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픽션
2024년 11월 15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8월 21일 출간
- 오디오북 상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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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언어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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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341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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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분 82.00MB
43분 99.00MB
45분 103.00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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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 92.00MB
48분 110.00MB
47분 109.00MB
54분 124.00MB
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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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하고, 2014년 계간 《아시아》에 수상작 「달콤한 픽션」을 발표하며 등단한 최지애의 첫 소설집 『달콤한 픽션』이 걷는사람 소설 열한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문화기획자로 활발한 활동을 선보인 최지애는 앤솔러지 『숨어 버린 사람들』 『마스크 마스크』에 작품을 수록하며 문화창작자로서 소설 집필도 꾸준히 이어 왔다. “고민 끝에 써 내려가는 나의 문장이 나만의 사연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기록되길 바라는 마음”(작가의 말)으로 오래도록 다듬어 온 최지애의 여덟 편의 소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우리에게 다다랐다. 현실보다 리얼한 상황, 속도감 있는 전개, 웃프지만 꿋꿋한 인물까지 감각적인 픽션의 세계를 사뭇 가볍게, 그럼에도 온통 진지한 삶의 물음으로 전개하고 있다.
팩토리 걸
달콤한 픽션
패밀리마트
소설가 중섭의 하루
러브 앤 캐시
달용이의 외출
까마귀 소년
작가의 말
남편이 아파트 출입구에서 나와 이제 막 모퉁이를 돌아 옆집 베란다 밑을 지날 순간, 나는 재빨리 베란다에 놓인 화분을 훑어보았다. 오늘은 어떤 화분이 좋을까. 금호, 마블, 부채선인장과 백단, 황금사, 흑목단, 귀면각이 좁은 베란다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전부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 다육식물이었다. 몸을 숙여 발밑에 놓인 멜로칵투스 화분을 집었다. 가시가 달린 뭉툭한 몸체 위에 빨간 고추를 세로로 심어 놓은 듯 씨앗이 네댓 개 꽂혀 있었다. 일정한 나이에 도달해야 꽃을 피우는 멜로칵투스는 아직 한 번도 꽃을 피우지 못했다.
-「선인장 화분 죽이기」, 12~13쪽
사람이 사람을 밀어내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의도되었든 아니든 밀쳐짐을 당하는 쪽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묘한 기류를 타고 전달되는 그 느낌이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사랑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뜨겁지 않아서 미지근해서 안심했다는 말도 거짓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는 변했고 감정은 지나갔다. 내가 슬픈 것은 윤과의 헤어짐이 아니라 혼자 남겨지는 두려움이었다. 어쩌면 정말 슬픈 건 차가워진 마음이 아니라 절대로 따뜻해지지 않는 마음이었다.
-「팩토리 걸」, 65쪽
극장을 나서며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공식처럼 해프닝은 그저 해프닝으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정적 사건도 결말을 아름답게 빛내 주는 장치 역할만 하고 말끔하게 사라져 준다면 좋을 텐데. 그렇다면 현실도 몇 컷의 재빠른 장면 전환으로 사랑과 이별, 시련과 상처가 해결될 수 있을 터였다.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미주도 자신이 겪은 아픔을 다가오는 새로운 사랑으로 쉽게 치유할 수 있을 거였다. 그럴 수만 있다면 나도 앞뒤 재지 않고 수월하게 진심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할 수 있을 거였다.
-「달콤한 픽션」, 100~101쪽
사람이 살고 있으나 서류상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이 집에는 베트남 부부와 그들의 어린아이가 살고 있었다. 불법 체류라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거였다. 원래 집주인과 어렵게 연락이 닿아 알게 된 사실이었다. 전화를 끊으며 그는 자신이 부도가 나서 돈이 없다고 했다. 나보고 대신 그들의 보증금 삼백만 원을 줄 수 있느냐 물었다. 제가요? 그럴 순 없죠. 한숨을 깊게 내쉬며 그는 나보고 진짜 인정머리가 없다고 했다. 먼 곳까지 일하러 온 사람들이 불쌍하지 않으냐고. 지금 그 사람들 보증금 떼어먹히게 생겼다고.
-「패밀리마트」, 135~136쪽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태섭이 건네는 질문이기에 내 가슴은 심히 아렸다. 자서전 대필하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다만 문제는 내가 나를 대필 작가로 여기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단 한 권의 소설집도 묶어내지 못한 나는, 나는 대체 뭘까. 예전처럼 단번에 소설가지 곧 죽어도 소설가, 하는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청춘의 객기가 저문 탓이었지만 일말의 양심이 나를 그리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리고 태섭도 늘 그런 식으로 내게 아킬레스건을 들키고 말았다.
