기, 고인들에게 입혀드리는 수의(壽衣)에 관한 이야기, 고인의 몸을 장례식장에서 화장장으로 옮기며 그가 생각했던 것들, 우리는 모두 아기의 얼굴로, 아기의 표정을 하고 죽는다는 것, 죽은 이들의 유족을 찾고, 그 유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망자(亡者)를 향한 슬픔 혹은 원한을 풀어드리는 일 등등….
무엇보다도 그는 삶과 죽음을 끊어놓는 우리 문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죽음을 천대하는 우리 조상들의 역사는 결코 짧은 것이 아니었다. 과거에 백정이 염(殮)을 했고, 죽음을 다루는 업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천한 직업이었다. 죽은 이들의 산소를 저 먼 동네의 산꼭대기에 마련해두고, 귀신이 산 사람에게 오지 못하게 시신을 꽁꽁 싸매두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두 죽음을 안 좋은 것, 피해야 할 것, 마치 하나의 금기처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화장장이나 납골당이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 일본이나 주요 도시의 한복판에 공동묘지가 조성된 미국처럼, 우리도 죽음을 삶과 떨어뜨려 놓고 생각하는 이 문화를 점점 더 없애나가야 한다. 우리 조상들이 딱 끊어놓은 생졸(生卒)이지만, 이제부터라도 붙이면 된다. 저자는 그 둘이 같이 가야 모두가 편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죽음과 삶의 이야기들을 따뜻하게 풀어놓는다. 젊은 장례지도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장례식장에 절대로 휘둘리지 않는 방법들, 그리고 명당에 관해서, 가족에 관해서, 유족과 상속에 관해서, 핏줄에 관해서, 제사와 공동체에 관해서, 국경 없는 죽음에 관해서,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버린 어른의 역할에 관해서…. 그가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죽음의 곁에서 길어 올린 여러 단상들이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의 원고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장례는 결국 산 사람들의 놀음일지라도
죽은 이들에게 우리가 갖춰야 할 예의가 있다면
저자는 스스로를 죽음을 돌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죽은 몸을 돌보는 일은 엄숙하고도 복된 노동이다. 그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문명의 기초이며, 저자는 자신이 정성껏 염습해드린 시신을 그와 사랑을 나눈 유족들이 마지막으로 만나는 것만큼 보람된 일은 없다고 말한다. 장례지도사는 한 사람의 죽음을 주관하는 업을 하며, 그들이 죽은 자와 산 자에게 예를 갖춘다면 자신의 가족을 떠나보내는 유족들을 정말로 깊이 위로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무도 곁을 지키지 않는 죽음이더라도, 누군가는 그 한 많은 생의 마지막 목격자가 되어드리는 게 강봉희가 생각하는 이 세계의 마땅한 도리다. 장례식장에서 행해지는 모든 것은 다 산 사람들의 뜻이다. 장례는 결국 산 사람의 슬픈 축제이며 다 같이 부르는 만가(挽歌)와도 같다. 죽은 사람은 이미 죽는 그 순간부터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살아 있을 때와 죽는 그 순간까지 어떤 돌봄도 받지 못한 이들을 최소한이나마 인간답게 모시는 일은, 산 사람들의 놀음 이전에 한 사회의 의무이자 우리 자신의 의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 쓸쓸한 죽음을 마지막으로 외롭지 않게 지켜드리는 일. 저자는 그 일에서 조그마한 자부심을 느낄 때가 있었다고 말한다. 아무리 돈이 없고 가진 게 없더라도, 누군가의 애도가 없는 죽음이더라도, 장례는 결국 산 사람들의 위안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죽은 이들에게 우리가 갖춰야 할 어떤 예우가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그것이 있다고 믿고 있다. 장례지도사는 바로 그것을 지키기 위한 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작가정보
(사)장례지도사협의회봉사단의 단장이며, 과거에는 ‘염장이’라 불렸던 장례지도사의 일을 하고 있다. 10대 시절부터 건축업에 뛰어들어 열심히 살아가다 1996년 40대 중반의 나이로 암에 걸렸다. 병원에서 석 달을 못 살 거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극적으로 살아났다. 병실에서 내가 죽지 않고 살아나간다면 아무에게도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죽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자고 다짐했고, 2003년에 대구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 장례지도학과를 수료했다. 2004년 그곳의 후배들과 장례지도사협의회봉사단을 발족해 그때부터 대구시의 무연고자와 기초생활수급자의 장례를 치러드리고 있다.
낭독 문관일
1988년 KBS 21기 공채 성우로 데뷔했다.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성우계열 전임교수에 재임 중이며, 입체 낭송 성서와 『칼의 노래』 등 단행본의 낭독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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