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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 다운 증후군

장애가 불행이라고 생각하는 당신께 엄마, 동생, 의사가 들려주는 조금 특별한 행복 이야기
꿈꿀자유

2024년 12월 0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1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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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57.49MB)
ISBN 9791187313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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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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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동생과 의사의 시각에서 다운증후군 당사자와 가족의 삶을 담담하게 전해주는 책.

평생 낫지 않는, 나을 수 없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삶은 어떨까? 누구나 막연하게 슬픔과 절망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 다운증후군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낸 엄마, 다운증후군 언니를 든든하게 지켜준 동생, 산전진단을 받은 엄마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분투하는 의사가 들려주는 다운증후군 이야기는 놀랍게도 하나 같이 '행복한 가족 이야기'다. 기쁨과 희망과 행복이 넘치는 따뜻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집어 들어도 좋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 장애가 결코 불행만은 아니며, 오히려 삶을 더 깊고 충만하게 누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범하고도 비범한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게 또 한걸음 성장한다
- 주성이의 성장 일기

네덜란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국으로 탈출하기
축하해요! 당연한데 당연하지 않은 그 말
커밍아웃 ㆍ언제, 누구에게, 어디까지
가족극복력 ㆍ넘어졌다 일어서 더 높이 올라가는 힘
발달촉진을 위한 조기개입 ㆍ지나치면 오히려 해롭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로 ㆍ어린이집 들어가기
꽃샘추위보다 매서운 3월 ㆍ초등학교 입학기
진심은 통한다 ㆍ생각보다 따뜻한 우리 사회
이런 애를 왜 일반학교에 보냈어요? ㆍ초등학교 통합교육의 8할은 담임선생님(1)
성실이란 매일 우유상자를 갖다 놓는 것 ㆍ초등학교 통합교육의 8할은 담임선생님(2)
통합교육은 장애 학생에게만 좋을까? ㆍ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낫다
무릎 꿇는 부모가 될 용기는 없어서 ㆍ실패한 ‘특수학급 만들기’ 경험(1)
부모라는 같은 이름, 다른 입장 ㆍ실패한 ‘특수학급 만들기’ 경험(2)
나도 잘하는 것이 있어요 ㆍ그림과 춤에 대한 행복한 도전
퀀텀 점프 ㆍ계단을 뛰어오르듯 다음 단계로 올라서다
DDP 무대에 서다 ㆍ너의 열정을 칭찬해
주성이 라이딩 프로젝트 ㆍ다운증후군 아들을 둔 아빠의 인간승리
수학공부가 가능할까요? ㆍ끝없는 후퇴와 전진
강남 일대를 헤매다 ㆍ너무 긴 방학을 보내기 위한 방법
제 아이 좀 연구해 주세요 ㆍ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연구
틀림도 다름도 아닌, 다채로운 세상을 위해 ㆍ피플퍼스트 언어(people-first language)
아빠 마음은 엄마 마음과 같을까? ㆍ아빠의 적응 과정
다운증후군을 처음 보는데 ㆍ장애이해교육의 한계
형이 장애인이라고요? ㆍ비장애 형제자매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1)
다른 사람에게 희망 주는 엄마 같은 우리 형 ㆍ비장애 형제자매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2)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ㆍ우리는 어벤저스 가족
이제 다운증후군은 낳아야 하지 않나요? ㆍ어느 산부인과 선생님의 질문
우리보다 위대한 것 ㆍ어찌할 수 없는 저편의 세계

* 가족 앨범 *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작은 배려로 살아가는 것 아닐까
- 30년 전에도 지금도 언니는 네 살

시간과 날짜를 볼 줄 몰라요 ㆍ그래도 불편하진 않으니 괜찮아요
언니는 장애인이지? ㆍ아주 조금 이해와 배려를 바라요
언니에겐 사회가 필요해 ㆍ정해진 틀을 벗어나는 것이 두려운, 다 커버린 아이에게
나는 손이 덜 가는 아이가 아니었다
언니와 나의 상관관계
우리 언니가 진짜로 귀여워서 저러나? ㆍ30년 전에도 지금도 언니는 네 살
내가 먼저 존중하기
보호본능
부끄러울 수도 있지 ㆍ엄마는 말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나를 알아줬다
적당한 자존감과 관계의 법칙
부모님에게 나는 아픈 손가락 중 하나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그녀의 전화
언니처럼 나도 친구가 필요했다
너무 잘하려 애쓰지 않아도 돼
미안한 것도 고마운 것도 많다
언니의 눈빛과 표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언니도 해야지
불편한 진실 ㆍ언니는 운 좋은 장애인이다
다운증후군을 마주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주이 학교에서 청소하고 싶어
네 살이라 생각하고 대화해봐