-「소설가 중섭의 하루」, 168~169쪽
대출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직원으로서는 양심 없는 소리일지 몰라도 사실이 그랬다. 이제는 대충 사연만 읽어도 연체자가 될지 아닐지 감이 왔고 거의 백 퍼센트 맞아떨어졌다. 부모의 건강, 자식의 미래, 가정의 행복, 애인의 안위, 친구의 의리 등 이유야 어떻든 누군가의 대출은 연체로, 누군가의 투자는 파산으로 이어졌다. 그러니까 모든 건 돈 때문이었다. 아니, 그것은 은행 대출조차 되지 않는 빈약한 사람들의 분에 넘치는 사랑 때문일지 몰랐다.
-「러브 앤 캐시」, 190쪽
살아 있었다면 형은 어른이 되었을 거였다. 여전히 우리는 친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나는 충분히 슬펐다.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에 화가 났다. 막연한 적의로 가슴이 뜨거웠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형에 관한 기억 말곤 한순간 모든 걸 잊어버리는 엄마의 슬픔을 알았고, 일상을 포기할 만큼 아프게 자기 자신의 무능과 가난을 탓하는 아버지의 자학을 이해했다. 그들은 그렇게 있는 힘껏 버텨내고 있었다. 우리는 가족과 친해지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가족을 잃었고, 그 기회는 영영 다시 오지 않을 것이었다.
-「달용이의 외출」, 235쪽
선물로 성형 수술을 시켜 준다고 했을 때 은주는 진짜 기뻐했다.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게 왈가닥 은주답지 않았다. 대신 다시는 조건만남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코 수술을 하기 위해 돈을 모아야 한다는 게 조건만남을 하는 이유였으니까. (중략) 나는 유효 기간 없는 선물로 내 사랑을 은주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가방은 잃어버릴 수도 있고, 옷은 입다보면 낡아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코는 달랐다. 그래서 은주의 코를 바로 세워 주는 일만은 꼭 내 힘으로 해야 했다. 은주야, 우리 집에서 엄마랑 나랑 셋이 평생 같이 살자. 아직 쑥스러워서 하지 못한 말이었다. 은주의 수술을 위해서는 앞으로 한 달, 딱 사십오만 원만 더 모으면 되었다.
-「까마귀 소년」, 259~260쪽
최지애의 소설 속 인물들은 묵묵한 태도로 삶을 지킨다. 이 세계에는 아픈 가족을 돌보며 더 나은 일상을 소망하다 고난에 처한 청년(「패밀리마트」)과 노년 여성이 있고(「선인장 화분 죽이기」), 사랑의 낭만성과 자본주의라는 현실 사이에서 낱낱의 상처를 받는 청춘이 있으며(「팩토리 걸」, 「달콤한 픽션」, 「러브 앤 캐시」), 학교 폭력에 맞서 날아오르려는 소년과(「까마귀 소년」) 생계에 타협하면서도 기꺼이 꿈을 향해 달려가는 중년(「소설가 중섭의 하루」), 갑작스러운 사고로 생을 마감한 가족의 부재를 견디는 사람들이 있다(「달용이의 외출」).
시대적 흐름을 민감하게 포착하는 최지애가 구축한 서사에는 성별도, 처한 환경도 다른 화자들이 다채로운 빛깔로 살아 숨 쉰다. 인물들을 둘러싼 사회 시스템은 견고하고도 촘촘한 폭력을 내포하지만, 이들에게는 삶을 쉬이 외면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고, 그 생의 면면을 놓치지 않고 조명하려는 소설가의 끈덕진 움직임이 있다. 최지애는 인물들을 둘러싼 차가운 현실을 날카롭고 핍진하게 그려내면서도 삶을 견디는 이들의 내면을 사려 깊게 바라보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 그러니 최지애가 묘파하는 쌉싸름한 “세계의 비애”(해설)를 그저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밖에.
허희 문학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최지애가 “문학이 개인의 의식과 감성을 표현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사회가 개인의 의식과 감성에 영향을 끼치는 양상을 심층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예술이라고 간주”하고 있음을 분석한다. 동시에 “여성의 일과 사랑, 청년의 실업과 가난, 노인의 현실과 돌봄, 소년의 일탈과 소외 등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주요하게 다뤄져야 할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최지애의 작업에 주목하며, 그가 픽션으로 포착하고 추궁하는 “사회의 참상과 일상의 균열”의 가치를 높게 산다.
