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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힘 농업 안내서

다음 세대를 위한 안내서 시리즈 4
유재흠 지음 | 안난초 그림
너머학교

2024년 11월 22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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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70.85MB)
ISBN 979119289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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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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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힘 농업 안내서』는 전북 부안에서 벼와 콩, 우리밀 등 흔히 먹는 작물 농사를 지어 온 농부 유재흠 선생님이 들려주는 농업 이야기이다. 대학에서 고고미술사학을 공부하고 20대 중반 귀하여, 30년 이상 건강한 농사를 위해 농법을 혁신해 온 이야기이자 협동의 원리로 일하고 조직하며 겪은 실패와 성취를 담은 기록이다. 벼농사의 우렁이 농법, 우리밀, 양파, 마늘 등을 유기농으로 기르는 매뉴얼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농업의 미래에 대한 성찰도 담았다. 저자의 담백하고 유머러스한 글과 안난초 작가의 따스하고 풋풋한 그림은 본격 농업 이야기를 즐겁게 만나게 해 준다.
2023년 농업 가구 수가 백만 아래로 떨어졌고 식량 자급율은 쌀을 제외하면 20%를 밑돈다. 기후 변화와 세계 푸드 시스템 문제까지 겹쳐 누구나 농업은 위기라고 한다. 그러나 1990년대 초 수입 개방 전후로 농사를 시작하여 30년 넘게 친환경 농사를 지어 온 유재흠 선생님은 농업은 늘 위기였고, 어렵기는 하지만 행복하며 희망 있는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이 책 『1%의 힘 농업 안내서』에는 그 행복과 희망의 근거가 담담하고도 풍성하게 담겨 있다. 20대 중반 맨손으로 귀농한 초보 청년 농사꾼 부부는 지역 선배들에게 농사를 배우는 한편 기계로 배워 주변 땅을 다 갈 정도로 일을 하여 기반을 닦았다. 관행 농사에 익숙한 주변 농민들을 친환경 농법 전환을 설득하여 성공과 실패를 번갈아 겪으며 철저하게 이기적으로 원칙을 지키는 것만이 협동을 위한 유일한 길임을 알게 되었다. 자급율 1%인 우리밀의 존재가 수입 밀을 더 건강하게 바꾸고, 4%에 불과한 유기농 농법이 관행 농사에서도 농약과 화학 비료를 줄이도록 변화시켰다는 지적은 예리하고 새롭다. 2023년 논 17필지를 혼자, 밭 8,000평을 세 명이 새로운 농법으로 지은 농사가 풍성한 결실을 이루기까지 곡절 많은 이야기가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게 영상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협동을 위해 『몬드라곤에서 배우자』를, 우리밀을 알기 위해 1930년대 중반 최초의 한국 농민과 농업에 대한 인류학적인 조사인 『조선 반도의 농법과 농민(다카하시 노부로 지음)』 등을 공부했다. 꾸준히 사회와 경제 관련 책을 읽으며 공부를 계속하여, 이 책에서 인류의 농업 혁명과 우리밀의 역사, 농민들과 시민들의 투쟁의 결과인 농업을 지원하는 여러 제도와 정책들을 친절하고 조리 있게들려준다. 벼농사부터 우리밀, 마늘, 양파, 콩 등 밭농사의 자세한 매뉴얼, 농업 관련 기관과 이주 노동자 정책, 또 기후 변화와 농업의 대응 방향까지 진로를 농업으로 꿈꾸는 십대들과 청년, 그리고 농업을 걱정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해 줄 것이다.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서 핵심적인 이슈들을 십대들과 함께 생각해 보는 ‘다음 세대를 위한 안내서 시리즈’, 북한의 변화한 현실을 다룬 『다음 세대를 위한 북한 안내서』, 통일 찬반론을 상세히 알아보는 『다음 세대를 위한 통일 안내서』, 지역소멸과 수도권 집중 문제를 쉽고 생생하게 이야기한 『어디에서 살까? _ 다음 세대를 위한 탈서울 안내서』에 이은 네 번째 책이다.
들어가며

