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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사는 세계

부모의 품을 너머 공존의 세계로 나아가는 첫 걸음
류승연 지음
푸른숲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24년 10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9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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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3.36MB)
ISBN 97911725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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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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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푸른숲, 2018)을 쓴 류승연 작가의 그다음 이야기인 《아들이 사는 세계》가 푸른숲에서 출간됐다. 첫 책이 발달장애인 아들을 양육하며 장애계 이야기를 물 밖으로 끄집어낸 것이었다면, 《아들이 사는 세계》는 발달장애인인 아들이 부모의 품을 벗어나 어떤 성인기 삶을 맞이해야 할지, 학령기인 지금 어떤 것들을 배워야 성인이 됐을 때 제대로 된 자립생활을 할 수 있을지 고민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취재 과정을 담고 있다.
자립이 가능하려면 학령기인 지금부터 ‘관계 맺기’가 잘돼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삶은 궁극적으로 ‘나 혼자 산다’가 아닌 ‘타인의 도움을 받아서 산다’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익숙해하는 가족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체득해야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저자는 자신의 양육 경험과 취재를 통해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해서 갈등 상황을 마주하는 법, 자신의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 정해진 루틴은 지키되 돌발 상황에 ‘문제행동’ 없이 대처할 수 있는 관계와 상황에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학령기인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꺼이 타인의 도움을 받고, 어울리고 싶고, 타인과 어울릴 줄 아는 사람이 되는 연습을 일찍이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한 교육과 제도적 시스템에 대한 제안을 건넨다.
여성학박사이자 《아주 친밀한 폭력》의 정희진 작가는 이 책에 대해 “비장애인의 좁은 시각에 대한 도전으로, 비장애인이 상상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의 성인기를 두텁게 묘사해 삶, 세계, 인간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켰다”며 “사유의 재구성과 깨달음이 함께하는 역동적인 독서 체험에 뛰어들기를 권한다”는 추천을 남겼다.
프롤로그 앞으로 네가 살 세상이 조금은 더 살 만하길 바라며

1부 고립이 아닌 공존의 세계로
외로움의 반대편으로 가는 길
인생의 진짜 목표
선택 가능한 자립지원 종류
아들을 위한 최종 목적지
갈등을 겪을 용기
기꺼이 함께하고 싶은 사람
15만 원어치의 책임
불안함을 줄여주는 돌발 상황

2부 똑같은 마음, 똑같은 사람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
가해자의 엄마
신뢰로 녹인 방어벽
친구와 노는 재미
행동으로 하고 있는 말
인기남의 엄마

3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행복한 어른 생활
달라진 아들의 세상
학교에 가는 의미
잘못된 루틴을 깨야 하는 이유
특수교육에서도 고립되지 않을 권리
능동적 참여가 만드는 단단한 자립 기반
지퍼 올리기에서 배울 수 있는 것
행복한 어른이 되기 위한 밑그림 그리기
아들이 살아갈 세계를 위해

에필로그 20년 후의 어느 날

“하아~ 힘들다.”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말이 흘러나왔다. 엄숙할 만큼 고요했던 지하철 안의 모두가 이 말을 들었다. 잠시 분위기가 숙연해졌다고 느낀 건 내 착각이었을까?
이 사건을 겪은 날,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세상에서 아들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나 혼자면 안 되기 때문에, 아들은 나 없는 세상에서도 자신의 삶을 마저 살아나가야 하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쓰기로 했다. _8쪽 〈프롤로그: 앞으로 네가 살 세상이 조금은 더 살 만하길 바라며〉 중

아들이 어릴 때는 성인의 몸을 가진 발달장애인은 고립된 상황에 처할 여지가 아주 많다는 것을 몰랐다. 특히 장애 정도가 중증이라면 그 가능성은 하늘만큼 높아진다. 엄마가 아무리 발을 동동거리며 노력해도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아들의 고립을 막을 수 없고, 엄마만이 유일한 친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들이 어릴 때는 알 수가 없었다. _23~24쪽 〈1부 고립이 아닌 공존의 세계로〉 중

