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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개념

세창클래식 16
세창출판사

2024년 11월 27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4월 1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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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843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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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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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를 주창한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의 주요작. 키르케고르는 다양한 필명으로 저술 작업에 몰두하던 중, 평생 자신을 옭아맸던 불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한다. 1844년, 그의 나이 31세에 완성된 『불안의 개념』은 비길리우스 하우프니엔시스라는 필명과 함께 세간에 내놓인다.

이 책에는 우울과 불안에 사로잡혀 살았던 키르케고르의 정서가 그득하게 배어 있다. 현학적인 비유, 무수히 인용되는 성구, 종래의 철학자들을 향해 드러내는 적개심이 그 사실을 생생히 묘사한다. 키르케고르는 자신을 괴롭혔던 문제들에 천착해서 불안의 원인과 효용을 치밀하게 분석한다. 인간의 곁을 배회하며, 결코 소멸하지 않는 이 불안이라는 감정을 우리가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가. 불안에 깊이 빠져들어야 한다고 촉구하는 저자는 유구한 서양 철학과 기독교 전통에 맞서 자유를 향한 도정을 그려 간다.
머리말
서문

제1장 원죄의 전제로서의 불안과 원죄를 원인으로 소급해 설명하는 불안
1. 원죄 개념과 관련한 해석들의 역사적 윤곽
2. ‘첫 번째 죄’라는 개념
3. 순진무구함의 개념
4. 타락의 개념
5. 불안의 개념
6. 원제의 전제로서의 불안과 원죄를 원인으로 소급해 설명하는 불안

제2장 원죄로서의 불안에 대한 진보된 형식
1. 객관적 불안
2. 주관적 불안

제3장 죄의식이 결여된 죄의 결과로서의 불안
1. 무정신의 불안
2. 운명과 관련하여 변증법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불안
3. 죄의식의 변증법적 관계로서의 불안

제4장 죄의 불안, 혹은 개인에게 주어진 죄의 결과로서의 불안
1. 악에 대한 불안
2. 선 앞에서 느끼는 불안(악마적인 것에 대하여)

제5장 신앙을 통해 구원받는다는 것에 대한 불안

옮긴이의 말

p.43
죄의 개념과 관련한 것은 오로지 진지함뿐이다. 죄가 최초로 자신의 자리를 점유한 학문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윤리학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이미 커다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윤리학은 여전히 하나의 이상적인 학문으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상적인 학문이란, 그 하위 개념 속에 모든 학문이 속해야 한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윤리학은 현실 속으로 이상적인 것을 끌어들이고 그것을 보여 주려 했지만, 있는 그대로의 현실 자체를 이상적인 것으로 승화시키는 쪽을 향해 나아가지는 못했다.


〈서문〉 중에서

p.101
또 욕망이라는 것은 이것과 저것 사이에 끼어 있는 중간 규정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미가 애매모호하게 중첩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욕망의 본질을 그렇게 설명한다면, 그것은 이미 심리학적인 설명이 되지 못한다. 개신교 교회가 가장 강력하게 또 가장 공들여서 주장하고 있는 바는 원죄가 인간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인데, 이것조차 오로지 바로 그 인간이 욕망을 갖고 태어났다는 것을 인정할 때만 가능한 소리이다. 자연스럽게 태어난 모든 인간은 죄와 함께 태어난다. 이 말은 곧 신에 대한 두려움 없이, 또 신에 대한 신뢰도 없이 오로지 욕망과 함께 태어날 뿐이다. 그럼에도 이 개신교의 가르침은 누군가가 이런 식으로 언급할 수도 있는 순진무구함, 즉 나중에 태어난 인간의 순진무구함과 아담의 순진무구함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를 설정하고 보여 주는 데 주력하고 있을 뿐이다.

