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의 미의식
2024년 08월 28일 출간
국내도서 : 2015년 08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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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제1장 굽어 온전한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의 직선
수줍은 한국의 곡선
중국, 운동하는 곡선
황금비에서 시작된 일본의 기하학적 균제미
조각과 회화에서의 곡선성
곡선을 좋아하는 마음은 무엇인가
여성성과 동양
제2장 눈으로 생각하는 중국인, 압축하는 일본인, 은유하는 한국인
정보의 잉여가 만든 미술 양식
중국, 과장의 미술
골법용필 대 응물상형
중국인의 시각적 사고 Ⅰ
중국인의 시각적 사고 Ⅱ
한국의 은유적 상상력
압축하는 일본인
제3장 세 종류의 강박, 이념적이거나 곡예적이거나 탐미적이거나
이념이 낳은 강박, 한국
극한을 향하여, 중국
탐미적 강박, 일본
제4장 혁신하는 한국, 통합하는 중국, 심화하는 일본
대비의 미술사
색상대비를 넘어서
흐트러짐 대 단정함, 조선에 현대성을 입히다
재현 그리고 통합
형태의 심화, 일본
한·중·일 복식 대비
제5장 복잡한 부처, 간결한 부처
문화의 복잡도와 미술 양식의 복잡도
부처 얼굴에 나타난 복잡도
복잡한 부처의 얼굴
도자기 문양의 시각적 풍요로움
풍요로운, 너무나 풍요로운 조선의 단청
제6장 세상에 대한 일본의 갈증, 한국의 무심함, 중국의 이중성
은자의 화폭, 조선의 산수화
전망과 도피의 극단을 오가는 중국의 산수화
장식적인 일본의 산수화
제7장 일본의 요괴, 한국의 해학, 중국의 협객
고통과 죽음을 다루는 미술
일본의 우울과 공포의 미술
한국인의 신명과 해학
강호를 호령하던 협객
닫는 글_ 옛 미술은 한·중·일의 문화적 화석
참고 문헌
문화를 한 나라의 예술 수준 정도로 이해하는 것은 문화를 저급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문화는 한 민족의 세계관이자 인간관이며 기본 성격이라 할 수 있다. 한 개인의 인생관과 성격이 그 사람의 성취를 결정하듯이 한 민족의 기저 문화는 그 민족의 현재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바로 이 기저 문화다. 기저 문화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문화적 화석이라고 할 수 있는 옛 미술 양식을 분석하려는 것이다.
_6쪽, 「여는 글」에서
한국과 중국의 곡선성의 차이는 제작 시기가 비슷한 남당 5대 때의 금강역사상과 신라 석굴암의 금강역사상을 비교해보면 극명해진다. 모두 엄청나게 힘이 센 존재들이지만 지혜도 갖추고 있어 절제된 동작 표현이 중요하다. 신라의 금강역사상이 간결하고 동작이 절제되어 있다면 당나라의 역사상은 석굴암의 역사상보다 동적이다. 몸통이 더 곡선적으로 휘어 있기 때문이다. _51쪽, 「조각과 회화에서의 곡선성」에서
골법용필을 중시한다는 것은 감상자가 그려진 그림의 간결하고 능숙한 필치를 통해 그린이의 고졸하고 담백한 성품, 숙련도, 높은 교양 수준을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반면 응물상형을 중시한다는 것은 그림을 통해 대나무 자체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를 기대한다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그런 연후에 그린 이의 인품 등을 연상하는 추가적 인지 과정을 가정하고 있는 셈이다. _104쪽, 「골법용필 대 응물상형」에서
조선 초상화에 나타난 이런 강박은 일본의 초상화를 보면 더 선명해진다. 일본의 초상화는 전체적으로 세부 묘사가 단순하고 음영 표현도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입체감도 약하다. 그 대신 일본은 우리나 중국에는 없는 구도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다시 말해 우리와 중국이 인물의 재현에 예술적 에너지를 집중시켰다면 일본은 그보다 구도나 그림틀과 대상 간의 기하학적 관계에 그 에너지를 쏟아 부은 것처럼 보인다.