추천사를 쓴 정여울 작가는 최지애의 소설 속 인물들이 “영웅적인 선택을 하지도 못하고 엄청난 결단을 내리지도 못하지만, ‘자신의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는 점을 짚어내며 “최지애의 소설 속 인물들처럼, 세상이 우리에게 친절하지 않아도, 우리는 부디 서로에게 친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최지애의 행보를 응원한다. 이주란 작가는 “나는 이제 각각의 이유로 경계선에 선 삶의 한 시기를 지나는 중인 소설 속 인물들에게 도래할 미래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의 고유성과 주체성이라는 것을 믿어 보려고 한다.”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욕망을 혼동하거나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일들에 둘러싸인 무수하면서도 단 하나의 삶”을 그려내는 최지애의 첫 소설집에 찬사를 보낸다. 이 책은 우리의 생애가 언제나 달콤하지만은 않더라도 마침내 “희망에 가까워지는”(작가의 말) 순간이 찾아오고 마리라는 사실을, 가만히 우리 손에 쥐여 준다.
작가정보
낭독 엄현수
연극배우 겸 뮤지컬배우. 동구여자중학교에서 뮤지컬부 활동을 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인하대학교 재학 중 꿈을 위해 2022년 딤프(DIMF) 뮤지컬 아카데미 8기 수료, 2023년 뮤지컬 <생텍쥐페리>로 데뷔했다. 연극 <컨트롤오피서>와 뮤지컬 <기묘한 일주일>의 리딩 공연에서 연기했으며 이후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로 관객들을 만나 뵐 예정이다.
작가의 말
작가의 말
아버지는 입으로 음식물을 삼키지 못했다. 뱃줄이라 부르는 위루관을 통해 대체식을 곧바로 위로 투입해 끼니를 해결했다. 엄마는 그런 아버지에게 미안해 안방에서 바로 보이는 식탁에서 밥을 먹지 않았다. 거실 소파에 앉아 무릎에 작은 트레이를 올려 두고 하는 식사가 부실하리라는 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몇 개의 문장으로 처한 상황을 표현하면 엄청난 절망과 불행을 겪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셋이 나란히 누워 마스크 팩을 할 때마다 엄마는 아버지 피부가 정말 좋아졌다며 이래서 사람들이 단식을 하나 봐, 하고 말했다. 역시 남자는 피부지, 대꾸한 뒤 몇 분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먼저 잠들었고 그 수척한 얼굴을 바라보며 엄마, 내가 작가로서 사연이 너무 없다고 말한 걸 하늘이 들은 건가? 하고 물으면 엄마는 야! 부모 아픈 게 무슨 특별한 사연이냐, 남들 다 겪는 일인데? 하고 단숨에 나의 엄살을 제압하며 비로소 크림빵 봉지를 뜯었다.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다 같이 벌 받는 기분이 드는 것, 가족이 아프다는 건 그런 거였다. 하지만 엄마 말이 맞았다. 아버지가 몇 년 새 거동을 못하고 음식을 먹지 못하고 그리하여 결국 요양원에 가거나 피할 수 없는 마지막을 맞이하는 건 나만 겪는 일이 아니었다. 첫 책을 세상에 내놓는 이제 막 나는 고르게 안쓰럽고 짠한 게 누군가의 인생이라는 것쯤을 알았다. 그러니 아직 갈 길이 멀 수밖에. 멋진 말과 맞는 말 사이에서 고민하고 고민해, 고민 끝에 써 내려가는 나의 문장이 나만의 사연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기록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에서야 조금은 그 희망에 가까워지는 소설을 쓰는 인생을 살고 싶어졌다.
웃기고도 슬픈 현실에 적응하려 스스로 지치지 않을 방법을 찾았다. 힘이 생길 때 높은 산을 넘자고, 높은 산 앞에서 작아지는 나는 어쩌면 당연한 거라고. 크고 무거운 슬픔을 이기는 게 작은 기쁨이라는 걸 알게 된 뒤로는 일부러 삶 곳곳에 여러 기쁨을 징검다리로 놓았다. 의미 부여가 재주라면 정신 승리가 내 특기니까. 그러니 이 책을 읽는 누군가도 씩씩하지 말고 징징거려도 좋으니 살아가기를, 살아남기를.
제법 문학을 안다고 여겼지만 내 책을 세상에 내놓는 일은 안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차라리 부끄러움을 몰랐어야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그럼에도 곁을 내어 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은 소중한 이들을 떠올리면 이 책은 적어도 내게 기념비적인 기쁨이 될 것이다. 드러난 이야기와 숨겨진 이야기를 분주히 오가며 보낸 지난 시간을 무구하게 지켜 준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다행히 여차하면 품에 안겨 엉엉 울 수 있는 안심되는 사람이 내 등 뒤에 있다. 스페어타이어를 싣고 먼 길을 떠나듯 기대어 마음껏 살아야지. 대신 펑크나지 않은 대부분 나날은 내가 잘하겠다고, 일단은 다짐해 본다.
2023년 8월
달콤한 진심을 전하며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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