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고양이를 찾아서
2024년 11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1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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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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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고양이를 찾아서: 9묘 9인 인터뷰집』은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이 가능하면 오래, 행복하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되었다. 현재 노령묘와 함께 사는 반려인들을 만나 한 고양이가 인간과 가족이 되어 무지개다리를 건너기까지의 여정을 나누고, 때로는 참고할 만한 ‘육묘 팁’을 배우고자 했다. 저자인 황효진 작가와 정멜멜 사진가 역시 고양이와 함께 사는 반려인이다. 두 사람은 이 프로젝트에 더없이 맞춤한 호흡을 보여준다. 고양이를 닮은 신중하고 사려 깊은 문답과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사진에 저절로 눈과 마음을 빼앗긴다. 이 책에 모인 고양이 각자의 사정에 울고 웃으며 묘생을 따라가다 보면, 반드시 ‘내 이야기’가 터져 나온다. 그것은 동물과 살아본 반려인이라면 느끼는 동질감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인간보다 먼저 생의 과정을 겪어낸 존재에게서 발견되는 깊은 공감과 깨달음이 있어서다. 웃음과 감동, 사랑이 흘러넘치는 장수 고양이의 집을 지금 만나러 가보자.
'나 혼자'가 아닌 '우리'의 삶
_13세 마크니와 신인아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라는 말
_17세 홍조와 민정원
곁에 없어도 영원히, 가족
_17세 시타와 한윤아, 황명진, 황윤
묘연, 고양이와 인간의 역학
_12세 순복이와 정슬기
전문가 인터뷰: 노령묘에 관해 궁금한 것들
_김명철 수의사
아마도 나의 마지막 고양이
_11세 모모와 정지연
니모는 나의 집
_19세 니모와 김나리, 배우자
묘생과 함께 인생을 확장하는 법
_15세 프란시스와 정소민
닳아지지 않는 사랑
_20세 송언니와 신혜원
대담: 장수 고양이를 만나고 알게 된 것들
_황효진 X 정멜멜
모두가 고양이의 나이 듦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거쳤거나 거치고 있었고, 언젠가 찾아올 고양이와의 이별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두려워하면서도, 오히려 그렇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고양이와 함께하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듯 보였다. 고양이의 노화는 낯설고 이별은 무섭지만 결국은 어떻게든 감당하며 살아간다.(9~10쪽)
이 책은 고양이와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 고양이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에 관한 기록이기도 하다. (…) 고양이와의 삶을 통해 무엇이 달라졌는지, 고양이와 내가 서로를 어떻게 바꿔놨는지 더 많은 사람이 말해주기를 원한다. 이왕이면 더 크게, 자세히 들려줬으면 한다. 한 존재가 다른 존재로 인해 변하는 것은 곧 사랑이며, 사랑이야말로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을 주제이기 때문이다.(11쪽)
예전에 제가 게임에 푹 빠져서 3일 연속 밤을 새운 적이 있거든요. 그랬더니 새벽 5시쯤 되니까 마크니가 옆에 와서 엄청나게 치근대는 거예요. 고양이 번역기로 마크니 울음소리를 번역해봤더니 “나와 함께 쉬자”라고 말하는 거더라고요.(28쪽)
제가 규칙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어요. 충동 100퍼센트로 이루어진 인간인데 규칙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 우리 고양이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요.(36쪽)
우스갯소리로, 호들갑 떠는 보호자랑 엄살 심한 반려동물이 만나면 최상의 조합이라고 하더라고요. 확실히 제가 호들갑을 떠는 편이에요. 홍조를 봤는데 살이 좀 빠졌다 싶으면 ‘큰일 났다’ 이러거든요. 그래서 암도 미리 발견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52~53쪽)
실패하든 말든 그래도 (약을) 먹어야 해, 그래도 (피하수액을) 맞아야 해, 이러면서 하다 보니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홍조도 받아들이더라고요. 아마 제 긴장도가 떨어진 덕분인 것 같아요. 막 ‘나 지금 특별한 걸 할 거야’ 이러면 사람도 고양이도 긴장하잖아요. 자연스럽게 홍조한테 다가가서 약도 쓱 먹이고, 주사도 쓱 놓으면서 둘 다 점점 더 편해졌어요.(64쪽)
한 고양이가 오래오래 살다가 약해지고,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 그 과정에서 반려인이 어떤 고민을 얼마나 했는지, 그 고민이 자신을 어떻게 괴롭혔는지, 그럼에도 어떤 선택을 왜 하게 됐는지에 관해서도. 루시가 자기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애썼다는 한윤아의 이야기를 듣다가 자꾸만 눈물이 났다.(98쪽)
고양이가 아픈 상태, 고양이의 노년에 관해 새로운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을 좀 더 알고자 하는 것이 노령묘와 함께 살면서 생긴 변화 같아요.(110쪽)
