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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

곽한영 지음
낭독자 신찬혁
사이드웨이

2022년 11월 29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02월 28일 출간

총 시간
8시간 50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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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 상품 정보
듣기 가능 오디오
제공 언어 한국어
파일 정보 mp3 (1206.00MB)
ISBN 9791191998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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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 총 20회
1회. 들어가며

26분 60.00MB

2회. 1-1. 올림픽 4강 신화, 그리고 라바리니 감독

16분 38.00MB

3회. 1-2 . 폐허를 딛고서

19분 45.00MB

4회. 1-3. 거대한 반격

21분 49.00MB

5회. 1-4. 한계를 넘어서 Limit Off!

22분 50.00MB

6회. 2-1. 배구의 탄생

30분 69.00MB

7회. 2-2. 배구공 이야기

16분 36.00MB

8회. 2-3. 경기장의 풍경

26분 60.00MB

9회. 2-4. 배구장 직관기

30분 69.00MB

10회. 3-1. 배구의 포지션

33분 76.00MB

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땐
“나도 좋아해! 배구를! 좋아한다고!” 모드를 장담한다.”
- 황규인 (《동아일보》 기자, 『친절한 R with 스포츠 데이터』 저자)

배구는 그냥 봐도 즐겁고 재미있다. 그런데, 깊이 보면 볼수록 헤아릴 수 없는 매력이 가득하다. 이미 겨울 스포츠의 최고 인기 종목이지만 배구는 더욱더 많은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운동이다.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배구의 기초부터 꼼꼼하게 파악하고, 그 흐름과 원리, 지식들을 알고 보면 ‘열 배, 스무 배는 더 재미있어지는’ 스포츠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2021년 도쿄올림픽 여자배구의 4강 신화를 그대로 잊어버리긴 아깝다. 이 책은 그때 당시를 세밀하게 소환하며 ‘배구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무엇이 코트 위의 선수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을까? 왜 배구는 팀원 간의 협력과 조화를 그렇듯 중요하게 생각하고, 왜 배구선수들은 코트 위에서 서로를 그처럼 힘껏 격려할까? 그 근본적인 이유를 알기 위해선 배구라는 종목 자체를 차근차근 되짚고 성실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배구는 그럴 만한 멋진 스포츠다. 코트 안의 선수와 감독들은 그렇게 ‘배구를 닮은’ 감동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배구선수나 코치 출신도 아니고, 배구를 업으로 삼은 것도 아니지만 수많은 배구 팬들과 전문가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과 인정을 받고 있는 ‘배구 덕후’ 곽한영 교수의 책이다. 저자는 배구에서 인생의 온갖 미덕과 반짝이는 교훈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부지런히 길어 올린다. 자신이 매혹된 이 스포츠의 즐거움과 행복을 우리에게 ‘토스’한다. 그게 배구다. 우리는 모두 같은 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그의 바람처럼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배구를 더욱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들어가며: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

Ⅰ. 올림픽 여자배구의 감동

1장 올림픽 4강 신화, 그리고 라바리니 감독 23
2장 폐허를 딛고서 33
3장 거대한 반격 44
4장 한계를 넘어서(Limit Off!) 56

Ⅱ. 배구의 풍경

1장 배구의 탄생
2장 배구공 이야기
3장 경기장의 풍경
4장 배구장 직관기

Ⅲ. 배구가 처음이신가요?

1장 배구의 포지션
2장 로테이션 시스템
3장 자, 공격이다!
4장 그래도 시작은 수비
5장 배구계의 융복합과 통섭? : 토털 배구의 시대
6장 작전타임 암호 풀이

Ⅳ. 배구장 안의 이야기

1장 ‘어떻게 지는가’가 더 중요할 때도 있다 : 세 가지 장면
2장 올림픽, 그리고 남은 이야기: 어떤 리더십
3장 감독의 시간
4장 펭귄들의 승리: 불완전한 이들의 완벽한 시즌
5장 『하이큐!!』, 그리고 일본 배구 이야기