아들이 어릴 때는 현실을 몰랐다.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고, 학교에 잘 다니고, 자주 여행을 다니며 즐겁게 살면 희망적인 성인기를 맞이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면 나는 “아들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주세요”라는 말을 하지 않고 언젠가 마음 편히 눈감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은 정직하게 달렸고 아들은 어느새 자라버렸다. 아들이 자라면서 아들이 사는 세계도 달라졌다. 성인의 몸뚱이를 지난 학령기 아들이 사는 세계,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당사자들이 사는 세계. 빠르게 흘러간 시간 속에서 그 세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며 내가 발견한 것은 애석하게도 희망이 아니었다. 아들의 고립은 이미 시작됐고 나는 어떻게든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_29쪽 〈1부 고립이 아닌 공존의 세계로〉 중

‘발달장애인의 엄마’로 사는 삶에서 나의 생존이 아들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돼버리면 안 다. 이건 정말 최악의 패다. ‘발달장애인의 엄마’로 사는 이 삶에 특별함이 있다면 매 순간 내 사후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아들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주세요”라는 말의 진짜 뜻은 “아들이 제발 나보다 먼저 죽게 해주세요”라는 것이다.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식이 먼저 죽는 삶을 매일 기도하며 산단 말인가. 나는 아들의 장례를 치르는 게 평생의 소원인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다. _38쪽 〈1부 고립이 아닌 공존의 세계로〉 중

발달장애인이 왜 갈등 해결 능력이 부족하냐고? 왜 그토록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서투냐고? 그럴 수밖에 없다. 뭘 경험해봤어야, 사람들과 부딪혀봤어야, 그러면서 뭘 배워봤어야 갈등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지.
갈등을 경험해야 그걸 풀어갈 방법을 배우고 익힐 텐데, 가족 외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어봐야 타인과의 올바른 관계 맺기 방법을 체득할 텐데, 아무런 갈등조차 일어나지 못하게 주변에서 철저히 막고 있는데, 어떻게 갈등 해결 능력을 습득하고 타인과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겠는가. 사회적 영역은 글로 배우고 머리고 익힐 수 있는 게 아니다. 무조건 직접 부딪혀 체득해야 한다. 책으로 연애의 기술을 익힌다고 실제로 연애를 잘하진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_75쪽 〈1부 고립이 아닌 공존의 세계로〉 중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에서 매일의 루틴을 형성하는 건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잘 형성된 루틴은 개인의 삶을 건강한 방향으로 이끈다. 하지만 때로는 일부러라도 루틴을 깨고 돌발 상황에 놓일 필요도 있다. 당사자의 불안한 마음을 다독여줄 엄마가 살아 있는 동안에, 살아서 옆에서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동안에 그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 그렇게 돌발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의 역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런 경험을 쌓음으로써 돌발 상황에 불안해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치 레벨을 올려야 한다. _116쪽 〈1부 고립이 아닌 공존의 세계로〉 중

그 순간 아들도 마음의 방어기제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나는 아들이 느리게 성장하는 발달장애인이기에 1차원적인 반응에 따른 본능적인 행동만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들도 나와 똑같은 마음의 작동 방식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명백한 사실이 너무도 당연하게 눈에 보여서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_121~122쪽 〈2부 똑같은 마음, 똑같은 사람〉 중

그동안 발달장애인은 단지 발달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인간으로서 갖는 당연한 마음까지도 부정당하거나 외면당하곤 했다. 그것이 내가 마주한 ‘진짜’ 현실이었다. 다르지 않다. 아니, 똑같다. 아들과 나는 똑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홍은전 작가가 쓴 책의 제목처럼 장애가 있든 없든 우리는 모두 ‘그냥, 사람’이다. 이것을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_132쪽 〈2부 똑같은 마음, 똑같은 사람〉 중

