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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돌아갑니다, 풍진동 LP가게

임진평 , 고희은 지음
다산책방

2024년 11월 29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1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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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4.32MB)
ISBN 9791130658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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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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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재개발 광풍이 불었지만 공사가 중단되어 떠날 사람들은 이미 다 떠난 서울의 후미진 동네 ‘풍진동’. 이제는 오가는 사람도 몇 없는 이 동네에 허름한 LP가게가 조용히 문을 열었다. 이곳엔 멋들어진 실내 장식도 요란한 간판도 없다. 그저 6천 장이 넘는 중고 LP만 상자째로 얼기설기 쌓아두고 신용카드 결제조차 안 돼서 손님을 당황하게 만드는 엉성한 가게다. 어딘가 모자라고 어설픈 이 가게의 특별한 점은 바로 수많은 LP 한 장 한 장마다 붙어 있는 포스트잇이다. 주인 정원은 가게에 들여놓은 LP판에 손으로 직접 쓴 감상평을 붙여 누군가에게 새로운 추억이 될 수 있도록 건넨다.
곧 풍진동의 이 이상한 LP가게에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리기라도 한 듯 점차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클릭 한 번이면 원하는 음악을 손쉽게 들을 수 있는 시대, 굳이 음악을 발견하고 감상하기 위해 도시 외곽의 LP가게로 발걸음을 옮긴 그들은 나름대로의 아픔을 하나씩 안고 있었다. 부패를 일삼던 전 강력반 형사, 몰락한 아이돌 그룹 멤버, 취업난과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취준생, ‘불량’하다고 불리는 미혼모 변호사, 병원을 버리고 야반도주한 정신과 의사까지……. 저마다의 사정을 가진 그들은 서로를 섣불리 판단하지도, 위로하지도 않는다. 대신 기꺼이 서로의 곁을 내어준다. 『오늘도 돌아갑니다, 풍진동 LP가게』가 건네는 위로는 LP와 닮아 있다. 느리고 투박하지만 그래서 더 정겹고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33년간 팝 음악의 역사와 함께한 「배철수의 음악캠프」 라디오 DJ 배철수가 “책장을 여는 순간, 치유의 음악이 들려옵니다”라는 말과 함께 강력하게 추천했고, 밀리의서재에서 선공개되면서 소설 분야 1위에 올라선 아날로그 감동 소설이다.
프롤로그: Vinyl Saves Us
-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

정원
-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D.821
- 예스터데이 원스 모어
- 이 풍진세상을 만났으니……
- 토카타와 푸가 D단조 BWV.565

원석
- 댄싱 베어풋

두만과 동만
- 나는 죽어가는 것이 두렵지 않아요
- 바이 디스 리버
- 데스티니

미래
- 첼로협주곡 B단조, Op.104

시아
- 블루 벌룬

다림
- 놓지 마
- 아 유 고잉 위드 미?
- 그래, 이게 나야!

원장
- 퍼펙트 데이
- 다시, 첼로협주곡 B단조, Op.104

원석
- 아프리카
- 가장 슬픈 일

정원
- 친구

미래
- 깨진 그릇

예분
- 서핑 유에스에이

정원
- 꿈을 꾼 후에
- 스케치스 오브 스페인
- 구름
- 하이웨이 투 헬

에필로그: Still, Vinyl Saves Us
- 원석
- 정원
- 미래와 원장
- 시아와 다림
- 동만과 두만
- 톰 소령

작가의 말
플레이리스트

사람들은 인생을 흔히 마라톤에 비유한다. 100미터 달리기처럼 눈 깜빡할 새에 끝나지 않는다는 점, 출발점과 도착점이 다르다는 점, 42.195킬로미터를 뛰다 보면 그사이에 반드시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는 점, 그리고 그 고통을 이겨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네 삶을 연상시켰을 거다. 하지만 정원은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턴테이블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음반을 바라볼 때마다, 정원에게 인생이란 어딘가에서 출발해 또 다른 어딘가에 도착하는 게 아니라 빙글빙글 돌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건 아닐까 싶었다. 매일매일 달이 지구를 돌고 지구가 또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것처럼 턴테이블 위에서는 레코드판이 돌았다. 정원은 그게 좋았다. 빙글빙글 회전하는 세계에서는 누가 먼저 앞서간다고 해서 앞서는 것도 아니요, 뒤처진다고 해서 급해질 필요도 없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 똑같은 태양이 뜨고 똑같은 아침이 와도 어제의 태양과 오늘의 아침은 다르니까. _15쪽

정원은 음악을 듣기 전 레코드판을 턴테이블에 올리는 일련의 행위를 좋아했다. 아니, 사랑했다. 종이 재킷에서 조심스레 바이닐을 툭툭 쳐 분리한 후 경건한 의식을 치르듯 지문이 묻지 않게 양 손바닥을 쫙 펴서 고정하고, 그다음에는 마치 로봇처럼 허리를 회전시켜 턴테이블 위로 바이닐의 위치를 먼저 잡는다. 그리고 하강. 엄지와 검지로 바늘을 가져다 바이닐 표면 위에 조심스레 올리는 마지막 단계를 거치면 마침내…… 레코드판이 빙그르르 회전하며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음악이 공간을 채울 때, 그제야 참았던 숨을 조용히 내쉴 수 있다. 정원은 그 일련의 과정을 사랑했다. _29쪽