나오며: 배구의 미래

공격에 성공해도 웃고, 수비에 실패해도 손을 들고 미안하다며 웃고, 서로 동선이 겹쳐서 부딪쳐도 웃고, 계속 서로 손뼉을 마주치고 껴안고 팔짝팔짝 뛰면서 웃는다. 땀 흘리며 달리는 사람들의 웃음이 이렇게 매력적인 것이라는 걸 처음 깨달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내가 ‘배구’라는 구덩이에 폭 빠져들게 된 것은.
- ‘들어가며: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 중에서

특히 배구는 팬서비스가 좋기로 유명한 종목인데 경기장에서도 코트와 관중의 거리가 가까울 뿐 아니라 경기 전후에 선수들을 직접 만나서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을 기회도 많다. 유튜브를 가장 잘 활용하는 종목이기도 해서 거의 모든 구단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본 경기보다 유튜브가 더 재밌는 팀들이 있을 정도라서 팬의 입장에선 수시로, 아주 가깝게 선수와 팀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 ‘들어가며: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 중에서

하지만 그 극복할 수 없는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기대하기 어려웠던 ‘다른 요인들’이 이 한계를 커버해주면서 우리나라 대표팀은 2021년의 도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의 황금 라인업이라고 일컬어졌던 2012년 런던올림픽 때와 같은 수준의 4강 진출 신화를 이루었다. 당시 우리 대표팀의 상황을 알고 있는 팬이라면 이게 얼마나 믿어지지 않는 꿈같은 결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장 8강 경기에서 우리나라가 꺾은 터키 대표팀은 국제배구연맹 순위상 세계 4위에 랭크되어 있는 팀인 반면, 우리나라는 14위에 불과했다.
- 「제1부 올림픽 여자배구의 감동」, ‘올림픽 4강 신화, 그리고 라바리니 감독’ 중에서

결국 한일전은 그렇게 피를 말리는 계산과 준비와 연습,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일본팀의 불운이 겹친 끝에 ‘안 되는 것을 되게 한’ 경기였다. 그러니 라바리니 감독이 일본전 승리 후 마치 금메달이라도 딴 것처럼 흥분하며 기뻐한 것도 당연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마치 상하좌우로 칼날이 난무하는 좁은 미로에서, 말도 안 되는 계산을 통해 유일무이한 좁은 틈을 발견하고, 그 사이를 목숨을 걸고 박박 기어나간 끝에 마침내 출구에 도달한 뒤 밝은 빛을 맞이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내가 틀리지 않았어, 우리가 틀리지 않았어!’라고 머릿속으로 한없이 외치지 않았을까?
- 「제1부 올림픽 여자배구의 감동」, ‘거대한 반격’ 중에서

나는 김연경 선수보다 더 승리에 대한 열망이 뜨겁고 주변의 선수들을 그 열망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강한 선수는 본 적이 없다. 젖은 장작에 불을 붙이는 가장 무식하지만 확실한 방법은, 어느 장작 하나가 나머지 장작들이 다 바짝 말라 마침내 불이 붙을 때까지 무작정 타오르는 것이다. 김연경 선수가 바로 그 무지막지하고 확실한 단 하나의 장작이었다.
- 「제1부 올림픽 여자배구의 감동」, ‘한계를 넘어서(Limit Off!)’ 중에서

독자들께서도 하늘로 솟아오른 공만 보지 말고 공이 떠오른 순간 순식간에 정해진 위치로 산개하여 ‘충격에 대비’하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셨어야 한다. 한 포인트 한 포인트에 인생의 굴곡을 조각처럼 새겨나가는 선수들의 진지한 희로애락을 보셨어야 한다. 김연경 선수와 함께 자신의 한계를 넘어 하얀 완전연소를 향해 나아가는 선수들의 타오르는 몸짓을 보셨어야 한다.
- 「제1부 올림픽 여자배구의 감동」, ‘한계를 넘어서(Limit Off!)’ 중에서