아들은 상실감을 배워야 한다. 살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상실감에 마음이 타들어가는 경험을 하고, 그 상실감을 애도하는 과정을 통해 슬프고 괴로운 감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연습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 아주 먼 훗날 엄마인 내가 없어져도 아들의 세상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나의 부재를 애도하면서 상실감을 그 자체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자신의 남은 생을 꿋꿋이 살아갈 수 있다. 아들은 이해, 수현이를 통해 생애 첫사랑과 생애 첫 상실감을 배우고 있었다. _172쪽 〈2부 똑같은 마음, 똑같은 사람〉 중

아들이 사는 세계가 달라졌다. 이제 아들에게는 기존의 ‘발달장애인’이라는 딱지 외에도 ‘덩치 큰’, ‘중증의’, ‘남성’이라는 세 개 항목이 낙인처럼 따라붙었다. 그러면서 아들을 향한 ‘세상의 거부’도 본격화됐는데, 세상에서 거부하는 딱 그만큼의 크기로 아들은 나에게로, 가족에게로 떠밀려왔다. 세상으로부터 집으로, 아들의 고립이 시작됐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만약 아들이 덩치라도 작았다면, 말이라도 할 줄 아는 경증 발달장애인이었다면, 성별이 여자였다면 아들이 사는 세상은 달랐을까. 세상 사람들이 우영우에게 보내던 ‘봄날의 햇살’ 같은 미소를 아들도 받을 수 있었을까. _209쪽 〈3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행복한 어른 생활〉 중

하지만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바로 그 학교에서부터 고립이 시작됐다. 학교라도 다녀서 고립되지 않을 수 있는 게 학령기의 가장 큰 장점인데, 오히려 학교 안에서의 고립이 공고해지면서 아들의 삶은 학교 안팎에서 의지할 데 없는 갑갑한 상황에 놓였다.
이로 인한 더 큰 문제도 나타났다. 기존에 아들이 경험한 고립이 학교 밖인 외부 환경(아들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에 의한 것이었다면, 학교 안에서 경험하는 고립은 아들의 루틴과 성격, 행동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아들의 학교 밖 일상에까지 또 다른 파장을 미치고 있었다. 학교 안팎에서 조여오는 고립된 상황에 아들의 삶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단지 중학생이 됐을 뿐인데 아들이 사는 세계가 달라졌다. _217쪽 〈3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행복한 어른 생활〉 중

이건 어쩌면 교사 개인의 문제나 학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특수교육시스템의 문제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나 혼자만의 ‘정신 승리’일지도 모른다. 교사를 미워하면 안 되고 학교를 미워할 순 없으니 특수교육시스템으로 화살을 돌려 현실의 괴로움을 회피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들기 시작한 이 생각은 점점 더 크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생각으로 확대됐다. 어쩌면 무기력했던 건 학부모인 나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것, 학교와 교사도 무기력하긴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수교육시스템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왜 아들이 학교에서 자야만 하는지 이유를 알아야 했다. 수시로 올라오는 분노가 나를 완전히 집어삼켜 버리기 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에 잠식당해 ‘체념’이 삶의 태도로 몸이 익어버리기 전에, 그러다 결국 학령기에 형성된 ‘잘못된 루틴’이 성인기로도 이어져 아들의 미래가 절망적인 고립으로 켜켜이 둘러싸이기 전에. _236~237쪽 〈3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행복한 어른 생활〉 중

하지만 해야 할 일을 해야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좋은 얘기만을 입에 담고 어둡고 차가운 진실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외면한다면 고립된 발달장애인은 부모에 의해 살해당하고 살인자가 된 부모는 자살하는 행태가 계속 이어질 테니까. 무엇보다 나도 그리고 당신도 그 행렬에 끼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으니까. _297~298쪽 〈3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행복한 어른 생활〉 중

“진도와 교육 중심만이 아닌 삶 자체가 중심이 되도록”
특수교육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성인기 삶을 위한 학령기 현장의 고민을 담다

