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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북하우스

2024년 11월 22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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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5.54MB)
ISBN 979116405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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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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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도, 경제도, 정치도, 과학도 윤리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연애도, 직장 생활도, 육아도, 인간관계도,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윤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지탱하는 윤리를 생각하지 않으면 어떤 기준도 스스로 세우지 못하고, 사회의 요구에 따라, 누군가 정해놓은 답에 따라 살아가게 된다. 주인공은커녕 엑스트라도 될 수 없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는 윤리 철학의 핵심 원리를 ‘사회의 정의’, ‘개인의 자유’, ‘친밀한 관계와의 사랑’이라는 세 가지 기둥으로 명쾌하게 설명하며, 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세상 모든 일의 질서를 마법처럼 해독하고, 그 안에서 가장 나다운 선택이 무엇이며,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이끈다.
프롤로그: 내 삶에 가장 중요한 철학자가 나 자신이라면
서장: 이 책의 사용법

1부 기본부터 탄탄하게
1장 모든 생각은 윤리에서 시작된다
2장 윤리학이란 무엇인가
3장 삶을 지탱하는 세 가지 기둥

2부 첫 번째 기둥 - 사회의 윤리: 정의
4장 정의의 정체
5장 오해와 편견 걷어내기
6장 사법, 경제, 정치를 보는 눈
7장 개인의 권리를 지키는 사회의 작동 원리

3부 두 번째 기둥 - 개인의 윤리: 자유
8장 소극적 자유? 적극적 자유?
9장 자율과 행복
10장 자유를 완성하는 독특한 관계

4부 세 번째 기둥 - 친밀한 관계의 윤리: 사랑
11장 바람직한 사랑의 이념을 찾아서
12장 연애 그리고 우정
13장 가족부터 회사까지
14장 세 가지 기둥의 균형 맞추기

5부 내 삶에 딱 맞는 도구로 만들기
15장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나침반으로
16장 상황을 해독하는 힘 기르기
17장 시대적이고 도발적인 문제들까지

6부 마지막 담금질
18장 공격의 윤리와 방어의 윤리
19장 친밀한 관계 심화 분석
20장 모두를 위한 정의는 가능한가
21장 더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
22장 전체 복습

에필로그

부록
부록 1) 윤리학 바로 알기
부록 2) 윤리학자는 어떻게 연구하는가
부록 3) 어떻게 기본 원리를 정하는가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인생론에 관한 책이 많습니다. 윤리학(또는 철학)을 인생론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혀 다릅니다. 윤리학과 인생론은 확실히 말해서 정반대입니다.
윤리학은 일반적인 해답을 줍니다. 하지만 본문에 썼듯이 그 해답은 추상적이라서 구체적으로 자신의 경우에 맞춰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에 비해 인생론은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하라’라고 구체적으로 가르쳐 줍니다. 비즈니스 서적 중에도 인생론을 다루고 있는 책이 많습니다. ‘잘나가는 비즈니스맨은 이것이 다르다!’라든가 ‘일류가 되는 법’이라는 제목의 책은 대체로 인생론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럼 윤리학과 인생론, 어느 쪽이 좋을까요?
인생론이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고 말해주니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없어 편하니까요. 이에 비해 윤리학은 어느 정도 답은 주지만 나머지는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인생론이 더 편리한 걸까요?
물론 인생론을 다루는 책이나 비즈니스 서적 중에는 좋은 책도 많지만,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것도 많습니다. 보통은 구체적인 경우를 다루고 있기에 사람에 따라 맞는 것이 있고 안 맞는 것이 있습니다. 이런 책을 한 권 읽고 나서 내 상황과 맞지 않으면 다른 책을 찾아보시나요? 책마다 하는 얘기가 정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내 상황에 맞는 책을 찾다가 평생을 허비할지도 모릅니다.
한편 윤리학은 스스로 응용을 생각해야 하는 약점은 있지만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게 되어 있어 굉장히 편리합니다. 심지어 그걸 실제로 응용하는 것이 ‘나’라는 것은 사실 약점이 아니라 우릴 자유롭게 만들기 때문에 오히려 큰 이점이라고 봐야 합니다.
2장 ‘윤리학이란 무엇인가’ 49~50쪽