배구에서 공이 날아다니는 또 다른 이유는 한 사람이 연달아 두 번 공을 칠 수 없게끔 되어있다는 점이다. 혼자서 공을 두 번 다룰 수 없으니 내가 받는 공은 반드시 다음번에 누구에게든 연결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날아오는 공을 ‘단 한 번!’ 만에 다른 사람에게 연결시켜 주어야 하고, 다른 선수가 그걸 잘 받아서 또 다른 사람에게 연결시켜야만 ‘게임’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 특징이 배구의 결정적인 특징인 ‘시스템화된 팀 스포츠’라는 성격의 시작 지점이 된다.
- 「제2부 배구의 풍경」, ‘배구의 탄생’ 중에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국제배구연맹(FIVB)은 패널을 8개로 대폭 줄이고, 패널 표면에 골프공처럼 올록볼록한 딤플(dimple)을 넣어 정확도를 높인 새로운 공인구를 도입했다. 이 공인구를 만드는 곳이 일본의 스포츠용품 회사인 ‘미카사(Mikasa)’이기 때문에 ‘미카사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 V리그에서 쓰는 공은 국내 업체인 ‘스타(Star)’에서 제조한 것이기 때문에 국제대회를 즈음해서 ‘선수들의 미카사볼에 대한 적응 문제’ 같은 배구 기사들이 종종 나오곤 한다.
- 「제2부 배구의 풍경」, ‘배구공 이야기’ 중에서

그러다 보니 배구 경기 중계를 보다 보면 블로커의 머리까지 네트 위로 올라와서 선수들이 때린 스파이크를 팔이 아닌 머리로 블로킹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블로킹하는 선수들이 공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고개를 앞으로 숙이는 습관을 갖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일반인들은 팔을 쭉 뻗어도 못 닿는 위치를 헤딩으로 찍는 셈이니 배구 선수들은 진정한 슈퍼맨이라 할 만하다.
- 「제2부 배구의 풍경」, ‘경기장의 풍경’ 중에서

이렇게 여기저기 재밌게 구경하다보면 1시간쯤 전부터 선수들이 양쪽 코트에 나와 몸을 풀기 시작한다. 그런데 한두 명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모든 선수가 다 쏟아져나오고, 스트레칭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루틴에 따라 계속 공을 때리고 받고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기 때문에 벌써부터 코트가 가득 찬다. 게다가 선수들은 경기 중일 때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게 아니어서 좋아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 「제2부 배구의 풍경」, ‘배구장 직관기’ 중에서

경기장 밖으로 나오니 완전히 어둠이 내렸다. 김천 자체가 큰 도시가 아니지만 경기장은 여기에서도 외곽에 자리 잡고 있어서 다른 건물들의 불빛은 저 멀리 보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가족 단위로 경기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재밌었어? 우리 다음에 다시 올까?”라는 대화를 나누며 경기장을 나서는 모습을 보니 지방 도시에 아주 소중한 문화적 자산으로 배구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제2부 배구의 풍경」, ‘배구장 직관기’ 중에서

현재 여자배구가 남자배구보다 인기가 많은 이유로 도쿄올림픽에서의 성과를 꼽기도 하지만 실제로 경기를 관람해보면 여자배구에서 양 팀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공이 오가는 멋진 랠리가 더 많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배구의 수비 파트를 전반적으로 강화시킨 리베로 포지션이 없었다면 이렇게 랠리가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보는 이의 탄성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이자 배구에서 가장 화려한 장면 중 하나인 몸을 날리는 디그, 그 묘기에 가까운 수비들을 떠올려보자. 그런 수비가 대부분 리베로를 통해 나온다는 점을 생각하면 리베로 제도의 도입은 배구의 인기를 끌어올린 대단히 훌륭한 제도 변경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 「제3부 배구가 처음이신가요?」, ‘배구의 포지션’ 중에서

앞서 설명한 것처럼 로테이션 시스템의 핵심은 모든 선수를 일정한 자리에 묶어두는 것이 아니고 앞줄과 뒷줄 선수들이 바뀌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모든 선수가 제자리에 못 박혀있어야 한다면 배구가 엄청나게 경직된 스포츠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래서 일단 플레이가 시작되면 뒷줄 선수들이 앞줄로 나와서 블로킹을 하거나 공격을 하는 것은 금지되지만, 그 외에는 당연히 선수들이 코트 전체를 누비며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다.
- 「제3부 배구가 처음이신가요?」, ‘로테이션 시스템’ 중에서