음악은 저마다 생명을 갖고 있어서 그렇게 살아 움직인다. 어떤 곡은 곧 잊히기도 하지만 또 어떤 곡은 여러 모양으로 변형되면서도 끝내 살아남아 누군가의 추억이 된다. 턴테이블 앞에 가만히 앉아 돌아가는 레코드판을 바라보며 정원은 정안을 생각했다. 정안은 언젠가 물었다.
“형, 추억은 힘이 될까? 짐이 될까?”
그때 정원은 선뜻 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묻는다면 주저 없이 말했을 거다. 당연히 추억은 힘이 된다고. _40쪽

어떤 이유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살아 있다는 사실이 곧 살아야 할 이유다. _110쪽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오케스트라에 맞선 첼로 연주자의 외로운 싸움. 그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공연 역시 실패로 돌아간다. 오케스트라의 음량에 묻히지 않고 치열하게 싸워 이긴 연주자들, 이를테면 파블로 카살스나 재클린 듀프레이 같은 이들의 연주를 듣노라면 그에게도 알 수 없는 용기가 생겨났다. 피에르 푸르니에의 연주를 들으면서는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안야 타우어의 도이치 그라모폰 초반과 빨간색 스테레오 로고의 피에르 푸르니에 LP 초반을 그가 얼마나 가지고 싶어 했던가. 다양한 버전의 「첼로협주곡 B단조」는 그에게 삶을 영위하게 하는 하나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_150쪽

모르는 사람들 눈에는 그들이 언뜻 한 가족처럼 보이기도 했다. 일테면 손님 중 한 아주머니는 시아와 미래가 19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미래에게 부모님이 금실이 좋아서 늦둥이를 보셨나 보다는 말을 던져 미래를 황당하게 했다. 누군가는 원석을 미래의 아빠로 오인했고 정원을 미래의 오빠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 당사자인 정원과 원석, 미래와 시아는 모르는 이들의 그런 시선이 불편하게 느껴지거나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은근히 즐기기까지 했다. 가족은 좋은 거니까. _171쪽

하늘 아래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이에게 작별 인사를 고해야만 하는 것도, 또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황망히 떠나보내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건 모두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애초에 나를 사랑하는 이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깨닫고 인정하는 일이었다. _241쪽

정원은 유독 상처 입은 사람들을 알아봤고, 그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냈다. 원석은 정원이 카론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또 어떤 슬픔과 고통을 겪었는지도 모르면서 길을 잃고 헤매다 이상한 LP가게를 찾은 그의 상처를 한눈에 알아봤다. 어떻게 알아본 걸까?
“알아본 적 없어요. 다만…….”
정원은 말의 뒤끝을 흐렸다.
“다만, 뭐지?”
원석은 물어놓고는 문득 추궁조로 들리지는 않았을까 정원의 표정을 살폈다.
“LP요.”
다행히 정원은 여전히 예의 무심한 얼굴,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이 LP를 고르는 모습을 보면 어쩐지 그 사람의 마음이 보이는 거 같아요. 아니, 정확히는 저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거겠지만.”
원석은 자신이 멜러니 사프카의 음반을 집어 들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잠시 떠올려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로 상식적인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_244쪽

“이 책은 레코드판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책장을 여는 순간, 치유의 음악이 들려옵니다.”
-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철수 강력 추천 -

★★ 밀리의서재 소설 분야 1위 ★★
★★ 밀리의서재 북마스터 선정 1위 도서 ★★
★★ 2024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화제작 ★★

두 달 후 죽기로 결심했는데
웬걸, 너무 바빠서 죽을 시간이 없다…

여기, 가족을 모두 잃고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포기하고자 하는 한 남자, 정원이 있다. 마치 오래전부터 삶의 마지막을 기다려왔다는 듯 정원은 어떤 머뭇거림도 없이 천장에 노끈을 묶고 의자에 올라섰다. 의자만 발로 툭 차면 원하는 대로 세상에 이별을 고할 수 있었던 순간, 정원은 딱 두 달만 더 살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갑자기 죽음이 두려워졌거나 새삼스럽게 삶에 미련이 남아서는 아니었다. 단지 아버지가 남긴 6천여 장의 LP판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유품이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가 살아온 증거이자 인생 그 자체’라던 누군가의 말이 불현 듯 떠올랐고, 자신에게 남겨진 LP판들이 지금은 모두 죽고 없는 가족과 함께했던 흔적이 새겨진 유일한 물건처럼 여겨졌다. 소중한 음반들이 쓰레기로 버려지도록 차마 둘 수 없었던 정원은 그 길로 ‘바람에 날리는 티끌’이라는 뜻을 지닌 풍진동에 LP가게를 열었다. 빈 건물 1층을 두 달짜리 깔세로 빌려 무작정 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장사 수완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정원에게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고, 가게에 손님이 몰리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우습게도 정원은 어느새 자신과 약속한 두 달하고도 1년이 다 지나도록 너무 바빠 죽지 못하게 되는데…….

