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혼주례를 했습니다
2024년 11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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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1장 이혼으로 입장
흔한 이혼소장의 레퍼토리
아끼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1
아끼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2
미완의 행진
첫사랑을 내버려두세요 1
첫사랑을 내버려두세요 2
어머니의 눈물
자녀를 재판에 이용하지 마세요
2장 이혼주례
협의이혼실에 함께 온 꼬맹이
가정을 지킬까 자존심을 지킬까
고딩엄빠 이야기
살기 위한 이별
아기는 누가 키워야 해?
코로나 이혼
판사님은 왜 자꾸 저쪽 편만 드세요?
3장 홀로서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혼인신고의 의미
저와 하는 사랑은 어렵습니다. 그래도 하실 겁니까?
이혼의 정석
엄마의 비밀
이행명령
엄마가 우리를 버렸잖아요
아이를 생각한다면 기다려야 할 때
내 아버지를 찾아주오
4장 이혼주례자 이야기
왕년에 이혼가방 한번 안 싸본 사람 있습니까?
전문상담사의 위력 1 - 아내 이야기
전문상담사의 위력 2 - 남편 이야기
아들 셋인 게 다행인 날
남편에 대하여
아내에 대하여
부부에 대하여
내 자녀가 나 같은 배우자를 만나길 소망하는 삶
에필로그 - 글을 다시 쓸 수밖에 없었던 그곳, 가정법원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닐까요. 뭔가 특별할 것 같은 사람도, 시간도, 사건도 전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특별할 것도, 자랑할 것도 없는 뭐 그런, 그저 함께 살아가는 삶. 그러니 너무 애쓰지도 말고 너무 비장해지지도 말며 그저 내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조금만 더 다정해지는 삶. 그런 삶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 「프롤로그 : 결혼주례 대신 이혼주례를 하는 직업」
이혼소장을 볼 때마다 늘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결혼할 때는 한쪽 눈을 감아버리고 제대로 보지 않은 채 괜찮아질 거야라고 안이하게, 어떻게 보면 무모하다고까지 느껴질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하며 결혼을 진행하고, 결혼하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두 눈을 부릅뜨고 상대방의 모든 단점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결혼하면 저절로 좋아지는 그런 마법 같은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으니, 결혼 전에 문제가 있다면 그냥 멈추면 됩니다. 처음 얼마간은 인생이 실패한 것 같은 패배감에 힘들기도 하겠지만, 또 누군가는 가십거리로 나의 이야기를 안주 삼아 떠들어 댈 수도 있겠지요. 그러면 어떻습니까. 괜찮습니다. 그러라고 하십시오. 부끄러움은 잠시이지만 후회는 한평생일 수 있습니다. 그 후회가 나에게서 그치지 않고 내 자녀에게까지 대물림될 수 있습니다.
- 「흔한 이혼소장의 레퍼토리」
아내를 아끼던 남편은 결국은 아내가 요구하는 대로 이혼을 하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 그것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나에게 상당한 불편감을 주는 것이라도 그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
- 「아끼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1」
결혼 행진이 모든 이들의 축복과 환호 속에 걷는 꽃길이라면, 이혼을 위한 행진은 매순간 상처 입는 지리한 전투입니다. 그러나 죽을 만큼 힘든 순간을 가까스로 지나 이혼을 위한 행진을 마치고 너덜너덜하게 찢겨진 상처투성이로 그 끝에 도달할지라도, 그 긴 터널을 마치고 나온 순간부터 그 상처는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이 지구별 봄날의 향기로운 햇살과 한여름날의 아리따운 파도와 가을날의 갈색빛 바람과 겨울날의 포근한 첫눈을 절대 포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 「미완의 행진」
주름진 어머니의 손등 위로 떨어지던 눈물방울의 무게에 내 가슴이 짓눌렸습니다. 어머니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위로하는 판사에게 노모는 울부짖습니다. “판사님, 그라믄예 우리 아들 혼인무효로 만들어 주이소. 죽은 놈 원이라도 없게 그래 해주이소. 세상 마지막 떠나는 길에 코빼기도 안 비치는 그게 우예 마누라입니꺼. 이 결혼은 무효아입니꺼.”