그냥 고양이들이 아파하는 게 가장 무서워요. 어떻게 하면 덜 아프게 잘 보내줄 수 있을까, 생각해요. 다들 많이 아프지 않고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가는 거야 당연히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요. 저는 죽음에 이르는 게 자연의 순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 억지로 붙잡아보려고 악착같이 노력하고 싶지 않거든요.(131쪽)
7세부터는 사람으로 치면 생활습관병 같은 것들이 잘 발생하기 시작해요. 사람 나이로 40대에 접어드는 거거든요. 그전에는 없던 당뇨, 암, 이런 것들의 발생률이 드라마틱하게 높아져요. 그 시기부터는 비만 상태나 스트레스 상황 같은 것들이 몸으로 바로 나타날 수 있는 거죠. 이때부터 집중 관리를 하기 시작하면 만성 질환들에 대해서는 예방 관리가 가능한 타이밍이기도 합니다.(153쪽)
타고난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기본적인 유전 소인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이후의 과정에서 ‘우리가 뭘 해줄 수 있을까’라고 한다면 가장 중요한 건 고양이 습성에 맞춘 안정감 있는 일상을 선물하는 거예요. 고양이는 칸트 같은 친구들이어서 매일 같은 패턴이 깨지지 않아야 편안함을 느껴요. 추가로 이 친구들은 사냥 본능과 야생성도 있으니까 무서우면 숨을 수 있고, 주변을 살피고 싶으면 올라갈 수 있고, 사냥을 하고 싶을 때 충분히 재미있는 놀이가 제공되는 것, 이런 매일의 생활 루틴도 있어야 하고요.(167쪽)
그런 시간을 겪으면서 고양이와 함께 사는 과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돌이켜보면 토토는 저의 첫 고양이였기 때문에 지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양이에 관한 저의 지식이 너무 부족했어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마음은 컸지만 얘를 돌보기 위한 필수적인 노동, 시기에 맞춰서 해야 할 일 같은 것들을 더디게 해나갔죠. 그러고 났더니 역으로 지금 함께하는 고양이들은 특정한 증세가 나타나면 빨리 병원부터 간다거나, 고양이들에게 쓸 수 있는 비용을 언제든지 확보할 수 있도록 점검해야 한다는 것들을 알게 됐어요.(200쪽)
니모가 첫 번째 고비를 넘겼을 때는 수의사 선생님께서 니모가 퇴원하는 날 자기 일처럼 기뻐하시면서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니모는 돈으로 살렸어요!” 당시 니모 병원비로 쓸 만큼의 돈이 있어서 정말 감사했어요. (…) 니모가 조금이라도 아픈 것 같으면 이 노래를 불러주고 있어요. 〈걱정 말아요 그대〉 가사를 이렇게 바꿔서요. “니모~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집은 진짜 부자예요~” 거짓말이죠. 니모가 인간이었다면 이런 거짓말은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처음에는 장난으로 불렀는데, 요즘에는 니모가 안 아플 때도 가끔 불러줘요. 이 노래를 좋아하더라고요.(211~212쪽)
인간도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몸이 힘들어지고 덜 움직이게 되잖아요. 저만 해도 (…) 나이가 마흔에 이르면서 활동성이 떨어졌고요. 고양이는 사람보다 시간을 좀 빨리 사는 존재니까 나도 나이를 더 먹으면 언제든지 저렇게 아플 수 있다는 걸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됐어요. 그러고 나니까 니모가 덜 움직이는 게 슬프지 않더라고요.(228쪽)
예전에는 프란시스한테 항상 “언니가 해줄게”라고 말했죠. 이제는 “언니가~”라는 말을 못하겠어요. 오히려 집에 들어와서 프란시스에게 “다녀왔습니다” 이러죠. 인간 나이로 치면 저보다 프란시스가 더 위니까요.(246쪽)
그러니까 결국 이런 걸 묻고 싶었다. 캐스린 슐츠가 『상실과 발견』(반비, 2024)에서 쓴 문장이 담고 있는 것과 같은 질문을. “사랑이 우리에게 꾸준히 제기하는 문제는, 삶이 꾸준히 제기하는 문제이기도 한데, 우리가 결국 그것을 잃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다루며 살 것인가이다.”(275쪽)
저는 강아지, 고양이 키우는 친구들한테 꼭 다 이야기해요. 특히 여름, 아니 4월 말만 돼도 제 SNS에 쓰죠. 애들 그릇 삶으라고. 일하고 있는데 누가 지나가다 “허리 펴” 이러는 것처럼 “빨리 그릇 삶으세요”라고 사방팔방 다 뱉는 거예요. 저는 고온 세척이 되는 식기세척기를 하나 샀는데 무척 편해요.(280쪽)
고양이들이랑 계속 살아야 하니까. 얘네를 돌보려면 체력이 돼야 하니까 운동을 꼭 해야 해요.(300쪽)
나이 든 고양이와 살아가는 반려인의 고민과 경험,그들이 서로를 돌보며 성장한 사랑의 역사
인터뷰 대상은 최대한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한국의 반려동물 인구가 전체의 1/3에 달하고, 그중 반려묘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만큼 생활 형태, 가구 구성, 고양이들의 구성, 사는 곳 등을 고려해 이성애 결혼을 한 가족, 1인 여성 가구, 퀴어 가족, 청소년이 있는 집 등을 섭외했다. 덕분에 고양이와의 다채로운 경험을 책에 담아냈다. 고양이의 매력과 사랑스러움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모두가 고양이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소소한 에피소드까지 생생하게 기억할 만큼 고양이와의 일상은 특별하게 각인된다. ‘아홉 개의 목숨’에도 걸맞게 고양이와 살다 보면, 고양이가 아프거나 중대한 고비를 넘기는 기적의 순간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렇게 반려인은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존재를 돌봄과 동시에 신묘한 생명의 힘을 느끼며 인간으로서 한 뼘 성장하게 된다. 그 모든 과정에서 고양이는 언제나 느긋하고 위엄 있는 태도로 반려인을 위로하고 돌보기도 한다. 생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순간조차.
