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리스
2024년 11월 17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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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4293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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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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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여 개의 DNA 정보와 신상, 병력, 위치 등 400개 개인정보가 내재된 생체칩(bionic microchip)을 이식하는 근미래. 칩리스(Chipless)는 칩을 이식하지 않은 사람을 의미하는 명칭이다. 이처럼 발전한 과학기술로 유전자를 배양, 클론을 복제하여 상용화하려는 사회. 시욱과 클론 오안은 주변의 차별적인 시선에도 뜻밖에 우정을 나누게 된다. 이후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되어 각각 다른 세상을 살게 되지만, 이들은 불운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싸우는데….
1부 시욱 이야기
2부 가나 이야기
3부 시욱과 가나 이야기
에필로그
작가의 말
“그 아이는 누구예요?”
“이미 만났니? 그럼 알겠구나. 네 유전자를 모델링해 만든 클론이야. 당분간 여기서 연구할 거야.”
(…)
고요한 방에서 둘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검은 머리칼. 갈색 눈동자. 작고 둥근 어깨. 길게 뻗은 팔. 그리고 두 마음. 거울로 자기 모습을 보는 것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 드는 이유는 각자에게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시욱은 생각했다.
“이름이 있니?”
“오안이에요.”
“오안? 특이한 이름이네. 내 이름은 류시욱이야.”
- 21P
시욱이 가시 돋친 말로 오안의 가슴을 후비려던 순간, 오안이 꽃송이에서 다시 꽃잎을 따서 입에 넣었다. 한 잎. 두 잎. 세 잎. 마치 꽃잎이라는 맛있는 음식을 시욱이 양보해 준 것처럼 행복한 표정을 지었으므로 시욱은 모진 말들을 잊어버렸다.
시욱은 이따금 그날로부터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을 생각해볼 때가 있다. 그리고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들 사이에서 흩어지지 않고 떠오르는 오안의 상냥한 미소를 온전히 떠올려보곤 한다. 그날, 오안의 부드러운 미소를 본 그날이 바로 시욱과 오안이 처음 만난 날이었다.
- 26P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겠구나. 서로에게 생긴 첫 번째 친구.
“우리 그럼 친구 할까?”
“인간과 클론이 친구가 돼도 될까요?”
시욱은 오안의 미래였고, 오안은 시욱의 과거였다.
- 41P
시욱은 그동안 오안의 따뜻한 면모를 보며 그렇지 못한 자신을 스스로 반성해왔다. 인간이 인간에게 모진 것에 관해 여러 날 생각해보기도 했었다. 만약 인간이 되는 기준점이 생긴다면 지금과 다른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간의 기준점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클론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54P
어두운 것에 익숙해지면 어둠 속에 있어도 어둡다는 것을 모른다. 하지만 잠시라도 빛을 보게 되면 상황은 변한다. 모래벌판에서 구출되어 도시의 빛을 본 순간, 시욱은 배신자로서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깨달았다. 단 몇 분일지라도 모래벌판에서의 일들이 평생에 걸쳐 영향을 끼칠 거라는 걸 예감했다.
- 96P
가나는 오안의 이름을 부를까 망설이다가 그만두었다. 어째서인지 오안과는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연결된 느낌이기에 오히려 조금 거리를 둬야만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 124P
오안이 함께 가자는 의미로 가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나는 수많은 갈림길을 떠올렸다. 가보고 싶었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갈림길을. 그 선택에는 오안과 함께하는 것이 전제되어 있었다. 가나는 오안의 따뜻한 손을 맞잡았다. 오안과 함께 있으면 어떤 것도 겁내지 않게 된다는 걸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고 있었는데 손을 잡자 마음이 확실해졌다. 오안과 함께라면 발 들인 적 없는 곳조차 가본 곳처럼 편안하게 느껴질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아직은 모르지만. 모른 채로 분명 어딘가로 갈 테지만.
- 183P
“…오안, 당신을 이제 칩리스chipless라고 부르면 어떨까요? 칩리스는 말 그대로 칩이 없는 인간이라는 의미예요.”
“제가 만들어지지 않고 태어났다는 걸 인정하신다는 의미로 들려요.”
“제 인정은 필요 없어요. 인간 누구의 인정도 필요 없고요. 오안은 이미 스스로 인간이라 생각하고 있잖아요.”
“네, 저는 줄곧 제가 인간이라고 생각해왔어요. 저는 마음이 있는 인간이에요. 앞으로 칩리스로 살겠습니다.”
생체칩을 제거한 인간, 칩리스. 클론이라는 굴레를 벗어난 오안이 생체칩을 제거한 첫 번째 인간, 칩리스가 되겠다고 선언한 의미 깊은 순간이었다.
- 206P
“흥미로운 세계관과 탄탄한 서사,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싶은 두 주인공이 있다.”
★ 장강명 작가 강력 추천! ★
시욱은 생체칩을 개발한 연구소장의 아들이다. 심장이 안 좋은 자신을 위하여 자신의 생체칩을 이용한 첫 클론인 오안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시욱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오안이 싫기만하다. 그러던 어느 날, 생체칩 이식을 반대하는 테러가 일어났고, 테러리스트에게 붙잡혀 친구인 오안과 인신매매범에게 넘겨졌다가 홀로 구해진다. 어느새 오안을 피를 나눈 형제와 같이 생각했던 시욱은 오안을 뿌리치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시욱은 15년간 계속 그의 행방을 찾는다. 그러던 중 정보사냥꾼인 캐셔에게서 오안이 칩리스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듣게 된다. 칩리스(Chipless)는 칩을 이식하지 않은 사람을 의미하는 명칭이다. 그들은 생체칩 전면 이식이 시행된 후 캠프에 숨어 범죄 집단과 결탁해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오안이 칩리스가 되었을 거라고 확신한 시욱은 캐셔의 도움으로 칩리스가 사는 거처를 찾아가게 되고 드디어 오안을 만나게 되는데….