농부의 살림살이
시작은 마무리부터
농사를 마주하는 자세
이동 수단 변천사
농기계의 진화
오르기만 하는 임대료, 내 땅 한 평
농사지어 살 만한가?
충전의 시간

함께 일하기
협동 생산 조직을 만들자
친환경 농업을 향하여
사고, 그리고 불면의 날들
아이쿱생협과의 인연
우리, 젊은 농부들
홍대로 일본으로 연수를 떠나다
협동의 두 모습
실패를 나누는 일

숙명의 작물 밀
대부분은 모르는 우리밀의 역사
우리밀이 부활하다
우리밀의 시련
나의 밀농사
부안군우리밀영농조합법인의 시련과 영광

땅과 작물과 사람이 행복한 농사
한 걸음 더
유기 농업의 새로운 전환, 탄소치유농법으로
토양 만들기
이랑과 고랑 만들기
밭일과 이주해 온 일꾼들
풀매기, 그 타이밍
마늘, 양파 수확과 건조
밥상에 필수 감자 농사
알찬 콩농사
벼농사의 귀한 조력자들
마음이라는 열매

묻고 생각하는 농업의 미래
맺으며

리틀 적토마(내가 타는 125시시 스쿠터다)를 타고 괜히 어슬렁거리듯 여기저기 논밭을 돌아다닌다. 내년에 여기는 뭐
심을까, 저기는 뭐 심을까 생각도 해 본다. 겨울을 나고 있는 마늘밭에 멈춰 서 “추운디 욕덜 보네~.” 구시렁거리며
말을 걸어 본다. 며칠 전 내린 겨울비에 마늘 잎사귀가 보기 좋게 자랐다. 농사는 준비가 반이다. 밭에 버려진 농사
잔해와 쓰레기를 주워 낸다. 지난 여름 태풍을 못 이기고 기울어진 옆집 은행나무, 얼기설기 밭모퉁이에 부대끼며
꼬불거리고 자라 있는 뽕나무, 새끼 쭉나무(가죽나무의 사투리) 미안하지만 깨끗이 베어 낸다. (12쪽)

그런 실패의 과정을 거쳐 나는 이제 안다. 농사에서 작은 문제를 바로 정리하지 않으면 그 문제는 하루에 두 배씩 커진다는 것을. 생각을 너무 오래 하지 않고, 힘든 것에 대한 두려움을 툴툴 털고, 가급적 곧바로 행동에 돌입한다. 좀 더 쉽고 편한 길은 없다. 따지고 주저하는 사이에 잡초는 더 크게 자라고 둑은 터진다.
농사를 지으면서 지금도 이런 일을 매일 겪는다. 어지간한 짐은 그냥 어깨에 짊어지고 간다. 웬만한 길은 걸어서 간다. 물꼬가 터지면 맨손으로라도 막는다. 잡초가 올라오면 들어가서 뽑는다. 막고 품는다. (18쪽)

농사의 규모가 커진다고 소득이 마냥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벼농사의 경우 한 사람이 최적의 효율을 내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규모는 12헥타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내 경험으로도 그 정도가 적절해 보인다.
밭농사의 소득은 기술과 연관되어 있다. 밭농사는 논농사에 비해 임대료는 낮지만 인건비와 비료 값이 5~10배 이상 더 들어가는 노동 집약적 농업이다. 따라서 수확량이 적거나 품질이 떨어질 경우 손해를 보기 쉽다. 하지만 확고한 기술적 자신감이 있다면 밭농사는 매우 매력적인 농사이다. 참깨를 100평 심어서 150만 원을 벌기도 했고 감자
를 1,000평 심어서 1,000만 원을 벌기도 했다. 그러면! 농사지어 살 만한가? 나의 결론은 살 만하다! (34쪽)