많은 선수들이 동시에 뛰어올랐다가 떨어지는 사이에 폭포수처럼 백어택이 내리꽂히는 모습이 멋있기도 하고, 이런 과정이 공격수, 세터의 토스, 후위에서 뛰어 들어오는 백어택까지 톱니바퀴처럼 척척 맞아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배구 공격 기술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멋진 기술로 손꼽히기도 한다. 그래서 배구 중계를 보다 보면 파이프 공격이 나올 때 캐스터나 해설자가 “파이프로 내려꽂습니다!”라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 「제3부 배구가 처음이신가요?」, ‘자, 공격이다!’ 중에서

대개 배구 경기를 보다 보면 시선이 공을 따라서만 움직이기 쉬운데, 의식적으로 공이 없는 곳, 반대편 코트에서 숨을 쉬는 생물처럼 끊임없이 포메이션을 변경시키고 있는 수비수들을 보는 것도 이 스포츠의 묘미다. 동시에 이 수비수들을 속이고 타이밍을 뺏기 위해 여기저기서 쉴 새 없이 움직이고 공격 커버를 위한 위치를 계산하는 공격 진형의 나머지 선수들을 눈여겨보면 훨씬 더 깊은 배구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제3부 배구가 처음이신가요?」, ‘그래도 기본은 수비’ 중에서

결국 이런 장기적인 체질 개선과 과감한 시도는 올림픽을 앞두고 몇 년간 조율하는 것이 가능한 국가대표팀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라바리니 감독은 바로 그 지점을 잘 캐치하고 뚝심 있게 밀어붙였기 때문에 도쿄올림픽 4강의 신화를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중계 화면을 통해 함께 열광하던 우리 국민들은 브라질과의 4강전, 그리고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너무나 높고 명확한 벽을 확인하기도 했다. 특히 브라질과의 4강전은 도대체 뭘 해도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차원이 다른’ 배구의 절망감을 맛보게 했다. 결국 이것이 현대 배구의 흐름에 뒤처져 있는 우리 배구의 현실인 것이다.
- 「제3부 배구가 처음이신가요?」, ‘배구계의 융복합과 통섭?: 토털 배구의 시대’ 중에서

그래서 그 시절을 어렵게 관통해서 오늘의 배구 중흥기에 이른 배구인들은, 후배 선수들에게 단 한 명의 팬이라도 사인을 요청하면 무조건 해주고, 팬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일이라면 춤이든 망가지는

배구가 처음이신가요?

배구를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하고 싶으신가요?

배구의 세계로 당신을 안내하는,
이 다정한 징검다리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 부정할 수 없는 말이다. 스티비 원더가 “널 아는 것이 너를 사랑하는 것(To know you is to love you)”이라고 노래했듯, 무언가를 제대로 아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건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은 스포츠에도 해당될까? 우리는 스포츠의 디테일을 세세하게 알지 못해도 특정 종목을 사랑할 수 있다. 우린 배구의 두꺼운 가이드북을 읽지 않고 그 세부적인 룰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김연경 선수와 전광인 선수의 스파이크에 환호하거나, 김해란 선수와 여오현 선수의 몸을 날리는 디그에 전율할 수 있다.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교수이자 배구의 ‘찐팬’으로 유명한 곽한영의 생각은 어떨까.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저자 곽한영에 따르면, 배구는 그냥 봐도 즐겁지만 깊이 보면 볼수록 헤아릴 수 없는 매력이 가득한 스포츠다. 배구는 ‘알고 보면 열 배, 스무 배는 더 재미있어지는’ 스포츠다. 물론, 복잡하고 어려운 룰과 작전 하나하나 다 알지 못해도 괜찮다. 그런데 만약 배구에 관하여 기초부터 꼼꼼하게 파악하고 그 흐름과 원리, 정보들을 알아둔다면? 그럼 우리는 배구에서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길어 올릴 수 있다. 배구는 그만큼 멋진 스포츠이고, 그래서 인생의 수많은 미덕들이 담겨있을지도 모르며, 또 이 종목은 그만큼 우리 가슴을 뛰게 하는 ‘즐거운 공놀이’이기 때문이다.