★ 여덟 번 전면 수정, 17년 만에 출간!
★ 대한민국콘텐츠대상 스토리 부문 수상작
한국 SF의 새로운 획이 될 작품
2024년 제2회 신구문화상, 2024 창원의 책을 비롯해 안양시, 연천군 등에서 한 도시 한 책에 선정된 청소년 소설 《비스킷》의 김선미 작가가 모두에게서 소외된 사람들을 주제로 전작에 비해 한층 성숙해진 문체와 함께 돌아왔다. 복제 인간과 인간인 오안과 시욱 두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신작 《칩리스》가 2024년 가을 드디어 선보인다.
2007년 첫 습작을 시작해 15년 동안 일곱 번의 변주를 걸친 작품은 15년 만에 ‘대한민국콘텐츠대상’에서 스토리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며 알을 깼고, 17년 만에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작가는 “처음 이 작품을 쓴 뒤 여덟 번째 버전으로 완성한 《칩리스》가 비로소 출간된다. 17년 만이다. 17년이라고 소리내어 말해 보면, 가슴이 울컥하며 눈물이 날 것 같다. 그간 나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나. 그간 《칩리스》는 어디를 헤매고 다닌 걸까. 그런 생각이 머리를 삼킨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내게 시간인 것 같고, 기회인 것 같고, 배움인 것 같다.”라며, 독자분들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일깨우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작가의 말을 전했다.
기술이 아닌 마음으로 그린 복제 인간과 인간의 이야기
생체칩이 필수여서 개개인의 정보뿐만 아니라, 복제 인간과 인간을 칩으로 구분할 수 있는 사회. 인간 복제를 찬성하는 이들과 이를 반대하는 이들의 대립으로 시욱의 집 앞은 늘 소란스럽다. 시욱을 위해 만들어진 복제 인간 1호인 오안에겐 생체칩이 이식되고 둘은 함께 살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 복제를 반대하는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납치된 시욱과 오안. 시욱의 생체칩을 제거하려는 이들 앞에 오안은 자신이 시욱이라는 거짓말을 하고, 결국 오안의 생체칩이 제거된다. 그렇게 오안의 도움을 받은 시욱은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안위가 우선이었다. 그렇게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 오안과 시욱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장기 이식, 복제 인간이라는 세계관은 흥미로운 소재인 동시에 독자에게 다소 무거운 주제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독자에게 무겁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탄탄한 서사와 함께 따뜻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두 주인공, 시욱과 오안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얼핏 복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는 듯하지만, ‘시욱은 오안의 미래였고, 오안은 시욱의 과거였다.- 43P’라는 말은 두 사람이 생리학적 동일성이 아닌 서로의 손을 잡고 마음을 나누는 정서적 연대인 이유다. 작가는 이들이 서로를 통해 성장해 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표현하며 온기를 그렸다. 특히, 주인공 시욱이 어린 시절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겪는 내면적 갈등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용기를 발휘하는 과정을 통해 한 인간으로의 성숙과 이해가 돋보인다.
‘나’이자 ‘너’에게 보내는 사과이자 참회의 기록
《칩리스》에서 작가는 복제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기술 논리나 미래 자원이 아닌, 인간과 인간의 관계로 오롯이 그리고 있다. 여기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타인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서로 다르게 태어났지만, 각자의 세상에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희생과 연대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어두운 것에 익숙해지면 어둠 속에 있어도 어둡다는 것을 모른다. 하지만 잠시라도 빛을 보게 되면 상황은 변한다.- 96P”와 같이 인간이든 복제 인간이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절망 속에서도 빛을 발견하는 순간이며, 그 빛은 결국 서로를 위한 마음이 될 수 있다. 결국 이 작품은 인종 차별, 장기 이식 등 인류애적인 문제들을 ‘생체칩’이라는 주제에 과하지 않게 녹여 내고 적절히 완급을 조절하여 인간이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타인의 존재가 자기 삶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칩리스》는 복제 인간과 생체 칩을 이식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한 근미래적인 SF 소설이지만,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감동 그리고 이들이 성장하는 여정은 독자의 마음을 녹이고 공감의 따뜻함을 새기며 전 연령의 독자에게 강렬한 울림을 줄 것이다.
“어떤 영화보다 더 감동적이고, 여느 드라마보다 더 뭉클한 여정.
종(種)을 넘어선 이들의 연대를 통한 위로가 느껴진다.”
이 작품은 섬세하고 치열하게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를 묻는다. ‘태어나면 인간이고 만들어지면 인간이 아니다’라는 몇몇 등장인물의 주장에 동의하는 독자는 없을 테다. 그렇다면 태어난 인간은 어떤 경우에 인간성을 잃는가? 만들어진 인간은 어떻게 인간성을 얻는가? 우리는 인간의 여러 특성 중 무엇을 인간성이라 부르며, 그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묵직한 질문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흥미로운 세계관 위에 탄탄한 서사와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싶은 두 주인공이 있기 때문이다. 폭력적인 분위기 속에서 폭력 그 자체와 맞서는 인물들의 결단과 희생에, 그리고 그런 캐릭터와 이야기를 창조해 낸 작가에게 찬사를 보낸다. - 장강명(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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