저자의 아들은 초등학교 4학년 초까지만 해도 교내에서 ‘괴물’이었다. 이동 수업 때도 싫다는 표현으로 바닥에 드러누워 팔다리를 마구잡이로 휘둘러 담임 선생님, 실무사, 학교 보안관이 이 ‘문제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애쓰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4학년 개학 후에는 책상을 밀어 넘어뜨려 같은 반 친구의 발등을 다치게 한 적도 있었다.
점점 덩치가 커지는 아들의 문제행동은 날이 갈수록 위협적이었다. 남은 해 동안 아들이 계속 교내 기피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결심한 저자는 아들의 학교생활을 관찰했다. 항상 사회복무요원과 함께였던 아들은 사실상 보호가 아닌 고립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또래와 어울리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모든 의사표현을 즉각적인 공격행동으로 발현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부터 사회성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학교뿐만이 아니라 몇 년 후에 나갈 사회 속에서도 아들은 계속 괴물로 남을 것이었다. 저자는 담임 선생님과 같은 반 학부모들을 설득했다. 다행이도 설득은 통했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문제행동으로 여겼던 것들이 사라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봤다. 중증 발달장애인이라고 무조건 보호하지 않고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생기는 일들을 직접 감당하는 방법을 체득시켰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까진 그래도 교사들이 아이들을 부모 같은 마음으로 대하는 게 있거든요.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또 달라져요. 아무래도 학습 중심으로 바뀌어서요. 동환이가 잘 적응해야 할 텐데…….” / 초등학교 때까진 학생들이 아직 ‘어린이’ 신분이기에 교사들도 부모 같은 마음으로 일상생활지원이라든가 세심한 돌봄에 어느 정도 비중을 둔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이후부턴 ‘돌봄’에서 ‘학습’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다는 얘기였는데 당시엔 그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걸 깨달았을 땐 거대한 벽을 마주한 무력감만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221쪽)

저자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아들의 무너진 사회성을 다시 쌓아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이는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다시 백지 상태가 됐다. 자발어가 열 개 정도인, 무발화에 가까운 저자의 아들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진도와 학습 중심의 수업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는데, 수업을 이해할 수 없으니 학교에서는 자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잠을 깨우면 공격행동이 나왔고 이는 관계의 단절과 고립으로 이어졌다.
일반적인 국어, 수학, 과학 등의 교과 수업도 물론 필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특수학교는 경증 발달장애인이 이런 교육을 받기에 알맞은 환경이다. 하지만 중증 발달장애인의 배제 또한 고려해야 한다. 시스템상 ‘진도’와 ‘교육’에 맞춰져 있는 학령기 기본교육과정을 무시할 수도, 중증 발달장애인의 수업 배제도 무시할 수 없기에 저자는 특수교육의 방향성과 방법론을 변화시킬 방법을 특수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경진학교에 재직 중인 심승현 선생님의 연구대로 발달장애인가 중증화되고 있는 게 맞다면(247쪽) 문제의식을 공유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과 학습을 일상생활과 연결한 교육이 학교와 가정에서 모두 이뤄져야 그 누구도 고립되지 않고 자립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지 중심의 교과 학습이 쓸모없다는 게 아니고 일상생활 지도만 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학령기 학습이 성인기 삶과 연결될 수 있도록 특수교육의 방향성과 방법론의 변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아들이 학교에서 잠자는 이유가 현행 특수교육시스템에서 비롯된 것 또한 사실이기에, 나는 먼 미래에 아들과 단둘이 고립된 삶을 살다가 한강으로 가고 싶진 않기에, 아직 제대로 된 삶을 살 가능성이 남아 있는 현재에 아들이 학교에서 잠자는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277쪽)

저자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초등학생 땐 ‘가해자’에서 ‘인기남’이 됐고, 가장 우수한 성장을 이뤄내 상까지 받은 아들의 앞에 아직도 두껍고 높은 벽이 있다는 것을 안다. 사다리를 만들든, 암벽 등반 장비로 벽을 타고 올라가든 하나씩 방법을 찾으며 몇 년 후엔 법적으로 공식적인 성인이 될 아들을 위한 무수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비단 저자 스스로와 아들만을 위한 기록이 아니다. 제2의 자신과 제2의 아들이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쓴 책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관심과 문제의식을 갖고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바꿔나가고자 적은 담담한 호소다.