모두에게 늘 아름다운 사람
- 다운증후군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넘어

우연과 인연 사이
염색체 이상이 있었던 아기들
노을이를 위해서
우리는 다운증후군을 알아야 한다
염색체 이상에 대한 몇 가지 기초 지식
자궁경부 길이보다 다운증후군 선별검사에 관심을
임신 중 기형아 검사가 있다, 없다?
다운증후군 Q & A
다운증후군의 선별검사에도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다운증후군 상담 지침의 변화
다운증후군에 대한 오해와 실제
세계의 다운증후군 ㆍ유병률과 출생률
다운증후군에 동반되는 주요 의학적 문제
다운증후군과 유명 인물

* 감사의 말 *

P34 커밍아웃은 일종의 통과의례다. 힘들지만 빨리 겪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그래야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는다. 아이를 낳기 전의 수많은 사회적 관계가 아이를 낳은 후에도 지속되어야 부모가 건강할 수 있다. 아이에 대해 물어볼까봐, 장애가 있다는 걸 알아볼까봐, 내가 실패했다고 느껴질까봐 상황을 회피하다보면 주변에 남는 사람이 없다. 물론 다운증후군 부모들의 자조그룹이 있지만, 그 관계는 기존 관계망에 플러스 알파가 되어야지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주성이를 키우면서 오히려 SNS를 열심히 하게 되었다. 소식을 아는 사람들에게 주성이 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다운증후군 아이가 있는 가족도 다른 집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아니 더 행복할 수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주성이가 다운증후군 홍보대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운증후군 아이도 여러분의 아이와 똑같아요!’라고 알려주고 싶다. 주성이가 친근해진다면 다운증후군을 가진 다른 사람을 만나도 친근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우리와 그렇게 다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P45 혼신을 다해 많은 조기개입을 하는 부모라면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겠다. ‘아이와 직접 교감하는 시간보다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지 않은가?’, ‘치료실에서 배운 것을 집에서 충분히 복습해주는가?’, ‘치료 비용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가?’, ‘나는 진심으로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였는가?’, ‘혹시 비장애인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치료에
매달리는 것은 아닌가?’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이 있다. ‘우리 아이는 행복한가? 나는 행복한가? 우리 가족은 행복한가?’ 대답에 조금이라도 망설임이 있다면, 너무 많은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조기개입은 다운증후군 어린이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분명 모두 걷고, 말하고, 읽고, 쓰고, 학교에 다닐 수 있다. 각자의 속도가 다를 뿐이다. 비장애 아이와 같아질 수는 없다. 또한 다운증후군 어린이끼리도 각자의 속도가 무척 다르다.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P54 나보다 교육열이 훨씬 높았던 엄마는 바로 112에 전화를 하셨다. “우리 손자가 장애가 있는데, 입학하자마자 학교에서 혼자 집에 와버렸어요. 이런 일이 자꾸 생기면 아이를 잃어버릴 수도 있고, 큰일이 나지 않겠어요? 이 녀석이 경찰관을 좋아하기도 하고 무서워하기도 하니, 우리 집에 와 서 학교로 데려다주실 수 없을까요? 그러면 나쁜 일인 줄 알고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겁니다.”
정말로 지구대에서 경찰차가 출동했다! 경찰관은 집에 들어와 할머니와 함께 주성이를 연행(?)해서 경찰차에 태웠다. 경찰차는 삐뽀삐뽀 사이렌을 울리며 학교 안에까지 들어가서 주성이를 내려줬다. 전교생이 모두 무슨 일인가 하고 창문에 매달려 내려다보는 가운데! 그 뒤로 주성이는 다시는 무단 하교를 하지 않았다.