_154쪽, 「이념이 낳은 강박, 한국」에서
중국의 공예품 가운데는 거의 초인적이라 할 정도로 정교한 것들이 많다. 예컨대 청나라 건륭제 때 만들어진 「상아투화운룡문투구」라는 다층구는 상아를 깎아 만든 열일곱 개의 구가 마치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열일곱 개의 층을 이루며 겹쳐져 있는데 어떻게 만들었는지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정교하다. 3대에 걸쳐 만들었다는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대단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작품이다. 현대의 공예가가 최신 장비를 이용해 만들어 보았지만 열네 겹 이상은 어려웠다는 이야기도 있다. _167쪽, 「극한을 향하여, 중국」에서
일본의 미술은 전형적인 밝기 대비 중심의 미술 양식이다. 이점은 색상대비 중심의 우리 미술 양식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유럽으로 치면 독일과 이탈리아의 관계와 비슷하다. 독일은 일본과 그리고 우리는 이탈리아와 유사하다. 우리를 아시아의 라틴이라고 하고 일본을 아시아의 게르만이라고 하는 비유가 괜한 것이 아니다. _221쪽, 「형태의 심화, 일본」에서
<b>문화는 민족의 기질과 마음을 드러내는 지도다!
과장하는 중국, 압축하는 일본, 은유하는 한국
닮은 듯 다른 세 나라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문화의 뿌리가 담긴 옛 미술을 통해 삼국의 과거와 현재를 살핀다!</b>
한류, 21세기 아시아를 흔든 문화 현상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언급될 용어는 바로 한류일 것이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빠르게 아시아 전역으로 흡수되고 있다. 대중문화는 물론 우리의 패션, 식문화까지 아시아의 기준으로 통용되는 시대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철 지난 일본의 잡지를 통해 그들의 패션을 접하고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던 홍콩 누아르와 배우들에 열광했고 불법 유통된 일본 영화와 J-POP, 애니메이션을 향유해야만 ‘문화적’이던 때도 있었다. 닮은 듯 다른 아시아의 세 나라는 이렇듯 서로의 문화를 주고받으며 자국의 문화를 이어갔다.
물론 지금의 한류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IT 기술의 발달로 국가 간 정보·문화 교류 역시 초단위로 이루어지는 게 지금의 세상이다. 그만큼 각 나라마다의 고유 문화색이 흐려질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미술과 디자인 심리학을 연구해온 지은이가 ‘지금’ 문화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각 나라의 다양한 문화가 빠른 속도로 융합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고유의 기저 문화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 여겼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왜 굳이 한·중·일일까?
문화는 한 민족의 세계관이자 인간관이며 기본 성격이다. 한 개인의 인생관과 성격이 그 사람의 성취를 결정하듯, 한 민족의 기저 문화는 그 민족의 현재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지형적·역사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한·중·일 세 나라는 오랜 시간 서로의 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며 교류해왔다. 우리 문화의 민낯을 보기 위해서는 지금은 뒤섞여버려 그 형태를 분간하기 힘든 세 국가 간 양식을 명확하게 분리해낼 필요가 있다. 이에 지은이는 문화적 화석이라 할 수 있는 옛 미술의 양식 분석을 통해 세 나라의 민족적 기질과 기저 문화를 파악하고자 했다. 『한중일의 미의식』은 세 나라의 특징이 담긴 옛 미술을 통해 우리의 기저 문화를 제대로 볼 수 있게 한 문화의 창窓이다.
<b>일곱 가지 유형으로 분석한 한·중·일</b>
이 책에서 지은이는 한·중·일의 기저 문화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학술적 방식을 도입했다. 마케팅 이론에서 출발한 니드스코프와 림빅 맵 분석을 통해 삼국의 특징을 도식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흥미로운 것은 지은이가 고안해낸 일곱 가지 유형을 통한 분석이다.
앞서 출간된 『한국인의 마음』(2011)에서 옛 미술을 통해 우리의 심리적 기질을 살펴보았던 지은이는 이를 더욱 발전시킨 일곱 가지 유형으로 삼국의 문화 지형을 그려내기에 이른다. 지은이는 삼국의 문화적 특징을 분석하기 위해 곡선성, 전형성과 은유, 강박, 공포와 해학, 대비, 복잡도, 전망과 도피 이론이라는 일곱 가지 유형을 도입했다.
단순히 각 유형별로 대입한 사례를 열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고증과 미술품이라는 실증적 예를 통해 조리 있게 풀어간다. 가령 삼국의 대표적인 고대 건축물의 처마 선을 분석해 대륙의 곡선과 반도의 곡선, 열도의 직선을 풀어내는 지은이의 이야기는 손에 잡힐 듯 정교하다.