실제로 생각해보면 대부분 도덕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것입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거나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라는 등,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런 것들을 주입식으로 배웁니다. 물론 막연하게 타인이라고는 해도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인지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인간관계’에 주목해보겠습니다.
문제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방법입니다. 우리 한 명 한 명은 타인과의 관계를 떼어내고 생각하면 모두가 각각 개인입니다. 개인의 개(個)는 낱으로 된 물건을 뜻하기 때문에 개인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진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이상한 표현일지 몰라도 타인과 관계가 없다는 것도 관계의 방식 중 하나입니다. 그런 개인이 모인 것이 사회입니다. 하지만 사회도 딱히 인간관계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사회는 굉장히 멀고 얄팍한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사회는 기본적으로 ‘서로 타인인 사람들끼리’ 모인 관계인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알기 쉬우므로 기존의 윤리학도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생각해왔습니다(부록에 썼지만, 윤리학자 중에서도 벤담은 사회 중심이었던 반면, 칸트는 개인을 기반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우리 생활을 아우르기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실 기존의 윤리학자들도 인간관계에 한 가지가 더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던 것입니다. (...)
우리 한 명 한 명은 개인입니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타인과의 관계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사회입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사회에서 개인은 기본적으로 서로 타인이기 때문에 관계로서는 ‘얄팍한 관계’입니다. 또 하나의 관계는 칸트와 벤담이 배제했던 가족과 친구와 같은 ‘친밀한 관계’입니다.
이 친밀한 관계에도 간결한 이름이 있으면 좋겠지만 찾기가 어렵습니다. 친밀권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별로 쓰지 않습니다. 적당한 이름이 없다는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기 쉽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친밀한 관계’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인간관계는 개인, 사회, 친밀한 관계 이 세 가지밖에 없습니다.
3장 ‘삶을 지탱하는 세 가지 기둥’ 59~65쪽

4장에서는 ‘죄를 지은 자에게 벌을 줌으로써 사회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결론에 이른 것은 정의를 생각할 때 『데스노트』를 참고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의에는 그밖에도 몇 가지 패턴이 더 있습니다.
오랜 옛날에도 이를 논의한 윤리학자들이 있었습니다. 죄에 대해서 벌을 주는 패턴의 경우, 특정 죄에 대해 그에 해당하는 벌을 주어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이 패턴을 ‘조정의 정의’라고 부릅니다. 이에 관한 약속이 법률이고, 구체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법원이었습니다. (...)
죄에 합당한 벌을 내려 균형을 맞추는 것은 이른바 마이너스에 마이너스를 더해서 서로 상쇄해버리는 패턴입니다. 이에 대해 플러스에 플러스를 더해서 균형을 맞추는 패턴도 있습니다.
A가 B에게 무언가를 주고, B는 그 답례로 A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이 교환입니다. 이 경우도 정의라고 한다면 A가 준 것과 B가 준 것이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이른바 등가교환이라는 것입니다. 교환한 것의 가치가 같다면 균형이 이루어집니다. 이것이 ‘교환의 정의’입니다. 하지만 죄와 벌의 경우엔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어려워 재판이라는 사회의 제도를 사용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교환의 경우에도 주는 것과 받는 것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모두에게 공통되는 척도로 ‘돈’이라는 사회의 제도를 사용합니다. 그러면 이건 단순 교환이라기보다 매매가 됩니다. 정의는 법률뿐 아니라 경제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
조정의 정의와 교환의 정의는 서로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기본적으로는 사회 속에서의 양자 관계였습니다. 조정의 경우에는 가해자와 피해자, 교환의 경우에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있습니다. 하지만 양자가 마음대로 정할 수 없으니 그곳에 사회가 관여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분배의 정의’라 불리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대략 말하자면, 이것은 무언가를 다 같이 나누는 것인데 양자 관계가 아니라 사회 전체와 각 개인의 관계입니다. 게다가 양자 관계는 상호적이었지만 분배의 경우 흐름은 기본적으로 일방통행입니다.
대표적으로는 국가의 예산 배분이 있고, 좀 더 알기 쉬운 것은 세금입니다. 세금은 우리가 납부하는 것이지 분배해서 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세금은 사회 전체에서 필요한 것을 모두가 분담하는 제도입니다. 이른바 마이너스 분배일 뿐이지 분배임은 틀림없습니다.
조정의 정의가 법, 교환의 정의가 경제와 관련이 있다면, 분배의 정의를 담당하는 것은 정치입니다. 이렇게 정의의 세 가지 패턴은 사회의 중요한 세 가지 시스템과 각각 대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6장 ‘사법, 경제, 정치를 보는 눈’ 93~99쪽