P97 “엄마, 오늘 버스카드를 두고 갔어요.”
“어머, 그래서 어떻게 했어? 돈으로 내지 그랬어!”
“그런데 버스를 잘못 탔어요. 4318을 타야 하는데 다른 버스를 탔어요. 올림픽 공원에서 내렸는데, 거기서 다시 4318을 탔어요.”
“아니, 그러면 카드 없는데 어떻게 했어?”
“아저씨가 다음부터는 카드 가지고 오라고 했어요.”
“그럼 올 때는 어떻게 온 거야?”
이후 대답이 없다. 버스 기사 아저씨들께 인사를 엄청 잘하고 다녀서, 언젠가 주성이랑 버스 탔을 때 아저씨와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았다. 아마 버스 아저씨들이 모두 주성이를 알고 계신 것은 아닐까? 그나저나 대단한 녀석, 결국 버스를 세 번이나 무임승차하다니! 어디 가도 굶어 죽지는 않겠다 싶었다.

P100 현대무용가 안은미 선생님은 ‘각자의 스텝, 각자의 댄스’라는 주제로 50분 강연을 맡으셨고, 주성이는 과거 선생님의 프로젝트 참여자 중 한 명으로 초대받은 것이었다.
2019년 10월 31일 공연 당일! 주성이는 기다리는 동안에도 전혀 떨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좋아서 흥분해 있었다. 차례가 오자 씩씩하게 올라가서, 원래 무대가 일상인 사람처럼 열정적으로 춤을 추고 내려왔다. 무대 뒤로 내려온 주성이는 기뻐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보였다. 15년간 키우면서 처음 보는 황홀한 표정이었다.
1분 59초의 공연 동안 무대 뒤에서 주성이의 영상을 지켜보며 온갖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커서 이런 경험을 하리라고는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너를 엄마가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이렇게 평생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생각에 내 가슴 역시 터질듯이 벅차올랐다.

P198 언니는 시간과 날짜를 볼 줄 모른다. 알려주면 읽을 수는 있지만 그게 어제인지 오늘인지, 시간이 지금보다 앞인지 뒤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언니가 어느 정도까지 이해하고 말하는지 나도 잘 모른다. 부재중 전화에 어제 날짜와 시간이 찍혀 있는데도 자기가 확인한 그 시간에 내가 전화한 줄 아는 걸 보면 일자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건 확실하다.
“언니, 오늘 아침에 전화한 게 아니라 어제 저녁에 전화한 거야.”
“어제 저녁이야?”
“응. 날짜를 봐. 어제로 되어 있지?”
“응…” (아마 날짜를 보지 않고 그냥 대답했을 것이다.)
“여기 봐, 어제라니까!” (아빠)
“…”
전화하는 내내 장난스러운 아빠의 말이 배경음악처럼 깔린다. ‘내 말이 맞는데 왜 너는 내 말을 안 듣냐’는 투의.
“아빠가 카페까지 데려다주고 좋~은 아빠다. 아빠한테 감사하다고 인사드려.”
“…”
언니는 기분 좋을 땐 아빠에게 아주 상냥한 딸이지만, 기분이 안 좋거나 출근길처럼 피곤할 때는 성의껏 대답하지 않는다. 유튜브에서 어떤 분이 ‘철옹성 선쁘’라고 했는데 정말 찰떡인 단어다. 아빠의 이름에 ‘철’이 들어가서 그런가? 아빠에겐 아주 철옹성 선쁘가 된다. 아빠한테 왜 대답 안 하냐고 묻자 언니는 대답한다. “아빠가 시끄러워.” 아빠한테 고맙다고 얘기 좀 해주라는 내말에 언니는 “고맙”까지 말하고 그만이다. 문장을 끝까지 잇지 않음으로써 본인 자존심을 끝내 지킨다. 오늘도 아침 출근길이 명랑해졌다.