〈제1장 원죄의 전제로서의 불안과 원죄를 원인으로 소급해 설명하는 불안〉 중에서

p.192
불안은 언제나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바로 이런 인식과 함께 극단적인 것이 발생한다. 그 극단이란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개인은 죄와 직면한 상태에서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고, 그런 불안 속에서 다시 죄를 양산해 낸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인간적인 방식을 인식해 내야 한다. 즉 개인은 정말 죄를 지어서 불안에 떨며 죄인이 되는 것이 결코 아니고, 스스로 죄를 지은 자로 간주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 속에서 죄인이 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제2장 원죄로서의 불안에 대한 진보된 형식〉 중에서



p.252~253
불안의 가능성 속에는 자유의 이념이 은폐되어 있다. 이 자유의 이념은 운명을 제압하면서 형성될 뿐이다. 운명이 제압되고 나면 모든 현실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해석이 동반된다. 그리고 어떤 현실도 그 자체로 이미 죄를 포함하고 있다. 자유라 불리는 그 궁극적인 극단의 지점에 불안이라는 개념이 굳건하게 버티며 존재하고 있다. 그 지점에서 개인은 어떻게든 죄인이 되고야 만다. 죄가 없어도 죄인이 되는 개인이 이때 탄생하는 것이다. 자유가 불안과 함께 공존하는 바로 그 순간에 죄는 필연적인 것도 아니고 우연적인 것도 아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오히려 죄라는 개념이 이 순간을 설명하는 데 가장 적합한 개념이 될 뿐이다. 신의 섭리라는 말이 죄의 개념에 정반대의 원리로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2장 원죄로서의 불안에 대한 진보된 형식〉 중에서



p.432
그런데도 오늘날 사람들은 바로 이 영원성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해 보려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은 이 영원성 앞에서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런 불안으로 인해 사람들은 수많은 도피처를 발견해 내려고만 한다. 발견할 수 없으면 만들려고까지 한다. 그런 도피처에서 의미도 없는 위로나 받으며 만족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짓이야말로 악마적인 것이라 말하고 싶다. 그런 것에 만족하는 자가 악마 같은 사람이라고.
〈제4장 죄의 불안, 혹은 개인에게 주어진 죄의 결과로서의 불안〉 중에서


p.438
두려움을 배우고 나면 타락의 길에 빠져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타락의 길을 피하지 못하고 빠져드는 가장 큰 이유는 불안 때문이다. 말하자면 단 한 번도 제대로 불안 속에 빠져 본 적이 없거나 지금 당장 깊은 불안 속에 빠져 있기 때문에 타락의 길이 보내는 유혹의 손짓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이다. 불안 속에서는 온갖 노력이 그저 발버둥 치는 허우적거림 이외의 그 무엇도 의미하지 않는다. 하지만 불안 속에서 제대로 두려워하는 법을 배운 자는 삶에서 배워야 하고 또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것을 배운 것이나 다름없다.

〈제5장 신앙을 통해 구원받는다는 것에 대한 불안〉 중에서

정당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섬세한 밑그림
학문의 영역과 한계에 대한 뚜렷한 소묘

이 책은 불안이라는 개념을 심리학과 교리의 영역에서 면면이 파헤친다. 본격적인 탐구에 앞서 키르케고르는 학문의 영역과 한계를 설정하는 일에 착수한다. 모든 학문의 주제는 각각 정해진 자리와 한계 안에서만 다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철학, 윤리학, 심리학, 교의학 등 모든 학문에서 적합한 방법론을 상정하지 않은 채로 연구를 시작한다면, 연구자가 다루는 주제는 방향성을 잃고 엉뚱한 결론에 당도한다는 것이 서문의 요지다. 학문의 경계를 명확히 드러내는 이 작업에는 저자가 품고 있는 문제의식이 정확하게 교착한다.

17세기 덴마크를 관류하던 사상인 기독교 교리와 헤겔의 철학은 키르케고르가 보기에 아이러니와 비약으로 뒤덮여 있었다. 기독교 교리는 원죄의 문제를 독단적으로 설명해 왔고, 헤겔의 철학은 인간의 다양한 삶을 한 체계 안에 욱여넣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키르케고르의 주요한 적수는 고루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독교와 사변적인 철학으로 무장한 헤겔이다. 키르케고르는 당대 철학적 관념론의 반대급부를 자처하며, 종래의 철학과 기독교 전통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순진무구한 아담은 어떻게 죄인이 되었나
원죄 교리에 관한 정밀한 탐구

기독교에서 전제하는 주요한 교리는 아담이 인류 최초의 죄인이라는 조항이다. 아담 이후의 인류는 죄인으로 태어나지만, 아담은 ‘순진무구한’ 상태로 탄생했다. 아담에게는 죄성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순진무구한 아담이 어떻게 죄를 지를 지을 수 있었단 말인가. 기독교의 교리는 순진무구한 아담과 죄인이 된 아담의 간극을 메워 놓아야만 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어디에서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채, 그저 신앙의 영역으로 치부되고 말았다.