정리하자면 자유라는 것은 나에게는 권리가, 남에게는 의무가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이것은 서로에게 모두 해당하니 남에게는 권리가, 나에게는 의무가 있다는 뜻도 됩니다. 나의 권리는 타인의 의무와 세트입니다. 의무를 지키면 나의 자유는 제한되지만, 그것은 나의 권리를 즉, 나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이른바 최소한의 자유이므로 이런 자유를 소극적 자유라고 부릅니다.
특히 사회적 권력은 때에 따라서는 우리 개인을 압박할 때가 있으므로 개인을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유명한 『자유론』의 기본 주장입니다. 이것이 소극적 자유의 원천입니다.
소극적 자유를 생각했으니 그럼 이제 적극적 자유도 생각할 수 있을까요?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은 대체 어떤 것일까요? 이것이 다음 과제입니다. (...)
관계에서 분리되는 것, 벗어나는 것이 소극적이라면 적극적인 것은 무엇일까요?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다가가는 것, 즉 ‘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타인에게로 향하는 자유’라면 조금 전 최소한 필요하다고 했던 ‘타인과 분리된다’라는 의미의 소극적 자유와 충돌이 일어납니다.
향해야 할 곳이 타인이 아니라면? 그렇습니다. 나 자신밖에 없습니다. 그럼 적극적 자유는 나에게로 향하는 자유일까요?
그럼 그 실상은 뭘까요? 나에게로 향한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요? ‘~에서’가 출발지를 나타낸다고 한다면 ‘~에게로’는 목적지를 나타내겠죠. ‘나 자신’이 목적지? 그렇습니다. 적극적 자유라는 것은 나 자신을 목표로 하는 자유입니다. (...)
‘이것이 바로 나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어떤 식으로 살지는 우리의 자유라서 결정하는 것은 나 자신입니다. 그저 그때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 살 것이다’라는 삶의 방식의 원칙을 스스로 만드는 것, 이것이 자율입니다. 이것을 할 수 있게 되어야 비로소 우리는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살기 시작하게 됩니다. ‘자유란 무법이 아니라 나만의 규칙으로 사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율, 적극적 자유입니다.
칸트는 이렇게 자율이 가능해진 사람을 어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연령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십 대에 이미 자율이 가능한 사람도 있을지 모르고, 쉰 살이 되어도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자율이 가능해졌다고 해도 여러 가지 망설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적극적 자유인 자율이란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생각해보면 ‘자율’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자신을 제어하는 것이므로 이것은 일종의 제한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왜 굳이 자신을 제한하는 것일까요.
8장 ‘소극적 자유? 적극적 자유?’ 124~131쪽

