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마음사전
2024년 11월 15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6월 05일 출간
- 오디오북 상품 정보
- 듣기 가능 오디오
- 제공 언어 한국어
- 파일 정보 mp3 (340.00MB)
- ISBN 979119341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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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분 110.00MB
50분 115.00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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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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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경희의 에세이 『충청도 마음사전』이 걷는사람 에세이 20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박경희 시인은 2001년 《시안》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집 『벚꽃 문신』 『그늘을 걷어내던 사람』, 에세이 『꽃 피는 것들은 죄다 년이여』 『쌀 씻어서 밥 짓거라 했더니』 등을 출간했다.
현재 어머니와 함께 고향 보령에서 살고 있는 저자는 살붙이처럼 친숙한 이웃들의 말과 사연을 허투루 듣지 않았고, 언젠가는 꼭 그것을 글로 담아내리라 마음먹었다. “장그랑 이 군시럽다”(작은 이 때문에 간지럽다)는 입말도, 상수리나무 열매를 ‘쏙소리’라고 일컫는 표현도 그에게는 모두 흥미로운 소설이고 코미디였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충청도 말은 구수하고 감칠맛 있기로 정평이 나 있다. 구렁이 담 넘어가는 듯 슬그머니 나오는 표현인데 그 속엔 어김없이 촌철살인의 미학과 유머가 깃들어 있다. 박경희는 이런 충청도 말에 이웃의 이야기와 대화를 얹어, 다채로운 경험과 지역의 풍경을 리얼 다큐의 장면처럼 생동감 있게 묘사한다.
1부 고래 등 타고 둥둥 떠다니는 꿈
가울
가의
갈롱
강재미
겅건이
고디름
고래구멍
고망쥐
굴뻑
금저리
까끄매
꼬두머리
꽹맥이
끄름
2부 졸음까지 데리고 온 장날
나승개, 나싱개
달쌍하다
대수룩
도구통
도둑늠가시
도로캐
도리깨바람
됐슈, 괜찮어유
두둠바리
때꽃
때꾜
뚝떡수제비
매암
물툼봉이
3부 만장이 파란 하늘에 펄럭였다
바릇질
배얌
배차
새뱅이
생여
셩아들
솔거루
쇳대
시부정찮다
쏙소리
씬나락
아사리밭
애상바치다
왕탱이
웨지
으붓어매
은행낭구
4부 그래도 우린 살아간다
자갈배미
장꽝
장그랑 이 군시럽다고
장물
종그락
지름떡
짓잎국
찰몽싱이
창꽃
칠월낭구
퉁퉁장
행길
황발이
황세기
나는 달쌍하다, 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하도 많이 들어서 그놈의 달쌍 얘기만 나오면 화가 난다. 오죽하면 엄니를 붙잡고 이런 한탄을 했을까.
“엄마는 나를 왜 이렇게 낳았어? 맨날 세숫대야 같다고, 보름달 같다고 하고. 동네 사람들 죄다 달쌍하다고 하고. 나보고 남자라고 하고.”
“나라고 너를 그렇게 낳고 싶었겄냐. 문희, 윤정희처럼 낳고 싶었지. 헌디 느그 아배 씨가 그런 걸 나보고 그러믄 안 되지.”
-47쪽(「달쌍하다」)
“나가 어릴 적에 도구통을 많이 찧어서 이런 겨. 끄떡허믄 보리 찧어라, 깨 빻아라, 떡 쪄라, 틈만 나믄 불러서 도구통을 찧게 했당께. 요즘이야 다 껍다구 베껴져서 나오니께 기냥 씻어서 묵기만 허믄 되지만, 그땐 다 찧어서 까불러야 혔어. 어린애가 뭔 심이 있겄어. 기냥 시키믄 시키는 대로 혔지. 그렇지 않으믄 밥 구경을 헐 수 있었깐. 아부지 엄니는 가게에서 일허니께 죙일 나 핵교 끝나기만 기다렸다가 오믄 밥해라, 아궁이에 불 넣어라, 물 질어 와라, 동생 업어 줘라, 그래서 나가 어깨가 나간 겨. 나가 올매나 징그러웠으믄 시집올 때 도구통을 마당에 패대기를 쳐 부렀을 겨……, 그나저나 나간 어깨를 어찌 찾아올지도 모르겄네. 팔도 안 올라가고 요지경이 됐는디.”
-51쪽(「도구통」)
어릴 적부터 다리가 약해서 학교 갈 때마다 고생이었다. 5분 정도 걷다가, 10분 걷다가 쉬는 어린이였다. 그때마다 동생이 내 가방을 메고 먼저 학교에 갔다. 누나는 쉬었다 오라는 나름의 배려였다.
(중략)
나는 두둠바리다. 때론 천천히 걷기도 하고, 달리기도 한다. 가다 보면 넘어져 다치기도 하고, 휘청거리기도 한다. 코스에서 벗어나 방황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와 나만의 코스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64쪽(「두둠바리」)
어느 날, 아부지가 쌀가마니를 어깨에 메고 내 작업실에 오셨다. 그러고는 빛 안 드는 서늘한 베란다 구석에 놓았다.
“씬나락여. 내년 봄에 쓸 거여. 귀한 거여. 귀한 딸 집에 귀한 거만 놓는 겨.”
“내가 쫌 귀하지?”