작목반 회원들을 설득하여 친환경 농사로 방향을 돌리기로 뜻을 모았다. 친환경 농사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풀이었다. 논이나 밭이나 풀매기는 가장 큰 일이었다. 그러던 1990년대 중반 왕우렁이를 이용한 제초 방법이 도입되면서 친환경 벼농사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처음에는 크기와 수량, 물 관리 요령을 몰라 더러 실패하기도 했지만 우렁이를 이용한 제초 기술은 화학 제초제를 사용하는 것 이상으로 놀라운 효과를 냈다.
이것을 계기로 유기농 벼농사는 매우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제초 이외의 방법들은 터득이 쉽지 않았다. (52~53쪽)

2006~2007년도는 세계 곡물 가격이 매우 불안정한 해였다.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곡물 생산량이 급감한 것이다. 밀 수출국이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곡물 수출 금지령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밀 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아랍 국가에서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였다. 생활이 어려워진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생활의 어려움은 독재 권력에 대한 분노로 발전하여 혁명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재스민 혁명’(2010년 튀니지 국민이 독재 정권에 반대하여 일으킨 반정부 시위에서 시작하여 북아프리카와 중동 일대로 번진 민주화 혁명. 튀니지의 국화(國花) 재스민에서 유래된 명칭)에는 이처럼 국제 밀 가격 급등이라는 배경이 있다.
국제 밀 가격이 3배 이상 오르자 4~5배에 달하던 국제 밀 가격과 국산 밀의 가격이 1.5배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사정을 배경으로 새로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제2 녹색혁명’을 내걸고 국산 밀 장려 정책을 편다. 제1 녹색혁명이 박정희 시절 쌀의 자급을 목표로 했다면 제2 녹색혁명은 겨울 작물인 밀의 자급률 10퍼센트 달성을 목표로 추진되었다. (92~93쪽)

기후 변화에 따른 농업의 변화가 어떤 이들에게는 기회가 된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먹거리의 대부분은 스마트 팜에서 길러 낼 수 없는 식량 작물과 토양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채소와 과수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는 우리의 식량 체계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자원 고갈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2022년 세계적으로 비료 사용량이 줄었습니다. 비료 가격이 상승한 탓이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고 칼륨, 인산염 등 비료의 원료를 수출하는 나라들의 수출이 통제되었기 때문입니다. 기후 위기가 심화되고 자원이 바닥을 보이면서 자원 이기주의, 국가주의가 날로 심해지고 있습니다. (162쪽)

최근 들어 귀농, 혹은 청년 농업인에 대한 각종 혜택과 지원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실제 생활을 해 보면 그 지원만으로 농촌에서 자리를 잡는 것은 솔직히 불가능합니다. 처음부터 큰돈을 대출받아 기계를 들이고 ‘스마트’ 어쩌고 하는 기술로 농사를 지으려다 실패해서 빚을 지게 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농촌에서의 삶이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자산을 쌓는 것입니다. 사회적 자산이라 함은 농촌의 지리적, 경제적 정보와 인간관계에서의 믿음이나 신뢰 같은 것들이지요. 땅을 임대하거나 단기간에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가지는 데 있어서 이런 정보와 관계 들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172쪽)