조금 전 생각을 응용하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정이 무언가 공통점이 있어서 그걸로 이어지는 관계라면, 이와는 반대로 연애는 서로에게 이질적이어서 이어지는 관계라고 말입니다.
물론 이질적이기만 해서는 아무런 관계도 생겨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히 이질적이라기보다 서로가 달라서 나한테 없는 것을 상대에게 발견하고 그것을 서로 원하는 관계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연애라는 것은 이런 패턴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같은 것, 공통된 것’에 기반하고 있는 패턴은 공동성으로 부릅니다. ‘달라서 끌리는’ 패턴은 다른 것으로 서로 보완하고 있는 관계입니다. 이런 것은 상보성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우정을 포함하는 ‘공동적 사랑’과 연애를 포함하는 ‘상보적 사랑’으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랑을 ‘같다는 것’에 기반해서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공동성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외의 사랑, 즉 상보적인 사랑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른 종류의 ‘사랑’을 발견한 것입니다.
12장 ‘연애 그리고 우정’ 163~164쪽

학생들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더군요. ‘사랑에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건 알았어요. 하지만 사랑 중에는 부모와 자녀 간의 사랑도 있지 않나요? 이 사랑은 상보형인가요, 공동형인가요?’ (...)
연애와 우정이 상호적이고 서로에게 기본적으로 대등한 것에 비해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전혀 대등하지 않습니다. 일방적 관계까지는 아니지만 관계는 대등하지 않고 비대칭적입니다. 사제 간의 사랑도 이쪽일지 모릅니다. (...)
회사도 친밀한 관계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완전히 와닿지 않습니다. 규모가 큰 회사라면 더 사회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쉽게 말하자면, 회사는 사회 그 자체는 아닙니다. 회사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설립된 것인 데 비해, 사회에는 공통의 목표나 목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회는 모르는 사람들, 여러 생각과 목적을 가진 개인들의 단순한 집합입니다. 물론 사회 전체를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을 해야 하지만,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사회는 누군가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한편 회사는 사회 속에 있고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만들어졌으며, 그 공통된 목적을 위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 점에서 회사는 가족이나 연인이라는 친밀한 관계와도 다릅니다. 가족 및 연인의 기반은 좀 더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가족이나 연인은 단순히 만들자고 생각하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회사 개념의 연인도 있겠습니다만). 하지만 회사는 만들자고 생각해서 만든 곳입니다. 따라서 회사는 친밀한 관계이지만 사회와는 전혀 다르고, 친밀한 관계 중에서도 꽤나 특이합니다.
13장 ‘가족부터 회사까지’ 178~191쪽


국가는 아동학대방지법이라는 법률을 통해서, 그리고 지방마다 아동상담소라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뉴스에서 이런 경우를 종종 봅니다. 학대 신고를 받은 상담소 직원이 그 집을 방문하면, 부모가 “학대하지 않았어요, 훈육한 거예요”라고 말하며 아이를 보여주지 않거나 집에 들여보내 주지 않아서 결국 학대당한 아이가 사망에 이르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동상담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아이에게 뜨거운 물을 붓거나 멍이 들 정도로 때리는 건 상해죄입니다. 그러니 유명무실한 아동상담소를 운영하기보다는, 범죄자로 간주하고 경찰이 바로 체포하면 되지 않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럼 왜 국가는 그렇게 하지 않는 걸까요? 우리가 국가나 지방이라는 사회와, 부모와 자녀 관계라는 친밀한 관계는 전혀 다른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모 자녀와 같은 친밀한 관계에 사회는 최대한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원칙, 이른바 민사불개입의 원칙을 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가정에 최소한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어서, 가정 내 문제는 살인사건과 같은 범죄가 벌어지고 난 후에야 경찰이나설 수 있게 됩니다. 즉, 사회는 살인과 같은 비극이 있기 전에는 함부로 가정 문제에 개입할 수가 없습니다. 아동학대 또는 가정 폭력과 같은 문제에서 언제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지를 정하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특히나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자율성이 있는 부모와 아직 자율성이 없는 아이와의 대등하지 않은 관계입니다. 그래서 아이는 부모에게 의지해야 합니다. 실제로 어린 자녀에게 독자적인 권리를 인정한 역사는 길지 않습니다. 지금은 자녀의 권리가 중시되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어른과 똑같은 권리가 있지는 않습니다. 부모 자녀의 관계가 사회적인 관계, 즉 대등한 사람들의 관계와 전혀 다른 것은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14장 ‘세 가지 기둥의 균형 맞추기’ 200~202쪽