P222 “아, 언니 진짜 너무 귀여워!”
나랑 제일 친한 친구 중 하나인 정환이(가명)는 중고생 때부터 아이들과 장애인을 좋아했다. 그래서 부담 없이 언니 얘기도 많이 하고, 같이 놀러 가자는 부탁도 더러 했다. 만날 때마다 정환이는 퉁퉁하고 갈라 터진 언니의 손을 붙잡고 너무 귀엽다는 말을 연발했다. 어린 마음에 친구가 언니에게 애정 어린 말을 건네는 것이 고마운 한편 의아했다. ‘정말 귀여운가? 혹시, 나를 위해 해주는 말일까?’ 친구가 아 이를 낳으면 일단 ‘귀엽다, 이쁘다, 잘생겼다.’ 하고 보는, 의례적인 인사 같은 것. 사회적인 언어. 그런 건가?
그랬던 나도 나이가 들면서 점차 언니가 귀엽다. 아기를 키우는 요즘 더 그런 생각을 한다. 어린 시절의 나에게 언니는 조금 손이 많이 가는, 도와주어야 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조금 커서는 나 크느라 바빴지 옆을 볼 여유가 없었다. 언니랑 떨어져 살았고 가끔 만나면 ‘원장님이 (너무 엄격해서) 무섭다.’, ‘민정이 (특수학교 친구) 보고 싶다.’, ‘내 생일이 언제야?’, ‘GOD 손호영 좋아. 김종국 좋아.’라는 말만 했다. 당시 언니는 말과 표현이 다양하지 않았다. 어쩌면 많은 말을 했지만 내가 여유가 없어 마음에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어른의 여유가 생겼을까? 그래서 언니의 표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을까? 지금은 언니가 내 딸처럼 귀엽다. 어렸을 때는 같이 자랐지만, 언니는 계속 어린 채로 남아있다. 나는 나이 들고 컸어도, 언니는 네 살에 머물러 있다. 내가 스무 살 때도 언니는 네 살이었고, 내가 서른 중반이 되었는데도 언니는 아직 네 살이다. 나 혼자 커버렸다. 이제 정말 언니가 내 딸 같고 귀엽다.

P264 그날은 가족들이 함께 일을 마치고 치킨을 먹기로 했다. 언니까지 모두 가게에 모였다. 엄마, 아빠, 남동생과 나는 분주히 할 일을 찾아 움직였다. 일하는 가족의 범주에서 제외된 언니는 혼자 테이블에 앉아 따분한 표정으로 휴대폰만 들여다보았다. 바쁜 부모님은 언니의 모습을 잘 포착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우 같은 나는 적당히 꾀를 부렸는데 문득 언니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언니는 이 시간이 얼마나 지루할까, 얼마나 지겨울까? 그래, 언니한테도 소일거리를 줘야겠다!’
가게에 있던 재고정리 서류를 꺼낸 후 언니에게 진열된 상품과 수량이 맞는지 확인해보라고 했다. 적당히 어려운 일거리였다. 언니가 그 일을 얼마나 잘 해내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뭔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훨씬 중요 했다. 어차피 재고 수량 파악은 엄마가 다시 해야 할 일이었다. 언니는 굼뜬 몸을 느릿느릿 끌고 나와 케이크 진열대 앞에 쭈그려 앉았다. 생각보다 꽤 잘했다. 일이 끝나고 언니가 들고 온 파일을 보며 연신 칭찬을 했다. 언니의 얼굴에 뿌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첫 번째 시도는 대성공이었다.

P276 “주이 학교에서 청소하고 싶어. 청소일 하고 싶어.”
연구한답시고 매일 학교에 출근하고 늦게야 퇴근하니 언니는 내가 하루 종일 학교에 있다는 걸 잘 안다. 그토록 좋아하는 동생이 밤낮 공부한다는 핑계로 놀아주지 않아 아쉬웠을까? 주이 학교에서 청소하고 싶다는 말은 단순히 학교를 깨끗하게 치워주고 싶다거나 청소부라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언니는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러려면 학교에 서 일해야 한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청소를 떠올린 것이다. 엄마에게 했던 말을 내게 직접, 또 한 걸 보면 빈말이 아니다.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생각했던, 나름 간절한 소원이었다. 청소를 한다는 말에는 언니의 깊은 배려와 사랑이 녹아 있다. 워낙 깔끔한 언니는 집을 깨끗이 치우는 걸 좋아한다. 상대적으로 깔끔하지 못한 나는 언니가 집을 치워주면 고마워했다. 언니는 고심 끝에 내가 좋아하는 일, 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을 생각해낸 것이다.