- 「어머니의 눈물」
아이들에게 이런 몹쓸 짓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다른 한쪽 부모에 대한 절대적인 거부감과 분노감이 생긴 것은, 아이들의 정서가 병들어 가고 있는 심각한 신호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혼 진행 중에 있는 부모들은 자신의 힘든 상황에만 함몰된 나머지 자녀의 영혼이 아파하며 소리 없이 울부짖는 것을, 그러다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자녀를 재판에 이용하지 마세요. 자녀는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가 아닙니다. 상대방에 대한 분노감 해소를 위해 소모되어야 하는 물건이 아닙니다.
- 「자녀를 재판에 이용하지 마세요」
남편은 61년생이고, 아내는 75년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엄마 손을 잡은 2016년생 꼬맹이가 졸졸 따라 들어옵니다. 순진한 눈으로 엄마 무릎에 앉아 나를 또랑또랑 쳐다보는 그 녀석 앞에서 도저히 이혼주례를 진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 「협의이혼실에 함께 온 꼬맹이」
이 어린 고딩엄빠는 도대체 어떤 모습의 사람들일까 궁금했습니다. 아내는 야한 옷을 입고 화려한 염색머리와 짙은 화장을 한 철없는 여자, 남편은 뺀질뺀질한 얼굴의 양아치 같은 남자이겠거니 혼자 상상하며 기다리고 있을 찰나, 판사실 문을 삐죽이 열고 들어오는 그들은 24살, 26살의 그저 순진한 옆집 대학생 커플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참 라떼스럽긴 하지만, 내가 첫사랑에 실패하지 않았으면 그만한 자식이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에 매지구름 한 조각이 슬그머니 내려앉았습니다.
- 「고딩엄빠 이야기」
이혼소송에서 당사자들을 바라보다 보면, 엄청난 분노와 고통에 휩싸여서 이성적으로 사고할 힘을 상실해버리고 함께 파멸하기를 원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합니다. 판사로 오랜 시간 일하다 보니 인간에 대한 실망과 분노, 심할 경우에는 환멸의 감정을 느낄 때가 가끔 있습니다. 법원 문턱을 넘는 대다수의 인간관계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가치롭다 여기는 신의와 공정, 배려와 이타심은 당연히 찾아볼 수 없고 거짓과 탐욕, 이기심과 배신으로 점철된 인간 군상의 모습들이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부부관계는 나의 의지로 만들어 첫발을 내딛으나 어느 순간 혈연관계와 같이 밀착되어 버리는 아주 희한한 관계입니다. 혈연관계가 아닌데 혈연관계보다 더 깊은 관계가 되도록 엮는 도구가 혼인신고입니다. 그래서 그 관계를 해소하고자 할 때는 죽고 싶을 만큼 힘겹습니다.
- 「혼인신고의 의미」
누군가를 만나 행복해지고 싶다고 결혼하면 안 됩니다. 내가 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는데, 어느 누가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요? 누굴 만나기 가장 좋은 때는 차정숙이 말한 바로 그때, 이 순간 이대로 행복하다고 믿는 그 시간입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 시간에 내 마음속에 들어온 사람이라면 실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 「이혼의 정석」
뭐 이런저런 좋은 말 다 떠나서 일단 바로 지금, 더 나아질 건덕지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 그래서 지금 당장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젊은 엄마 아빠들에게는 시간의 힘을 믿어보시라는 말을 전해드립니다. 그저 오늘 하루 성실히 살아내고, 내일은 없을 것 같은 마음으로 배우자와 자녀를 바라보고, 너무 힘들고 지쳐서 배우자와 아이에게 짜증 내고 큰소리친 하루였다면 잠자리 들기 전 그들의 뺨 한번 어루만지며 미안해하고 작은 소리로 ‘그래도 많이 사랑해. 내일은 웃자’ 속삭인 뒤 잠드는 하루라면 족합니다.