아동학대 문제는 부모와 자녀라는 종적 상보형과 사회와의 관계의 문제였습니다. 그렇지만 상사의 부당한 명령에 따를 것인가 하는 문제는 회사 내 종적 공동형과 사회와의 관계의 문제입니다.
따를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일단 자기 자신을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따르지 않아야 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사회를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상사의 명령에 따르면 그 햄을 구입하는 일반 소비자들을 속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하면 그로 인해 사회 전체에 피해를 끼치게 됩니다. 따라서 그런 명령에는 따라서는 안 됩니다.
부당한 행동을 하거나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고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상사의 명령을 따를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의 시선이 사회가 아니라, 상사와 부하라는 친밀한 관계(이 경우는 종적 공동성)에 매여 있기 때문입니다.
상사의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지금껏 다룬 내용을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답을 찾아내실 수 있습니다. 단순히 내가 하는 일을 친밀한 관계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큰 틀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14장 ‘세 가지 기둥의 균형 맞추기’ 203~204쪽

제가 강의하면서 가장 하기 싫은 일이 시험 채점입니다. 강의하는 것은 즐겁습니다. 하지만 시험 채점은 책임도 무겁고 여러모로 골치가 아프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것도 학교라는 제도의 일부이고 그렇게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시험을 보는 사람은 각각의 개인이지만, 채점하는 사람은 ‘개인’이 아닙니다. 물론 여기에 가족이나 연인이라는 ‘친밀한 관계’는 개입되지 않습니다. 그럼 채점할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시험에서 성적을 매기는 것은 ‘사회 제도’의 일부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정의’가 중요합니다. 여기까지가 첫 번째 단계입니다. 먼저 세 개 중에서 어느 영역인지를 판단하는 것

내 삶에 가장 중요한 철학자가 나 자신이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더 나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이 중요한 질문들은 여전히 우리 삶에 화두를 던진다. 인생론을 주제로 한 수많은 책이 철학자의 이론, 특별한 삶을 통해 얻은 개인의 통찰, 종교적 교리에 기반한 선 등을 중심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전달하며, 삶의 방향을 정하는 기준을 만든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렇게 살아라’,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해라’와 같은 구체적인 답을 전달하는 책이 많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우리가 스스로 고심하고 따져보고 선택한 것일까? 그렇게 살기로 한 이유를 본인의 언어로 스스로 말할 수 있는가? 우리 각자의 삶에 적용하고 녹일 수 있는 것일까?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는 이 고민에서부터 시작한다. 지금껏 읽고 모아온 생각을 윤리 철학의 핵심 원리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고찰하여 더 단단하고 주체적인 삶의 철학을 만들어보자고 독자들에게 제안한다.

윤리 철학 신드롬을 일으킨 화제의 명강의
자신감 넘치는 삶을 완성하는 실전 철학 공식을 만나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이론과 통찰을 기반으로 답을 정해나가며 삶에 대한 특정한 메시지나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근본을 지탱하는 질서가 어떤 원리를 통해 만들어졌고, 그 안에 인간들의 어떤 믿음과 약속이 있고, 우리의 권리와 인간다움을 어떻게 지켜주고 있는지 차근차근 보여준다는 것이다.
‘사회의 정의’, ‘개인의 자유’, ‘친밀한 관계와의 사랑’이라는 윤리 철학의 세 가지 기둥으로 이를 명쾌하게 설명하며, 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세상 모든 일의 질서를 마법처럼 해독하고, 그 안에서 가장 나다운 선택이 무엇이며,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이끈다.