P291 A는 우리 병원에서 수련을 마친 내과 의사다. 산전에 아기가 다운증후군인 것을 알았지만 임신 종결을 원하지 않았다. 아기는 건강하게 태어났다. 지금은 중학교 2학년 정도 되었을 것이다. 엄마 아빠를 닮아서 야무진 다운증후군 학생이리라 상상해본다.
《태어나줘서 고마워》에 나오는 B의 아기는 에드워드증후군이었지만, 부모는 확고히 임신 유지를 원했다. 아기가 태어난 후 아빠는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에게 에드워드증후군이라서 심장 수술을 주저해야 할 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물었다. 아기는 선천성 심장질환 수술을 받고 만개한 벚꽃처럼 1년 정도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다가 벚꽃잎이 바람에 떨어지듯 세상을 떠났다.

P297 저를 따뜻하게 맞아 주시고, 우리 아기를 귀한 생명 그 자체로 대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안타까운 시선이 아니라 생명은 존귀한 것이고 사랑받아 마땅한 그대로, 그 시선으로 바라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 같은 엄마들을 위해 여러 글들과 영상을 통해 희망과 소망을 이야기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교수님. 심장 관련 책도 찾아서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2022년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는 동안, 이 아기를 통해 우리가 정상이라고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비정상이라고 하는 것들이 얼마나 세상의 편견에 갇혀 있는지, 무엇이 사람을 온전하게 하는 것인지 배워가고 또 앞으로의 삶 가운데 배워가게 하실 것이라 믿어요. 세상은 이 일을 불행이라 말하지만 삶을 행복과 불행으로만 정의하기에는 우리에게 허락하신 삶의 색깔과 결이 너무나 깊어서 감히 ‘내 인생은 없어, 아픈 아이를 키우느라 내 삶은 끝났어, 기쁨과 소망이 없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엄마가 들려주는 다운증후군 이야기

다운증후군 당사자와 가족은 어떻게 살까? 이 책은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낸 엄마, 언니를 든든하게 지켜준 동생, 산전진단을 받은 엄마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분투하는 의사가 들려주는 다운증후군 이야기다.

최은경 연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들을 키운 경험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첫 아이를 낳고 진단을 들은 순간부터 건장하고 잘생긴 열여덟 살 청년으로 키우기까지의 사연이 책장마다 빼곡하다. 이야기는 슬픔과 혼란으로 시작하지만, 이내 뜻밖의 기쁨과 우습고도 놀라운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물론 슬프고 억울한 일도 많았지만, 가족은 똘똘 뭉쳐 세상에 맞서고 아들의 행복과 성장을 지켜주기 위해 지혜를 모은다. 개인 서서를 다룬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잔잔하고 따뜻한 드라마처럼 읽히는 이 글은 장애가족도 여느 가족과 똑같이 기쁨과 희망을 꿈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엄마이자 의료인인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과 분석이 번득여 장애 문제를 생각하는 모든 사람이 필요한 지혜를 길어 갈 수 있는 샘물 역할을 할 것이다.

동생이 들려주는 다운증후군 이야기

박주형 한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서른다섯 살이지만 아직 네 살에 머물러 있는 다운증후군 장애 언니 선쁘와 함께 성장한 경험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흔히 간과되기 쉽지만 장애인의 형제 문제는 간단치 않다. 장애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차별에 맞서면서 자신의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장애인의 형제는 집안의 관심과 자원이 장애 형제에게 집중되고 자신은 소외된다는 억울함을 느끼는 동시에, 형제에 대한 수치심과 그런 마음을 갖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형제에 대한 연민, 형제를 지켜줘야 한다는 책임감 등으로 복잡한 감정을 겪는다. 이 이야기는 일면 우스운 시트콤처럼 무겁지 않게 읽히면서도, 모순된 감정에서 출발한 저자가 ‘언니가 내 딸 같고 귀엽다’는 사랑에 도달하기까지, 그리고 장애인과 그 가족이 사회로 더 많이 나오고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니와 가족들의 일상을 담은 유튜브 채널 〈다운증후군 선쁘〉를 운영하기까지의 사연을 진솔하게 들려준다. 이 글을 계기로 장애인의 형제 서사가 더 많이 들려지기를 바란다.

