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으로 데려다줘
2024년 11월 0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8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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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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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으로 데려다줘》는 엄마에게서는 무거운 비밀을, 생부에게서는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딸이 30년 전 여름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 중 의도된 악인은 없다. 그저 상처의 고통을 알기에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안정과 행복이 결핍된 이들이 갈등을 회피하며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다. 잔인하게도 그들의 무조건적인 희생이 불러일으킨 나비효과는 비극을 안긴다. 그러나 그 뒤엉킨 좌절 속에서도 서로를 위한 헌신과 사랑으로 삶을 극복해 나가는, 행복하고 싶은 사람들의 성장통을 담고 있다. 더불어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하게 드러나 있는 토스카나의 풍경 묘사는 영화 같은 생동감과 마치 드넓은 와이너리를 거니는 듯한 현장감을 풍부하게 전달한다.
“아, 죄송해요. 제 소개를 먼저 해야 했는데 말이에요. 저는 도나텔로와 코스타의 법률 사무소에서 일해요. 이탈리아에 있는 안톤 클라크 씨의 법률팀이고요. 그래서 연락드렸어요.”
그녀의 말에 나는 조금 더 정신이 들어 몸을 곧추세우고 앉았다.
“당신 아버지께서 유언장에 당신을 올렸어요. 상속인으로요. 따라서 몇 가지 서류에 서명하셔야 합니다.”
그녀가 설명했다.
“잠깐만요……. 그분이 뭘 했다고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10p
주차장을 가로지르자 광활한 들판, 숲, 나란히 정돈된 계단식 포도밭이 내려다보였다. 동쪽에는 어두운 소나무 숲이, 그 옆으로는 올리브 나무 숲이 있었다. 햇빛을 받은 올리브 나무의 옅은 잎사귀들이 희미한 은빛으로 일렁였다.
-42p
와이너리를 비롯해 와이너리의 모든 상품, 건물과 장비, 토스카나 내 900헥타르의 땅과 와이너리에서 보유 중인 모든 현금은 전부 피오나 벨 앞으로 남겼습니다.”
화기애애하던 공간에 일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지금 그가 뭐라고 한 거지? 내 입안은 바싹 말라가기 시작했다.
-77p
금고 깊숙한 곳에 손을 넣어 더듬자, 손끝에 차갑고 단단한 것이 닿았다. 또 다른 열쇠였다. 그 단철 열쇠는 꼭 중세 시대의 예술품 같았다. 혹시 놓친 게 더 없는지 확인하려고 금고를 흔들어 보았지만 그게 다였다.
“메모라도 같이 넣어두실 수는 없었던 거예요?”
이게 어디에 맞는 열쇠일까 궁금해하며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영혼에게 속삭였다.
-131p
“우리, 지금 남은 시간이 얼마나 있죠?”
그의 목소리에는 위트가 서려있었고 그의 눈동자에는 반짝이는 달빛이 갇혀있었다.
“시간은 충분해요.”
자기도 모르게 충분하다는 말을 뱉은 릴리언은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187p
그녀를 설레게 만든 건 토스카나였을까? 아니면 이곳에 도착한 이래 내면을 변화시킬 만한 또 다른 무언가가 있었던 걸까? 릴리언은 이곳에 와서야 자신이 활짝 피어난 것 같았다. 그건 꽤 좋은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두려움을 내려놓았고, 경계를 풀었다. 앞으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열리는 마음의 크기만큼 상처받을 자리 역시 커질 거라는 불안감도 덤으로 딸려왔다.
-227p
“나도 당신과 대화하는 게 좋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녀의 일부는 조금만 더 같이 있어달라고 애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알고 있었다. 그녀가 그에게 끌린다는 건 하늘도 알고 땅도 알았다. 그가 조금 더 머물면 그들은 서로를 품에 안게 될 것이다. 키스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상을 원하게 될 것이다.
-255p
릴리언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소녀였을 때부터 엄마가 되는 것을 꿈꿨다. 자신이 자란 것과는 다른, 행복하고 견실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그녀는 남편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진심으로 이해해야 했다. 그리고 자신도 남편에게 사랑받고 존중받으며 진심으로 이해받기를 원했다.
하나 분명한 건 프레디는 그런 남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아빠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릴리언이 오직 자신만 돌봐주기만을, 절대 자신을 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364p
나는 붓을 쥐고 한때 안톤의 소유였던 이젤 앞에 서있었다. 그가 화려한 해바라기 들판과 양귀비밭, 토스카나 포도밭의 석양을 그리기 위해 들고 다녔던 이젤이었다. 아직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을 한 번도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절대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편이 좋다는 진리를 깨달아 가는 중이다. 언젠가는 토스카나를 그리기 위해 밖으로 모험을 떠날지도 모른다.