배구는 이미 겨울 스포츠의 최고 인기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지만 배구는 더욱더 많은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쓴 곽한영은 누구보다도 그런 사랑의 힘을 알고 있다. 그는 무언가에 깊이 매혹된 채 ‘덕질’하는 일의 힘을 알고 있다. 그 자신 여자배구단 GS칼텍스의 오랜 팬으로서 그 팀에 대하여, 배구에 대하여 오랜 ‘덕후 생활’을 계속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2020-2021 시즌 GS칼텍스가 트레블 우승을 달성하자, 그의 글에 주목하고 있던 구단의 공식 요청으로 축하 원고를 쓰기도 했다. 곽한영 교수는 배구선수나 코치 출신도 아니고, 배구를 업으로 삼은 것도 아니지만 수많은 배구 팬들과 전문가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과 인정을 받고 있는 ‘배구 덕후’다.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 신화의 감동,
우리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코트 안의 이야기

아직 배구를 낯설어하거나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배구의 세계를 소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아마도, 올림픽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서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도입부는 2021년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 신화에 관한 글이다. 책의 저자 곽한영은 코로나로 한 해 늦게 개최된 2020’ 도쿄올림픽 당시 여자배구팀의 기적을 바라보며, 그 감동과 기적을 가능케 했던 여러 요인을 풀어놓은 시리즈를 연재했다. 그때 그 시리즈의 글들은 수천 건이 넘게 공유되고 수많은 이들에게 읽히면서 큰 화제를 낳았던 바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을 읽고 배구가 이렇게 재미있는 운동인지 몰랐다는 감상을 전하며, 배구라는 스포츠에 입문케 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곽한영은 전 국민을 감동케 했던 도쿄올림픽 여자배구팀의 활약에 배구의 매력이 압축되어 있음을 밝히며, 그 일련의 과정을 ‘배구의 세계’로 초대하는 징검다리로 제시한다. 우리 국가대표팀은 거듭되는 불운과 악재 속에서도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는’ 희망을 움켜쥐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의 세심한 전술, 김연경이라는 ‘단 하나의 장작’이 불어넣은 에너지, 선수들이 보여준 혼신의 열정과 엄청난 조직력,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깨는 코트 위의 집중력이 두루 합쳐진 결과였다.

무엇이 그처럼 코트 위의 선수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는가? 또 그 경기를 보던 우리의 가슴을 함께 태워버렸는가? 우리가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투혼에 감동을 받았다면, 이제 배구를 차근차근 공부할 차례다. 그들이 진지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이 스포츠의 매력을 남김없이 알아보아야 한다. 왜 배구를 경쟁보다 협력이 더 중시되는 스포츠라고 부르는지, 왜 배구에서 팀원들 간의 조화가 다른 어느 스포츠보다 중요한지, 왜 선수들은 슈퍼맨과 원더우먼처럼 그토록 저 높이 뛰려고 애쓰는지, 왜 선수들은 코트 위에서 쉴 새 없이 웃으며 한 포인트를 낼 때마다 서로를 있는 힘껏 격려하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2021년의 감동을 끝없이 기념하는 방법이자, 그 선수들을 향해 보여줄 수 있는 존경의 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배구는 어떻게 지금의 배구가 되었는가?’
배구장의 현장감과 동시대성을 놓치지 않는 스토리텔링