- 「왕년에 이혼가방 한번 안 싸본 사람 있습니까?」
부부 사이가 완전히 나빠진 이후에 받게 되는 부부상담의 효과는 한계가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마음의 문이 이미 너무나 굳게 닫혀버린 이후라 나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작업이 힘들고, 그것을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더 깊어지기 전에,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그때에도 부부상담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 「전문상담사의 위력 2 - 남편 이야기」
‘이혼이란 거미줄인지 쇠사슬인지 알지 못하는 암튼 서로 묶여 있던 끈을 마침내 끊어내어 버리고, 각자의 갈 길을 정한 채 각자의 방향에서 죄 없는 새끼들을 일말의 죄책감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바라보는 것.’
어린 새끼들을 바라보며 무언가에 묶여 있음이 참 좋다고 느끼는 부부가 많아지기를…. 쇠사슬일지, 거미줄일지 모르지만 ‘나이 들어서 누군가와 묶여 있다는 것, 그건 꽤 괜찮은 관계야’라고 느끼며 풍화되어가며 유장해지는 부부의 애정을 응원합니다.
- 「부부에 대하여」
왕년에 이혼가방 한번 안 싸본 사람 있습니까?
이혼이라는 삶의 파도에 휩쓸려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감동
이 책의 저자는 20년차 판사이자 20년차 아내이면서 세 아들을 키우는 엄마이다. 가사전문법관으로서 오랜 기간 이혼소송을 진행하면서 이혼에 이르는 과정과 이혼소송 중의 상처, 이혼 이후 자녀 양육권까지 인생의 큰 문제들을 겪으며 힘들게 버티는 그들에게 판사로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 이 책은 차가운 판결이 아닌 원만한 조정으로 깨어진 가정에게 마지막 위로를 주며 그 끝을 함께 하려는 판사의 애씀과 판결문에 글로 담아낼 수 없는, 그래서 행간에 숨길 수밖에 없었던 판사의 마음을 진솔하게 담았다. 이혼이라는 삶의 파도에 휩쓸려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감동이 따듯하다. 4장에는 ‘이혼주례자 이야기’가 나오는데, 가사전문법관(아내)과 이혼전문변호사(남편)의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부부의 일상을 보여준다. ‘이혼법률전문가들도 별수 없구나, 그렇지만 저렇게 극복하고 사는구나’ 하며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가사전문법관인 저자가 실제 처리했던 사건들을 바탕으로 쓴 책이므로 기존의 어떤 이혼 관련 서적보다 전문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이혼소송 및 가사소송과 그 절차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이혼으로 고민하는 부부뿐만 아니라 더 행복한 부부생활을 원하는 이 땅의 모든 부부, 그리고 언젠가 부부가 될 청춘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작가정보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년차 판사. 20년차 아내, 고딩, 중딩, 초딩 세 아들의 엄마.
책 읽는 것이 좋았고 글쓰기를 즐겨 했다. 작가가 되고 싶었으나, 여차여차하여 판사가 되었고 십수 년간 판결문만 열심히 썼다. 그러다 2017년 부산가정법원 가사전문법관이 된 이후 수많은 이의 굽이굽이 인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모든 이들의 삶은 역사였다. 가정법원에서는 글을 쓰지 않고는 견뎌낼 수 없었다.
깨어져 가는 가정들, 회복될 수 있다면 그렇게 되도록 도와주고 싶었고, 헤어져야 한다면 잘 헤어지게 마무리 지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무책임한 어른들의 싸움에 아무런 대비 없이 내팽개쳐진 아이들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보호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이혼주례를 하였다.
현재는 대구가정법원 경주지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여전히 가사단독 업무를 맡아 이혼주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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