세상 모든 사람을 철학자로 만들어줄 세 가지 기둥
사회의 정의, 개인의 자유, 친밀한 관계와의 사랑

윤리 철학에서 다루는 것은 대부분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것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거나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라는 등,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런 것들을 배운다. ‘인간관계’에 주목하는 건 윤리 철학의 첫 시작인 것이다
우리 한 명 한 명은 타인과의 관계를 떼어내고 생각하면 모두가 각각 ‘개인’이다. 개인의 개(個)는 낱으로 된 물건을 뜻하기 때문에 개인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진 것을 말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윤리학에서는 타인과의 관계가 없이 나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관계의 중요한 방식 중 하나로 간주한다. ‘개인’은 인간관계의 아주 중요한 한 축인 것이다.
그런 개인이 모인 것이 ‘사회’이다. 굉장히 멀고 얄팍한 관계라 할 수 있는 사회는 기본적으로 서로 타인인 사람들끼리 모인 관계이다. 사회 안에서 인간은 모두 동등한 존재로 취급되고, 개인은 그중 하나가 된다. 나 자신을 제대로 생각하려면, 내가 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가장 ‘나다운’ 것을 찾으려면 나 자신을 사회 속에 제대로 위치시켜야 한다. 이런 면에서 ‘사회’는 ‘개인’과 함께 중요한 축이라 여겨진다.
기존 윤리학은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생각해왔다. 윤리학자 중에서도 벤담은 사회 중심이었던 반면, 칸트는 개인을 기반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지금 우리의 복잡한 삶을 아우르기엔 충분하지 않다. 우리 한 명 한 명은 개인이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 타인과의 관계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사회이고, 또 하나는 가족과 친구와 같은 ‘친밀한 관계’이다. 이 친밀한 관계는 나의 삶을 보완하고 완성하는 아주 특별한 관계이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는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개인, 사회, 친밀한 관계, 이 세 가지 관계 안에서 모두 설명한다. 사회, 개인, 친밀한 관계를 각각 정의, 자유, 사랑과 대응하고, 간단하고 명료하게 패턴화하여, 언제 어느 순간이든 바로 적용해서 활용할 수 있는 마법의 공식으로 제공한다. 여기서는 간략하게 사회의 정의를 주제로 예시를 하나 살펴보자.

시험을 채점하는 가장 올바르고 정의로운 방법

우리가 학교 교사가 되어 학생들의 시험을 채점한다고 가정해보자. 시험과 채점은 학교라는 ‘사회’ 제도의 일부이다. 시험을 보는 사람은 각각의 ‘개인’이지만, 채점하는 사람은 개인이 아니다. 여기에 가족이나 연인과 같은 ‘친밀한 관계’는 개입되지 않는다. 그럼 채점할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시험에서 성적을 매기는 것은 ‘사회’ 제도의 일부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정의’가 중요하다. 여기까지가 첫 번째 단계이다. 먼저 개인, 사회, 친밀한 관계 세 개 중에서 어느 영역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정의에는 세 가지 패턴이 있다. 이 책은 정의를 조정의 정의, 균형의 정의, 분배의 정의로 패턴화한다.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이니 책을 읽고 구체적인 개념을 확인하기를 권한다. 일단 여기서는 간략하게만 살펴보자. 그럼 채점은 어느 패턴일까? 이 경우 죄에 맞는 처벌을 주는 것도 아니고, 물건을 주고받는 교환도 아니다. 채점을 하는 교사는 사회를 대표하고 수많은 학생에게 점수를 준다. 이것은 분배의 일종이다. 그래서 “선생님, 머리 벗겨지셨네요”라고 비난한 학생이 괘씸하다고 점수를 깎는 벌을 주어서는 안 된다. 채점에서 조정의 정의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선생님, 이번 시험은 자신이 없으니까 20점만 더 주세요. 1점당 10만 원 드릴게요”라는 학생의 말에 점수를 더 줘서도 안 된다. “너무 싼데 더 뭐 없을까?”라며 교섭해도 안 된다. 가치가 동등하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이건 교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단계에서도 정의의 세 가지 패턴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분배의 경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모든 학생에게 일률적으로 같은 분배를 할 것인가, 각각 차등 분배할 것인가. 시험 채점의 경우에는 일률적인 분배는 안 된다. 공부한 사람도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같은 점수를 받는다면, 공부한 사람에게는 억울한 일이 되고 공부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뜻밖의 이득이 되어버리는 부당함이 발생한다. 그래서 공부를 제대로 한 학생에겐 좋은 점수를 주고 공부를 안 한 학생에게는 그에 맞는 점수를 줘야 한다.
‘당연한 거 아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그 생각이 맞다. 그 당연한 것을 사회에서 유지하는 것이 바로 정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윤리 철학의 기본이 몸에 밴 상태라서 평소에는 별로 망설이지 않는다.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평소에는 추상적이고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던 당연한 일이 사실은 지금처럼 단계적인 판단, 일종의 절차를 거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 답을 찾는 건 쉽다. 하지만 판단의 이유를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윤리 철학의 정수는 답을 찾는 것을 넘어 이유를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다. 자유롭고 자신감 넘치는 삶이 여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열 번 바른 판단을 해도 한 번 잘못하면 흔한 말로 ‘나락’에 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순간에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공식을 가진다는 건 강력한 무기를 얻은 것과 같다.