“아무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발달장애인의 성인기 삶”
학령기 발달장애인 아들이 맞이할 슬기로운 성인기 삶을 위한 엄마의 취재기

1부에서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지원 종류를 알려주며, 자립생활을 위해 학령기인 지금부터 배워야 할 중요한 요소로 타인과 관계 맺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타인과 어울리는 법을 모르거나 타인이 기꺼이 어울리고 싶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결국 고립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학령기인 지금 선택과 책임, 갈등과 돌발 상황을 겪으며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전한다.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에서 매일의 루틴을 형성하는 건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잘 형성된 루틴은 개인의 삶을 건강한 방향으로 이끈다. 하지만 때로는 일부러라도 루틴을 깨고 돌발 상황에 놓일 필요도 있다. 당사자의 불안한 마음을 다독여줄 엄마가 살아 있는 동안에, 살아서 옆에서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동안에 그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 그런 경험을 쌓음으로써 돌발 상황에 불안해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치 레벨을 올려야 한다. (116쪽)

2부와 3부는 특수교육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했다. 학교에서 외딴섬 같았던 아들이 타인과 어울리기까지의 과정과 그 안에서 자립생활을 위한 밑바탕에는 무엇이 필요한지 보여준다. 첫사랑의 전학으로 인한 상실감을 극복하는 법, 사이가 나빴던 친구와 자연스럽게 화해하며 관계를 발전시키는 법 등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기록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학령기인 중학교 생활에 접어들면서 아들은 다시 혼자가 된다. 중학교부터는 진도와 학습 중심의 교육에 들어서는데, 특수학교에서조차 중증 발달장애인은 그 교육을 따라가지 못한다. 저자의 아들은 학교에서 잠만 자면서 다시 고립된다. 저자는 개별화와 일반화, 그리고 가정과 학교에서 모두 배울 수 있는 ‘진짜 교육’에 대해 제안하면서 현재 특수교육시스템의 문제를 인지하고 바꾸려고 노력해야 발달장애인이 행복한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원래 대한민국 교육 자체가 ‘따라가는 학생’만을 붙잡고 끌고 가는 형태이긴 하지만 발달장애 학생들만 모여 있는 특수학교에서마저 이를(진도 중심, 시수 중심) 그대로 답습한다는 건 진지하게 다뤄야 하는 문제다. 게다가 발달장애 학생들의 장애 정도가 날이 갈수록 중증화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곧 음성 언어를 매개로 진도가 나가는 현재의 특수학교 수업에서는 갈수록 더 많은 학생들이 교육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 연구 결과대로라면 배제되고 고립되는 제2의, 제3의 아들은 갈수록 더 많아질 것이다. (245~246쪽)

《아들이 사는 세계》는 제2의 자신, 그리고 제2의 아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라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녀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고 비는 게 아니라 자신이 없어도 자녀가 ‘혼자서도 잘 살게’ 하기 위한 마음을 담아 쓴 취재기이자 사회적 담론을 담은 제안서다.

작가정보

저자(글) 류승연

작가. 현직 발달장애인의 엄마이자 전직 기자. 사회부를 거쳐 정치부 기자로 6년 동안 국회를 출입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쌍둥이를 임신, 비장애인 딸과 장애인인 아들을 낳았다. 발달이 느린 아들과 살면서 기다리는 법, 이해하는 법, 참는 법을 배웠다. 아들이 성장한다는 것은 단순히 키가 커진다는 게 아니라 아들이 사는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 성인의 몸을 가진 발달장애인은 고립된 상황에 처할 여지가 아주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하루하루의 작은 목표와 계획만 갖고 살아왔던 작가가 청소년이 된 아들이 맞닥뜨린 현실을 인지하면서 아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계, 즉 성인기를 준비하는 학령기를 담았다. 또한 아들의 목표를 ‘서른 살 자립’에 두고 성인 발달장애인이 어떻게 하면 잘 자립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하나씩 찾아간 취재기이기도 하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 무수한 절망을 더 많은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 그리고 변화의 시작을 위해 이 책을 썼다.
지은 책으로는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 《배려의 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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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아들이 사는 세계
    부모의 품을 너머 공존의 세계로 나아가는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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