온갖 모순으로 점철된 이 전제에 대해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저 교리를 믿기에 급급했다. 키르케고르는 이러한 현상에 맞서 기독교인들이 맹신하는 교리를 해체하고 조밀하게 분석한다. 최초의 인간 아담에게는 아버지가 없고, 물려받을 죄도 없었다. 그렇다면 순진무구한 아담은 어떻게 죄를 지을 수 있었을까. 아담의 죄가 이 세상에 들어올 방법은 ‘질적 비약’뿐이다. 키르케고르는 학문이 논증할 수 없는 영역에 개입하려 들 때, 그 주제는 왜곡과 아이러니의 제물이 된다는 사실을 이 질적 비약을 통해 방증한다.
불안은 자유의 가능성이다
자유를 상실한 시대를 향해 던지는 철학자의 메시지

키르케고르가 당면했던 17세기 덴마크는 보수적인 문화와 절대주의로 얼룩진 사회였다. 국교인 기독교는 폐쇄적이고 구태의연한 구조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키르케고르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구습을 타파하고, 진정한 자유를 찾아 나서는 것이었다. 진리가 인간에게 자유를 가져다준다는 예수의 언명과 달리, 폐쇄성에 갇혀 진정한 자유를 상실한 기독교의 현실은 그야말로 목불인견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죄인’이라는 등식을 설파하면서 인간을 불안 속에 몰아넣은 기독교는 비판받아야 마땅했다. 키르케고르는 원죄와 순간에 관한 탐구를 통해 기독교의 전통적 견해가 왜 오류를 일으키는지 소상히 드러낸다. 아울러 기독교 전통이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에 대해 철저하게 고찰하지 않았다고 진단하면서, 대중을 오도하는 기독교 지도자들을 강력히 규탄한다.

키르케고르는 ‘무(無)’의 철학으로 종전의 철학과 기독교 전통을 뒤흔든다. 키르케고르를 무력하게 만든 것은 아담의 죄가 아니라, 무에서 비롯되는 존재론적 불안이었다. 하지만 키르케고르는 불안 앞에서 수그러들지 않고, 불안 속으로 더 깊이 진입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불안은 자유의 가능성이고, 삶에서 배울 수 있는 지고의 가르침이며, 사람은 이 불안을 깊이 느낄수록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작가정보

덴마크의 철학자이자 신학자. 1813년 코펜하겐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프리드리히 니체 등과 함께 실존주의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1841년 코펜하겐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헤겔주의와 덴마크 개신교의 형식주의에 반대했다. 실존을 향한 주체를 강조했고, 자기 자신(주체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절망과 좌절이 동반하지만, 이는 결국 실존을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신 앞에서 홀로 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키르케고르는 특별한 직업을 갖지 않고 저술 활동에만 몰두했다. 대중의 시선을 피하고자, 가명을 사용했고, 이것이 드러났을 때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는 1855년 42세의 나이에 척추결핵으로 사망했다.
키르케고르의 사상은 그의 생애 동안 전혀 인정받지 못하다가 1890년도가 되어서야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20세기에 이르러 꽃을 피웠다. 그의 사상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장 폴 사르트르 등 많은 철학자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프란츠 카프카 등 20세기 문학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저서로는 『이것이냐, 저것이냐』, 『두려움과 떨림』, 『불안의 개념』, 『죽음에 이르는 병』 등이 있다.

수필가이면서 철학자이다. 그는 독일 바이로이트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스승 발터 겝하르트는 니체 학장이다. 그는 스승 밑에서 니체 외에 괴테, 쇼펜하우어, 바그너, 릴케, 카프카, 헤세 등 일련의 생철학적 계보를 전수받았다. 현재 철학아카데미에서 니체 강의를 하고 있고, 출판교육문화뉴스에서 교육전문가로서 칼럼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초인 사상으로 보는 인문학』, 『니체와 초인의 언어』, 『방황하는 초인의 이야기』, 『신을 탄핵한 철학자 니체와 안티크리스트』 등이 있고, 『아침놀』, 『이 사람을 보라』, 『우리에겐 절망조차 금지되어 있다』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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