1년 전 죽으려 했던 사람에게 이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그 누가 예상했겠는가. 예상은커녕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그런데 결국 정원은 죽을 새가 없어 살아남았다. 더 중요한 건 자신만 살아남은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_본문 중에서
어쩌면 죽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죽고 싶을 만큼 외로웠던 게 아닐까?

중고 LP가게를 배경으로 한 『오늘도 돌아갑니다, 풍진동 LP가게』는 다소 침체된 분위기로 시작한다. 정원은 어렸을 때부터 웃지 않는 아이였다. 성장하면서 점차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하고 얼굴에 표정이 감돌게 되었어도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일이 여전히 아주 쉬운 것은 아니었다. 가족을 잃은 후 더욱 깊어진 고독 속에서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고려할 정도로 어두운 내면에 침잠해 있던 정원의 마음을 천천히 밝힌 것은 LP가게에 찾아오는 손님들이었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두 작가, 임진평 영화감독과 고희은 작가의 특별한 만남에서 탄생한 이 소설은 마치 오래된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처럼 독자의 기억과 감정을 어루만진다. 삶의 무게에 지쳐 ‘한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이들에게 단단하고 깊은 희망을 전하는 이 소설은, 고희은 작가의 말처럼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찬찬히 다시 바라보고, 저마다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그들과 친구가 되고 때로 가족이 되는 기적을” 꿈꾸게 한다. 같은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식사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은 친구보다도 더 가까운, 서로가 서로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LP가게의 손님들은 정원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소설처럼 우리는 혼자만의 동굴에서 벗어나 타인과 만날 때 비로소 삶의 무게를 덜고 일상을 살아가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힘겨운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독자라면 이 소설을 통해 누군가와 연결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친구라고 여겼던 LP가게의 사람들이 정원에게 마치 가족처럼, 운명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먼저 떠나보낸 동생은 오히려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혈연이 아니어도 서로 선택하고 아낌없이 사랑을 나눌 수 있었을 존재, 그래서 역시 소중한 존재. 가족이든 친구든 의미는 조금씩 달라도 그들 모두를 사랑하고 있음을 정원은 점차 깨달아가고 있었다. _본문 중에서

레코드판에 새겨진 연륜으로
흠집 난 영혼에게 건네는 속 깊은 위로

세상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더 빨리, 더 많은 발전을 이루기를 요구한다.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사회가 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것만이 당연하고 정상적인 삶인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풍진동 LP가게는 이런 풍조를 거스르는 곳이다. 잡음이 섞이고 때로는 소리가 튀는 불완전한 존재라도 기꺼이 턴테이블 위에서 돌아가며 노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준다. 바늘이 천천히 LP판에 새겨진 홈을 따라가듯, 서두르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숨겨야만 한다고 생각하던 상처와 아픔도 어느새 따스하고 깊이 있는 울림이 되어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그렇기에 풍진동의 이상한 LP가게는 정원이 세상을 떠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남은 날들을 살아가기 위한 구원의 장소가 된다. 이곳에는 성공과 실패를 재단하는 대신 각자의 속도와 음악으로 회복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한다는 생각에 외로워하고 있다면 아름다운 선율과 연대의 손길을 선뜻 내밀어주는 풍진동 LP가게의 문을 열어보자. 누군가의 온기가 그리운 날, 완벽하지 않은 영혼이라도 있는 그대로 환대받을 수 있는 이곳은 오늘도 레코드판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정원에게 이상한 LP가게는 그 마음들이 모여든 곳이었다. 정원을 지구 밖으로 튕겨 나가지 않게 꼭 잡아준 마음들. 사랑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소중한 마음들이. _본문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임진평

이야기가 만들어 낼 기적을 믿는 사람. 어렸을 때부터 영화감독을 꿈꿨다. 하지만 막상 영화감독이 되고 보니, 중요한 건 오로지 ‘어떤’ 영화감독이 되는지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 후 길 위의 생명들을 위해 음악회를 여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개와 고양이를 위한 시간」과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인간과 동물 피해를 다룬 다큐멘터리 「인간의 마음」을 만들었다. 동물원과 펫숍을 반대하고, 영화로 보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글로 쓴다.
x.com/dir_lim

저자(글) 고희은

음악이 만들어 낼 기적을 믿는 사람.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와 동대학원 예술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책과 음악으로 청춘을 보내고 문화기획자이자 작가로 살아왔다. 2024년부터 홍대-합정 사이에서 카페 겸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 여행 에세이 『고독한 사람들의 도시』를 펴낸 후 본격적으로 유럽 3부작 소설 작업을 하다 잠시 방향을 틀어 음악 소설을 함께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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