“제가 좋아해서 자주 쓰는 표현이기도 한데, 자기 종의 평균보다 오래 생존한 존재가 가지는 어떤 특별함이 있거든요. 저는 이렇게 귀엽고 말도 잘 통하고 의사 표현이 분명한 존재와 같이 사는 게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다시 아기 고양이를 키우는 게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요.”(228쪽)
표지 사진을 장식한 19세 니모의 반려인, 김나리의 말이다. 실제로 고양이는 노령기가 되면 반려인의 곁에 더 오래, 자주 머문다고 한다. 노령기에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애착이 더 커진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셈이다. 반려묘가 먼저 세상을 떠나는 불가피한 순간이 오더라도, 마지막까지 반려인에게 크나큰 사랑의 선물을 준다는 사실을 알면 그 시간이 슬프거나 두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고양이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방법부터
예정된 이별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지혜까지
모든 동물은 늙는다. 그런데 고양이 반려인들은 종종 그 사실을 잊는다. 고양이는 아기 때 몇 개월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생애 주기 동안 몸집이나 모습이 거의 그대로이고, 고양이가 자신의 통증이나 병을 감추는 습성이 있어서 변화를 알아채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그래서 병이 진행된 뒤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책에서 만난 아홉 명의 인터뷰이와 그의 반려묘들에게도 하나같이 시행착오의 순간이 있었다. 그래서 몸무게나 배변 습관처럼 매일의 사소한 변화를 기민하게 관찰하고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기를 당부한다. 인간의 시선에서가 아닌, 고양이의 습성에 관해 더 배울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면서도 행여나 반려인이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진솔한 생각을 들려준다. 특히 김명철 수의사는 전문가로서 중요한 이야기를 건넨다.
“모든 고양이는 결국 노령묘가 됩니다. 그러니 고양이가 7세 정도가 되면, 모든 반려인이 예방 접종하듯이 ‘우리 집 고양이는 이제 조금씩 늙어가겠지. 늙는 게 사람보다 빠르고 몸에도 바로 나타나겠지’라고 꼭 한번은 생각해보셨으면 해요.”(164쪽)
너무 당연해서 잊고 있던 이야기에 무릎을 치게 된다. 무엇보다 고양이는 ‘특별함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반려인이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삶의 특별함을 이야기하고 이 점은 명백하지만, 고양이는 어리거나 나이가 들었거나 아프거나 그렇지 않거나 그저 하루하루의 일상이 규칙적이고 안온하게 흘러가기만을 원한다. 이를 통해 인간 집사에게도 안정적인 일상을 선사한다. 그래서 ‘장수 고양이가 되기 위한 더 나은 케어 방법’을 추구하기보다 “계절이 바뀌면 산책하다가 풀 같은 걸 한 번씩 가져와서 애들한테 냄새를 맡게 해주는 일”(김명철 수의사) 정도를 하며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일의 충족감을 되새기게 된다. 그리하여 오늘도 고양이 밥 주고, 물 갈아주고, 화장실 치우고, 고양이를 쓰다듬는 와중에 ‘묘르신의 췌장은 안녕하신지’ 촉진해보는 모든 반려인과 고양이 가정에 행복과 평화를 기원한다.
“모든 사람이 병에 맞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억지로 그럴 필요는 없겠죠. 다만 아프거나 더 적극적인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되는 것이 노화의 과정이라는 것,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싶다고, 이 프로젝트를 하는 내내 생각했어요.”(319쪽)
작가정보
턱시도 고양이 보통, 카오스 고양이 보리의 반려인. 어느덧 열 살이 넘은 두 고양이와 함께 착실히 중년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보통이가 ‘이보시오’라고 말하는 듯 앞발로 툭툭 치며 올려다볼 때, 보리가 앞발로 두둑한 배를 끌어올리며 그루밍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많이 웃는다. 옷에 고양이 털을 아무렇지도 않게 붙이고 다니는 통에 “고양이랑 같이 사시나 봐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고 그게 자랑스럽다. 일하는 여성들의 커뮤니티 ‘뉴그라운드’를 만들고 있으며 책 『아무튼, 잡지』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 『어른이 되면 고민이 끝날까?』를 혼자, 『소년소녀, 고양이를 부탁해!』 등을 같이 썼다. @hwanghyo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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