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라방
2024년 12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1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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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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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라방』은 학교 폭력의 아픔을 지닌 소심한 주인공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학폭을 고발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이솔이는 자기와 같은 학폭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나비 마스크를 쓰고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다. 라이브 방송은 뜻하지 않는 주목을 받으며 옳고 그름의 여론을 만들고, 두 의견은 치열한 공방전을 펼친다. 이런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 과연 ‘정의의 라방’은 계속될 수 있을까?
‘온라인 스트리머’나 ‘유튜버’를 꿈꾸는 어린이가 갈수록 많아지는 현시점, 올바른 라이브 방송 윤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정의의 라방』이다.
2. 나비 마스크를 쓴 아이
3. 나에게는 비밀이 있다
4. 정의의 라방이 나타났다!
5. 밝혀지는 진실
6. 너희 누구야?
7. 놓치지 말고 찍어
8. 용기 마스크
9. 이제 혼자가 아니야
작가의 말
이솔이는 늘 혼자였다.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오면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속으로는 다른 아이들처럼 단짝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아이들에게 말을 붙이기 쉽지 않았다. (……) 그런 이솔이가 요즘 푹 빠진 건 라이브 방송이다. 이솔이는 엄마의 잔소리를 한 귀로 흘려 버리고 습관처럼 라이브 방송을 켰다. 어른뿐 아니라 이솔이 또래가 나오는 라방도 많았다. 고양이, 강아지와 함께 사는 아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먹방을 하는 아이, 모델처럼 차려입고 패션 센스를 뽐내는 아이, 아이돌처럼 춤추고 노래하는 아이……. 이런저런 라방을 보다 보면 심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라방을 진행하는 아이와 친구가 된 기분마저 들었다. 7~8쪽
이솔이가 투명 망토를 가지고 싶어진 건 어쩌면 그날부터였는지도 모른다. 4학년 늦가을 어느 날이었다. 이솔이는 평소처럼 미술 학원에 가고 있었다.
“야, 한이솔. 어디 가?”
그때 윤지가 실실 웃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이솔아, 돈 좀 있어? 우리가 지금 너무 배고파서 그러는데 돈 있으면 좀 빌려줄래?”
“나 돈 없는데.”
이솔이는 윤지의 말에 뒷걸음치며 자기도 모르게 학원 가방을 얼른 뒤로 감췄다. 매주 월요일마다 엄마에게 받는 용돈이 가방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가방은 왜? 감추는 거 보니까 수상한데?” 11~12쪽
다음 날, 미술 학원이 끝나고 집으로 가려던 찰나 어디선가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심코 유리창으로 밖을 내다보던 이솔이는 흠칫 놀랐다. 상가 뒤편에 윤지와 빛나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중학생 오빠들에게 붙잡혀 있었다. 어디서나 잘난 척하고 센 척하던 아이들이 고양이 앞의 쥐 같은 모습이었다. (……)
“그게 아니라 정말 돈이 없어요. 이젠 돈이 나올 아이도 없고요. 이미 소문이 퍼졌는지 아이들이 우리를 보면 슬금슬금 피해 버린다고요.”
“핑계 대지 마.”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안경을 쓴 중학생 오빠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윤지와 빛나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정말이에요!” 51~52쪽
이솔이는 숨이 멎을 듯 놀랐다. 사람들이 금방이라도 이솔이네 동네와 학교를 찾아낼 것만 같았다. 이솔이는 갑작스레 나타난 짧은 영상과 댓글을 보자 더럭 겁이 났다.
‘누군가 나를 찾아내면 어떻게 하지?’
(……)
라방을 할 때 얼굴이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조심했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나비 마스크가 자신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윤지와 중학생 오빠들까지 이솔이를 찾아올지도 몰랐다. 이솔이의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이솔이의 귀에는 담임 선생님 목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이제 라방을 그만둘 때가 온 걸까?’ 58~62쪽
미주는 강산초 5학년 중 가장 인기 있는 아이였다. 밝고 당당한 미주는 윤지처럼 화장하거나 목소리 높이지 않고도 다른 사람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었다. 샘이 많은 윤지는 그런 미주를 볼 때마다 괜히 못되게 굴곤 했다.
미주가 윤지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강윤지, 이거 너지?” (……)
‘그래, 두려워해서는 안 돼. 다른 아이들에게 저 아이들의 잘못을 알리려면 라방을 그만두어서도 안 되고. 그게 내가 할 일이야.’
이솔이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자기들이 저지른 일이 밝혀질까 봐 겁이 나겠지.’ 68~70쪽
윤지가 미주를 데려간 곳은 지난번 중학생 오빠들과 함께 있던 상가 뒤편이었다. 미술 학원, 영어 학원뿐 아니라 피시방과 가게가 모여 있는 상가 뒤쪽은 음산하고 한적했다. 한쪽에는 쓰레기 수거함이 있고 에어컨 실외기가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마트에서 내놓은 상자가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
이솔이는 다급한 마음에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여러분, 지금 제 친구가 위험합니다. 저 아이들이 제 친구를 끌고 이곳으로 왔어요. 여러분도 이 장면을 함께 지켜봐 주세요!” (……)
“네가 얘들 괴롭힌 애야? 그 영상, 어차피 가짜잖아. 그걸 믿냐?”