씽긋 웃던 아부지가 간다는 말씀도 없이 현관문을 열고 나가셨다. 내년 농사 씬나락은 말 그대로 씨앗이다. 종자가 좋아야 열매도 좋다. 좋은 종자를 얻기가 힘이 드는데, 아부지는 찰배미논에서 나온 쌀을 늘 씬나락으로 했다. 그 귀한 씬나락을 내 안에 덜썩, 갖다 놓고 저승 가신 아부지.
-105쪽(「씬나락」)
장물이 뒤집어지면 집안도 뒤집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진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날 일은 아직도 생생하다.
장물이 뒤집어진 날, 길창이네 할머니는 커다란 갱엿을 사다가 독에 넣었다. 그러고는 아픈 허리를 붙잡고 약수를 떠다가 장꽝에 놓고 기도를 했다. 천지신명님께 빌고 또 빌었다. 한데, 그날 밤 길창이 아버지가 술 마시고 오다가 다리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팔이 부러지고 발목이 골절됐지만 다른 곳은 이상이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니면 할머니의 기도 덕분인지 모르겠으나, 장물이 뒤집어진 날 맞춰서 사고를 당한 길창이 아버지는 할머니의 잔소리와 한숨과 걱정을 많이 받아서 술을 끊었다.
길창이 할머니는 돌아가시는 마지막 순간까지 장꽝을 벗어나지 않았다. 할머니가 아는 모든 신을 한곳에 모셔 두었다.
-130쪽(「장물」)
아부지 저승 가신 지 10년이지만, 매년 봄이 올 때마다 창꽃 얘기를 하시는 엄니.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못 들은 척하고는 산에 가서 아부지 대신 창꽃을 꺾어 왔다. 그러면 창꽃을 안고 환하게 웃으며, 꼭 하는 짓이 지 아배하고 닮았다고 지난 이야기를 두런두런 하신다.
“올해도 곱게 폈구만. 당신 가고 해마다 창꽃은 피는디, 당신은 피지도 않고, 내 곁에 읎네.”
아부지도 매년 창꽃으로 피고 진다면 어떨까. 누구나 가슴속에 피고 지는 꽃이 있을 것이다. 그 꽃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향기를 내는지 모르겠지만, 그저 품는 것만으로도 가슴 아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140쪽(「창꽃」)
예로부터 충청도 말은 구수하고 감칠맛 있기로 정평이 나 있다. 구렁이 담 넘어가는 듯 슬그머니 나오는 표현인데 그 속엔 어김없이 촌철살인의 미학과 유머가 깃들어 있다. 박경희는 이런 충청도 말에 이웃의 이야기와 대화를 얹어, 다채로운 경험과 지역의 풍경을 리얼 다큐의 장면처럼 생동감 있게 묘사한다.
“오째, 밥상에 올라온 게 죄다 이 모냥인 겨? 나가 이런 대접 받을라고 이 땅에 태어난 게 아녀. 울 엄니도 날 이리 키우지는 않았당께. 한데, 니가 뭔디 나를 이리 푸대접을 허는 겨? 최소한으루 비계 달린 괴기라두 올라와 있어야 헐 꺼 아녀? 돈 벌어다 주믄 뭐 혀. 서방을 개새끼맹키로 여기는디. 12첩은 못 돼도 9첩은 되어야 쓸 거 아녀? 이 겅건이 너 혼자 다 묵어라.”
‐ 「겅건이」 중에서
“내 속이 젓이여. 아주 곰삭아서리 짜. 저 영감탱이가 요래 맹글어 놨다니께. 나가 이래저래 속이 말이 아녀. 그라구 온제꺼정 침을 맞아야 쓰는 겨? 죽을 때꺼정 맞아야 허남?”
(중략)
황세기젓은 나에게는 외갓집에서 먹었던 어린 추억의 맛이고, 엄니에게는 당신 엄니에 대한 그리움이다. 방앗간집 할머니에게는 지글지글한 맛이겠지만, 무를 수 없는 삶인 것을. 우리네 인생도 젓갈처럼 곰삭아 간다.
‐ 「황세기」 중에서
충청도 언어가 지닌 함축성과 해학성은 그 안에 아이러니적 상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오롯이 미워할 수만은 없는 ‘웃픈’ 이야기는 어쩌면 충청도 사투리로 인해 더 맛깔스럽고 구수해진다. 그래서 아내에게 반찬 투정을 일삼는 명칠이 아버지도, 자신의 속이 황세기젓처럼 삭았다고 한탄하는 방앗간집 할머니도 우리가 한 번쯤 마주했을 법한,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초상이다. 저자가 표현한 것처럼 인생은 때론 “꽃바람이었다가, 소소리바람이었고, 건들바람이었으며, 갈바람이었고, 고추바람이었”지 않은가. 박경희는 주변 사람의 푸념과 한(恨), 눈물과 후회, 애(愛)와 증(憎)을 가장 가까이에서 기록한 필경사로서 ‘젓갈처럼 곰삭은’ 우리 이웃들의 삶에 무한한 경애를 보낸다.
작가의 말
써레질 끝난 논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바람이 논물을 다독였다.
바람을 타고 구름이 흘러갔다.
그렇게 흘러간 세월 속 모든 분께 두 손 모은다.
2023년 찔레꽃머리, 명천에서
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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