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해피엔딩
2024년 11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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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8689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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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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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극장」은 체코 남보헤미아 주의 작은 도시, 체스키 크룸로프의 봄을 배경으로 했다. ‘이발사의 다리’ 위에 있는 여자에게 자신을 영사기사로 소개한 남자는 바로크 극장을 구경시켜주고, 여행자는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는 구멍을 발견한다.
「한여름 낮의 꿈」은 동료들과 떨어져 점심시간을 홀로 보내는 여자가 어느 날 오스트리아 빈의 작은 클래식 공연장으로 순간 이동하는 이야기다. 그곳에서 죽은 사람, k를 만난다.
「겨울밤 한 여행자가」에는 충동적으로 바라나시행 비행기를 탄 남자가 나온다. 기내에서 낯선 여자와 대화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던 연인을 떠올린다. 인도는 내게 환대의 나라다. 스물아홉에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나는 더 많이 실패하고 더 자주 죽음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 여행이,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이 나를 살게 했다.
「지프를 타고」에는 나의 많은 소설이 그렇듯 외로움이 가득 담겨 있지만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보려고 노력했다. 기대를 품고 간 라다크에서 미주는 원치 않은 사람에게 손을 붙잡히고 환멸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 그 또한 인생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인다.
「다리를 건너가는 흑백 소년」은 카프카를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썼다. 자신을 카프카라고 소개한 소년은 날마다 ‘다른 것’으로 변신할 수 있다. 카렐교에서 남자와 조우한 소년은 돌연 돌고래로 몸을 바꾼다. 남자를 등에 태워 블타바강을 유영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만났던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번은」의 주인공은 파리의 한 카페에서 편지를 쓴다. 떠났다 돌아왔지만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닌 옛사랑에게 건네는 쓸쓸한 연가.
「티티원숭이는 티티원숭이의 방식대로」는 한 여자가 만난 사람들의 목록, 이성과 동성 사이, 사랑과 우정 사이,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조명한 소설이다. 조각보를 연결하듯 지난 인연을 정성스레 불러 모았기에 파편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이런 파괴적인 시도를 즐기는 편이다.
「눈의 아이」 속 마흔을 앞둔 여자는 한겨울,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러 비에이로 떠난다. 귓가에서 들리는 아이의 목소리. 아이는 스무 살 무렵 여자가 자신의 몸에서 지운 태어나지 못한 생명체다. 크리스마스에 돌아가신 할머니와 이름으로 증명되는 크리스마스트리, 그리고 이름을 갖지 못하고 사라진 아이가 등장하는 존재와 소멸 이야기.
「최후의 사람」은 폼페이에 갔을 때 이 어마어마한 고대도시 방문을 잊지 않고 꼭 소설을 써보겠노라 다짐한 마음의 결과물이다. 유리관에 보존된 시신이 ‘최후의 날’을 증명한다면 돌아가신 아버지와 지금 어깨를 맞대고 있는 연인은 현재의 ‘나’에게 ‘최후의 사람들’이다.
「프라하의 밤:밀란 쿤데라를 추모하며」는 나라는 사람이 많이 담긴 소설이다. 「다리를 건너가는 흑백 소년」처럼 프라하를 배경으로 했고 또 한 번 ‘저명한 작가’를 소환했다. 불면증을 앓는 여자는 늦은 밤, 화약탑 아래서 기타 치는 남자 앞에 서고 그가 한국에서 함께 소설을 공부했던 정세훈이라는 걸 알게 된다. 두 사람은 문학과 작가, 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여름 낮의 꿈-빈에서
겨울밤 한 여행자가-바라나시에서
지프를 타고-라다크에서
다리를 건너가는 흑백소년-프라하에서
한번은-파리에서
티티원숭이는 티티원숭이의 방식대로-로마에서
눈의 아이-비에이에서
최후의 사람-폼페이에서
프라하의 밤(밀란 쿤데라를 추모하며)
남자가 떠난 자리에 종잇조각 하나가 떨어져 있었고, 소년은 거기 적힌 글자를 읽었다. “어느 날 잠에서 깨었을 때 나는 한 마리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었다.” 남자의 문장을, 소년은 귀중하게 가슴에 품었다. 서쪽에서 불어온 갈바람. 누군가 숨을 내뱉은 것처럼 목덜미가 간지러웠고 소년은 그게 남자가 자신에게 건넨 노래라는 걸 알았다.
사시사철 사람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소년은 계절별로 난청을 앓았다. 가을마다 찾아오는 패턴은 아니었고 봄일 때도, 여름일 때도, 겨울일 때도 있었다. 올해는 고독하고 외로운 소리가 잘 들려서, 소년은 이 계절이 마음에 들었다. <다리를 건너가는 흑백 소년> 중에서
잠결에 갑각류의 집게다리 같은 것이 부드럽게 살을 긁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미주는 꿈을 꾸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눈꺼풀 속에서 눈알이 사방팔방 구르는 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꿈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속엣말을 했다. 손이면 어떡하지?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봐 그녀는 눈을 뜨기가 겁났다. <지프를 타고> 중에서
너가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체념 때문이야. 이런 너일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고 다른 생김새, 다른 밉새, 다른 냄새를 단념한 것. 너에게 어울리는 부사. ‘전부’가 아닌 ‘겨우’. 가까스로. 간신히. 겨우겨우 할 수 있는 걸 하자. 너의 노력, 너의 기질, 너의 습관, 너의 신념, 너의 속도. 네가 가장 중요해. <한번은> 중에서
독자들이 킬킬거리며 읽을 만한 내용을 구상해 봐. 심각하고 따분한 스토리는 개나 줘 버려. 그런 게 통했던 시대는 지났다고.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리며 훅 읽으면 그만인 이야기, 롤러코스터 타듯 즐겁게 소비되는 이야기, 기내용 잡지에 실릴 만한 가벼운 콩트는 어때? 첫눈에 반한 사랑도 좋고, 잊지 못할 첫사랑도 괜찮지. 작별 인사를 하지 않고 헤어진 연인에 대한 원망도 나쁘지 않고. 방귀나 트림, 잠꼬대나 주사를 소재로 풀어낸 인간 관계도 재미있지 않을까? <프라하의 밤>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이재은
2015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제23회 심훈문학상을 수상했다. 1인문화예술공간 마음만만연구소를 운영하며 소설창작워크숍, 문학필사, 에세이 쓰기 등을 진행한다. 명지대 객원교수로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소설집 『비 인터뷰』, 짧은 소설집 『1인가구 특별동거법』 등과 실용서 『짧은 소설 가이드북』을 공저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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