의사가 들려주는 다운증후군 이야기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는 다운증후군 산전검사를 늘 설명하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고위험 산모들에게 용기를 주고, 의학적 오해와 진실을 밝히는 것이 삶의 큰 목표다. 이 글에서는 다운증후군에 대한 의학적 사실들을 정리하면서, 의료 현장에서 만난 가족들의 사연을 들려준다. 산모들은 물론 다운증후군에 대해 알고 싶은 일반 대중에게도 완벽한 참고 자료이자, 막연한 두려움을 떨어 버리고 인간다운 길을 추구하는 방향을 일러주는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엄마, 동생, 의사가 들려주는 조금 특별한 행복 이야기

물론 다운증후군은 평생 낫지 않는, 나을 수 없는 장애다. 그러나 낫는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장애를 없애야 할 걸림돌로 보면 질병이 되지만, 다름, 다채로움으로 보면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다양성이 된다. 그렇다면 낫기를 추구해야 할 대상은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끝내 거두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아닐까?
누구보다 다운증후군을 가까이에서 보고 겪은 엄마, 동생, 의사가 들려주는 다운증후군 이야기는 놀랍게도 하나 같이 '행복한 가족 이야기'다. 여느 가족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아니 조금 다르기에 오히려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따뜻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아직도 우리에게 희망이 있음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자.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 장애가 결코 불행만은 아니며, 오히려 삶을 더 깊고 충만하게 누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범하고도 비범한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최은경

연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들을 키우면서 다음카페 〈전국다운부모모임〉 운영진, 사회복지법인 다운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부터 유튜브 〈다운증후군_스며들다〉 채널을 운영 중이다. 장애가 우리 사회에 ‘스며들어’ 장애라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사회가 되게 하고 싶다.
“주성이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돌이켜보니 분명 어렵고 힘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행복한 시간이 훨씬 많았습니다. 멋진 그림이 되려면 다채로운 명도와 채도가 필요합니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우리 가족은 계속 멋진 그림을 그리는 중입니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됩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지금 이 순간’입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점, 선, 면은 어떤가요?”

저자(글) 박주형

한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서른다섯 살이지만 아직 네 살에 머물러 있는 다운증후군 장애 언니(선쁘)가 있다. 장애인과 그 가족이 사회로 더 많이 나오고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니와 가족들의 일상을 담은 유튜브 채널 〈다운증후군 선쁘〉를 운영하고 있다.
“태어나 보니 이미 내 곁에 있던 다운증후군 언니는 부정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았습니다.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언니로 인해 온전한 나만의 세상은 없지만, 그럼에도 그리 힘겹지 않고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언니 덕분에 저는 아직도 배우고 성장합니다. 성장통은 때로 찌릿하지만 그 덕에 한 걸음 더 나아간 미래를 기대합니다. 장애인과 그의 가족, 형제자매가 모두 행복한 삶을 꿈꾸며, 이 무한한 달리기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저자(글) 오수영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다운증후군 검사를 늘 설명하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의학적 오해와 진실을 밝히는 것이 큰 목표다. 고위험 산모들에게 용기를 주고, 워킹맘으로서 숨가쁘게 달려온 엄마의 삶을 두 딸에게 전하고자 《태어나줘서 고마워》를 출간했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채송화 역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산부인과 전공의 때 교과서에서 추상적인 원칙을 읽었을 뿐, 산전에 가장 흔한 염색체 이상인 다운증후군을 진단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운 적은 없었습니다. 전문의로 일하면서 태아에게 염색체 이상이 있음을 알면서도 임신을 유지하고 태어난 아기에게 최선을 다하는 부모들을 보면서 숙연해지는 순간이 쌓여갔습니다. 그분들을 돕는 것은 무거운 책임이지만 제 보람과 존재 가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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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아름, 다운 증후군
    장애가 불행이라고 생각하는 당신께 엄마, 동생, 의사가 들려주는 조금 특별한 행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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