도덕적 혼란이 가득한 시대
평생을 곁에 두고 활용하는 강력한 무기

구체적인 답을 주는 인생론이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고 말해주니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없어 편하고, 고고한 철학자의 권위와 이론은 지적, 역사적 무게만으로도 매혹적 끌림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삶의 답은 다른 누군가가 정해줄 수 없다. 그냥 맞는 것 같아서 정하고, 마음이 동해서 선택한 누군가의 생각을 좌우명으로 삼았다가, 어느 날 내 상황과 맞지 않으면 손바닥 뒤집듯이 다른 책을 찾아볼 것인가? 내 삶과 상황에 딱 맞는, 나를 대변하는 책을 찾다가 평생을 허비할 것인가? 진부한 말이지만 어떻게든 스스로 고심하고 따져본 삶의 기준만이 당신을 구원한다.
이 책은 답을 주지 않는다. 내 생각의 근원부터 인간 사회 전체의 질서까지 폭넓게 살피며, 거대한 생각의 틀을 선사한다. 인간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파악하고, 나에게 일어나는 상황의 원인을 이해하여, 모든 판단의 순간에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판단을 한 이유를 나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힘을 갖추도록 이끈다. 나 자신이 내 삶의 가장 중요한 철학자가 되는 것이다. 스스로 납득하고 이해하고 결정한 삶의 방향과 이유는 타인의 생각으로 얻은 또는 추상적인 경험에서 얻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자신감과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

작가정보

(平尾 昌宏)
리쓰메이칸 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고, 일본 유수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화제의 명강의로 수많은 학생을 윤리 철학의 세계로 인도했다. 윤리 철학이 어떻게 자유롭고 자신감 넘치는 가장 ‘나다운’ 삶을 완성시키는지 화두를 던진 이 책은 강의실을 넘어 모든 세대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지은 책으로는 『인생은 게임인가?人生はゲームなのだろうか?』 『철학, 할래?哲学、する?』 『사랑이라든지 정의라든지愛とか正義とか』 『철학 하기 위한 철학 입문哲学するための哲学入門』 등이 있다. 현재 스피노자 전집 출판에 매진하고 있다.

한양대학교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일과를 졸업한 후 MBC 편성기획부, (주)한국닌텐도 등 기업에서 통번역사로 근무했다. 이후 일본어 출판번역가가 되어 여러 권의 책을 옮겼으며 현재 출판번역 에이전시 글로하나에서 다양한 장르의 일서를 리뷰,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기분의 디자인』 『무조건 팔리는 심리 마케팅 기술 100』 『돈이 되는 말의 법칙』 『스크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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