그러므로, 도쿄올림픽의 국가대표팀이 보여준 강렬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배구의 지식’을 향해 이어진다.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2부 ‘배구의 풍경’은 배구의 역사와 배구 코트를 둘러싼 이야기다. 저자는 대학의 교수답게 배구라는 스포츠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이 스포츠의 토대가 되는 여러 지식과 교양을 차근차근 풀어놓는다. 그는 1895년 미국 YMCA의 윌리엄 모건이 어떻게 이 운동을 생각해내고 발전시켰는지, 배구공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모습의 배구공이 되었는지, 네트가 발휘하는 오묘한 마법은 무엇인지, 배구 경기장과 코트는 왜 이러한 규격과 형상을 갖게 되었는지 등등을 설명한다. 자신의 배구장 직관기를 들려주며 중계 화면으로는 만나기 힘든, 뜨거운 경기 현장을 소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까지 배구라는 스포츠의 배경과 토대를 탄탄하게 되짚었다면, 이제 코트 위에는 여섯 명의 선수가 등장할 차례다. 책의 3부 ‘배구가 처음이신가요?’는 바로 이 책의 본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내용이다. 이 챕터에선 끊임없이 움직이는 선수들을 바로 그렇게 뛰어다니도록 만드는 배구의 핵심적인 작전과 기술, 역할들이 소개된다. 즉, 여기서는 배구의 규칙과 포지션, 공격과 수비의 여러 플레이들, 시스템 배구의 꽃이라고 불리는 로테이션 시스템 등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 배구는 단순하면서도 단순하지 않다. 저자의 면밀한 설명으로 이어지는 이 챕터를 읽으면 센터, 레프트, 라이트, 세터, 리베로까지 다섯 개의 포지션 선수들이 어떻게 그토록 치열하면서도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배구의 지식을 탄탄하게 설명하면서도, 딱딱한 교과서나 교본의 성격에 치우치지 않는다. 저자는 바로 지금 한국배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 세계 배구의 트렌드 속에서 우리 배구가 맞닥뜨린 딜레마, 경기 중인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주고받는 생생한 커뮤니케이션에 주목한다. 즉, 그는 배구의 현장감과 동시대성,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텔링을 놓치지 않는다. 저자는 도쿄올림픽 여자배구팀의 활약이 보여주었던 전략과 전술이 전원 수비, 전원 공격이라는 ‘업템포 토털 배구’의 흐름과 연결되는 흐름에 주목하며, 현재 배구계의 최대 화두인 ‘토털 배구의 시대’를 분석한다. 또 작전타임에 오가는 감독과 선수 사이의 여러 관용적인 표현을 풀이해서 독자들이 코트 안의 흥미진진함을 더 잘 즐길 수 있게 도와준다.


“무한한 협력의 연속이야말로, 배구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즐거운 공놀이’ 배구가 전해주는 인생의 미덕들

이 책의 저자 곽한영은 4부 ‘배구장 안의 이야기’를 시작하며 말한다. 길이 18미터, 너비 9미터의 직사각형 배구 코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우리가 그토록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단지 공이 이리저리 날아다니기 때문만이 아니라고. 그 안에 코트를 채운 이들의 눈물과 웃음, 좌절과 성공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그렇다. 거기에는 매서운 눈매로 네트 너머를 노려보며, 코트 이쪽 편의 서로에게 “등 뒤는 내가 지켜줄게!”라고 크게 외쳐주던 사람이 있었다. 우린 그들의 몸짓을 바라보면서 그들이 느끼던 온갖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그들과 한마음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배구의 단단한 지식을 쌓은 독자들이 다시금 코트 뒤에 숨어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차례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4부에서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 현대캐피털의 전광인 선수와 이승원 선수, 그리고 최태웅 감독, OK금융그룹의 이민규 세터와 이 팀을 지휘했던 김세진 전(前) 감독, 그리고 ‘불완전한 이들이 모여 완벽한 팀을 만들었던’ 2020-2021 시즌의 GS칼텍스팀 등을 소환한다. 그들에게서 진정성과 열정, 리더십과 책임감, 신뢰와 연민 등의 여러 미덕들을 발견하고 우리에게 전해준다. 그뿐만 아니다. 저자는 배구 팬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으며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 선수 등도 높이 평가했던 배구 만화 『하이큐!!』의 의미와 인기 요인을 파헤치고, 그러한 콘텐츠가 일본 배구의 어떠한 토양에서 탄생할 수 있었는지를 전면적으로 분석한다.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저자 곽한영은 말한다. 결국 배구의 본질은 ‘즐거운 공놀이’일 것이라고. 자신이 배구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선수들이 땀 흘리며, 웃으며, 달리며, 서로를 부둥켜안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함께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곽한영 교수의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배구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책이다. 저자는 배구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배구를 더 잘 이해하고 사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배구 사랑을 그저 덤덤하고 성실하게 전달할 뿐이다. “어쩌면 무한한 협력의 연속이야말로 배구의 가장 근본적인 미덕일지도 모른다”라는 이 책의 문장처럼, 그가 우리에게 전하는 『배구, 사랑에 빠지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배구와 닮은 삶을 살고 있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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