-463p
엄마가 죽기 전에 속삭인 비밀과
한번도 본 적 없는 생부가 남긴, 막대한 유산이 의미하는 것
《그 여름으로 데려다줘》는 피오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발신지는 이탈리아로, 만난 적 없던 생부의 부고 소식과 유산에 관한 전화다. 피오나는 엄마가 죽기 전에 털어놓은 비밀 때문에 이미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그를 만나러 가는 건 자신을 키워준 아빠를 배신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애써 그 존재를 외면한다. 하지만 사지 마비 환자인 아빠를 보살피며 경제적으로 부담이 컸던 피오나는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이탈리아로 떠난다.
그곳에서 마주한 생부의 가족은 전 재산과 같은 와이너리를 피오나에게 준다는 유언장이 공개된 이후, 그녀를 더욱 마뜩잖게 생각한다. 특히 이복남매들은 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그들의 아버지가 피오나의 엄마에게 협박당했다는 증거를 찾으러 떠난다. 살벌한 분위기 속, 갑작스럽게 자신의 앞으로 남겨진 와이너리를 팔아야 할지 고민하던 피오나는 30년 전에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고자 한다.
과연 피오나는 그 여름의 토스카나에 묻힌 비밀을 찾아낼 수 있을까?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상처나 후회,
이를 위로하고 어루만질 수 있는 성장 소설
저자 줄리안 맥클린은 특유의 유려하고 다정한 문체로 다양한 방식의 사랑을 그려낸다. 이 소설 역시 낭만의 도시,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여 입체적인 군상으로 여과 없이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복잡한 관계성 등 여러 가지 모습을 꾸밈없이 묘사한다. 또한 사랑하기 때문에,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한 선택에 대한 후회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해서 메시지를 전한다. 가장의 무게를 미련하게 참아내기만 한 피오나처럼 마음의 상처를 숨기는 것은 보이지 않을 뿐, 살을 파고들어 더욱 곪을 것이라고. 혹은 상처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품지도, 내치지도 못한 피오나의 어머니처럼 미련하게 회피한 관계의 말로는 잔인할지도 모른다고. 일순간 맥클린이 전하는 호소력 짙은 이야기에 매료된 독자들은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며 공감하거나, 간접적인 경험을 받아들여 이입할 수 있을 것이다.
'했더라면 좋았을걸' 싶은 삶,
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유유히 흘러가는 것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이탈리아로 향한 피오나는 과거의 진실에 다다를수록 단단해져 간다. 불운의 사고로 사지 마비가 된 아빠를 보필해야 한다는 부담, 엄마가 자신에게만 밝힌 무거운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죄책감, 친아빠를 살아생전 한 번도 만나러 가지 않았다는 후회를 고스란히 견뎌낸 피오나는 그 복합적인 마음을 어떻게 회복하고, 이 엉킨 마음을 풀어나가야 하는지 깨닫는다. 애써 자신은 괜찮다며 회피해 오던 비틀어진 관계를 똑바로 마주할 수 있게 된 피오나는 집으로 돌아가 미처 토스카나에서 듣지 못한 이야기와 아빠의 진심을 듣게 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토스카나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나 싱그러운 포도 내음이 느껴지는 것 같은 여운을 느낄 수 있다. 각자의 세계관 속에서 피오나가 된 독자들이 그 여름 향기를 체감할 때, 돌아갈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그 시간에 얽매어 있을 것이 아니라 받아들인 후 한 걸음을 새롭게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피오나와 함께 30년 전의 이탈리아로 여정을 떠난다면 토스카나의 낭만적이고 벅찬 계절감에 빠질 뿐만 아니라 살면서 저마다 겪게 될 상처와 회한을 보듬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JULIANNE MACLEAN
줄리안 맥클린은 《USA 투데이》 베스트셀러 작가로 《컬러 오브 헤븐Color of Heaven》 시리즈를 포함해 서른 권 이상의 소설을 썼다. 로맨스 작가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인 리타상 최종 후보에 네 차례 올랐으며 북셀러 베스트와 《로맨틱 타임스Romantic Times》의 리뷰어 초이스를 포함해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소설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부가 팔렸고 열두 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국내 소설로는 《이토록 완벽한 실종》이 있다.
줄리안 맥클린은 캐나다 노바스코샤 핼리팩스의 킹스 대학에서 영문학을, 노바스코샤 울프빌의 아카디아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녀는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에서 지내기도 했다. 지금은 남편, 딸과 함께 캐나다 동부 해안 호숫가 집에서 살고 있다.
재미 삼아 번역한 원고로 호기롭게 출판사 문을 두드려 번역에 발을 들였다. 취미를 업으로 삼는 삶이라니. 늘 그렇듯 운이 좋았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책을 미리 염탐한다는 짜릿함에 매료돼 기획안을 만들고 번역을 한다. 두 세계의 고랑을 자연스러운 언어로 메우는 번역가가 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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