땅과 작물과 사람이 행복한 농사를 지은 30여 년의 기록

『1%의 힘 농업 안내서』를 쓴 유재흠 선생님은 대학 졸업 후 젊음과 농업, 농민 운동에 대한 열정으로 귀농한 뒤 30여 년 동안 농사를 지어 왔다. 이 책은 그 30여 년 분투의 기록이다. 땅을 빌려 농사를 짓기 시작하고, 콤바인과 이앙기 등 기계를 익혀 지역의 논과 밭을 다 갈고 다니다 일이 끝나면 3일을 기절하듯 잠들었던 농사의 기반을 닦은 시절, 그리고 우렁이 농법을 배우고 주변 농민들을 설득하여 친환경 영농법인 단지를 만들며 겪은 성취와 실패, 마음 맞는 사람들과 ‘미친 듯이 농사짓는 사람들 - 미농사’를 조직하며 전혀 새로운 협동의 결실을 맛보기까지 온갖 사건들이 다큐멘터리 영상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사라지다시피 했던 우리밀을 알게 되면서 20여 년 동안 우리밀을 안정적으로, 국수나 빵 등으로 가공하기에 적합하도록 품질을 개량하는 일에 매진하고 전국을 다니며 강연을 하기도 했다. 이런 저자의 노력은 「한겨레21」을 비롯 여러 매체에서 다룬 바 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난 후 탄소치유농법이라는 친환경 농법을 배우는 한편 몇몇 농민들과 작물과 밭, 비용 등을 모두 함께 사용하여 정산하는, 즉 ‘살림을 통합하는’ 정도의 농사를 하면서 ‘기술을 최고로 비용은 최소로’ 수렴되는 협동 농사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자신 있게 말한다. 하루 종일 일하고도 밤을 새울 기세로 ‘마늘을 언제, 얼마나, 어떻게 심을까’를 토론하는 것이 세상 어떤 것보다 더 재미있고, 아무리 싸워도 다음날 새벽이면 잊어버리는 ‘50대의 기억력’이 위대하다는 너스레가 유쾌하다.
이제 농사는 적정한 규모를 찾아 1,200평짜리 논 17필지는 혼자, 세 명이 짓는 밭농사는 밭 30마지기에 밀과 콩을, 양파는 5,400평과 대파 1,000평, 마늘 1,000평, 감자 1,600평 규모이다. 이 정도 규모 농사에서 얻는 수입과 지출 등 살림살이도 자세히 들려준다.


힘을 모으고 실패를 나누는 협동의 어려움과 기쁨

『1%의 힘 농업 안내서』를 쓴 유재흠 선생님은 농사를 시작하면서 협동, 협동 조합의 원리로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몬드라곤에서 배우자』 등을 공부했다고 한다. 함께 일해야 일이 잘 되고 결실도 커진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쉽지는 않았다. 이 책에는 유기농 벼 단지와 영농 조합 등을 만들기 위한 저자의 노력과 시련,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첫 번째는 몇 년 동안 관행 농사에 익숙하여 제초제를 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주변 농민들을 설득하여 유기농 벼 단지를 만들어 생산하여, 가장 풍년을 이룬 해에 사고가 난 일이다. 벼에서 농약이 검출되었던 것이다. 몇 개월 동안 수습을 위해 뛰어다니고 나니 불면의 밤이 이어졌다. 저자는 결국 적당히 두루뭉술하게, 라며 원칙을 지키지 않았던 것을 반성하며 대의를 위해, 라고 넘기지 말고 더 철저하게 더 나 자신을 위해 농사를 짓자, 라는 원칙을 세우게 되었다.
두 번째는 ‘미농사(미친 듯이 농사짓는 사람들)’의 경험이다. 미친 듯이 농사를 짓자며 10여 명이 몇 년간 함께 여러 방식의 협동을 실험하며 최적의 방식을 찾아간 이야기가 펼쳐진다. 협동 조직과 농법을 배우러 일본에 연수를 가고 농한기엔 홍대와 서울 곳곳을 함께 다니며 긴장을 풀고 우정을 다졌다. 작물 종류부터 심는 날짜, 방법 모두 끝장 토론을 한 결과 이제는 비용과 일, 결산을 함께 하는 ‘살림 통합 농사’를 짓는 눈만 마주쳐도 알 수 있는 동지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주며 협동 조직의 원리를 곱씹어 보게 한다.