학술적 시선으로 바라본 삼국의 미술, 자칫하면 어렵고 무겁게 느껴질 법한 내용이지만 다채로운 화보와 역사 속 한 장면 같은 에피소드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여기에 지은이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담백한 어조는 부담 없이 우리를 삼국의 미술 세계로 안내한다.
<b>닮은 듯 다른 세 나라, 옛 미술의 거울로 보다</b>
일찍이 자신의 머리가 하얗게 변한 모습을 보고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이라고 노래한 이백李白의 과장법을 우리는 흔히 대륙적 기질이라는 우스개로 평한다. 밥상을 작은 통에 고스란히 옮겨 담아낸 도시락이나 세계 최초로 트랜지스터라디오를 상용화한 일본의 축소지향성은 이어령 선생의 『축소 지향의 일본인』이라는 책으로 더 유명해졌다. 한편 산속 암자에 걸리는 풍경에 물고기를 형상화하거나 하늘 높이 올리는 재단에 오리를 조각한 솟대의 상상력에서 한국 고유의 은유를 볼 수 있다. 숱한 역사를 함께한 세 나라이지만 크게 꼽을 수 있는 기질은 저마다 서로 다르다. 하지만 각 나라의 특징을 요약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그리 수고스러운 일은 아니다. 머릿속에 이미 각인된 모습으로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문화를 공유하면서 학습된 기억일 것이다.
지은이는 옛 미술을 통해 세 나라의 기질을 좀 더 명확하게 분석한다. 회화 분야에서 그 특징은 더욱 두드러진다. 한·중·일에서 문인화의 소재로 자주 다루어진 ‘대나무’를 통해 분석해낸 삼국의 특징은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한국의 회화에서 중시한 기법은 골법용필骨法用筆, 즉 붓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붓을 사용하는 원칙에 주력했다. 다른 말로는 붓을 다루는 이의 능숙함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한국의 묵죽도를 보면 대나무는 그림을 시작하는 모티프로서의 역할만 하고 실제 그림의 핵심은 능숙하고 담백한 붓놀림에 있다. 반면 중국의 묵죽도는 엄격한 화론을 따라 그려 사실적이다. 그러다 보니 화풍이 유사해 개성이 부족하다. 중국에서 중시한 기법은 응물상형應物象形, 즉 물체 자체의 모습이나 특성대로 형상을 표현하는 원칙이었던 것이다. 화법의 하나인 골법용필과 응물상형으로 한국과 중국의 특징을 분석한 것은 이 책이 거의 유일하다. 그렇다면 또 다른 하나, 일본의 대나무는 어땠을까.
일본의 묵죽도를 살펴보면 대나무 자체보다는 화폭에서의 기하학적 구도 혹은 질서를 만드는 데 역점을 두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간결한 구성을 통해 그린 이의 담백한 미의식과 능숙함을 표현하려 했다는 점에서 골법용필의 정신을 엿볼 수 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골법용필보다는 그림 자체의 아름다움, 다시 말해 그려진 형태나 색 또는 구도가 주는 순수한 조형적 아름다움을 더 중시했음을 볼 수 있다.
유교문화권, 한자문화권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역사의 장을 함께한 세 나라이지만 민족적 기질을 담아낸 회화만 보더라도 이처럼 서로 다른 문화적 소양을 보여준다.
옛 미술품에는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기 이전 해당 국가의 기저 문화가 남아 있다. 따라서 옛 미술품 양식의 비교를 통해 한·중·일의 기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옛 미술은 문화적 화석인 셈이다. 이 책에 실린 지은이의 다각적인 분석과 수많은 예시는 우리의 심성을 파악하는 동시에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 지상현은 한성대학교 예술대학 교수. 홍익대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서른이 될 때까지는 디자인에 집중했다. 이후 디자인과 심리학을 병행했다. 연세대 대학원 심리학과에서 지각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성대 미디어디자인컨텐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마흔 이후부터는 디자인 창작에서 멀어져 대부분의 시간을 미술과 디자인 심리학에 쏟으며 이들 분야에 필요한 새로운 개념과 방법론을 개발하고 소개하고 있다. 주로 미술이 주는 아름다움의 근원을 파악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감성 자체에 대한 관심도 높다. 최근에는 한·중·일 삼
국의 문화 비교에 집중하고 있다. 『시각예술과 디자인의 심리학』 『색, 성공과 실패의 비밀』 『뇌, 아름다움을 말하다』 『이유 있는 아름다움』 『디자인의 법칙』 『호모데지그난스, 세상을 디자인하라』 『한국인의 마음』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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