키 큰 오빠의 손이 번쩍 올라갔다. 미주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또 다른 오빠도 주먹을 높이 치켜들었다. 미주가 몸을 감싼 채 주저앉으며 비명을 질렀다. 76~80쪽
‘나는 저 아이들을 이길 수 없어. 그 대신 저 아이들의 모습을 찍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아이들이 나쁜 행동을 그만둘 때까지 말이야.’
이솔이는 힘이 없다고, 상대가 무섭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그들의 잘못을 알려야만 했으니까. 101쪽
라이브 방송이나 유튜브 영상이 나쁘기만 할까?
‘학폭’에 맞서는 정의로운 ‘라방’
새로운 희망을 담은 용감한 이야기
『정의의 라방』은 그간 수많은 어린이책에서 보아 온 유튜브 영상이나 라이브 방송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이 아닌, 라방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유튜버나 온라인 스트리머를 꿈꾸는 어린이가 늘어나는 현시점에 꼭 필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동안 SNS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 어린이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말하는 이야기는 많았다. 하지만 이미 어린이들에게 친숙해진 라이브 방송이나 유튜브 영상이 꼭 중독과 연관되어 위험하기만 할까?
새로운 히어로의 탄생!
정의롭고 용감한 ‘나비 마스크’
주인공 이솔이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라이브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더 편한 아이다. 학교 폭력의 아픔으로 조용하고 소심해진 이솔이는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며 또래 친구들의 라이브 방송을 소통의 창구로 삼는다. 동네 골목을 누비는 마을 고양이, 동생이나 엄마처럼 자기만의 소소한 일상을 촬영하던 어느 날 이솔이는 우연히 학교 폭력 현장을 목격한다. 얼마 전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들이 반성은커녕 더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한 이솔. 자신의 과거처럼 학교 폭력을 당하며 괴로워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 ‘나비 마스크’를 쓰고 본격적인 라방을 시작한 이솔. 사람들은 학교 폭력을 고발하는 이솔이의 라방을 ‘정의의 라방’이라며 칭찬하기도 하고, 카메라 뒤에 숨어 비겁하게 굴지 말라는 댓글을 달기도 한다. 허락을 구하지 않고 촬영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며 경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학폭이 계속되는 한 ‘정의의 라방’도 끝나지 않는다. 그렇게 이솔이는 학폭 피해 아이들에게 공감과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히어로의 길을 선택한다.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피해자를 구하려는 라방을 통해 활기를 되찾은 이솔은 함께 학교 폭력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목소리를 전한다.
학교 폭력에서 빠져나가는
저마다의 방법 찾기
이미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져 버린 ‘학폭’이라는 말 안에는 어린이의 마음속 물결을 뒤흔드는 무거운 아픔이 깃들어 있다. 그것이 사소한 괴롭힘이든 거대한 폭력이든 말이다. 아이들은 가장 익숙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대처하는 방법을 잘 모를 뿐 아니라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조차 정확히 인지하기 어렵다. 어떻게 빠져나와야 하는지는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솔, 하나, 미주, 단우, 사라처럼 학교 폭력에 대처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과거의 이솔이처럼 조용히 아픔을 삼키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지금의 이솔이처럼 학폭은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려는 아이도 있다.
학폭에 대처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정의의 라방』과 같은 더 많은 ‘이솔이’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학폭에 대처하는 여러 방법을 생각하게 하는 것은 물론 학폭 피해 이후의 이야기 말이다.
수십 년째 강연을 통해 어린이를 만나고 있는 이규희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학교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하고, 피해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위로를 선물하고 싶다”며 학폭에 관한 문제의식이 『정의의 라방』을 쓰게 했다고 말한다. 더는 학폭이 없기를 간절함을 담아서 말이다.
더불어 학교 폭력이라는 말에 다 담을 수 없는 폭력의 구조를 보여 주기도 한다. 또래를 괴롭히고, 돈과 물건을 빼앗는 윤지 패거리를 지배하는 중학생, 국회 위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어린이의 세계를 어른의 세계로 확장하려는 윤지 아빠까지. 작가는 학교 폭력을 근절하겠다는 일념으로 뿌리 깊은 폭력의 구석까지 드러내 보여 준다.
학교 폭력을 겪는 어린이, 학교 폭력의 아픔을 지닌 어린이, 학교 폭력이 사라져야 한다고 믿는 어린이에게 『정의의 라방』 속 이솔이를 만나 보길 권한다. 이 작품을 쓴 이규희 작가의 바람처럼 학교 폭력에 맞설 나만의 용기가 생겨날 것이다.
작가정보
어떻게 하면 어린이가 저절로 웃음이 나고, 때로는 눈물이 주르르 흐르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를 쓸까 고민하는 작가랍니다. 글감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길 좋아하고, 멍하니 앉아 있거나 학교 앞을 어슬렁거리곤 한답니다. 특히 요즘처럼 ‘학폭’을 당하는 어린이가 있다는 뉴스를 들으면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당장 정의의 방망이를 들고 달려가고 싶어집니다. 역사 속에서 억울하게 스러져 간 사람들, 나라를 위해 애쓰다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서도 무언가 나서고 싶은 마음이고요.
『정의의 라방』 『왕세자가 돌아온다』 『악플 전쟁1~2』 『남원성의 눈물』 『진짜 친구 찾기』 『신비한 문방구』 『기미년 태극기 특공대!』 『독립군이 된 세 친구』 『열한 살의 벚꽃 엔딩』 『고종 황제의 비밀 지령』 등 여러 권의 동화를 썼어요.
세종아동문학상, 이주홍문학상, 윤석중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등 여러 상도 받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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