99%를 바꾼 1% 우리밀의 힘

저자는 우리밀을 숙명의 작물이라 한다. 왜일까? 현재 밀 자급율은 1%로 미미하다. 그러나 우리밀은 『조선왕조실록』과 『농사직설』 기록으로 알 수 있듯이 아주 오래 전부터 길러온 주식 중 하나였다. 1954년 한국전쟁 직후 미국의 밀이 원조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재배 면적이 줄기 시작하여 1984년 밀가루에 대한 관세를, 1990년에 밀 알곡에 대한 관세를 없애면서 거의 100% 수입에 의지하게 된 것이다.
1991년 우리밀을 살리자는 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되는 중에 농사를 시작한 저자가 부안에서 우리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밀 수입 자유화의 물결이 휩쓴 뒤였다. 저자의 밀농사도 전국 우리밀 농사처럼 수입산 대비 비싼 가격이라는 장벽과 변덕스런 날씨, 또 수요와 공급을 잘 맞추지 못하는 등 여러 고비를 겪었다. 거래처를 아이쿱생협으로 단일화하여 계약 재배로 재배하기까지, 우리밀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재배 방법을 여러 번 혁신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부안군우리밀영농협동조합은 2022년에는 제1회 국산 밀 우수단지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는 성과를 거두었다.
『1%의 힘 농업 안내서』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우리밀의 역사를 생생하게 들려주면서 품종과 파종법, 비료 구성과 주는 시기 등 농법까지 자세히 들려준다. 단지 자급율 1%만으로 안전한 먹거리의 본보기가 되고 수입 밀이 농약, 방부제, 표백제 등을 덜 사용하도록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1%의 힘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4%밖에 안 되는 유기 농사의 방법이 관행 농사에 전파되어 소식 재배, 제초제와 합성 비료 사용 자제 등으로 이어진 것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크기만이 아니다. 우리밀이 10% 될 때까지 밀 농사와 전국을 다니며 하는 우리밀 강연에도 더 힘을 쏟을 것이라는 저자의 진심에 응원을 보내게 되는 이유이다.


지구와 생명을 배우고 소비와 순환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 농업

저자는 30여 년 농사를 지으면서 삶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막고 품는다, 즉 문제가 생기면 머리로 계산하기보다는 몸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 준비가 반이며 시작보다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농사에서 가장 먼저 배운 것들이다. 함께 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나누어야 하고 실패의 원인에 대해 지치지 않고 토론해야 마음이라는 열매가 열린다는 믿음 등이 그것이다. 농업의 역사에 대해 들려주며 최첨단 AI 무인 트랙터도 보습과 쟁기라는 역사적 유산의 변형일 뿐이라는 성찰도 흥미롭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쳐 가장 무더웠던 올해 여름까지, 아무리 사람의 기술이 발달해도 51%는 자연이 결정하는 농업에 종사하면서 저자는 지금 문명의 전환점에 서 있음을 절감한다고 말한다. 5장 ‘묻고 생각하는 농업의 미래’에는 저자가 생각하는 우리 농업의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심각한 기후 변화에 맞서 주식 대부분이 노지에서 생산되는 우리나라가 대비해야 하는 방향, 식량을 자원화하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 친환경 식자재를 지역에 공급하는 친환경 학교 급식, 완주군과 부안군의 지역 푸드 플랜 등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자고 한다. 귀농과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 두터운 관계 망을 맺는 것이 가장 우선이며, 비싼 장비나 첨단 농법보다는 흔히 먹는 작물을 권하며, 농사는 자연에 기대어 몸을 쓰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당장 분배 정의를 세우기 위해 사회를 멈추는 것이 어렵기에, 농사와 농업을 ‘지구와 함께 살기’를 배우는 장으로 바꿔 보자고 하는 제안은 신선하다. 농업에 대한 걱정과 통념을 바꾸어 줄 이 책을 만나고, 저자의 제안에 따라 가까운 농업기술센터부터 찾아보면 어떨까?

작가정보

저자(글) 유재흠

대학에서 고고미술사학을 공부하고 졸업한 뒤 부안에서 3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뜻과 힘을 모으는 협동의 원리를 실현하며 땅과 작물 사람 모두에게 좋은 친환경 유기 농법으로 벼와 콩 등 흔히 먹는 작물들과 우리밀을 기릅니다. 우리밀을 알리고자 전국을 다니며 강의를 했고,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부안군우리밀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를 했습니다. 지구와 생명을 배우고 소비와 순환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교육이 농업이라는 생각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 합니다.

그림/만화 안난초

식물과 사람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엮는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에세이툰 『식물생활』 『사이사이 풀풀』 「우중산책」, 그림책 『콩 팬클럽』 등을 짓고 다수의 어린이·청소년 책에 삽화를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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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1%의 힘 농업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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